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305화 (28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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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

    "끄아아악! 마이 써어어언!"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떴다.

    하지만 내가 눈을 뜬 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도처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노랫소리처럼 들려오는 정원.

    그곳에서 나는 대자로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여긴…우리 저택의 정원?

    "구원씨? 왜 그러세요?"

    옆에서 그립고 포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레이아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겐가?"

    레이아뿐만이 아니었다. 디아나도 사라도 내 곁에 있었다.

    "으, 응…. 무서운…무척이나 무서운 꿈을…."

    "하여간 구원도. 겨우 꿈같은 걸로 소란 피우기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얼굴에 손을 뻗어서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져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까지 흘렸던 건가.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부끄러운 감정보다도 먼저, 다행이란 감정이 피어올랐다.

    "후, 후우우. 다행이다. 아니, 그게. 들어봐. 진짜 무서운 꿈이었다니까. 내가 던전에서 그만 물건에 공격을 직격당하는 바람에…."

    내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셋의 얼굴이 조금씩 흐려졌다.

    "얘, 얘들아? 왜 그래?"

    "그게 말일세…."

    "그거…."

    "꿈이 아닌 걸요…."

    그렇게 말하면서, 셋의 시선이 동시에 한 곳을 바라봤다.

    셋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가듯 바라보자, 거기엔 실비아가 마치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고 있었다.

    "우우우…구원님…죄송합니다…."

    뭐, 뭐가? 뭐가 죄송한 건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지?

    아, 아, 아….

    "안 돼애애애애!"

    "구워…아읏!"

    또 한 번 시야가 암전했다.

    그리고 눈앞에는 실비아가 이마를 움켜쥐면서도, 얼른 내게 다시 달라붙어왔다.

    "구원님! 괜찮으십니까?!"

    "아, 아, 아, 아래쪽에 감각이 없는데…의사양반! 어떻게 된 거요?!"

    나는 실비아와 같이 내 옆에 있던 마틸다를 향해 외쳤다.

    "네, 넷?! 큰일이야! 어서 지금부터 치료를…!"

    내가 기절한동안 치료 안하고 뭐했는데?!

    아니지. 지금 내 유일한 희망에게 그런 폭언을 퍼부을 수는 없지.

    추궁은 나중에 하자.

    나는 걸레짝이 된 바지를 벗고 마틸다에게 물건을 내밀었다.

    "가, 갑자기 무슨…!"

    "부탁드립니다! 당신만이 제 희망이에요!"

    "네, 네에…."

    마틸다는 마치 홀린 것 같은 움직임으로 양손을 뻗어,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러자 끔찍한 격통이 물건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들아! 안 돼! 죽으면 안 돼!

    아들 녀석의 몰골을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녀석은 날 지켜준 모습 그대로 빳빳하게 크기를 유지한 채로 굳게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크기가 더 커져있었다.

    피멍이 든 것처럼 검붉은 색으로 부풀어 오른 그것은, 도저히 두 눈으로 직시하고 있기 힘들 정도였다.

    "마틸다님. 제, 제 아들은 살아날 수 있는 거죠?!"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고쳐보일게요."

    마틸다는 살짝 멍한 느낌으로 말하면서, 내 물건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성기사에서 대사제로 전직을 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추기경답게 손에서는 성스러운 빛이 넘실넘실 흘러나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미인이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내 물건을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무척이나 흥분되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내 아들도 나을 수 있어!

    힘내라 마틸다! 힘내라 추기경님!

    그리고 마틸다가 어루만질수록, 내 아들은 붓기가 빠지고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점차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저 아릿한 통증만이 느껴지던 하반신에도 점점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친 부위가 다친 부위이다 보니까 심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 의외로 부상 자체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오, 오오오오!"

    "후우. 이걸로 됐어요. 하지만 한동안은 무리하지 마시고…꺄악!"

    "마틸다! 고마워! 사랑한다!"

    나는 아들이 살아났다는 사실에 감정에 복받쳐서 마틸다를 끌어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외쳐댔다.

    "네, 네…저도 사랑해요…."

    그리고 귓가에 마틸다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머리부터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마냥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건 아니거든!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이건 그저 환자가 의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말한 것뿐이거든!"

    뒤늦게 그렇게 외쳐봤지만,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되는 위기를 잘 회피해왔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저, 저도 그저 환자를 고친 게 기뻐서 그런 것뿐이거든요?! 당신이야말로 착각하지 마시죠?! 정말 자의식과잉 아닌가요?!"

    마틸다의 그런 외침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는 그저 암운만이 드리우고 있었다.

    가까스로 나은 줄 알았더니 마지막에 스스로 실수해서 고자가 되다니.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이이!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어? 선다?

    "으악! 아파!"

    발기가 되면서 다시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섰다.

    "뭐하시는 거예요?! 한동안 무리하지 말란 소리 못 들었어요?! 정말이지…다시 줘요!"

    마틸다는 툴툴대면서도 다시 내 물건을 덥석 잡고 치료를 했다.

    "야. 치료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 물건에 반하지는 마라."

    "누, 누가 이런…! 이런…."

    "으악! 역시 놔!"

    "아, 아직 안 반했거든요?!"

    "아직?! 아직이라고 했냐?!"

    "이, 이건…! 그냥 말실수에요!"

    그런 소란을 피우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의혹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까 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늦은 상황이었다.

    분명 마틸다는 내게 사랑한다고 똑똑히 말했다.

    그런데도 발기가 된다?

    혹시 나…저런 류의 저주는 안 통하는 거 아냐?

    지금까지도 혹시나,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여신님이 굳이 성자라는 직업을 주고는 이 세계에 보낸 거다.

    그런데 과연 내 물건이 고작 저런 저주에 발기가 안 될까?

    물론 고자가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 한 시험해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나, 고자 저주 안 통하는 거 아닐까?

    "야. 그래서, 그…괜찮냐?"

    소란을 피우고 있는 우리에게 앨리시아가 다가와서 약간 어색하다는 듯이 물었다.

    앨리시아는 여전히 온 몸이 피칠갑을 한 상태였다.

    그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와이번과의 전투가 이제 막 끝나기라도 한 듯, 다들 전투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와이번의 시체마저 그대로 남아있었다.

    "실비아. 나 얼마나 기절해있었어?"

    "네, 넷? 바로 일어나셨습니다만…그보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실비아는 여전히 불안한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살짝 울상이 되어있는 게, 뭔가 보호욕을 자극했다. 오히려 내가 지켜지는 입장이지만.

    "괜찮아. 아마. 성자 스킬 중에 발기하면 물건이 다른 부위보다 훨씬 튼튼해지는 스킬이 있거든. 방금 공격도 일부러 물건으로 받은 거야. 덕분에 조금 다치기만 하고 끝났잖아?"

    "그,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뭐야. 그런 거였냐. 난 또 정신이라도 나간 줄 알았잖아. 아무튼 그…미안하다."

    실비아와 앨리시아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뭐가?"

    "그…뭐냐…나만 믿으라고 해놓고…있잖냐!"

    앨리시아는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색하다는 듯 얼버무리면서 말했다.

    과연. 이 맹수같은 여자도 일단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하지만 온몸에 피칠갑을 한 여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얜 충분히 최선을 다한 거였을 테니까.

    게다가 나도 이런 분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다시 한 번 광대가 되 줄까.

    "그래! 더 미안해해라! 앞으로 돌아갈 때까지 매일 나를 부를 때는 님자를 붙여가며 여성스런 목소리로…끄악!"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부상자를 때리는 건 너무하잖아!"

    "부상은 내가 더 심해 이 새끼야!"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잖아.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걸로 의뢰는 무사히 마치게 됐다.

    내 물건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와이번의 성기도 무사히 얻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돌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시련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일단 고비는 넘긴 거다.

    "슬슬 그 반응도 질린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해 새끼야."

    와이번의 성기에 선 날 두고 앨리시아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아까 놀렸다고 아직까지 삐진 모양이다.

    현재는 다들 마틸다에게 치료를 받고, 와이번의 마석까지 캐낸 상황.

    이제는 아이템 수거만 마쳐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얘들 파티에는 딱히 힐러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굳이 꼽자면 성기사인 릴리지만, 과연 전업 힐러에 비하면 힐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게 궁금해서 말을 들어보니, 얘들 클랜은 전업 힐러를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기껏해야 중저레벨 단계에서나 있고, 100레벨이 넘어가면 사제들은 전부 성기사로 전직한다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업 힐러는 혼자서 자기 몸을 지키기 힘드니까, 만약 무슨 일이 생겨서 홀로 떨어지게 되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나.

    그래서 치료는 보통 포션으로 때운다고 한다.

    포션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과연 5, 6 계층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의 수입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가능한 수준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마침 마틸다가 있으니까 전원 마틸다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졸지에 혼자서 전원의 부상을 치료하게 된 마틸다는 마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직접 만져서 치료하는 방식을 취했고, 덕분에 다들 두꺼운 갑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이 됐다.

    미녀가 미녀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는 광경은 꽤나 좋은 눈요깃거리였다.

    그리고 여기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은 계층의 주인만 잡으면 몬스터가 잘 다가오지 않으니, 야영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덕분에 모두들 치료가 끝난 이후로도 갑옷을 걸치지 않고 편안한 차림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눈요깃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너 재밌으라고 이러는 거 아니거든!"

    남자라면 누구나 남의 성기 같은 건 만지기 싫다고!

    특히 그게 내 몸뚱이만한 성기면 더더욱!

    시련 하나. 와이번의 성기를 만져서 내 인벤토리에 넣어야한다.

    "그래. 앨리시아. 귀엽잖아."

    시련 둘. 내 성기를 제대로 보게 된 루티아의 눈이 더 무서워졌다.

    나…정말로 따먹히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야. 힘내자! 목숨과 성기를 걸면서까지 정조를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따먹힐 순 없어!

    "쯧. 귀찮은 새끼."

    결국 또 다시 앨리시아가 내 손목을 붙잡고는 와이번의 성기에 가져다댔다.

    "크으윽! 젠자앙!"

    나는 곧바로 손에 닿은 물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팔을 휘둘러 앨리시아의 가슴에 뻗었다.

    이번에야 말로 물컹하고 부드러운 가슴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이 새끼가 지금…!"

    앨리시아는 당황한 건지 내 손을 뗄 생각도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여기도 근육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랑말랑하잖아? 응?"

    뭐, 얘 몸으로 동정을 뗐으니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말이야.

    "손 안 떼 이…으응!"

    앨리시아는 내 도발에 욱컥하려고 했지만, 내가 유두를 꼬집자 자기도 모르게 콧소리를 냈다.

    훗. 매력을 그렇게 올린 데다가, 그동안 실비아랑 레벨 업을 하면서 매력도 덩달아 더 올랐다고?

    거기에 내 태크닉이 보태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너라도…!

    "어머? 어머어머? 지금 앨리시아를 느끼게 한 거야? 레벨도 낮은 우리 귀염둥이가?"

    "아뇨. 갑자기 만져져서 그냥 당황한 것뿐인 게 아닐까요?"

    젠장. 모처럼 앨리시아를 제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루티아가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나는 그만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장 뒤를 돌아서 도망갔다.

    "어딜 도망가 새끼야! 너 잡히면 죽었어!"

    평소엔 걸걸하게 만져볼 테냐고 도발까지 하던 애가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화 마지막 부분의 문장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되살아난 자존심을 안 쓴 게 납득이 되도록요.

    12시까지 두 편을 쓰려고 급하게 쓰다가 묘사가 살짝 소홀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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