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45화 (45/227)
  • 군웅할거 (3)2022.05.08.

    하루가 또 지났다.

    어느덧 주민성은 국내에서 인정받는 한 세력의 강자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신원 불명의 신흥강자로.

    ‘신원이 알려지는 것도 나름 각오했었는데.’

    바뀐 외모가 언제까지나 통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었다.

    지금의 외모를 만들어 준 신성백화점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몇은 분명히 주민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신우빈이 따로 힘을 써 준 걸까. 아니면 강남이라서 그런 걸까.’

    강남의 자세한 소식은 이제 주민성에게도 들어왔다.

    얻기 힘든 정보도 아니었다.

    인터넷에선 주민성의 이야기보다 강남의 협회 이야기가 가장 큰 화두였다.

    -10대 길드 소속 친구한테 들었는데 강남에 집합한 능력자들 전원 실종이라고 함.

    -인증은?

    -(대충 인증) (대충 캡쳐본)

    -헐. 자운이면 송파구네? 탐지 능력자도 S급 ㄷㄷ 팩트 인정.

    이런 화제는 협회장의 무능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진 믿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가 여태껏 쌓아온 업적들 덕분인지 협회장의 위상은 여전히 높았다.

    -기억 안 남? 1차 대격변 때도 협회장의 움직임은 파격 그 자체였음. 남들 다 말로만 떠들 때 협회장은 혼자 북한 넘어가서 끝장을 봤었다는 거지. 지금도 분명 뭔가 하고 있을 거다.

    -ㅇㅇ 이거 맞다. 이번 2차 대격변은 진짜 지구 멸망급이야. 10대 길드도 제대로 활약 못 하고 있는데 협회장 재촉해 봐야 허무한 건 우리임.

    -우리 집에 식량 1주일 치밖에 없는데 큰일이다 ㅠㅠ 협회장님 경기도는 언제 오나요? ㅠㅠ

    -잘 가시고.

    -사탄: ??? 선생님. 한 수 배우겠습니다.

    고등급 능력자 전원 실종이라는 자극적인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국내의 정보는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다른 지방의 소식을 알리는 글이 올라와도, 너무나도 많은 강남과 협회와 관련된 글들이 전부 묻어버리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최선호 역시 주민성의 옆에 앉아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최선호가 보는 곳은 미국 커뮤니티.

    덕중덕은 양덕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미국 커뮤니티에선 정말로 깊고 디테일한 정보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병실 생활이 한창이던 때, 진작 세계급 고인물이었던 최선호에겐 이곳이 돌파구였던 모양이다.

    “형. 여기 나오는 사람들. 우리 게이트에 왔었던 용병 맞죠?”

    최선호가 보인 것은 어제자 사진이었다.

    히어로물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포즈를 잡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은 주민성도 익히 알고 있는 스미스였다.

    “그러네? 스미스 씨도 보이고.”

    “미국에서 엄청 핫한가 봐요. 새로 떠오르는 영웅이라면서.”

    “어느 정도길래?”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에 발생한 게이트를 싸그리 토벌했대요.”

    “그 정도야?”

    미국의 땅덩어리는 한국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대도시 역시 마찬가지.

    고작 강서구에 머무는 주민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쪽에도 고위급 몬스터 꽤나 나왔다던데 어떻게 한 걸까요.”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긴 해. 정말 일부만 파견 왔을 뿐인데도 그 임진석을 압도하던 인간들이었으니까.”

    그들이 속한 부처는 판자촌 능력자들을 무적으로 만들어낸 총기를 양산해내는 조직이었다.

    거기에 주민성표 텐트와 컨테이너가 더해졌으니 그 활용도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주민성 또한 최선호와 힘을 합쳐 컨테이너 차량이라는 괴랄한 병기를 만들어냈으니.

    ‘그들 역시 인벤토리를 가졌지.’

    세상의 공장이 전부 멈춰버린 대격변에서 인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할 수 있었다.

    물건 수급 속도부터 차원이 다르니까.

    거기다 물건들을 지키는데 들어가는 인력도 다른 곳에 써먹을 수 있었으니 부처의 확장 비결엔 이런 부분이 전부 반영되었을 터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형.”

    “응? 뭔데?”

    “게이트를 토벌한 세력은, 그 지역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아요. 왜인지 수비 인력을 계속해서 증원하고 생존자들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냥 인류애 아냐?”

    “아니에요. 범죄 세력들도 마찬가지거든요. 인신매매로 유명하던 조직들도 생존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대요.”

    “……그런 행동들이 이득이 된다는 거네?”

    “그렇죠.”

    최선호의 시각은 주민성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주민성도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생존자들을 지켜야 할 이유라.’

    방송의 효과는 상당했다.

    그럼에도 합류하는 생존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유라면 간단했다.

    능력자가 없는 집단은 정말로 운이 좋아야만 이곳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능력자가 신경 쓸 부분도 배로 늘어난다.

    그나마 쉬운 난이도의 게이트 위주로 동선을 짜야만 했고, 생존자들을 지켜야하기에 절대 무리할 수도 없다.

    “다른 세력들은 아예 생존자들을 마중 나가서 받고 있더라고요.”

    확실히 그쪽이 훨씬 수월한 방법이었다.

    세력이 직접 나서서 안전을 확보해 주면 능력자는 능력자대로 신임을 얻을 수 있고, 생존자에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생존이 확보된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어.’

    주민성이 생존자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생필품을 반쯤 무한히 보급할 수 있는 편의점의 존재와 인벤토리가 큰 몫을 차지했다.

    다른 세력에겐 이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정된 식량과 한정된 물품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체류자가 늘어날수록 세력을 불리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오히려 도움 되는 이들만 받고, 생존자는 포기하는 게 장기적으론 이득일 텐데.’

    주민성 역시 인류애를 믿지 않는다.

    각성 당일부터 온갖 끔찍한 대우를 받아왔었기에 더더욱.

    ‘내가 사람들을 수용한 건, 그만한 이득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생존자들이 세력에 보탬이 되려면…….’

    그제야 얼핏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형. 각성 때문 아닐까요?”

    “어. 나도 방금 거기까지 도달했어.”

    “그쵸? 모든 지역이 게이트니까 마석은 무한정 수급되고, 이젠 각성 스캐너를 돈 주고 쓸 이유도 없어요.”

    돈의 가치가 사라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가치가 유지되는 지역은 오로지 주민성의 게이트 뿐.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수급되는 마석을 소모해 일반인들을 능력자로 전환한다 쳐도, 식량은 수급되지 않아.”

    “……아아.”

    “싸움에도, 세력에도 도움되지 않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

    애초에 전도유망한 일반인들은 온갖 소속의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받는다.

    주민성 또한 그래왔었다.

    그들마저 포기한 일반인은, 잠재력이 개화되지 않은 극소수만이 고등급 능력을 각성한다.

    “버림받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정말 노예처럼 살거나.”

    “물론 다른 가정도 있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게 하나 남아있거든.”

    그 정체는 바로 지배의 비석이었다.

    이 비석이 귀속되면, 게이트의 몬스터들은 극도로 약화되어 능력자들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식량을 무한정으로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라도 한 걸까요.”

    아직 최선호는 지배의 비석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지배의 비석이 식량의 리스크를 감당하고도 생존자를 유치함으로 비석 소유자에게 이득을 안겨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력의 움직임도 뭔가 이상해요. 당장 근처의 아린 길드도 딱 양천구까지만 장악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잖아요.”

    그리고 아린 길드의 박진우 또한 이렇게 말했다.

    -……당신 때문에 강서구 진출은 보류 상태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동선 공유는 서로에게 이득일 거라 생각하는데.

    아린은 주민성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은 주민성만이 알고 있다.

    오히려 아린은 주민성 역시 여러 지역을 장악한 강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강서구 전체를 이미 내 소유로 취급하고 있었지. 지역 통합이 주는 메리트가 없었다면 필요 없는 발언이었다.’

    이런 점들이 지배의 비석이 가진 비밀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여기서 애매한 사실이 하나 추가된다.

    주민성은 이미 인천 게이트 전체를 정복했었다.

    ‘인천 전체의 통합은 나에게 큰 메리트를 주지 않았었는데.’

    주민성과 최선호가 머무는 컨테이너엔 유물들이 올려져 있었다.

    선반에는 웨어울프와 하피를 복속시키고 얻은 화관과 망토가 추가되어 있었다.

    ‘강서구 안의 다른 지역까지 전부 정벌하면 유물도 쌓일 텐데, 정말 그게 답일까?’

    차이는 바로 이것이었다.

    주민성은 보스 몬스터를 전부 죽이지 않고 인천을 통합해냈기 때문이다.

    이전의 가설을 증명하려면, 카르파크나 크룩스 같은 보스급 몬스터까지 전부 죽여 유물을 모아야 했다.

    ‘각 지역의 보스 몬스터를 죽여서 통합해서 얻는 이득이 녀석들을 부하로 만드는 것보다 이득일까?’

    주민성의 생각은 달랐다.

    주민성 군단은 애초에 길드도 아니었고, 정말 소수 세력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수십에 불과한 능력자들이 일궈낸 것도 아니었으며, 수천이나 되는 몬스터들의 물량 공세가 일궈낸 세력이었다.

    ‘게다가 웨어울프들 또한 생각이 달랐어.’

    물론 웨어울프도 지역 통합이 목표였던 건 맞다.

    최종 목표는 서울이었고.

    하지만 녀석들은 북부 진출을 우선시했었다.

    다른 지역에서 힘을 키워 서울로 귀환하려는 속셈이었다.

    ‘적어도 이럴 땐 똑똑한 놈들의 말들이 도움 되겠지.’

    멍청한 하피는 양천구로 가려 했었다.

    그 결과는 아린과의 전쟁이 될 터였고, 필연적으로 SSS급 능력자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결과였다.

    “일단은 우리도 강서구부터 확실히 장악해야겠지. 가양동 쪽은 잘 되고 있으려나.”

    지역 수습을 끝낸 주민성은 신방화역에 머무르며 주변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생존자들은 인천으로 이동시켰다.

    생필품이야 오크나 고블린들이 부지런히 나르며, 돌아갈 곳이 없는 건설업자들 역시 그곳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도시화를 진행 중이었기에 현대인들에겐 가장 안전하고 이상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몬스터에 대한 적응 과정을 마치고, 개척되지 않은 지역으로 이동해 물품을 수급할 예정이었다.

    “곧 소식이 들려오겠죠.”

    그리고 가양동은 최선아의 고블린 군단이 진군을 이어갔고, 카르파크와 판자촌 능력자 부대는 발산동으로 진출해 지역을 평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주민성은 중간 지역인 방화동에서 대기하다가 혹시라도 위험에 빠진 부대를 지원하는 작전이었다.

    “양쪽 다 괜찮을 거예요. 누나 쪽 상대는 같은 소형 몬스터인 아이시클 그렘린이라 상성 상 가속 능력이 갖춰진 고블린 군단이 훨씬 유리해요. 발산동의 쌍날 마귀는 B급이라 오크 라이더의 상대도 아니고 보스급은 덩치도 커서 일제사격이면 순식간에 끝날 테고요.”

    “역시 문제는 등촌동인가.”

    “네.”

    등촌동은 식인꽃에 잠식된 지역이었다.

    식인꽃 자체는 B급 몬스터로 다소 등급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놈들이 서식하는 게이트는 A급 이상의 난이도가 판정된다.

    A급 이상이라는 뜻은, 난이도가 SS급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는 인간을 숙주삼아 성장하는 녀석들의 습성 때문인데, 등촌동의 식인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삼킨 상태였다.

    즉, 등촌동의 체감 난이도 S급 이상.

    “가양동 게이트만 무너뜨리면 염창동은 금방일 거예요. 트롤은 가속 고블린의 상대가 아니니까 그때부턴 등촌동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요.”

    “흠……. 적어도 점심시간 전까진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는데.”

    “충분해요.”

    시간이 지나고, 최선호의 말대로 주민성이 직접 나설 정도의 위협은 없었다.

    메시지가 사실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강서구(가양동)의 지배권이 양도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강서구 게이트에 통합됩니다.]

    [지배의 비석이 귀속됩니다.]

    [보유 중인 지배의 비석: 4]

    [강서구(발산동)의 지배권이 양도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강서구 게이트에 통합됩니다.]

    [지배의 비석이 귀속됩니다.]

    [보유 중인 지배의 비석: 5]

    “메시지 떴어. 그럼 이제 염창동, 우장산동, 화곡동, 등촌동. 이렇게 네 군데만 남았네.”

    “잘됐네요. 내일은 염창동이랑 화곡동으로 나눠서 진군하면 되겠어요.”

    “그래? 그러면 선호 너는 내일 요새 끌고 와서 제르취랑 우장산동으로 가. 나는 등촌동으로 바로 갈게.”

    “네! 근데 형. 지금 등촌동 가신다고 하셨어요?”

    “응. 지금 바로 갈 거야. 그쪽은 하루라도 빨리 제압해야해.”

    컨테이너 밖에는 한 마리의 몬스터가 대기 중이었다.

    “등촌동은 나랑 꽃블린. 둘이서만 간다.”

    “꼬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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