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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67화 (67/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67화

제67화

"안녕하십니까. 차진철이라고 합니다."

…이놈이 바로 그 진철이라는 놈인가.

제법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도 뚜렷한 것이 누가 보아도 잘생겼다고 말할 외모였다.

아무래도 활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궁수계열의 직업을 가진 듯했다.

뭐, 그건 그거고.

"할아버지, 진철 오빠는 최근에 윈디아로 가는 원정대에서 알게 된 사이에요."

미도가 그를 나에게 소개했다. 학교 선배는 아닌 모양이었다.

…근데 이놈은 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실제로 보게 되니 좀 당황스러워서…."

"날 아나?"

설마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어… 그게 나이 많으신 분을 여기서 뵌 게 처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하하."

그가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뜻이었군.

"아무튼 반갑네. 곧 요리가 완성될게야."

나는 그를 수프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것을 보며, 깜짝 놀라는 차진철의 표정.

"요, 요리사셨습니까?"

"그렇네만."

"아닌데 요리사일 리가…."

이놈이 뭐라는 거지.

"내가 요리사라 불만인가?"

"아니요! 그게 직업이 너무 뜻밖이라…."

당황하는 차진철의 얼굴.

그는 왠지 내가 요리사라는 것에 불만을 품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턱짓으로 바위를 가리켰다.

"저리가 앉게."

"어서 앉아요. 오빠."

오빠…? 오빠라고?

고오오오얀!!!

그를 살갑게 대하는 미도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더 열불이 났다.

이 호랑말코 같은 놈에게 손녀를 내줄 수는 없었다.

암, 그렇고말고.

보글보글.

"우와, 수프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데요? 역시, 우리 할아버지 요리가 짱이라니까. 뿅-♡ 뿅-♡"

미도가 내게 양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최근에 알려준 건데 요즘 유행하는 거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똑같이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뿅뿅-♡"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과한 애교에 헛구역질을 합니다.]

…망할 놈 같으니라고.

하여간 분위기 망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라니까.

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수프를 확인했다.

"거의 완성이 되가는구나."

나는 국자로 냄비를 살짝 휘저었다.

띠링-!

[진국! 코볼트 감자 수프]

첫인상과 끝 인상이 다른 것은 사람이나 요리나 같다.

비록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코볼트는 고급 식재료다.

코볼트와 감자를 푹 고아 만든 이 수프의 끝 인상은 비대하리라.

-맛 스타: ☆☆☆

-유통기한: 3일

-생명력 회복: 150 마력 회복: 150

효능: 30분 간 코볼트에 대한 공격력 10% 증가.

30분간 마력 회복 속도 20% 증가.

1시간 동안 생명력 회복속도 10% 증가

"우와~ 할아버지. 이것도 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래? 껄껄."

"얼른 먹고 싶어요!"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가방에서 그릇을 꺼냈다.

익숙하게 수프를 담았고, 평소보다 많은 고기를 담았다.

오히려 수프보다 고기가 더 많아서 넘칠 지경이었다.

"할아버지, 고기 조금만요. 아이참. 맨날 고봉으로 주신다니까."

"고기를 먹어야 튼튼해지지."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것이 손주들을 향한 모든 할아버지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먹어봤자 힘 쓸 데가 어디 있겠는가.

젊은이들 줘야지.

"치, 여기 가상현실이거든요.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 최고. 뿅뿅-♡"

"나도 뿅뿅-♡"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먹었던 쌍화차를 토합니다.]

이놈이 지가 토한 걸 왜 나한테 알려주고 난리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릇에 내가 먹을 수프를 따로 챙겼다.

그리고 멀뚱히 앉아있는 차진철을 바라보았다.

…쯧, 이놈도 먹여야하나.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쫓아버리고 싶었다.

아까 미도가 오빠라고 부르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프에 독을 풀어버릴까 싶었는데,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그에게 수프를 주었다.

물론, 고기는 손톱만큼 들어가 있었다.

차진철은 잠시 수프를 멍하니 보더니, 말을 더듬었다.

"가, 감사합니다. 하하…."

그때, 미도가 말했다.

"엇, 오빠. 고기가 없네요? 내꺼 좀 가져갈래요?"

그의 수프를 본 미도가 고기를 나눠주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 이게 아닌데… 나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차진철은 눈이 마주치자 진땀을 흘리며 물었다.

"무,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닐세. 들게나."

"아, 네 잘 먹겠습니다."

예의는 바른 녀석이구만.

그때, 수프를 먹던 차진철이 입을 열었다.

"저기 어르신."

"……?"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있다가 조용히 단둘이서 얘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궁금해합니다.]

"오빠, 갑자기 할아버지한테 무슨 얘기를 하려구요?"

"비밀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흠. 그러니깐 더 궁금한데."

미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며칠 전에 잠깐 봤던 아침 드라마가 생각났다.

대기업 회장에게 유일한 혈육인 '박평강' 이란 손녀가 있었는데, 못생긴 강온달이라는 청년이 다짜고짜 집에 찾아와 손녀를 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손녀를 제게 주십시오.' 라던가.

저를 '손녀사위로 받아주십시오.' 라던가.

나를 장인어른이라고 부르… 아니지, 장인어른은 아니군.

아무튼 별의 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차진철이 말했다.

"아마 어르신도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네, 미도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나는 점점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이놈이 정녕 우리 미도를…!!

"아이 참, 오빠 무슨 이야긴데 그래? 알려주면 안 돼?"

"안 돼. 나중에 알게 될 텐데 뭐."

꽁냥꽁냥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막아야한다. 막아야한다!

고오오오오얀!!

나는 킹 스파이더의 산성독을 몰래 꺼냈다.

그리고 차진철에게 말했다.

"수프를 다 먹은 것 같구만."

"아뇨, 아직 조금 남았…."

"이리 주게."

강제로 뺏은 차진철의 그릇에 고기를 듬뿍 담았다.

그리고 몰래 독액주머니를 짜며 이를 갈았다.

고얀 놈 같으니라고.

먹고 뒈져버려라.

나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짰다.

내 얼굴엔 악마 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낄낄거리며 흥미진진하게 지켜봅니다.]

"자, 많이 먹게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제법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내 속엔 이미 악마가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차진철이 수프를 입에 넣는 순간.

"읍?!"

챙그랑-!

갑자기 그가 그릇을 떨어뜨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나는 속으로 고소를 삼켰다.

후후. 증거인멸은 안 해도 되겠군.

"오빠! 왜 그래요?!"

미도가 그의 곁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차진철이 입을 열었다.

"어ㅉ…."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유저, 데드아이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 * *

푸쉬이이익-

적막감이 감도는 어둠 속에서 한 캡슐의 문이 열렸다.

이곳은 바로 유니온의 직원 전용 캡슐룸.

차진철이 게임을 하기 위해 접속을 했던 곳이었다.

"아니, 왜 나에게 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황상 분명히 할아버지가 독을 넣은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아까 전에 이런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다.

[자이언트 킹 스파이더의 산성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엄청난 맹독입니다. 10초 안에 해독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자이언트 킹 스파이더.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미도의 할아버지가 바로 자신이 찾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뮬란의 영웅이며, 지금은 늑대가면이라고 불리고 있는 사람.

아이디는 확인 못했지만, 확실했다.

왜냐하면 그 독은 자이언트 킹 스파이더를 잡은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독이었으니까.

"아니, 근데 왜 독을…. 하, 참나. 하하."

차진철은 어이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자꾸만 나왔다.

독이라니.

아무래도 미도의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캡슐에서 나왔다. 그리고 유민석이 있는 팀장실로 걸어갔다.

똑똑-!

"들어오세요."

유민석의 목소리와 동시에 문을 열었다. 고개를 든 그가 자신을 보며 웃었다.

"너 요 며칠 게임만 하더니 신수가 좋아졌다?"

"덕분에요."

피식, 웃는 유민석이 물었다.

"그래, 갑자기 날 찾아온 걸 보면 그분을 찾은 모양이지?"

"네, 찾았죠."

"어떻게 됐어? 이번에 처음 열릴 '챌린지 리그 국대 선발전'에 참가하겠대?

"아니요."

"뭐…? 진짜야? 사례금을 드리겠다는데도 안했다고?"

"아니요."

"뭐야, 너 자꾸 장난칠래? 확. 그냥."

유민석의 장난스런 손날 액션에 차진철이 폭소를 터트렸다.

"뭘 그렇게 웃어. 내가 그렇게 웃겼냐?"

"하하.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까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요."

"…뭐? 무슨 일인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 독살 당했어요."

"엥? 누구한테…?"

"그 어르신한테요."

"…미친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 혹시 길가에 아무거나 주워 먹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에요. 그 어르신 요리사였어요."

"뭐…? 이건 또 뭔 헛소리야. 너 진짜 뭐 잘못 먹었냐?"

'역시 못 믿는 건가.'

하긴 자신도 믿기지 않는데 매형이라고 오죽할까.

"사실이에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구요. 못 믿겠으면 캡슐에 가서 제 플레이 기록이라도 가져올게요."

"…진짜 요리사라고?"

"네."

"……."

유민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미친. 무슨 요리사가 그렇게 강해? 설마 스타 프루츠 능력자인가?"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기획한 영웅 클래스에 그런 능력을 가진 직업은 없었잖아요."

"그렇긴 하지. 허어, 아직 50레벨도 안 되는 것도 놀라운데 스타 프루츠 능력자라니. 도대체 어떤 성좌의 능력을 얻은 거지?"

"그건 차차 알게 되겠죠. 일단 저 좀 쉴게요."

"그래, 고생했다. 진철아."

차진철은 문을 닫고 나오며 생각했다.

'내일 미도한테 할아버지 좀 만나고 싶다고 해야겠다.'

* * *

한편, 미도는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진철 오빠가 갑자기 왜 죽은 걸까요?"

그녀는 다가오는 퍼밀리어와 헬륨 슬라임을 죽이고 있었다.

나는 시치미를 뗐다.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제1사도, 프로메테우스가 당신의 거짓말에 배꼽을 잡습니다.]

"혹시 할아버지 음식에 뭐 넣은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겠니. 너도 먹는 건데."

"그건 그런데…."

미도는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았지만, 금세 머리를 털어버렸다.

"에이, 무슨 이유가 있었겠죠. 내일 들어오면 물어봐야겠다."

…아, 그 생각을 못했군.

일단 저질러보고 마는 성격 탓에 일단 일을 벌렸지만, 뒷일이 걱정이었다.

만약 진철이란 놈이 사실대로 말한다면, 미도는 자신에게 실망을 할 것이 뻔했다.

젠장 어떡하지.

들어오자마자 죽여야 하나…?

그렇게 머릿속으로 다시 계획을 짰다.

그때, 미도의 외침이 들렸다.

"아! 깜빡했다! 오늘 방송 날이었지!"

"…방송?"

미도가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조그만 창이 하나 떴다.

갑자기 그곳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 그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크스타 크리에이터 미도입니다~! 오늘은 우리 할아버지를 소개해드릴게요."

유튜브 데뷔가 임박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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