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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젊은이-13화 (13/375)

나 빼고 다 젊은이 013화

제13화

뮬란의 서쪽 입구.

그곳에서 경비 보초를 서고 있던 칼은 옆에서 졸고 있던 선임을 흔들어 깨웠다.

"저, 저기 좀 보십시오! 저거 저희 마을 사람들 아닙니까?"

"으음. 뭔 헛소리야 인마. 경비나 똑바로 서. 음냐…."

칼의 선임 '다렌'은 졸린지 선채로 다시 잠들어버렸다.

칼은 한숨을 쉬며 다시 다렌을 흔들어 깨웠다.

"아이 참! 다렌 선배님 저기 좀 보십시오!!"

"아이 진짜 이 자식이 별거 아닌 ㄱ… 헉!"

다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야! 빨리 수비대장님 불러와. 빨리!"

"알겠습니다!"

칼은 허둥지둥 수비대장을 부르러 갔다.

다렌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과 옷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찢어져 넝마가 되었는지 옷도 너덜거리고 있었고, 며칠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사람도 보였다.

"세상에 몰골이…."

착잡한 눈으로 그들을 보던 다렌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저 사람은…?"

다렌은 칼과 함께 웬 할아버지가 문을 나서려 했을 때 졸고 있었지만 사실 다 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고블린을 보며 조금 강한 할아버지니까 큰 문제는 없겠구나 생각했을 뿐.

별다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근무시간이 끝나고 집에서 잠이나 잘 궁리를 하며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아까 봤었던 그 할아버지를 필두로 주민과 병사들이 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과 같은 모습에 다렌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하는 할아버지야?'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무슨 소린가!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다니!"

수비대장 필로스가 헐레벌떡 뛰어나오자, 다렌은 저 멀리 다가오는 무리들을 가리켰다.

"저길 보십시오."

그것을 본 필로스의 첫 마디는.

"오, 신이시여…."

* * *

고블린들의 비밀동굴을 나온 나와 김수정은 무리들의 건강을 살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조금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었고, 우리들은 그들을 이끌고 뮬란으로 향했다.

저 멀리 허둥지둥하는 경비병이 보였다.

나는 곧장 다렌이라는 보초병에게 말을 걸었다.

"수비대장을 만나고 싶네만."

"제가 바로 수비대장 필로스입니다. 혹시 마을 사람들을 인솔해 오신 분이십니까?"

필로스라는 이름의 중년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걸어오자, 무리에 섞여있던 한 병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렇습니다."

"자네! 살아있었는가!!"

마시스.

동굴을 빠져나가기 전 나에게 이름을 물어봤었던 젊은 병사의 이름이었다.

그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저희들을 구해주셨습니다. 대장님."

마시스의 말에 필로스는 주민과 병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이거 왜 이러시나. 일어나시게."

"아닙니다. 어르신께서는 저희 마을 사람들의 영웅이십니다.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에~헤이, 이거 참…."

아무리 힘을 써도 허리를 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살짝 멋쩍어진 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이거야 원. 난감하네.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우리들은 곧장 자리를 옮겼다.

보는 눈들이 많았고, 우리들은 필로스의 막사 안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마시스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저희를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고개를 들게 내 잘못된 판단으로 자네들을 잃을 뻔했어. 이렇게 살아 돌아와주어서 정말 고맙네."

"수비대장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필로스가 제법 인망이 두터운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돌이켜보고 반성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로스의 모습은 상관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존경받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인가. 자네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어?"

"아, 실은…."

마시스는 놈들의 부락을 토벌하기 위해 떠났던 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블린 부락으로 향하던 그들은 갑자기 뒤에서 들이닥친 놈들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로잡혀 부락으로 왔는데, 알고 보니 놈들의 비밀통로가 따로 있었고, 그곳을 통해 놈들에게 기습도 당하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약 없는 죽음을 기다리던 중 이분이 나타나 저희들을 구해준 것입니다."

마시스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징그러운데….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당신의 영웅담에 미소 짓습니다.]

…네놈도.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얼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아닐세. 난 괜찮으니 괘념치 말게나."

…제발.

시끄러운 건 질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신 영웅의 이름을 아직 듣지 못했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난 잭슨이라고 하네. 그리고 여긴 날 도와준 크리스탈."

"안녕하세요. 크리스탈이에요."

"오, 굉장한 미인이시군요.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놈 봐라?

이거 위험한 놈이다.

수정이는 미녀라는 말에 볼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괘씸한 놈.

감히 내 예비 며느리를 넘봐?

어림도 없지.

나는 필로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큼!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벌써 가십니까?"

필로스가 아쉬운 표정으로 우리들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강하게 말했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바쁘네!"

그렇게 뒤를 돌아 빠르게 막사를 나가려 하는 순간.

"오오! 잭슨! 아주 큰일을 해주었구만. 정말로 고맙네! 난 자네를 믿고 있었어!"

…아, 망할 촌장 놈 같으니.

첸이 막사에 들어오자마자 내 손을 잡고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며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남자가 들어와 손을 덥석 잡으니 소름이 끼쳐서 얼른 손을 뿌리쳐버렸다.

"큼… 아닙니다. 그저 우연히 지나가다가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화를 낼 수는 없지.

그는 나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화를 내는 건 대인배의 자세가 아니었다.

암, 그렇고말고.

"오오! 아무리 우연히 지나갔어도 그런 용기는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정말로 장하네! 그리고 고맙네!"

[<고블린 부락을 찾아서>   완료]

[1,000달러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뮬란의 병사들을 구하라!>   완료]

[5,000달러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전직을 하지 않아서 더 이상 레벨업을 할 수 없습니다.]

[전직을 하게 되면 남아있는 경험치 보상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명성 1,000을 얻었습니다.]

[칭호, '뮬란의 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뮬란의 모든 NPC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앞으로 뮬란의 모든 상점을 10% 싸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찾아온 덕분에 스미르 산까지 다시 갈 필요는 없겠군.

"나중에 대장간으로 찾아오게나. 자네에게 꼭 훌륭한 무기를 하나 만들어 주고 싶구만!"

"알겠습니다. 그리하지요."

그렇게 촌장이라는 한차례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 간 후에야 나는 필로스에게 말할 수 있었다.

"수고하게."

"아 저기…."

"……?"

"혹시 아직 직업을 얻지 못하셨다면 훈련소를 한번 가보시지요."

"훈련소…?"

"그렇습니다. 그곳의 훈련소장 쿤타가 바로 모험가들의 전직을 담당하는 일을 합니다. 혹시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그에게 제 편지를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띠링-!

[필로스의 사과]

난이도: F-

뮬란의 수비대장 필로스가 이번 일로 훈련소장 쿤타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적었다.

쿤타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면 필로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다.

훈련소로 찾아가 쿤타에게 필로스의 편지를 전해주자.

- 완료 조건: 쿤타와의 만남 0/1

"제 잘못된 판단으로 쿤타가 아끼던 병사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그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는데, 잭슨 님 덕분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편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역시나 필로스는 제법 책임감이 있는 녀석이다.

뭐, 직접 찾아가 사과하지 못하는 게 사내답지 못했지만 이 정도 쯤이야.

"알겠네. 그렇게 하지."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렇게 나는 수정이와 함께 막사를 나와 뮬란의 광장을 거닐었다.

언제 봐도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은 곳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속에 섞이며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인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인간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집니다.]

…이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지?

아까 뮬란으로 오는 길에 수정이에게 이 녀석의 정체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스타 프루츠를 먹으면 별자리, 즉 '성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설의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고 말하며, 그녀는 뮬란으로 오는 내내 어떻게 얻은 것이냐고 물어오곤 했었다.

물론 나는 이렇게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주던데?' 라고.

사실을 말했지만 그녀는 조금 삐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무언가를 먹이는 수밖에 없었다.

"늑대 꼬치 한 개 얼만가?"

"한 개에 5달러입죠!"

"두 개 주게."

나는 재빨리 2개를 사서 하나를 수정이에게 건넸다.

"피, 이런다고 삐진 게 풀리진 않아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한입 크게 꼬치를 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며칠은 굶은 승냥이 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소지어졌다.

배가 많이 고팠나보구먼. 껄껄.

나도 들고 있는 늑대 꼬치를 물어뜯었다.

와그작.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침을 흘립니다.]

…아이씨, 밥 맛 떨어지게.

이 녀석은 밥도 안 먹나?

무슨 성좌라는 놈이 자기 밥도 하나 못 챙겨 먹는지. 쯧쯧.

"에휴, 내 팔자야."

그렇게 한입 먹을 때마다 뜨는 불도둑의 아우성을 마주하며, 필로스가 말한 훈련소라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와그작.

[사도, '앞을 보는 불도둑'이 당신을 째려봅니다.]

* * *

"하나!"

"어이!"

"두울!"

"어이!!"

우리가 걷는 이곳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훈련소였다.

구령에 맞추어 많은 사람들이 허수아비를 때리는 장면은 꽤나 진풍경이라고 할 만했다.

…유저도 있는 모양이군.

나는 수정이가 가르쳐준 유저라는 말을 곧장 활용하며 그들의 면면을 한 명씩 훑었다.

그곳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목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곳은 새로운 지구촌임을 다시 한번 실감 할 수 있었다.

"보기 좋은 광경이구나."

"…네?"

"인종 차별이 없는 것 말이다."

내 말이 꽤나 감명이 깊었는지 김수정은 작게 고개를 주억이며 다시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서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훈련하러 오셨습니까?"

고개를 돌리니, 꽤나 사내다운 모습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쿤타였다.

…이 녀석이 쿤타였군. 제법 잘 싸울 것 같은 근육이 제법이야.

"자네에게 편지를 전해주러 왔네."

"저에게 편지를…?"

그에게 곧장 필로스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재빨리 편지를 뜯으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쿤타.

그의 눈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나를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필로스 님의 편지군요.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로스의 사과>   완료]

[200달러를 획득하였습니다.]

[쿤타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나는 약간의 수고를 통해 얻은 보상을 눈으로 확인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온 김에 전직을 하고 싶네."

"그러시군요. 필로스님의 편지를 보고 알았습니다. 저희 마을 사람들과 제 병사들을 구해주신 잭슨 님이시군요."

…필로스 녀석, 쓸데없는 짓을.

"원래는 전직 퀘스트를 수행해야하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그 과정은 제 재량으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고블린들을 쓸어버리신 잭슨 님의 실력은 볼 필요도 없겠지요. 하하하."

쿤타가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뭐, 퀘스트를 안해도 된다면 내 입장에선 좋은 일이었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한번 골라보시겠습니까?"

[전사]

[격투가]

[궁수]

[마법사]

[암살자]

[……]

창에는 10가지가 넘는 직업들이 주르륵 떠있었다.

나는 찬찬히 훑으며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읽어 내려갔다.

원래라면 튜토리얼에서 배워왔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옆에 있는 김수정에게 물었다.

"어떤 직업이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으냐."

"음, 전 개인적으로 격투가가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발차기를 잘하시니까요."

격투가라…. 하긴, 내 발차기 실력을 썩히기는 좀 아깝지.

나는 1의 고민도 없이 손가락으로 격투가를 눌렀다. 그런데,

[System.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직업으로 전직할 수 없습니다.]

"?????"

이게 뭔 개소리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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