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6화 (26/409)

00026 이자식, 쓸만한데? <1권마침>  =========================================================================

< 이자식, 쓸만한데? (2) >

내성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그 덕분인지 주헌의 배앓이도 바로 가라앉았다.

‘이걸로 내구도도 좀 더 천천히 줄고 있군.’

여전히 내구도가 줄고 있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확실히 줄어드는 숫자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랬기에 주헌은 내심 뭔가를 결심한 듯 아이린을 보았다.

‘좋아, 이대로 더 붙어서 내성이나 더 올려보자.’

하지만 주헌도 이해가 안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파산왕의 유물은 정체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재앙과의 유물. 때문에 보통은 부정적인 감정에 자극을 받아 더욱 악한 재앙을 뿌리는 게 일반적일 터였다.

‘그런데 기뻐하니까 재앙의 강도가 강해진다고?’

물론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다.

애당초 주헌의 기억속 그녀는 웃으면서 사람들을 파산시키고, 나라를 말아먹던 여자가 아닌가.

그래서 이 여자가 기뻐할수록 남들을 불행하게 하는 파산왕의 힘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그리 생각했기에 그녀를 보는 주헌의 눈빛은 곱지 못했다.

‘역시 이 여자, 갱생의 여지도 없는 사이코패스였나.’

이 때였다.

곧 격앙된 아이린의 감정이 변한 건지,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의 기분이 바뀌어, 상대 유물의 공격력이 원상태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침착해진 걸까. 어쨌든 기쁨의 감정이 가라앉자 무시무시했던 공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저, 그 분이 맞으시다면 부탁이 하나 있어요.”

“뭐죠?”

“제게 그 행운을 팔아주세요.”

동시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남의 불행을 즐기는 파산왕 아니라고 할까봐, 행운의 사나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주헌의 추측을 깨기라도 하듯, 아이린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불행해져요.”

“네?”

“그래서 당신처럼 강한 행운을 사고 싶어요. 그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이린의 얼굴은 꽤나 절박해보였다. 하지만 주헌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자신의 기억 상으로 그녀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재앙신이었다. 그 증거로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도 기꺼이 그 일을 했고, 몇 개나 되는 나라의 경제를 혼자서 말아먹게 한 장본인이니까.

그 탓일까. 주헌은 이 상황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여자가 지금 가증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물론 주헌은 계속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주헌의 팔을 붙잡은 아이린의 손이 필사적이지 않았다면.

“제발 제게 행운을 파세요! 당신한테 중요한 것일진 몰라도 부탁드려요. 제발…!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설마 이 여자, 유물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권 회장이야 어떻게 이미 유물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아직 세계인 대부분이 유물에 대해 모르는 시점이 아닌가.

아이린 역시 유물은 사용하되, 자신도 모르게 유물을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신급 유물이라면 주인조차도 손쉽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놈들이니까.

그랬기에 주헌은 사악하게 입 꼬리를 올렸다.

‘독식자가 유물에 대해서 모른 다라…….’

이거 잘하면 써먹을 수 있겠는데?

그럼 일단은…….

이 때 경매장에 경매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잠시 지진이 있던 모양입니다만,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1907년산 Heidsieck! 현재 70만 7천 달러 (8억 3천만 원) 까지 나왔습니다. 더 이상 없으십니까?”

곧 장내가 조용해졌다.

“정말 더 없으십니까?”

동시에 경매사가 웃으며 경매 봉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주헌은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과 아이린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더니 주헌은 무슨 꿍꿍이인지, 아이린에게 재빨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행운이라. 뭐, 못 팔 것도 없긴 한데.”

동시에 아이린이 정말로 기쁜 듯 활짝 웃었다.

“정말 파실 건가요?”

그리고 뜨는 메시지.

[상대의 기분에 따라 상대가 가진 유물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상대의 유물의 힘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내성 수치가 비정상적인 수치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아이린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주헌의 사악한 미소가 교차했다.

그리고 그 순간, 주헌의 생각대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첫 번째 품목, 1907년산 Heidsieck……70만 7천 달러 (8억 3천만 원)에……!”

“1000만 달러! (100억 원!)”

먼저 누군가가 강력하게 외쳤다.

물론 낙찰 되기 전에 새 응찰이 들어오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순간 경매사는 당황했다.

‘만 단위에서 갑자기 천만 단위로?’

그래서 침묵하던 경매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정말 1000만 달러 (100억 원) 맞으십니까?”

곧 경매사는 응찰자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1907년산 Heidsieck …… 천만 달러에 낙……”

하지만 그 순간, 봇물 터지듯이 경매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1200만 달러!”

“1300만 달러!”

“1500만 달러!”

“2000만 달러!”

“네, 네?”

경매사는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소리치는 목소리에 당황했다. 하지만 경매사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아이린에게 또 이렇게 부추기는 것이었다.

“확실히 제가 가진 물건을 드리면, 당신 주변에도 불행한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겠죠.”

“그러면…!”

“그래요. 당신 사정도 딱하니, 못 팔 것도 없죠.”

이에 아이린은 활짝 웃었고, 그녀의 유물은 주헌의 계략대로 더욱 강력하게 힘을 발휘했다.

동시에 사람들은 고작 와인 하나에 미쳐갔다.

“아이씨, 3000만 달러!”

“저, 저기!”

“아악! 몰라! 주식 처리해! 회사 돈 꺼내와! 3500만 달러어!”

“3600만!”

이쯤 과열 되니 경매사는 당황해서 외쳤다.

“고, 고객님! 지, 진정들 하시고!”

곧 경매사가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지만 거부들은 빚까지 내서 아낌없이 돈을 퍼부을 기세였다.

그리고.

“5천만 달러어어!”

기어이 권 회장 옆에 있던 윤시우까지 벌떡 일어서서 외치고 말았다. 그 역시 눈이 맛탱이가 간 것을 보니 틀림없이 파산왕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리라.

“5천마아안!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TKBM을 매각해서라도 반드시 저 고귀하신 와인을 낙찰해오겠습니다!”

덕분에 권 회장은 이 예비사위를 미친 놈 보듯이 봐야만 했다.

아니, 이게 뭔데 내 회사를 맘대로 팔아?

덕분에 그를 보던 주헌은 웃음을 참느라 배가 아파 죽을 뻔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더라면 필시 박장대소를 터트렸을 것이다.

그렇게 주헌의 예상대로 경매장은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역시 파산왕. 다들 물건에 미치기 시작했군.’

사실 모두 정신 지배를 당한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흥분한 것 뿐이었다.

뇌를 흥분시키고 세포를 둔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 술에 제대로 취한 느낌인 것이다. 파산왕보다 지배력이 약한 자들은 유물의 힘이 쉽게 영향을 받아 저런 상태가 되었다.

“아악! 네 돈 내놔! 난 저걸 살거야!”

“네 돈이나 내놔 새끼야!”

“긁어! 몰라! 다 긁어버려!”

결국 와인은 역대 최고가에 낙찰되었고, 이 상황을 조작한 주헌만 유일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는 일부러 파산왕을 자극해 경매장을 불타오르게 만든 것이었다.

왜?

뒤에 나올 유물을 확실하게 낙찰하기 위해 쓸데없는 경쟁자들을 죄다 처리해야 했으니까!

방법이야 간단하다. 파산왕의 기분이 좋아지면, 파산왕의 유물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 주헌이야 상황에 맞춰 이 순진한 여자의  기분만 들었다 놓았다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정도 일이야 주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아닌가.

‘어차피 유물이 나올 순서는 한참 멀었다.’

그러니 앞에서 죄다 보내주지.

하지만 정작 그의 꿍꿍이를 알 턱이 없는 아이린은 의아해하며 주헌을 애타게 흔들뿐이었다.

“저, 저기요? 아직 이야기 중……”

“아, 행운을 판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주헌은 아이린이 기뻐할 만큼 상냥하게 웃었다. 그는 앞으로 수십 명이나 되는 눈엣가시들을 더 제거해야만 했다.

* * *

“1907년산 Heidsieck, 낙찰!!”

“네! 프라다 2003년 한정판 UOZ 사파이어 블루 핸드백, 낙찰 되었습니다!”

“이집트 고대 벽화 한 작품, 낙찰 되었습니다!”

“비틀즈의 희귀판 티셔츠, 낙찰 되었습니다!”

“CEO 빌 게이츠의 아이디어 인형, 낙찰 되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수제사탕, 낙찰되었습니다!”

낙찰, 또 낙찰!

그렇게 수십 명의 거부들이 뒤에 나올 물건은 생각도 않고 높은 가격으로 마구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덕분에 뒤에 나올 유물에는 그다지 손을 못 댈 정도로 말이다.

‘역시 파산왕의 위력은 끝내주는데.’

주헌은 낄낄 웃었다. 이로서 꽤 강력하던 경쟁자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낙찰 하려다가 실패한 들러리들.

그리고 권 회장이다.

‘쯧, 저 영감 운이 좋군.’

그래봐야 주헌에게는 상관없었다. 이미 경매장에서의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경매 후반부에 다다르고, 드디어 주헌이 기다리던 유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주헌은 원하던 물품을 다 낙찰 받았고, 쓸모 없는 놈은 가격만 올려 놓고 권회장에게 일부러 넘겨버린 것이다.

이를테면 백정의 검 같은 것이 그랬다.

‘바보. C등급에 저주만 부르는 쓰레기를 2억 달러에 사가다니.’

주헌은 킥킥 웃었다.

그리고 주헌이 얻은 유물은 총 3개.

함무라비 법전, 셰익스피어의 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다.

권회장이야 바보같이 잡동사니로 취급한 모양이지만 전부 A급(보물급)이었고, 굉장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700억원중 남은 놈은 500억원 정도.

‘이걸로 대충 필요한 유물은 모두 낙찰했다.’

아이린 덕분에 경쟁자들이 다 떨어져 나가, 돈도 예상보다 많이 남았고 말이다.

그렇게 노렸던 물건도 다 낙찰 받았겠다, 주헌은 나갈 준비를 하며 몸을 풀었다.

다만 옆에 있는 아이린이 표정이 그다지 좋지는 못했다.

“저……”

그건 당연했다. 주헌이 몇 번이나 행운을 팔 것처럼 굴다가 무시하고, 사람을 들었다가 놓으니 반응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주헌이 아이린을 이용한 것은 맞았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이제 마지막 볼 일만 남아 있었다.

‘이제 파산왕의 유물만 빼앗으면 그만이긴 한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조용한 곳으로 가죠.”

“아, 네!”

아이린도 곧 허둥지둥 백을 챙겨 들었다. 주헌은 그런 아이린을 보며 킥 웃었다.

‘이제 대충 파산왕을 다루는 방법은 알 것 같군.’

하지만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예언속 신급 유물은 결국 경매장 물품 중에 없었어.’

미래기에서 나왔던 그 신급 유물 말이다.

분명 경매장에 나타나서 권회장의 손에 들어갈 것처럼 쓰여 있더니.

‘신급 유물은 고분화가 벌어져야 나오는 건가?’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자! 그럼 오늘의 깜짝 이벤트 경매 상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주헌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깜짝 이벤트 경매 상품?

‘그래봐야 별 대수롭지도 않은……’

그러나 무대에 나온 물건을 본 주헌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틀림없었다.

저건 유물이었다.

그것도 일반급 유물이 아니다.

‘SS급 (신급)!’

곧 경매사가 유물의 설명을 시작했다.

“자, 오늘의 마지막 물건. 이 물건은……!”

하지만 설명이 끝나기도 채 전에, 주헌과 권회장의 손이 올라간 건 동시였다.

============================ 작품 후기 ============================

(16.6.6일 수정)

크앙 저건 꼭 손에 넣어야해에에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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