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플레이어-38화 (38/258)

38화

<직업을 가지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혜정

직업 : 플레이어

국적 : 대한민국

진형 : 악마

성별 : 여자

칭호 : --

클레스 : B

[능력치]

- [근력 : 6] [민첩 : 7] [체력 : 6] [맷집 : 4] [반사능력 : 10] [마력 : 24] [정신력 : 10] [PP : 120]

: (- 100p)

* 플레이어 특성 : 축복 Lv.1 <상세정보>

* 포인트 : 50p

* Lv. 포인트 : --

* Life : ****

[플레이어 정보]

이름 : 혜미

직업 : 플레이어

국적 : 대한민국

진형 : 악마

성별 : 여자

칭호 : --

클레스 : B

[능력치]

- [근력 : 8] [민첩 : 12] [체력 : 11] [맷집 : 9] [반사능력 : 13] [마력 : 24] [정신력 : 18] [PP : 150]

: (- 100p)

* 플레이어 특성 : 심연 Lv.2 <상세정보>

* 포인트 : 1150p

* Lv. 포인트 : 4

* Life : ****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 우성은 입매를 오므리며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안현수가 왜 능력치들이 준수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혜미의 능력치야 배치고사에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근력이 7, 민첩이 10, 체력이 9, 맷집이 8 등으로 마력과 정신력을 제외한 능력치들은 평균보다 아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본 능력치는 마력과 정신력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치들도 평균에 가깝게 성장해 있었다. 23포인트였던 마력 능력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우성처럼 그녀 역시 배치고사를 거치며 성장했을 터였다.

의외는 혜정이었다. 쭈뼛거리며 아까부터 말을 못하고 있는 그녀는 내내 우성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아무래도 우성의 첫 인상이 꽤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하긴, 다짜고짜 죽이겠다고 칼부터 꺼내들었었으니 당연할 것이다.

기존의 스텟에서 마력 능력치가 1포인트 상승해 24포인트를 기록한 혜미와는 달리, 혜정은 처음부터 24포인트라는 스텟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의외는 바로 특성이었다. 우성이나 혜미는 배치고사를 치루며 자신의 능력치에 맞는 특성을 얻을 수 있었다. 높은 체력과 정신력 스텟을 가지고 있는 우성은 <불굴의 의지>를, 높은 마력 스텟을 가지고 있는 혜미는 <심연>이라는 특성을. 하지만 혜정의 경우, 배치고사가 시작되자마자 다른 플레이어에게 죽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같은 스텟 포인트가 높다고 해서 같은 플레이어 특성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혜미의 <심연>과 혜정이의 <축복>은 특성 이름만 들어도 효과가 다를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긴 한데.’

혜미의 경우는 이미 배치고사에서 제 몫을 해내는 걸 확인했다. 성격도 당차고, 여자치고는 겁도 없다. 안현수야 말할 것도 없었다.

혜정이 역시 같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또 다르리라는 법도 없었다. 특히 마력 능력치가 높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사실이었다.

‘마법사 계열로 나가면 되겠어.’

소원의 방에서 오더에게 했던 질문 중, 마력 스텟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스텟에 관한 질문은 PP를 제외하고는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았다.

마력(魔力). 말 그대로 해석하면 사람을 현혹하는 원일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 아포칼립스에서 마력은 일반적인 게임 내에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힘의 근원에 가까웠다.

물론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검사나 창술사, 궁수 등 모든 직업 전반에 걸쳐 마력 스텟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직업들은 근력이나 민첩, 반사능력, 체력 등의 스텟들이 고루 필요한데 비해 마법사 계열의 직업은 마력 스텟 하나만으로도 강해질 여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혜미와 혜정은 마법사 계열 직업으로서의 재능이 충분했다. 다른 스텟들이 부족해 B클래스일 뿐이지 마법사로서의 재능만 꽃피우게 된다면 그 능력은 훨씬 뛰어날 것이다.

“그럼 우리 파티는 마법사 둘에 전사 계열이 둘인가?”

“아니. 혜정이는 사제 계열로 나가야지. 플레이어 특성도 <축복>이잖아? 딱 봐도 사제 계열에 어울리는 특성일걸?”

게임을 꽤 많이 접해봤는지 안현수는 아포칼립스 내에서도 ‘사제’라는 직업을 떠올렸다. 전사와 마법사, 그리고 힐러. 이 조합은 어느 한 게임이라고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모든 게임에서 최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마법사 계열 직업이 있는 건 오더에게 들어서 알고 있고. 사제 계열 직업이 있나 없나가 문젠데…….”

“아, 있을 거예요.”

“응?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이상한 아저씨가 저보고 무조건 사제를 선택하라고 신신당부하던데…….”

직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해 준 건가? 오더의 친절한 조언이 의아했지만 그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혜정에게 마법사가 아닌 사제를 권유했다면 그녀에게 사제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뜻이었다.

우성은 혜정에게서 혜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젓는 것이 아무래도 그녀는 오더에게 별다른 언질을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녀의 성격이라면 마법사를 선택에 적을 공격하는 것도 못할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이미 분위기는 한쪽으로 몰려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성은 혜정과 혜미를 각각 번갈아보며 물었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우성과 안현수의 생각이었고, 이제 그녀들의 의견을 수용할 차례였다.

혜정은 대답 대신 혜미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까지는 생각했던 대로의 반응. 이제 선택은 혜미의 몫이었다.

“나야 고맙지. 잘 부탁해.”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한 손은 우성에게, 한 손은 안현수에게. 일말의 망설임 없는 선택이었다.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손을 잡았고, 뒤늦게 혜정이 ‘잘 부탁드려요’하며 인사했다.

파티. 혼자서 하게 될거라 생각한 게임이 여럿이 되니 우성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들 썩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는 과분하다 생각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다.

이미 게임을 시작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우성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당연히…….

“일단, 직업들부터 갖자고.”

**

‘시작의 마을’은 이른바 신규 플레이어들을 위한 장소였다. 처음 아포칼립스를 플레이하는 신규 플레이어들을 위해 기존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NPC들과 협동해 무료로, 혹은 싼 값에 여관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작의 마을의 주변으로는 여러 괴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리 강한 건 아니지만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가 벅찬 상대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무기’를 싸구려라도 공급해 줄 정도니 절이라도 해야 할 입장이었다.

혜미와 혜정은 따로 직업을 찾으러 여관을 나섰다. 각자 직업을 갖거나 직업을 가질 방법을 모색한 후, 게임 시간으로 저녁이 되기 전까지 ‘시작의 여관’으로 모이기로 약속했다.

안현수와 우성은 여관에 남았다. 직업을 따로 구해야 하는 혜미와 혜정과는 달리, 두 사람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앞서의 특전에서 직업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시작의 여관은 1층을 제외한 2,3,4층 모두가 각각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수를 모두 합하면 족히 1~200명은 너끈히 묵을 만했다.

낮 시간이라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인지 여관은 아직 방이 꽤 남아있었다. 후덕하게 턱살이 나온 주인아줌마에게 말해 따로 방을 구한 우성과 안현수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우성이 살고 있는 8평 남짓한 방과 비슷한 크기였다. 다른 여가 활동보다는 수면을 위해서 필요한 딱 1~2인실 정도의 방. 좁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원래부터 좁은 원룸에서 살던 우성은 그리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포피스.”

우웅-.

방 안으로 들어간 우성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손에 착용된 검은 장갑이 맹수의 울음처럼 낮게 울리더니 이내 검의 형상으로 변했다.

천장에 붙어 있는 작은 조명의 빛을 받아 아포피스의 검신을 밝혔다. 검붉은 어두운 색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검신은 반짝였다. 조명에서 반사된 빛은 검을 타고 우성의 눈을 찌를 정도였다.

“좋긴 좋네.”

진검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우성이 봐도 보통 검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포피스는 단순히 보통 검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을만한 게 아니었다.

“상태.”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우성

직업 : 플레이어

국적 : 대한민국

진형 : 악마

성별 : 남자

칭호 : 생존자

클레스 : S

[능력치]

- [근력 : 20] [민첩 : 22] [체력 : 30] [맷집 : 24] [반사능력 : 21] [마력 : 17] [정신력 : 32] [PP : 1805]

: (- 100p)

* 플레이어 특성 : 불굴의 의지 Lv.2 <상세정보>

* 업적 : 죽어가는 숲의 생존자

* 포인트 : 5525p

* Lv. 포인트 : 10011

* Life : *****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상향된 스텟들을 보며 우성은 미소를 띠웠다. 그렇지 않아도 게임에 접속하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는데, 아포피스의 영향으로 모든 능력치가 올라간 까닭인 듯했다.

20포인트가 넘어간 근력과 민첩, 반사능력, 맷집. 게다가 체력과 정신력은 각각 30포인트 대에 달했다. 평균정도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마력 능력치 역시 17포인트로 이제 꽤 높아졌다.

‘그나저나 이 PP는 대체 뭐지?’

갑작스레 1800포인트에서 1805포인트로 늘어난 PP스텟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스텟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었건만, 마검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고작 5포인트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어쩌면 100포인트를 지불하고 스텟을 올리려 해도 고작 1포인트가 올라가는데서 그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문득 혜정과 혜미의 스텟이 떠올랐다. 각각 120, 15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PP는 다른 스텟들과 비교해도 우성과 너무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경우에 통용되지는 않지만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만큼 많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특히 강해질 수 있는 요소인 스텟 포인트인 만큼, 적은 것보다야 많은 게 좋을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확히 어떤 스텟인지 알 수가 없으니 궁금증만 커질 수밖엔 없었다.

‘분명 비밀이 있긴 있는데…….’

PP스텟에 관해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에 우성은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버렸다. 언젠가는 알아야 할 스텟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유니크 직업 ‘아포피스의 대리자’.

마검을 얻긴 했지만 마검의 종속과 직업의 계승은 엄연히 달랐다. 직업의 계승은 따로 시간을 내어 마검과의 대화와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오더가 그랬지.”

마검과의 계약. 꺼림직 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거리낄 게 없었다. 레어(Rare)등급 이상의 직업, 특히 유니크(Unique)등급 이상의 직업은 일반 직업을 훨씬 상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게임 시스템에서 명령어는 일반적으로 플레이어의 의지를 담아 이루어진다. 원하는 바를 떠올리며 명령어를 외치면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이 반응한다.

우성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아포피스를 눈앞으로 가져갔다.

“계약. 아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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