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놓고 사내연애 -1화 (1/32)
  • Chapter. 1

    2018년 2월 14일.

    그날은 수요일이었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였다.

    또한, 부문장의 갑작스러운 팀 회식 통보로 연인들의 기념일이 무참하게 무너진 날이기도 했다.

    “자~! 첫 잔은 원샷인 거 알지? 건배하자고!!”

    회식 장소는 회사 근처 횟집이었다. 열댓 명의 사원이 긴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술잔을 들이켰다.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구석 자리에 앉은 다정의 표정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녀의 다갈색 눈동자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현우에게 향했다.

    그는 다정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회사동료로, 부드러운 눈매와 선한 미소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리고 다정이 오늘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 대상이기도 했다.

    그를 흘깃 바라보던 다정은 재킷 안에 넣어두었던 작은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원래는 퇴근길에 고백하면서 그에게 주려고 만든 초콜릿이었지만, 부문장이 갑작스럽게 팀 회식을 정하는 바람에 다정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되었다.

    ‘초콜릿이 녹으면 어떡하지?’

    강한 히터 바람에 초콜릿이 녹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중, 그녀의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던 부문장이 입을 열었다.

    “다정 씨는 애인 있어?”

    그새 얼마나 술을 들이켰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부문장이었다.

    ‘오늘의 타깃은 나구나…….’

    슬픈 예감을 직시한 다정이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아니요. 없습니다.”

    “다정 씨 나이가?”

    “스물일곱입니다.”

    다정의 대답을 들은 부문장이 술을 크게 한번 들이켰다.

    입술 언저리에 묻은 맥주를 스윽 닦은 후 그가 말했다.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말 알지?”

    “…….”

    “스물네 살까지는 잘 팔리지만 스물다섯부터는 잘 안 팔린다는 말이지. 이건 명언이야, 명언!”

    그의 말에 평균연령 30세인 회사 여직원들이 동시에 미간을 구겼다.

    여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 부문장이 이어 말했다.

    “스물다섯도 잘 안 팔리는데, 삼십 넘으면 어떻게 되겠어?”

    “…….”

    “게다가 여자 나이 서른 넘으면 아이 낳기도 힘들어! 적어도 지금 남자를 만나둬야, 결혼도 하고, 삼십 되기 전에 아이를 낳든가 할 거 아니야.”

    부문장이 시대착오적인 말을 내뱉는 동안, 회식 분위기는 점점 싸늘해져 갔다.

    그가 미혼인 여직원을 들먹이며 결혼을 운운하는 일은 회식 때마다 있었던 모습이었다. 여기서 대꾸를 했다간 그의 잔소리를 한 시간 넘게 들을 수 있는 개별 미팅이 예약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처법. 다정은 말없이 술잔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때였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현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 부문장님. 스물일곱이면 아직 창창할 나이죠. 요즘은 대부분이 서른 넘어서 결혼하는 추세인걸요. 비혼족도 늘고 있고요.”

    그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부문장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를 바라보는 다정의 눈동자가 하트로 변했다.

    ‘역시 현우 씨야.’

    새삼 또 한 번 그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현우의 말에 부문장은 못마땅하다는 듯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라는 거야. 너도 나도 다 결혼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으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누가 책임지냔 말이야. 쯔쯧.”

    부문장은 자신의 바로 옆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되물었다.

    “그렇지 않아, 지 팀장?”

    그의 물음에 안 그래도 날렵한 남자의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빛을 냈다.

    회식하는 내내 묵묵히 앉아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닙니다. 국가와 부모는 물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문장을 상대로 눈 하나 깜짝 않고 촌철살인 발언을 내뱉는 그는 바로 다정의 상사인 지도훈.

    호주에서 명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세계적으로 가장 촉망받는 건설회사에서 재직한 그는 재작년 다정의 회사에 경영 기획팀 팀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그는 냉철하고 빈틈없이 업무를 수행했으며, 맡은 기획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서른한 살이란 젊은 나이에 갖기 힘든 이력을 갖춘 그를 호시탐탐 탐내는 건 여사원뿐만이 아니었다. 입사할 때부터 도훈을 눈여겨보던 부문장은 며칠 전부터 제 딸과 소개팅을 해주겠다며 그를 괴롭혀댔다.

    “지 팀장.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거 아직도 생각 중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딸과의 소개팅을 재촉하는 부문장 때문에 도훈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고민할 거 없어. 부담 갖지 말고 만나보래도.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수정이는 정말 똑똑하고 야무져서 흠잡을 데가 없어. 거기다 요리까지 잘하니, 신붓감으로 최고지.”

    그의 자식 자랑에 직원들은 또 시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나 안 닮고 우리 마누라 닮아서 피부도 좋고, 얼굴도 자그마해.”

    거짓말이다.

    그녀는 너무할 정도로 부문장을 닮았다.

    “살만 조금 빼면 진짜 김희손 저리가라니까.”

    부문장은 김희손이 들으면 울고 갈 이야기를 태연하게 내뱉었고, 도훈은 쓰디쓴 술을 한입에 삼켰다.

    다정의 근처에 있던 여직원들이 작은 목소리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또 저 얘기다. 듣고 있는 나도 불편한데, 팀장님 속으로는 얼마나 답답하고 싫을까?”

    “그러게 말이야. 부문장님 딸 얼굴 우리가 다 아는데……. 팀장님은 무슨 죄야.”

    “죄라면 능력 있고 잘생긴 죄밖에 더 있어?”

    지도훈. 그가 직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건 비단 화려한 이력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한 능력남일 뿐만 아니라,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뛰어난 외모까지 갖춘 남자였다.

    여직원들의 쑥덕거림을 들은 다정은 고개를 들어 도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180 중반의 훤칠한 키와 딱 벌어진 어깨. 옆으로 살짝 넘긴 검은색 머리카락.

    빠져들 것 같은 깊은 눈매와 검고 짙은 눈동자. 오뚝하게 솟은 콧대.

    매끄러운 피부결과 순정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날렵한 턱선까지…….

    온몸에서 고풍스러운 아우라가 흘러넘치는 그는 잘생겼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네……. 여직원들이 꺅꺅거리는 것도 이해가 가. 물론 내 눈엔 우리 현우 씨가 더 잘생겼지만.’

    온화한 미소와 다정다감한 매너를 갖춘 현우도 도훈 못지않은 사내 인기남이었다. 현우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넘쳤으며,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에 반해 도훈은 평소에도 좀처럼 웃지를 않았고, 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안 느껴지는 사무적인 말투를 구사했다.

    날렵하게 뻗은 눈매는 기가 막히게 잘생기긴 했지만, 동시에 한없이 차가워 보이기도 했다. 한 공간에 있어도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사람. 그는 늘 어려웠고, 직원들이 함부로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도훈의 계속되는 무반응에 부문장이 애가 타는 얼굴로 물었다.

    “지 팀장, 혹시 만나는 여자라도 있는 거야?”

    부문장의 물음에 회식 장소에 있던 여직원들이 슬쩍 도훈을 바라보았다. 그중엔 다정도 포함되어있었다.

    생각해보니, 저토록 흠 잡을 데 없는 남자에게 애인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아마 티는 안 내도 이미 여자친구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도훈이 어떤 대답을 내뱉을지 다정도 주시하고 있는 사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요. 만나는 여자는 없지만…….”

    순간 대답하던 도훈이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다정과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

    다정이 움찔했다.

    그의 깊은 눈매를 마주하자, 두 뺨이 제멋대로 후끈거렸다.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나?’

    다정은 서둘러 시선을 내렸다. 후끈거리는 뺨을 식히기 위해 차디찬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부문장은 아직 맺지 못한 도훈의 대답을 싹둑 자르며 말했다.

    “만나는 여자 없다니 잘됐네. 요즘 회사 일이 바쁜 거 알지만, 주말에 시간 한번 내봐. 상사 딸이라고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만나봐~ 응?”

    부문장이 도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담을 팍팍 주던 사이,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정의 시선이 가게 밖으로 향하는 그를 저절로 따라갔다.

    ‘담배 피우러 나가는 걸까?’

    다정은 회식 중간에 한 번씩 담배를 태우러 나가는 그의 습관을 알고 있다.

    2년간 길고 긴 짝사랑 덕에 다정은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아랫입술을 삐죽 내미는 습관도, 좋아하는 옷 스타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그는 늘 외투는 어두운 색을 입었고, 안에는 밝은 색 옷을 즐겨 입었다. 오늘도 그는 검은색 긴 코트에 하얀색 셔츠, 무늬가 들어간 남색 타이를 맸다.

    현우가 나가는 모습을 본 다정은 재킷 주머니 속에 든 상자를 꼬옥 쥐었다.

    ‘지금이 기회야.’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회식 장소를 빠져나왔다.

    ***

    건물 밖으로 나온 다정은 보이지 않는 현우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건물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낡은 놀이터와 벤치 몇 개가 전부인 작은 공원이었다. 어두운 공원 안은 온전한 가로등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켜진 가로등도 희미한 불빛을 머금고 있었다.

    다정은 공원에서 가장 큰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현우는 물론 개미 새끼 하나 볼 수 없었다.

    ‘담배를 피울 만한 곳은 여기뿐인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기운이 빠지는 다정.

    그녀는 주머니 속에 있던 상자를 꺼냈다.

    밤새 정성껏 만들고 포장한 초콜릿 상자가 반짝이며 다정의 눈동자에 반사되었다.

    ‘오늘은 날이 아닌 걸까.’

    다정의 입가에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고백하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그녀는 초콜릿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가 회식 장소로 다시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어?’

    다정의 걸음이 멈추고, 눈동자가 커졌다.

    저 멀리 공원 입구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180 중반의 키에 넓은 어깨.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 롱코트.

    긴 다리와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걸음걸이…….

    현우가 분명했다.

    그의 긴 실루엣이 점점 더 다가오자, 다정이 입을 열었다.

    “자, 잠시만요!”

    다정의 목소리에 그의 구둣발 소리가 일순간 멈췄다.

    “잠시 멈춰주세요.”

    고대했던 순간이 드디어 찾아왔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거기서 들어주세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고 고백할 자신이 없어졌다.

    만약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다정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초콜릿 상자를 다시 꺼내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어젯밤, 아니, 몇 달 동안 수없이 연습해서 자면서도 읊을 수 있었던 고백문이 입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어요.”

    자신의 진심이 그에게 닿기를 바라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었다.

    “저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습니다. 늘 성실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예의 있는 당신의 모습에 반했어요.”

    “…….”

    “기쁨은 공유하고, 슬픔은 함께 위로할 수 있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준비했던 고백 대사가 뒤죽박죽 섞이며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다정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이렇게 떨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술을 좀 더 마실 걸…….’

    다정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더는 숨길 수 없이 커져버린 그에 대한 마음을 짝사랑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다정이 곧은 눈빛으로 그를 마주했다.

    “전 얼굴이 예쁜 편도 아니고, 애교가 많은 성격도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을 향한 진심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

    “부족한 점이 있다면 노력할게요. 저와 함께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나가요.”

    다정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왔다.

    적막 속에서 그녀의 떨리는 음성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저와…… 사귀어 줄래요?”

    마침내 고백을 마친 다정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아무런 말이 없다. 불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극도의 긴장감과 술기운이 더해지며 눈앞이 어지러웠다.

    불길한 예감에 다정이 서둘러 한마디 더 덧붙였다.

    “호…… 혹시 사내커플이 부담스러운 거라면 비밀로 교제해도…….”

    “의외군요.”

    내내 꼼짝도 안 하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정이 한층 밝아진 기색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한다정 씨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몰랐겠지.

    그간 마주칠 때마다 쑥스러워서 한 마디도 못 했으니까.

    ‘잠깐만……. 그런데 왜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지독히도 멋졌지만, 다정이 알고 있던 현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뚜벅뚜벅…….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순간, 멈춰있던 그의 발걸음이 다정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주시했다.

    어둠 속에 숨어있던 실루엣의 정체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짙은 눈동자.

    수려하게 뻗은 콧대와 베일 듯이 날렵한 턱선…….

    이윽고, 다정의 다갈색 눈동자 안에 온전한 그의 모습이 채워졌다.

    고백의 대상을 확인한 그녀의 눈동자가 처참하게 흔들렸다.

    ‘티…… 팀장님??!!!’

    이럴 수가. 그는 서현우가 아닌 지도훈이었다.

    현우와 체격이 비슷하고, 하필이면 오늘따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도훈을 다정이 착각했던 것이다. 착각의 이유엔 요즘 갈수록 심해지는 야맹증도 한몫했다.

    ‘뭐야, 팀장님이 왜 여기에 있지?

    나 그럼…… 지금 팀장님한테 고백한 거야??’

    다정이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도훈은 그녀의 바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와 이렇게 가까이 마주한 적은 처음이었다.

    블랙홀처럼 깊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했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들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이었다.

    다정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굳게 닫혀있던 그의 입술이 열렸다.

    “좋습니다.”

    “네?”

    “사귀자고요.”

    “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다정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와 달리 도훈은 한결같이 차분하고 침착했다.

    뒤이어 그가 내뱉은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난 비밀 연애는 싫습니다.”

    그의 곧은 눈빛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왕이면 우리, 대놓고 연애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