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782화 (766/1,205)
  • <-- 강화 기간 -->

    "으아아! 드디어 쉴 수 있어!"

    오늘도 늦게까지 사냥을 하고 온 나는, 여관에 돌아오자마자 옆에 있는 바넷사의 몸을 끌어안으며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 바넷사로 말하자면.

    "큿…그렇군요."

    의외로 내 포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내 품에 안겨 왔다.

    뭐, 바넷사가 내게 안겼다기보다는, 내가 바넷사에게 매달려있는 모양새이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 바넷사가 내 포옹을 피하지 않았다는 거다.

    끌어안는 순간 짧은 침음성과 함께 몸을 딱딱하게 굳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긴, 내 여자로 여기 있는 거고, 이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

    "…뭡니까."

    "아니. 아무것도."

    이런. 나도 모르게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버린 건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바넷사에게 얼버무리고, 나는 제대로 일어서서 이번엔 바넷사의 허리에 팔을 감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럼, 같이 씻으러 갈까? 자, 어서 옷은 훌훌 벗어 던지고. 다 젖어서 불편하지?"

    참고로 바넷사는 지금 집사복을 입고 있었다. 하의까지 완벽하게.

    마을로 돌아오면서 바넷사는 다시 뿔과 꼬리를 감췄고, 굳이 치마를 입을 필요가 없어진 바넷사는 곧바로 다시 바지로 갈아입었다.

    게다가 그 갈아입는 방법이라는 것이,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그 아래에 그냥 바지를 입어버리고, 바지를 완전히 입은 후 치마를 벗어버린다는, 색기도 뭣도 없는 방법이었다.

    아니. 그야 갈아입는 사람이 바넷사다 보니까 그저 바지를 입는 동작만으로도 그 아름다운 다리가 강조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서 은근히 섹시해보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방법 자체는 색기라곤 전혀 없는 방법이잖아?

    치마로 갈아입었을 때도 내 뒤에서 그런 방법으로 갈아입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뭔가 무지막지하게 억울해졌던 나였다.

    뭐, 이제 와서 지난 얘기를 해봤자 소용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아니요."

    그리고 그런 내 권유를, 바넷사는 단칼에 거절했다.

    "어, 어째서요…?"

    이 상황에선 너도 더 이상 변명거리도 없을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이 쥐어짠 그 질문에, 바넷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같이 들어가면 구원님이 할 일이라고는 뻔하니까요."

    "아니. 어차피 같이 안 들어가도 나오면 똑같은 짓을 할 건데요?"

    양심상 차마 부정은 못 하고, 나는 바넷사의 말을 그렇게 되받아쳤다.

    서, 설마…여기까지 와서 섹스는 없다든가,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오늘 내내 네 다리만 보면서 얼마나 참았는데!

    아니. 물론 다리 보는 것보다 사냥에 더 집중하기는 했습니다만.

    다리는 그냥 이동할 때나 틈틈이 봤을 뿐이야. 정말이라고?

    "그러니까 더 그런 겁니다. 피곤하실 테니 씻을 때 정도는 푹 쉬시며 피로를 푸는 것이…."

    "나한테 제일 완벽한 휴식은 바넷사랑 같이 있는 건데."

    "읏…."

    바넷사의 말을 끊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던 바넷사의 말이 드디어 끊겼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된다.

    표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말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바넷사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씻는 동안에 딱히 피곤해질 짓 안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결국 바넷사는 잠깐의 침묵 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스!"

    "그럼 가시죠."

    내가 옆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걸 완벽히 무시하면서, 바넷사는 냉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얼굴 표정과 달리, 바넷사의 움직임은 어딘지 모르게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시지 않을 겁니까?"

    "설마."

    하여간 강한 척하기는.

    완전히 알몸이 되어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척 덤덤한 태도를 애써 유지하며, 내게 가지런히 갠 옷가지를 건네는 바넷사.

    그런 바넷사의 모습에 새삼 사랑스러움을 느끼면서, 나는 옷가지를 건네받아 인벤토리에 넣고 나 자신도 옷을 벗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바넷사와 같이 씻게 됐지만, 미리 말한 대로 욕실에서는 피곤해질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바넷사의 멋진 몸매를 눈으로 감상하면서, 평범하게 몸을 씻었을 뿐이었다.

    바넷사 녀석, 진짜 몸 씻기는 것도 잘 하더라고.

    과연 집사. 아니. 이게 집사가 하는 일의 영역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제 사라가 그랬던 것처럼 몸으로 씻어준다든가 하는 건 없었지만, 평범하게 너무 잘 해줘서 진짜로 릴렉스 해버리고 말았다.

    보답으로 바넷사의 몸은 내가 씻어주겠다고 한 제안도 평범하게 거절당했고.

    솔직히 바넷사를 씻어주게 되면 씻는 동안 피곤해질 일은 안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바넷사가 한 번 거절하자 나도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차피 다 씻고 나면 저 멋진 몸을 내 마음대로 듬뿍 즐길 수 있고.

    그리고 그 시작은, 의외로 바넷사가 더 먼저 알렸다.

    "구원님. 갈아입을 옷을."

    개운하게 몸을 씻고 물기까지 완전히 닦아낸 후, 바넷사는 날 향해 손을 뻗으며 그런 요구를 해왔다.

    "응? 아니. 딱히 필요 없잖아."

    어차피 지금 입어봤자 곧바로 다시 벗을 테니까.

    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도, 바넷사는 날 향해 뻗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쳇. 이럴 거면 애초에 나한테 옷을 맡기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니. 생각해보니 옷은 대체 나한테 왜 맡겼던 거지?

    아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서 인벤토리에 넣기는 했지만.

    던전 안도 아니고, 딱히 그럴 필요 없었잖아?

    "…그러냐."

    나는 하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아까 건네받은 바넷사의 집사복과 속옷을 꺼내서 그 손 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게 아닙니다."

    "응? 무슨 말이야? 옷 달라는 거 아니었어?"

    "맞습니다만, 이 옷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가지고 있는 네 옷이라고는 이거…."

    하고 하나 더 있기는 했지. 그러고 보니. 그럼 설마?

    내가 기대감을 듬뿍 담아서 바넷사를 쳐다보자, 바넷사는 살짝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자기 남자의, 고작 그 정도 바람도 들어주지 못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크흑! 바넷사! 난 널 믿었다!

    아까는 그냥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볼까 봐 부끄러웠던 것뿐이구나!

    어쩐지 아까 집사복을 나한테 맡기더라니! 그게 이러기 위한 복선이었다니!

    나는 바넷사의 마음이 변할세라,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초미니 메이드복을 꺼내서 그 손 위에 올려놨다.

    그러고 나서야 바넷사는 겨우 날 향해 뻗었던 손을 거뒀다.

    "…그럼, 먼저 나가서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혼자 먼저 욕실을 나와서, 언제 나올까 기다리며 욕실 문만을 쳐다보기를 수 분.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초미니 메이드복 차림의 바넷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 역시 잘 어울려.

    너무 면적이 작아서 잘 티는 안 나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귀여운 디자인의 메이드 복.

    그런데 그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미녀라니.

    게다가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매도 웬만한 남자한테도 뒤지지 않는 큰 키와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자랑하는, 귀여움이라는 단어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미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바넷사는 그 메이드 복을 전혀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역시 본업인 사람이 입으면 뭔가 다른 맛이 있네."

    아니. 딱히 바넷사의 이 차림을 오늘 처음 본 건 아니지만 말이야.

    저도 모르게 헤실헤실 웃으며 그렇게 말한 나였지만, 돌아온 바넷사의 대답은 차가웠다.

    "누구와 비교하신 겁니까?"

    "……."

    생각해보니 저걸 입었던 또 다른 사람. 사라 역시도 생긴 것만 따지고 보면 저런 옷이 어울릴 타입은 아니었잖아?

    사라도 외모만 보면 도도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늘씬늘씬한 모델 체형이니까.

    그런데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지.

    역시 예쁘면 뭐든 다 어울린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아,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너무 갑작스럽게 기습을 당해서 나도 모르게 현실 도피를 해버렸잖아.

    "아니. 저기. 바넷사씨. 그게 말이죠."

    "농담입니다."

    그러니까 넌 농담이 농담처럼 안 들린다고!

    …정말로 농담 맞지? 화난 거 아니지? 믿어도 되지?

    이번엔 내가 제대로 말실수를 했으니까 진짜로 불안해지잖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다가와서는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내 상반신을 뒤로 밀었다.

    그것도 꽤나 거칠게.

    …너 진짜로 화난 거 아니지?

    "구원님은 움직이지 마시고 가만히 계셔주십시오."

    더더욱 불안해진 나였지만, 그런 내 감정과 상관없이 바넷사는 행위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바넷사는 내 다리까지 들어서 날 침대 위에 똑바로 눕히고,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응? 무슨 소리야?"

    "오늘은 하루종일 피곤하셨을 테니, 구원님은 움직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부 제가 하겠습니다."

    과연. 그런 뜻이었나. 차림새랑 잘 어울리기도 하네.

    바넷사가 굳이 메이드 복을 입은 이유는, 그저 아까 내게 못 보여줬던 게 미안해서 그런 것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일방적으로 오늘 밤 내내 봉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넷사는, 미묘하게 발기가 덜 된 내 물건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아니. 같이 씻고 바넷사가 저 차림으로 욕실을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말이야, 방금 전 바넷사의 기습으로 당황하는 사이에 살짝 시들었다고나 할까.

    "구원님도 이렇게 되기는 하는군요."

    "너 진짜 너무하지 않냐?! 그럼 뭐 난 매일 세우고 다닐까 봐?!"

    그야 네가 볼 때는 대부분 세우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보통 말이야, 여자가 내 아들을 볼 때라고는 이런 짓을 할 때밖에 없잖아? 서 있는 모습밖에 못 보게 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아니. 애초에 넌….

    "너 전에도 내가 이렇게 된 거 본 적 있잖아?! 너 설마 내가 너랑 한 것도 일일이 기억을 못 할까 봐 그러냐?! 너랑 한 일들은 전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거든?!"

    분명 전에 내가 마력으로 물건을 일부러 죽이고 있었던 적이 있었을 텐데?

    "읏! …농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바넷사도 예상외의 기습이었던 건지, 바넷사는 살짝 숨을 헛숨을 들이키고는 그렇게 얼버무렸다.

    이제 와서 농담으로 넘어가려고 해봤자 늦었어.

    살짝 심술이 부리고 싶어진 나는 일부러 마나를 돌려서 물건이 커지지 않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냥 이런 상태로 바넷사의 손에 만지작만지작거려지는 것도, 뭔가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하군요."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내 축 처진 물건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바넷사는, 아무리 만져대도 내 물건이 설 기색을 보이지 않자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여간. 그러지 말라니까. 이런 건 디아나랑 똑 닮았다니까.

    "구원님은 움직이지 않으셔도 된다고…아…."

    내가 그런 바넷사를 보며 상체를 일으키고 천천히 손을 뻗자, 바넷사는 더더욱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내 몸을 밀어 눕히려고 했다.

    하지만 내 손끝이 그 미간에 닿아서 살살 문질러주기만 하자, 바넷사도 내가 왜 손을 뻗었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기니까 하지 마."

    "…크흠. 실례하겠습니다."

    내 행동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바넷사는, 이내 얼버무리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표정을 다잡았다.

    그래. 코홈코홈 거리는 디아나보다는 그래도 네가 덜 어색하다.

    "아아…음."

    미소짓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피하듯 눈을 아래로 내리깐 바넷사는, 내 물건에 시선을 맞추고 그대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내 물건을 손으로 잡아서 그 끝이 위를 향하게 만들고는, 천천히 내 물건을 입안에 넣었다.

    "음…읏…응…츄릅."

    전에 한 번 해본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커져 있지 않은 물건을 입에 넣고 빠는 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애초에 여길 입으로 빠는 경험 자체가 얼마 없는 바넷사니까.

    바넷사는 또다시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었다가, 조금 전 내 행동이 떠올랐는지 다시 미간을 펴고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완벽한 무표정인 채로, 자신의 입안에서 힘을 잃고 있는 내 물건을 세우기 위해 혀로 물건을 굴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루꿍, lolica // 밤새서 쓴 건 아닙니다. 제가 아침에 글을 올릴 때는 보통 엄청 일찍 자고 엄청 일찍 일어나서 쓴 다음 올리는 겁니다.

    그래서 가끔 일찍 못 일어나면 하루 쉬게 되고요.

    Harunos, Tigerfish // 사실 제가 외모 묘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독자님들 나름대로 각자 머릿속에 상상한 모습이 있을 텐데, 제 묘사로 그 이미지가 깨지는 걸 원치 않아서요.

    버로우타는거다 // 지워진 화는 어제 하루 쉬어서 올렸던 임시 공지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