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94화 (194/250)

제50장. 익숙한 컴백 (5)

니암과 같이 오디션 현장으로 향했던 우리 HTB의 부매니저 강원이가 승훈이 형한테 오디션 결과를 바로 알려 줬다.

“아…… 그래?”

반응이 어째 애매한데.

혹시 떨어졌나? 그런 불안감이 문득 들었다.

“왜, 형. 어떻게 되었다는데? 응?”

승훈이 형한테 결과를 닦달했다.

강원이와 짧은 통화를 마친 승훈이 형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이 알려 준 결과에 의하면.

“합격이래.”

“뭐? 아니, 형 통화하는 거 들어 보니까 누가 봐도 떨어졌을 것처럼 반응하더니, 합격했다고?”

“응, 맞아.”

“근데 왜 한숨을 쉰 거야?”

승훈이 형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내포된 미소가 그려졌다.

“너 놀리려고 그랬지.”

이 형이 진짜.

뭐 그런 거 가지고 장난을 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니암 정도의 실력이라면 예선은 무난하게 통과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니암은 내 기대감에 충분히 부흥해 줬다.

“나중에 숙소 들어가면 축하 파티라도 열어 줘야겠네.”

“그렇게 해 줘. 강원이한테 들어 보니까 이번에 니암이 마음고생 많이 했다고 하더라.”

“그럴 수밖에.”

프로그램 녹화일 되기 전에도 그랬었는데.

당일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HTB의 멤버, 니암이 이번 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기사로 대문짝만하게 나갔는데, 정작 예선에서 떨어지면 그만한 망신도 없을 것이다.

예선은 예선대로 떨어지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얻은 것 하나 없이 손해만 보고 오는 거라서 사실상 위험부담이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예전에 니암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기가 괜히 나가기로 한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괜히 자기가 떨어지면 HTB를 실력적으로 저평가하는 시선이 많이 늘 수도 있을 거 같다고.

그래서 니암은 밤잠을 설쳐 가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이 노력이 예선 통과라는 달콤한 과실로 돌아온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야 니암이 예선에서 떨어지든 뭐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우리 HTB를 대체할 아이돌 그룹은 없고.

아직 지구 곳곳에 잔여 몬스터가 남은 상황이다 보니, 우리 HTB의 존재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이커가 시도하려다가 말았던 것처럼, 제2의 레이드 시대가 도래하기라도 한다면, HTB의 필요성은 더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물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맞춘 공급이 무조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지구는 멸망한다.

이것이 내가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였다.

그러나 니암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낫긴 하지.’

독기가 있어야 랩 배틀 같은 것에서도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니암은 래퍼치고는 너무 착해서 문제다.

지난번에 그 랩 경연 프로그램 보니까 막 서로 디스도 하고 그러던데.

니암이 그런 걸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예선 끝나고, 다음 녹화는 언제래?”

“5일 뒤. 그때 본선 1차전 할 거래.”

“내용은?”

“글쎄. 이건 나중에 니암하고 강원이한테 직접 들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직 녹화 다 안 끝났다고 했으니까.”

어차피 내가 집에서 따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숙소에서 HTB 멤버들끼리 다 같이 지내고 있으니까 오늘 저녁에 니암이 복귀하면 그때 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면 될 거 같다.

‘숙소라는 게 이럴 때 편하네.’

멤버들이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 * *

늦은 저녁.

니암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복귀했다.

나를 포함해서 멤버들 전체가 다 니암이 언제 오나 하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예선 통과한 거 축하한다!”

“축하해요, 형!”

“방송은 언제 나온대?”

타인의 일에 대부분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던 데이브조차도 이번에는 니암의 예선 합격 소식에 깊은 관심을 보여 줬다.

니암의 일은 곧 우리 HTB의 일이니까.

그래서인지 관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니암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방송은 2주 후에 나갈 거라고 했습니다. 그 전에 1차 본선 시작할 거고요.”

“본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

“자작 랩 가지고 가서 심사위원들 앞에서 선보이기만 하면 된답니다. 마침 제가 연습하면서 써 둔 곡도 있고. 이거 가지고 비트 찍은 다음에 1차 본선 때 해 보려고요.”

“시간은, 괜찮겠어? 최 프로듀서한테 도와 달라고 할까?”

“괜찮습니다. 작업하다가 만 게 있어서, 그걸로 하면 될 거 같아요. 어차피 당분간 제 개인 스케줄도 없고요.”

첫 번째, 두 번째 앨범 당시에는 아직 우리 HTB라는 그룹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상태가 아니었기에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시기까지 오니까 이제는 우리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세 번째 앨범 활동 기간은 첫 번째, 두 번째 앨범 때에 비해서 스케줄이 다소 널널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도 영화 촬영을 같이 겸할 수 있었던 거였다.

남는 시간은 멤버들이 알아서 잘 활용하기로 했다.

니암은 이 시간을 자신의 랩 경연 프로그램 준비에 모두 쏟아부을 생각인가 보다.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완성되면, 우리한테도 말해 줘. 우리가 먼저 듣고 평가해 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니암이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선까지 통과했으니까, 이제 목표를 더 크게 잡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 * *

오전에 준서와 함께 웹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막 마친 뒤에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특별히 몸 쓰는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그냥 앉아서 1시간가량 짧게 토크 몇 번 한 걸로 끝이 났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대충 이유는 알고 있었다.

세 번째 앨범 발표 이전부터 오늘까지, 영화 촬영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일정을 진행했던 피로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부작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활동 끝나면 당분간 쉬는 타임 좀 가져야겠네.’

내가 다른 일반인들에 비해서 강화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계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까지는 아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쉬는 일 없이 계속 움직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인 것 같다.

반면, 준서는 나보다도 더 피곤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죽을 거 같아요, 형.”

“너는 또 왜?”

크게 힘든 일정은 아니었는데, 그런 것치고는 준서의 앓는 소리가 꽤 컸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저, 아침에 많이 약한 거 아시잖아요.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러면 음방 준비는 대체 어떻게 했던 거야?”

“그래도 그건 무대 올라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기라도 하잖아요. 피곤해도 졸릴 틈은 없는데. 그런데 방금 촬영했던 토크 프로그램은 그냥 앉아 있으면서 이야기만 하다가 오는 거니까 졸음이 솔솔 오고, 그러니까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특이한 녀석이네.”

나름 오랫동안 같은 그룹 멤버로 활동해 왔긴 했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아직도 준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긴,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게 덜 졸리긴 하지.

나도 잘 알지만, 그래도 가수니까 앞으로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 좋아 보인다.

아까도 말했지만, 음방 같은 스케줄이 있을 때에는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나도 아침잠이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가수로 데뷔하고 난 이후부터는 그래도 이 아침잠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승훈이 형한테 몇 번 잔소리도 들었던 적이 있고. 그 덕분에 많이 나아질 수 있었다.

“가만있어 보자. 오늘이 니암 1차 본선 무대 녹화하는 날이라고 했지?”

“네.”

“시간 금방 가네.”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까 이렇게 느껴지나 보다.

니암이 예선 현장에서 랩을 펼치는 장면이 프로그램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굉장히 큰 화제가 되었다.

1차 본선에 합류한 참가자들의 활약상만 따로 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린 시리즈가 있는데, 이 중에서 니암의 영상이 가장 조회 수가 높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니암에게, 그리고 우리 HTB에게 많이 쏠려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니암이 화제 몰이에 성공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제작진도 1화에 비해서 2화에선 니암의 비중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서 방송으로 내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예고편만 봐도 그 낌새가 보인다.

잘나가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HTB 그룹 멤버를 밀어준다고 하는데, 싫을 리가 없다.

오히려 이건 기회다.

곧 있으면 1차 본선 결과도 나올 거 같은데.

지난번에 예선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강원이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이번에도 승훈이 형이 전화를 직접 받았다.

일부러 우리도 같이 들으라는 뜻인 건지 차량에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형님, 저 강원이입니다.

“어, 강원아. 니암 어떻게 됐어?”

강원이가 이 시간에 승훈이 형한테 전화를 건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경연 결과를 알려 주기 위함이다.

-1차 합격했습니다.

“진짜? 오, 니암! 잘했나 보네.”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

-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과정이 있나 보다.

준서가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이 형,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엇? 뭐야, 너도 듣고 있었어?

“저 말고 태오 형도 같이 듣는 중이에요.”

강원이가 순간 헛숨을 삼켰다.

예전에도 나를 너무 깍듯이 대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내가 HT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이 태도가 더욱 심해졌다.

나는 오히려 직원들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정작 직원들이 먼저 거리를 두려고 해서 조금 섭섭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괜히 회사를 넘겨받기로 했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말이다.

아무튼 이건 둘째 치고.

니암의 1차 본선 내용부터 자세히 들어 보기로 했다.

“문제라도 있었어?”

내 물음에 강원이가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습니다.

“얼마나 아슬아슬했는데?”

-심사위원 네 팀 중에 겨우 한 팀만 통과 버튼 눌러 줬습니다.

“많이 아슬아슬했네.”

강원이가 왜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2차 본선은 빡세게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가 힘들어질 거 같습니다.

“2차 본선 내용은 뭔데?”

-1차 때와 비슷합니다. 1~2분 되는 시간 동안 펼칠 무대를 준비하면 된다는데, 근데 이번에는 조력자를 데려와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

순간 내 눈빛이 반짝였다.

조력자라.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는데, 써먹지 않으면 많이 아쉽지 않겠나.

오늘 저녁, 니암이 돌아오는 대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 작전을 제안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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