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4 전설의 블랙리스트 =========================================================================
< 전설의 블랙리스트 (3) >
“미친.”
도박장을 빠져나가려는 주헌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왜 하필 나타나도 저 여자냐.’
주헌은 저 여자를 정말 잘 알았다. 아니 잘 알다 못해 이를 갈았다.
당시 독식자들은 모두가 대통령보다 유명했고 악명이 높았지만, 아이린만큼 유명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도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헌도 아이린을 싫어했다.
아니 애당초 좋아할 수가 없지가 않은가!
결국 그녀의 주변에 있으면 무조건 불행해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
‘하여간 저 여자 때문에 적자가 났을 땐 미칠 뻔했지.’
주헌이 빡치는 일만 해도 열 손가락을 넘어갔다.
단편적으로 기껏 올려놓은 유물 값은 아이린의 손을 거쳐 똥값이 되었고, 같은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가지고 있던 주식이 폭락했다.
그 뿐인가?
실제로 그녀 덕분에 재정난을 겪으며 지도에서 사라진 국가도 있었다.
이처럼 그녀는 기본적으로 불행을 불러오고, 그 불행을 악화 시킨다.
덕분에 취미는 개인파산, 기업부도.
특기는 세계경제공황.
그래서 <파산왕>이다.
무슨 유물을 가졌는지는 주헌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추측하기에 불행과 관련된 신의 유물일 터.
그랬기에 주헌이 드물게 굳은 얼굴로 경매장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어?”
하필이면 룰렛을 하던 파산왕, 아니 아이린의 눈에 주헌이 들어온 것이었다.
“저기요!”
“!”
주헌은 반사적으로 흠칫 했다.
난 또 왜 불러!
주헌은 들은 척도 안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건 몸이 기억하는 자동반사 기능이었다.
하지만.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주헌을 부르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미인이 뭐라고 외치든 말든,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건만, 주헌이 나가려던 문 쪽에서 괴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에서 강력한 흉조가 느껴집니다!]
[소지 중이던 유물이 끔찍한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주의. 사용횟수 (내구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그걸 본 주헌은 황급히 문 쪽에서 떨어졌다. 주헌은 자신의 유물을 확인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동시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하여간 망할 파산왕.
파산왕의 흉조에 유물까지 박살날 뻔한 것이다. 유물 역시 재물로 인정되기 때문에, 파산왕의 영향권에 쉽게 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헌은 다른 출구가 없나 빠르게 눈을 굴렸다. 그는 화장실의 창문으로도 도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빌리가 쫓아와도 이보다 더 다급하게 도망갈 마음을 품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주헌이 출구를 찾을 때, 그녀가 무서운 속도로 주헌에게 다가와 그를 붙잡았다.
턱!
잡힌 곳은 팔.
주헌은 잡히자마자 힉,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그녀와 붙잡히자 끔찍한 재앙은 배로 커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흉조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흉조에 유물들이 치명상을 입어 유물의 상태가 악화됩니다.]
[주의. 사용횟수(내구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행운이 그늘에 가려져 무엇을 뽑아도 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는 일 마다 실적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젠장!
주헌은 재빨리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 그러자 바로 뗀 덕분인지, 다행히 유물의 내구도나, 행운도가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혹시 어제 라스베가스에서 잭팟을 터트리신 소문의 그 분이 맞으신가요?”
아이린의 시야에 완전히 주헌이 포착되었다.
나이는 주헌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연상.
상당히 고급스러운 어휘의 영어는 그녀의 교육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그리고 목소리도 새가 방울새가 울 듯 상당히 예쁘다.
이건 사람인가, 마네킹인가.
멀리서 보았을 때에도 넋을 잃을 정도였지만, 한 걸음걸이로 가까워지자 그녀의 외모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강아지 상이라고 해야 할까.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상당히 보드라워 보였고, 조명을 받아 더욱 음영이 깊어지는 콧대와 얼굴선은 그야말로 온기를 가진 조각 이었다.
그 증거로 주헌의 옆에 있던 오승우 일행은 이미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이성을 놓은 상태였다.
“저, 저 미인은 도대체……!”
“마,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지만 아이린이 관심을 가지는 건 주헌의 옆에 있던 오승우 일행이 아닌, 주헌이었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무슨 이유로 자신을 만나고자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놈은 파산왕이다.
‘너한테는 볼 이유가 있겠지만, 나한테는 없어!’
그랬기에 주헌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헌을 붙잡는 눈치 없는 족속이 있었다.
“이, 이, 부러운…아니 이 바보야! 왜 굴러들어온 보물을 걷어차!”
“나, 나 저 여자 안다고! 그 홀튼가문의 셀레브리티잖아! 미국의 귀족! 상속녀!”
“너한테 말 건거 보면 너한테 흥미가 있는 거 아냐?”
“그래! 저런 미인 거부하고 언제 연줄이 생겨보냐! 이정도면 데이트 신청이지!”
이 철없는 수컷들은 코평수를 넓히며 주헌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들은 뭔가 깨달은 듯 경악했다.
“너 설마 부끄러운 거냐?”
“뭐라고?”
“그,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이 얼굴로 모솔이라고 했지!”
동시에 그들은 충격적인 얼굴로 주헌을 훑었다.
“알았다! 기다려라! 기꺼이 형들이 가서 자리를 주선하고 오마!”
‘아니 잠깐! 이제 모태솔로는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그 여자한테 접근 하지 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오승우 일행은 아이린에게 겁도 없이 접근했다.
보나마나 각자의 흑심이 앞서고 있는 것 같지만, 주헌에겐 쓸데없는 친절이었다.
‘저 멍청이들, 겁도 없이 저 여자한테 가면…….’
아니나 다를까.
오승우 일행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끄아악! 갑자기 배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커, 커억!”
“주, 준태야!”
파산왕에게 접근한 놈들 중 한 명은 갑자기 토혈을 하며 발작을 일으키는 둥,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꺄아악! 911!”
“갑자기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911에 전화하기 바빴다.
“준태야, 갑자기 왜 이러냐, 준태야!”
주헌은 삐질 땀을 흘렸다.
말해두지만 파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막대한 병원치료비로 인한 파산. 때문에 엄연히 파산왕의 재앙에는 기상천외한 희귀병도 끼어 있다.
‘저 바보들!’
그리고 주헌에게도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흉악한 유물의 능력에 피부가 곪을 위험도가 올라갑니다.]
[주의. 미확인된 균이 침입하려고 합니다.]
‘!’
하지만 이 재앙의 여신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려고 했다.
“괜찮으세요?”
괜찮을 리가 있냐!
그랬기에 주헌은 쓰러진 오승우 일행에게 가서 낮게 읊조렸다.
“됐으니까 얘 들고 따라와.”
“뭐? 하지만 911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게!”
“죽기 싫으면 닥치고 내 말 들어.”
“씨이!”
그들은 필사적으로 계단을 따라 밖으로 탈출했다.
파산왕의 기다리라는 외침은 한 귀로 흘려버렸다.
* * *
“흐어어, 준태야. 준태야. 죽지마라.”
밖으로 나온 오승우 일행은 토혈을 하며 쓰러진 동생을 붙잡고 엉엉 울어댔다.
“아이고, 911은 언제 오는 거냐.”
“야, 주헌아. 네가 밖으로 나오라고 했잖아. 911은……!”
그러자 주헌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911필요 없어. 정 걱정되면 소화제라도 먹여라.”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뭐? 소화제?”
아니, 소화제를 먹고 나을 병이면 이 녀석이 토를 토하면서 발작을 일으키진 않았겠지!
“그런데 고작 소화제 먹으면 나을 병이라니!”
“뭐, 정 그럼 응급실이라도 가보던가. 그럼 난 먼저 간다.”
그리 말하고 주헌은 쿨하게 경매장 쪽으로 걸어갔다. 오승우 일행은 그런 주헌에게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것아!’ 하고 엉엉 울었지만, 곧 피를 토하며 쓰러진 동생을 보고 헉 입을 벌렸다.
“준태야!”
동생이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살피는 것이다.
“어? 이제 안 아파요.”
과연 이것이 방금 전까지 이 세상을 뜰 것 같은 그 놈이 맞단 말인가.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너 피까지 토했으면서!”
그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그를 보는 주헌은 허, 하고 웃었다.
파산왕에게서 빨리 떨어졌으니까, 희귀병으로 안착되기 전에 배탈로 성질이 변해 저 정도로 끝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염탐스킬 메시지로 뻔히 보였고 말이다. 주헌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악한 유물의 기운이 사라져, 몸에 침투하려던 정체불명의 균들이 사라졌습니다.]
주헌은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파산왕은 여전히 엄청나군.’
하마터면 25살의 젊은 저놈도 그렇고, 자신 역시 골로 갈 뻔했다.
‘역시 해괴한 독식자들은 피하는 게 답이다.’
S급(영웅전설) 유물 지배자까지는 비교적 인간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SS급 (신급)은 반신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출구를 뚫고 나온 것이 정답이었다. 파산왕을 만나서 이정도로 끝난 건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왜 그 여자가 날 찾는 건지는 감도 안 잡히는 군.’
좀 궁금하긴 했지만, 주헌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 여자하고는 상종하지 않는 게 답이었으니까.
이 때였다.
현재 시각은 6시 30분.
일찌감치 도착한 경매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주헌은 낯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봐, 길 막고 있지 마.”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억력이 좋은 주헌은 바로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아니나 다를까.
‘윤시우.’
말쑥한 외모에 안경을 쓰고 있는 청년은 틀림없는 같은 도굴단 소속이자, 자칭 권 회장의 오른팔이라고 하는 윤시우가 맞았다.
‘기억보다 젊긴 하지만 확실하군.’
주헌이 들어오기 전까지 권 회장의 오른팔을 자청했지만, 자신이 도굴단에 들어가고 단장을 맡은 이후엔 늘 자신과 비교 당해 분해하던 놈.
그래서 능력 있는 주헌을 어지간히도 싫어하고 덤벼들었지만, 한 번도 그에게 이긴 적은 없다.
그리고 현재.
윤시우는 자신을 빤히 보는 주헌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비키라니까 뭘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난리야?”
주헌은 이놈도 참 여전하다며 헛웃음을 흘렸다.
윤시우가 그렇게 주헌을 우습게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주헌이 들고 있는 입찰자 번호표가 VIP 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매 참가자들에도 당연히 등급이 나뉘어 있고, 좌석 역시 등급에 따라 배치되었다.
주헌이 들고 있는 번호표의 색은 동색. 쉽게 말하면 노멀등급. 윤시우가 가지고 있는 번호표 색은 골드. 프리미엄급이다.
‘번호표가 동색이면 뻔하지.’
적어도 대기업인 TKBM이 신경 쓸 놈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였다.
“무슨 일이지?”
윤시우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주헌이 미간을 찌푸렸다.
‘권 회장.’
젊게 보면 50대 중후반, 얼핏 보기엔 60대로 보였다. 현역이라면 아직 현역일 나이다. 또 아직은 유물과 무덤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히 알 단계도 아닐 때의 권 회장.
윤시우는 그를 보면서 아하하 웃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회장님.”
순간 주헌과 권 회장의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길진 않았다.
그리고 주헌은 사납게 입 꼬리를 올렸다.
놈을 보자 최후의 무덤에서 하체가 분리되던 감각이 다시 돌아와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기서 네게 돌아갈 예정의 유물들은 죄다 빼앗아주지.
빼앗지 못하면 부숴버린다.
이번에 승자가 되는 건 자신이다.
'뭐, 아직은 정면으로 맞붙기엔 너무 거대한 상대지만.'
하지만 이 때였다.
‘어?’
경매장에서 불길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주헌은 바로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주헌의 시야에 잡힌 것은 아까 전에 보았던 파산왕, 아이린 홀튼이었기 때문이다. 주헌은 이를 갈았다.
‘저 여자, 경매에 참가하려고 했었던가.’
젠장, 저 여자랑 같은 장소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텐데.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 건지, 그녀가 들이닥치자 경매장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뭐라고? 번호표와 바꿀 돈을 잃어버렸다고?! 무슨 소리야 이게!”
“꺅! 갑자기 뭐야! 주식이 왜 갑자기 떨어지고 있는 거야!”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양하게 비명을 외쳤다.
결국 이를 보던 주헌은 골이 아픈지 관자놀이를 눌렀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여자군.’
이대로면 여기에 있는 거부들 전원 파산에 이를 테고, 자신까지 영향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할 터.
'칫, 나까지 피해를 볼 순 없지. 경매는 취소다.'
하지만 주헌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또 다시 치명적인 신급 유물의 기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내성> 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유물의 공격을 받아 내성 수치가 오릅니다.]
[<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내성>의 효과로 상대 유물의 위력이 반감됩니다.]
[파산의 유혹, 기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어?
예상치 못한 치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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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약을 했었는데 불발 했던 모양입니다 ㅠㅠㅠㅠ죄송합니다.
선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