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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68화 (68/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68화

제68화

아크스타에는 라이브 방송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손녀의 말에 따르면 레벨 100이 되면 할 수 있다고 한다.

윷투비인가 뭔가랑 연계했다는데 아무튼 어려운 이름이었다.

-미도님 예뻐요.

-천상 여자다.

-사랑해요. 최미도!

이 망할 글자들은 또 뭐지.

고얀 놈들이 고얀 말을 내뱉고 있었다.

특히 저 마지막 놈.

아이디가 뭐냐.

"할아버지, 여기다 보고 손 한 번 흔들어 봐요."

"…이렇게?"

미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손을 흔드니 또 다른 글자들이 올라왔다.

-할아버지 잘생기셨어요.

-젊었을 때 인기 많으셨을 듯.

-집안에 우월 유전자가 엄청나네.

…뭘 좀 아는 놈들이군.

나는 미도에게 물었다.

"대체 이놈들은 누구냐?"

"제 방송을 보는 시청자분들이에요."

"…방송? 고얀 놈들."

-장인어른 화나심.

-멍청아. 장인어른 아니거든. 할아버지잖아.

-그럼 어떻게 되지?

-사실 나도 모름. 그냥 장인어른으로 하자.

-장인어른!

-장인어른 고정하시옵소서!

-사죄의 별사탕!

[미도사랑 님이 별사탕 5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후훗, 미도사랑님 별사탕 500개 고마워요!"

미도는 다시 한번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미소를 보며, 내 마음은 사르르 녹았지만, 손녀가 저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별사탕이 뭐지…?

내가 알고 있는 그 별사탕인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새로운 문물에 눈을 뜹니다.]

-미도님 거기 어디에요?

-던전 같은데.

-혹시 코볼트 광산?

"정답! 제가 지금 있는 곳은 바로 코볼트 광산 2층이랍니다. 우리 할아버지 쩔해주고 있지요. 헤헷."

-거기로 가면 여신님 만날 수 있나요.

"음, 오셔도 상관은 없는데 아마 제가 좀 빨라서 아마 못 따라오실 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코볼트 광산 2층 어택땅 한다.

-미도님 만나면 사인 좀요.

여기로 온다고?

아니, 사람 많은 건 질색인데….

"하핫, 따라올 테면 따라와요. 오늘 길드장 오빠한테 좋은 무기도 받았거든요. 아무도 못 따라올걸요?"

미도가 그들에게 자랑하듯 무기를 휘둘렀다.

-와, 옵션보소.

-캬. 이카루스 길드장 클래스.

-하긴, 비전투직인 화가인데 저 정도는 돼야겠지.

"자, 이제 달려볼까요? 할아버지, 잘 따라오세요!"

"어어, 그, 그래."

나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그녀의 뒤를 따랐다.

새삼 손녀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런 게 바로 세대차이라는 건가….

나름 손녀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도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훌쩍 자라버렸는지도 몰랐다.

서걱-! 서걱-!

그녀의 검이 춤을 출 때마다 퍼밀리어와 헬륨 슬라임들이 쓰러져갔다.

나는 아직도 손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오늘만 해도 저렇게 검을 잘 쓰는지 처음 알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서툰 것도 많고 빈틈 투성이였지만 말이다.

-우리 여신님 검 엄청 잘 쓰시네.

-직업을 생산계열이 아니라 전투계열로 했었어야 했음.

-2층 껌인데? 바로 3층 가도 되겠다.

[미도짱짱맨 님이 별사탕 2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미도짱짱맨 님 별사탕 고마워요!"

화면을 보며 찡긋거리는 손녀를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나도 받아보지 못한 윙크를 받다니, 우리 손녀를 노리는 놈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도 별사탕을 선물하고 싶어 합니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별사탕을 줄 수 없어서 자괴감에 빠집니다.]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닥쳐라."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는 사이 또 한 번 레벨이 올랐다.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나는 새삼 손녀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궁금해져서 통찰을 사용했다.

[통찰 정보]

이름: 미도 레벨: 151

직업: 바디 페인터

천성(天星): 참다운 지혜의 군주

힘: 50 민첩: 130

건강: 120 지식: 304

스킬

웨펀 드로잉 (영웅)

바디 페인팅 (영웅)

약점: 생산 계열 직업이라 전투 스킬이 부족합니다. 방어력이 약합니다.

직업 이름이 바디 페인터로군.

특이하네. 영어인가…?

천성은 참다운 지혜의 군주였다.

그 이름에 걸맞게 역시 능력치도 지식이 높아보였다.

근데 건강은 그렇다 쳐도 민첩이 생각보다 높은데…?

"미도야 혹시 민첩 올렸니?"

"어?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네 몸놀림이 좀 빠르구나 싶어서 말이다."

- 할아버지 눈썰미 클래스.

- 역시 우리 장인어른!!

- 크으, 남들은 속여도 할애비의 눈은 속이지 못하는 것인가.

- 손녀 사랑. 나라 사랑.

"저는 생산 계열 직업이기도 하지만 남들을 보조하는 직업이기도 해요. 그래서 길드원들이랑 같이 사냥하기도 하는데, 제가 너무 느려서 쫓아가질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민첩도 올리고 건강도 올렸어요."

역시, 그랬던 건가.

대충 짐작은 갔다.

전에 수정이랑 같이 사냥할 때 종종 자신을 쫓아오지 못하곤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수정이한테 조언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수정이를 잘 보지 못했네.

-잭슨: 수정아 잘 지내니?

-크리스탈: 어머, 아버님!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잭슨: 아니다. 괜찮다. 그나저나 뭐하는 중이냐.

-크리스탈: 저 지금 앤드류네 길드원들이랑 사냥하러 왔어요.

요 며칠사이 그녀는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앤드류와 제법 친해져 있었다.

길드 이름이 네드란이었던가? 아무튼 그 친구들이랑 사냥을 가는 일이 잦아 보였다.

-잭슨: 그렇구나. 난 지금 손녀랑 있다.

-크리스탈: 미도 말이죠?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이제 다 컸겠네요? 예쁘겠다.

-잭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지. 껄껄.

-크리스탈: 호호, 저도 미도가 보고 싶네요. 나중에 시간 내서 함께 만나요. 아버님.

-잭슨: 그래. 그러자.

-크리스탈: 참, 아버님께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잭슨: 음? 뭐냐. 말해보거라.

-크리스탈: 저번에 바람의 신전을 찾고 계신다고 하셨죠? 어딨는지 알아냈어요.

바람의 신전…?

뜻밖의 이야기에 조금 놀랐다.

그러고 보니, 프로메테우스의 기억을 찾았는데, 바람의 신전을 잊고 있었다.

하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내가 젊은이였다면 조금 더 빨리 떠올랐을까.

-잭슨: 거기가 어디냐.

-크리스탈: 저번에 윈디아 오기 전에 봤던 동굴 기억하세요?

-잭슨: 동굴…? 설마 거기가?

-크리스탈: 네, 바람의 신전이에요.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어요.

나는 어렴풋이 그 문제란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때 들었던 대화내용. 괴물이라는 단어가 유독 강하게 떠올랐다.

-잭슨: 그때 그 괴물……?

-크리스탈: 알고 계셨어요?

-잭슨: 아니, 짐작만 했을 뿐이다.

-크리스탈: 미노타라는 괴물이에요. 온 몸에서 엄청난 불을 뿜어내는데, 바람을 타고나는 이곳 사람들에겐 천적이에요. 도로시가 말해줬어요.

순간, 도로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공사 현장에 있을 때 수정이와 같이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미노타라니….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좀 복잡해질 것 같다.

프로메테우스의 기억에 따르면 미노타는 그때 배신했던 일곱 궁좌들 중 한 명의 자식이었다.

궁좌의 격을 갖춘 자의 핏줄이라면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젠장, 하필 거기에 있다니.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나.

그때, 미도가 웃으며 다가왔다.

"할아버지! 여기 식재료들이에요! 요리 할 때 쓰세요!"

[퍼밀리어의 고기를 획득하였습니다. x124]

[헬륨 슬라임의 핵을 획득하였습니다. x209]

"고, 고맙구나."

"아니에요. 이걸로 나중에 맛있는 거 해주세요! 알았죠?"

"그래. 해줘야지. 해주고말고."

-우리 여신님 효도 버스로 제대로 태우네.

-할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다 천사.

[미도엔젤 님이 1,004개의 별사탕을 선물하였습니다.]

* * *

어느새 2층을 돌파했다.

미도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3층으로 올라왔다.

3층부터는 제법 난이도 있는 몬스터들이 나왔다.

이름부터가 폐광으로 바뀌었는데, 으스스한 느낌도 들었다.

"드디어 마지막 층이네요."

-여기 기본 100레벨 넘는 몬스터가 나오던데.

-체력도 많고, 거의 준 보스급으로 알고 있음.

-그래도 우리 여신님 잘할 거임.

미도는 다시 그림을 그리며 자신에게 바디 페인팅을 했다.

-캬. 우리 여신님 그림 수준 거의 피카소급 아니냐?

-크으, 못 그려도 괜찮다! 이쁘다!

-ㅇㅇ 이쁘면 다 해결됨.

"저 잘 그리거든요! 흥!"

그녀는 화면을 보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시청자들은 별사탕을 마구 선물하고 있었다.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도가 할아버지의 앞을 막았다.

"할아버지, 이제부터는 더 조심하셔야 해요. 강한 녀석들이거든요. 잘 숨어 계세요."

"그래, 알았다."

할아버지는 근처에 있는 바위 뒤에 숨었다.

이윽고 나타난 것은 하늘색 몸을 가진 거대한 거인이었다.

거인의 머리에는 투구가 씌워져 있었다.

[Lv.129 콜로서스]

'후우, 긴장되네.'

미도는 콜로서스와 일전을 벌였다.

생명력이 무려 10만이 넘는 몬스터였다.

2층의 몬스터가 3만이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이얍!"

서걱-!

미도의 검이 콜로서스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역시 검이 좋아서 그런지 제법 타격이 있었다.

칼질 한 번에 제법 많은 생명력이 없어졌다.

하지만 콜로서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쿠웅-! 쿠웅-!

발밑에 있는 개미를 죽이려는 듯.

지진을 일으키고, 발길질을 해댔다.

그럴 때마다 폐광이 무너질 듯이 흔들렸다.

콜로서스가 포효했다.

"크라라라!"

"끄윽, 확실히 2층이랑은 딴판이네."

-콜로서스 나쁜 놈.

-우리 여신님 때리지 마라.

-저런 자식 후딱 죽여버려요.

"걱정 마요. 여러분. 아직 저 안 지쳤어요."

미도는 다시 한번 콜로서스를 공격했다.

다리를 베고, 내지르는 주먹을 피하며 팔을 베었다.

그렇게 어느새 절반의 생명력이 줄었고, 종국에는 콜로서스를 죽일 수 있었다.

"됐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했다며 칭찬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르르르-

'뭐지 저게?'

바닥에 있는 돌이 튀는 것이 느껴졌다.

심연처럼 깊은 안쪽 동굴에서 한 무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Lv.109 닭 전사

-Lv.107 밴쉬

-Lv.126 콜로서스

-Lv.105 쌍칼해골

-Lv.110 그렘린

"뭐야! 저번에 왔을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미도님ㅜㅜ 친구가 그러는데 콜로서스 빨리 못 잡으면 지진 소리 듣고 몬스터들 몰려온대요.

"아아, 그런…."

판단 착오였다.

하긴 저번에 왔을 때는 자신도 쩔을 받는 입장이었으니 모를 만도 했다.

그땐 길드에 있는 오빠들이 단체로 우르르 몰려와 쓸어버렸으니까.

어느새 몬스터들이 들이닥쳤다.

챙-! 챙-!

두발로 걸어 다니는 거대한 닭이 검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쌍칼을 들고 있는 해골도, 그렘린도, 콜로서스도 모두 자신을 집중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검을 잡는 그녀가 다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녀의 생명력은 점점 줄어갔다.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악-!"

미처 피하지 못한 콜로서스의 발길질에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몬스터들이 자신을 둘러쌌고, 할아버지가 숨은 바위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유령 밴쉬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아버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걱정 말거라! 어차피 죽어도 마을에서 부활하니까!"

그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밴쉬를 이끌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파티원 잭슨 님이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안 돼!"

-할아버지 죽으셨나봄ㅜㅜ

-안 돼 ㅜㅜ 여신님 괴롭히지 마.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시청자들의 한 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쩔 해주겠다고 자신 있게 데려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왠지 눈물이 났다.

'흑,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

엄청난 불기둥이 치솟았다.

갑작스런 화마에 몬스터들은 피하지 못했고, 불꽃과 함께 춤을 췄다.

온갖 비명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몬스터들은 정리되었다.

그녀의 앞에 늑대가면을 쓴 사람이 우뚝 서있었다.

'저 사람은…?'

[유저 '?????' 님이 파티를 신청하셨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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