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5화 (25/409)

00025 이자식, 쓸만한데? <1권마침>  =========================================================================

< 이자식, 쓸만한데? (1) >

이건 또 상당히 뜻밖의 메시지였다.

설마하니 이 타이밍에서 이런 메시지가 뜰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탓이다.

‘<내성>이라면 분명.’

주헌의 기억이라면 지난 번 미션 보상이 그것이었을 것이다. 무라마사를 얻고 난 후, 보상품인 의료유물로 몸에 입은 상처를 회복 했더니 알게 된 <내성>의 존재.

[유물의 독기를 견디고 치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내성(면역력)>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그런 식이었나.

그리고 이번에 파산왕의 공격을 받으면서 그 내성이 기어이 활성화 된 것이다! 어떻게 내성을 활성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설마하니 이 타이밍에.

‘이건 굉장히 쓸모 있는 능력치다.’

반면 주변은 파산왕 때문인지 아주 아수라장이었다.

“내, 내 지갑 어디갔어!”

“저, 정신 차려!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911!”

“악! 누가 내 차를 긁어놨어!”

“꺄아악! 내 드레스가 찢어졌어!”

아마 이 상황에서 울상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건 주헌 밖에 없을 것이었다. 모두가 파산왕의 영향권에 들어 작고 큰 손해를 입고 있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재빨리 권 회장 쪽을 살폈다. 그 역시 파산왕의 영향을 받고 있을 까 궁금해진 까닭이었다. 평소의 권 회장이라면 당연히 바로 이 자리를 뜨거나 대처하려고 할 테지만.

‘아직 놈이 파산왕에 대해 알 턱은 없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회, 회사의 주가가……!”

주헌의 예상은 정확했다. 먼저 비명을 지른 것은 윤시우였다. 비서에게 뭔 말을 들은 윤시우가 급하게 핸드폰으로 뭔가를 확인해보더니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뭐, 뭐야! 이건 말도 안 되는 수치잖아!”

그는 믿기지 않는 듯, 무테안경을 치켜 올리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무서울 정도로 그가 소지한 주식이 폭락하고 있었다.

“젠장!”

“무슨 일인데 그러지?”

권 회장이 묻자 윤시우는 당황해서 핸드폰을 얼른 집어넣었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최근에 좀 주무르고 있던 회사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하하하.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엔 권 회장도 당황할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회장님. 큰일입니다.”

상황을 파악하던 비서가 권 회장과 윤시우에게 다급하게 뭔가를 말해온 것이다. 비서는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중국 쪽에 있는 공장에서 갑자기 큰 화재가 나서, 상반기에 출고 예정이었던 T라인 품목들이 전부……이래서는 시일 내에 출고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피해 단위가 생각보다 커서……”

“뭐라고?!”

그들은 갑자기 떨어진 날벼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권 회장 역시 드물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니, 당황의 단계를 넘어서서 그의 웃음기 넘치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갔다.

그리고 권 회장의 표정을 확인한 주헌은 눈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권 회장은 아직 파산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랬기에 권 회장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권 회장의 표정을 밀리미터 단위로 확인하던 윤시우의 표정 역시 창백해졌다. 결국 그는 권 회장이 폭발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하이씨, 야!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짱깨들 죄다 짤리고 싶어서 그랬대? 갑자기 불은 왜!”

윤시우는 권 회장의 어린 막내딸의 예비 사위였다. 숱한 사위 후보 중 하나일 뿐인 윤시우로서는 예비 장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윤시우의 외침에 당황한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아니, 그게 시설물 관리 부실인지, 재수없게 불이 붙었다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권회장의 눈치를 보면 윤시우는 씩씩 얼굴을 붉혔다. 사건이 터진 공장은 자신의 관할로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권회장을 즐겁게 하며 점수도 따야 하는 이 여행에서!

“젠장! 터져도 왜 하필 지금 터지는데!”

왜 지금 터지긴.

그러게 누가 파산왕이랑 한 장소에 있으래?

그렇게 주헌은 낄낄 웃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윤시우의 목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저 다혈질 윤시우가 발악 발악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꽤나 오랜만이다 싶었다.

‘그것 참 쌤통이다.’

확실히 그 재앙덩어리 파산왕이 이렇게나 도움이 되다니!

물론 파산왕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었다. 막말로 라이벌 회사를 없애버리거나, 눈엣가시 나라를 골로 보낼 수 있는 재앙 신이었으니까.

다만 그런 걸 의뢰하는 의뢰주조차도 파산왕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의뢰하면서도 토혈을 각오해야했다.

그래서 다들 파산왕만 보면 도망치기 바빴던 것이다.

하지만.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주헌 만큼은 파산왕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성 수치가 올라갔다.

덕분에 주헌은 속으로 입 꼬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옳지, 잘한다. 어서 더 올라라! 더 올라!

주변에서는 사소한 불행으로 곡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주헌은 내성의 효과 탓인지 공격을 받아도 피해가 점점 감소 되었다.

그러니 이거 완전 이득이 아닌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서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그랬기에 주헌은 내성을 보며 좀 더 욕심을 냈다.

‘내성을 더 올려야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맷집도 맞을수록 좋아진다고, 내성을 올리려면 무식하게 공격을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주헌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파산왕.

그저 도망쳐야 할 재앙신이라고 생각했건만, 주헌에게는 아무래도 이득을 줄 괴물몬스터인 모양이었다.

‘좋아. 이대로 파산왕이랑 한 장소에 있으면 난 이득이겠어.’

적어도 이 경매장에서 누구 한 명은 도망갈 필요가 없어질 것 같았다.

* * *

‘50명이라. 숫자가 꽤 줄었군.’

경매장 내부의 자리에 앉은 주헌은 큭큭 웃었다.

오페라 하우스의 내관을 보는 듯한 경매장의 객석은 무려 3분의 2 가량이 사라져 있었다.

바로 파산왕의 엄청난 공격에 병원에 실려 가거나, 회사로 달려가거나, 제각각 다른 불운을 이유로 경매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이로서 경쟁자는 3분의 1만 남았다.’

경매에 나올 유물들을 반드시 얻기 위해서라면 될 수 있으면 경쟁자들은 없애는 편이 좋았다.

물론 파산왕과 떨어지면 앓던 병도, 그리고 떨어지던 행운들도 되돌아오긴 하겠지만 그래봐야 경매장 문은 닫히고 난 후가 아닌가.

하지만.

‘권 회장 쪽은 아직 남아 있군.’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권 회장은 경매를 진행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회사에 일이 생겼어도, 이 경매를 계속 하려는 이유.

분명 유물 때문일 것이었다.

역시 저놈들은 이미 유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러니까 일찌감치 유물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잘못하면 유물을 두고 권 회장이랑 싸울 수도 있겠는데.'

상대의 재력을 알고 있기에 주헌은 좀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찌푸렸다. 카지노에서 크게 벌긴 했지만 그래도 세계 굴지의 대기업 회장을 상대로는 턱 없이 부족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탕!

“그럼 지금부터 제 74회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조명이 무대를 비추며 경매가 시작되었다.

곧 잘 교육 받은 직원들이 나무 박스에 든 물건을 가지고 나오고, 대형 전광판에는 첫 번째 경매품이 잡혔다.

“……자! 첫 번째 품목은 바로 이것입니다! 20세기 러시아의 마지막 왕족이 주문한 와인! 바다 속에 침수 되었다가 97년 도에 인양되면서 다시 발견 된 걸 기억하십니까! 그 품목이 지금 다시 세상에 나왔습니다! 1907년산 Heidsieck! 시작가는 50만 달러 (5억)부터 시작합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몇 명이 손을 들면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네, 50만 5천 달러! 50만 8천 달러! 60만 달러!”

그러나 주헌은 그딴 와인에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한 병에 몇 억이나 하는 와인 따위, 돈이 남아도는 거부들이야 호기심이 갈지도 모르지만 주헌에겐 관심도 없었다.

'아직 대고분화가 일어나지 않은 터라, 역시 쓸모없는 부자들 수집 템들이 많이 나오나.'

오늘 나올 경매 물품은 40개, 그 중 유물이 나올 순서는 훨씬 뒤였다.

주헌이 예상하건데 유물들중 몇 개는 상당히 인기가 있을 품목도 있었다. 인간들이 환장할 만한 물건으로 위장해 있는 것이다.

'권 회장도 권 회장이지만, 이 경매장에 있는 거부들도 이겨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이 경매장에 있는 거부들을 이기고 모든 유물을 순탄하게 낙찰 받기는 힘들 터.

그러니 그 때까지 경쟁자를 떨굴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바로 그 때였다.

“저기…….”

주헌의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순간 주헌은 가슴이 철렁거렸다.

자신의 옆 빈자리로 파산왕, 아니 아이린이 다가온 것이다.

주헌은 마치 맹수라도 다가온 듯, 본능적으로 잠시 몸을 떨었다. 같은 장소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바로 옆자리까지는 생각 하지 않았던 터라 주헌은 내심 당황했다.

‘이 여자가 왜?’

동시에 파산왕의 유물에 내구도가 깎이기 시작한 주헌의 유물들은 크아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내용물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보나 마나 '뭐하는 거냐. 망할 주인 놈아!' '빨리 자리를 뜨라고 주인 놈아!' 하고 울부짖는 것이리라. 물론 주헌도 평소 같으면 바로 도망쳤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어차피 지금은 내성이 오르는 만큼 유물의 내구도도 깎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하물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성의 숙련도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갔다.

그럼 굳이 자리를 피할 것이 있나?

걸리는 게 있다면 유물이 괴로워하는 것 뿐.

하지만.

‘유물의 고통 따위 알게 뭐야. 내가 죽지 않으면 그만이지.’

정작 유물의 주인이란 놈이 이랬다.

그 말을 듣고 유물들은 ‘이 주인 놈이?!’ 하고 기겁을 할 테지만, 주헌은 진심이었다.

‘잘됐어. 옆에서 내성이나 좀 올려놔야 겠군.’

물론 이건 도박이다. 파산왕의 바로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 옆에 있으면 내성수치를 올릴 수 있다.

‘확실히 도박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정도 배짱도 없으면 무덤 같은 곳은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주헌은 염탐스킬로 유물의 내구도가 떨어지는 속도를 확인하면서 아이린을 보았다.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당신이 라스베가스에서 잭팟을 수십 번이나 터트린 행운의 남성 분이 맞으시죠?”

“그런데요.”

그러자 아이린은 드디어 찾았다는 듯, 굉장히 기쁘게 웃었다.

그런데 이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상대의 기분에 따라 상대가 가진 유물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상대의 유물의 힘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에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기뻐하니까 재앙의 강도가 더 강해졌다고?’

이 무슨!

이와 함께 경매장에 큰 후폭풍이 닥쳤다.

[반경 1km에 강력한 유물의 기운이 폭발합니다.]

[심각한 불운이 작렬합니다.]

[소지한 유물이 심각한 손상을 입습니다.]

[주의. 가지고 있는 모든 유물이 한순간에 모두 파괴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쿵! 경매장이 크게 뒤흔들렸다. 얼핏 느끼기엔 앉아 있던 의자가 들썩일 정도의 강한 지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기겁해서 비명을 질렀다. 금도끼 은도끼, 그리고 동아줄은 하나같이 쫑알쫑알 거리면서 괴로워했다.

주헌 역시 욱신, 배가 아파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주헌은 고통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칫, 역시 이 여자 옆에 있는 건 도박이었나!’

자신이 미래의 파산왕을 너무 만만히 본 것일까.

안되겠다. 이대로는 위험하니 자리를 뜨는 수 밖에.

하지만 주헌이 자리를 뜨려는 그 순간, 놀라운 메시지의 폭발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비정상적인 속도로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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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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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를 만족 시켜 내성 스킬이 E랭크로 올랐습니다!]

[내성 (활성화)]

레벨 E랭크

- 유물이 뿜는 독기에 대한 내성이 일정 증가한다.

- 유물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일정 증가한다.

- 무덤에서 받는 독기에 대한 내성이 일정 증가한다.

- E랭크 효과: 질병에 대한 내성이 상당 증가한다.

[내성 스킬이 E랭크가 되어, 질병에 대한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E랭크가 되어 올라가는 내성의 수치가 한단계 더 증가 합니다.]

주헌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도박의 대가는 아주 꿀이었다.

============================ 작품 후기 ============================

(16.6.6일 수정)

헉, 히밤! ;ㅅ; ?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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