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09화 (209/430)

# 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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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 또 애들 소처럼 굴리기 시작했냐고

작년까지는 애들이 하고싶은 게 많았다고 해서 4컴백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갔지

설마 애 다쳤는데도 안 쉰다고 할 줄은 몰랐다

└22 상황 보면 그냥 가벼운 상처는 아닌 것 같은데

└계약기간 얼마 안 남아서 이러는건가? 걱정돼서 미치겠네 진짜ㅠㅠ

└요즘 일 잘하나 했더니 역시 뉴마가 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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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이상. 마이 엔터의 재민 캐릭터 옆에 뜬 텍스트였다.

내 기억 속에서 재민의 부상 사실 자체가 흐릿하게 지워져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확실히 낯익은 위치에 낯익은 문구였다.

플레이어 시절에 재민이 이 상태여서 내가 활동에서 제외시켰었지.

‘차라리 플레이 상태였으면 다른 선택지 없이 쉬게 했을 텐데.’

게임에서는 상태 이상에 걸린 멤버를 포함하여 그룹 활동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플레이어가 아니고, 이곳도 게임 시스템의 영향은 받지만 완전히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이 세계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플레이할 적보다 비인간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 찝찝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과연 맞는 선택을 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컬러즈와는 의견이 맞지 않았다.

[뉴마 정신 차리고 아티스트 건강부터 챙겨 #뉴마_아티스트_보호해]

[아티스트는 부품이 아닙니다 #뉴마_아티스트_보호해]

[아이돌 처음 키운다는 변명도 일이년이지 7년이면 이제 초등학교 입학 준비할 나이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건데]

……

반향이 있으리란 건 예상했다. 재민은 지금 쉬는 게 더 낫다는 걸 우리도 잘 알기에 거듭 고민했으니까.

하지만 알고도 컴백을 강행한 것이라 뉴마는 현재 이들에게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뿐이지…….’

게다가 지금은 컴백을 미루라는 의견 외에도 컴백 강행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기에 어느 한쪽에서든 불만이 터지는 것은 불가피했다.

[멤버들이 결정한 거면 어쩌려고요;; 애들이라고 부른다고 진짜 애 아니고요. 몬클도 이제 7년차입니다..]

[솔직히 뉴마가 미쳤다고 다친 애 억지로 내보내진 않을 것 같음]

예전이라면 몰라도 최근 뉴마와 모노크롬의 관계를 생각하면 멤버들의 의견도 반영되었을 것이란 추측이었다.

특히 같은 멤버들이 서로를 가장 잘 챙기니 힘들다는 재민을 무리하도록 내몰지는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들 멤버들을 아껴서 하는 소리겠지만 의견 충돌을 보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

이 상황에 당사자인 재민이 나섰다.

“그냥 제가 뷰이라이브를 할까요?”

“뭐라고 말하게?’

“그냥 솔직하게요. 아직 병원 다니고는 있는데 제가 원해서 그대로 컴백하기로 했다고요.”

팬들의 반응에 일일이 반응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그것도 좋지 않다. 그 중간의 적절한 선을 찾는 게 어려웠다.

재민이 아직 팔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회복이 안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컴백 강행을 더 이해하지 못할 컬러즈도 있을 터였다.

‘그래도…… 멤버 입으로 직접 확실한 상황과 의견을 알려주는 게 양쪽 다 마음은 편하려나.’

멤버가 좋지 않은 이야기에 굳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회사가 욕을 먹고 마는 게 훨씬 간단하고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컬러즈는 멤버들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멤버가 직접 나서는 것이 이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긴 할 것이다.

특히나 재민이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면 현재 상황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알았어. 또 어깨 막 돌리는 거 보여주려고 하진 말고.”

“저 진짜 어깨 돌려도 괜찮은…….”

“…….”

재민이 또 팔을 들어 올리려다가 내 시선을 받고는 다시 내렸다. 이런 데서도 또 장난을 치려고 한다니까.

재민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빈 회의실 하나에 자리 잡고, 혈색 좋아 보이겠다고 색 있는 립밤까지 챙겨 바른 후 뷰이라이브를 켰다.

***

“안녕, 컬러즈!”

최근 컬러즈는 재민 걱정뿐이었으므로 시작부터 채팅창은 [ㅠㅠㅠㅠ]로 메워졌다.

그러나 예상외로 재민은 활기차게 등장했다. 게다가 라이브 제목은 <명재민 부활>.

재민은 우는 컬러즈를 바로 이리 모드로 만들어놓고는 곧바로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다친 데는 어떠냐면요. 의사쌤이 상처만 아물면 별문제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아직 병원은 몇 번 더 가야 돼요.”

재민의 입에서 부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컬러즈는 다시 [ㅠㅠ] 모드로 돌아왔다.

재민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지체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나선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는데 제가 메인 댄서잖아요.”

바로 그것이 컬러즈가 더 마음을 쓰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필 몸을 많이 쓰는 메인 댄서가 또 몸을 다쳐서.

그러나 재민은 컬러즈를 더 걱정시키려고 꺼낸 소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도 순발력 있게 몸을 휙 돌려서 위험한 걸 피했거든요. 이게 공중에서 몸을 틀려면 기술이 필요한데…….”

뜬금없이 공중회전 기술을 설명하자 컬러즈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ㅠㅠㅠㅠ예..?] 하는 반응을 남겼다.

잠시 설명하던 재민은 그런 채팅창을 보고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반쯤은 농담인 듯했다.

시청하던 컬러즈는 웃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지만, 평소와 똑같은 재민의 모습을 보니 안심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크게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컬러즈는 이미 재민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 버렸다.

“저희 컴백하는 거요. 사실 회사에서도 좀 더 쉬는 게 좋겠다고 바로 직전까지 회의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안무가 형에게도 허락을 받았을 정도로 괜찮은 상태라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처음엔 반대 의견이 더 컸다거나, 허락해 줄 때까지 자신이 설득했다는 점은 슬쩍 빼놓았지만.

“이번에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거 있거든요. 뭐인지는 스포라서 말하면 안 되는데. 아무튼 기대해 주세요!”

재민이 이렇게 말하니 컬러즈도 컴백에 관해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걱정되는 마음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을 존중해주려면 평소처럼 응원하는 수밖에.

이 뷰이라이브 이후로 컬러즈는 걱정하느라 미뤄놨던 컴백 떡밥 즐기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뷰이라이브를 본 것은 컬러즈뿐만이 아니었다.

***

최근 모노크롬 연습실의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내가 파트를 바꾸자고 먼저 제안했던지라 잘 되어가나 싶어서 내려와 봤는데 역시나 연습이 한창이었다.

준해가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다가 고개만 살짝 돌려 연습실 벽의 시계를 확인하고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악!”

“아이고, 잘한다.”

준해는 최근 민후와 재민에게 둘러싸여 특별 연습 코스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메인 댄스 파트를 맡게 되었으니 컴백 전까지 속성 연습이 필요했다.

재민보다 더하다는 민후의 지도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준해는 기합으로 이겨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형이 그런 그에게 물병을 건네주며 격려했다.

“열심이네. 좀 잘 돼 가는 것 같아?”

기합이 조금 비명처럼 들리는 것도 같은데……. 괜찮은가 싶어서 물어보니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한이가 대답했다.

“저 정도로 하면 안 늘 수가 없죠. 그런데 준해 성질이 좀 나빠진 것 같아요.”

“성질이 나빠져?”

“물 줄까 말까 장난 좀 쳤다고 막 주먹부터 쥐잖아요.”

“그건 평소랑 똑같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힘든데 옆에서 놀리기까지 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우형이 대신 옆에 붙어 있었나 보군.

준해는 일어나고도 몸이 무거운지 “하압! 차!” 하면서 손발을 털었다. 피로를 물리적으로 털어내려는 의식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해랑이 과거 기억이 떠올랐는지 입을 열었다.

“언제였지. 시험공부 하다가 갑자기 잠 깬다고 거실로 나와서 앞구르기 했을 때.”

“아! 맞다. 딱 그 상태다.”

한이도 같은 장면을 목격했었는지 기억난다면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

멤버들이 즐거운 숙소 생활을 하는 건 둘째 치고, 준해는 힘든 것을 다른 행동으로 터트려서 푸는 스타일이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건강한 방법으로 푸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

아이돌판 새해 첫 병크 타이틀이 붙은 그 아이돌 멤버의 기사가 어른거렸다. 본인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게 스노우볼처럼 데굴데굴 굴러와 준해가 직접 구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 준해가 잘하더라고요. 이사님은 미리 그걸 알아보고 시키신 거예요?”

준해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해랑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메인 댄서였던 그가 인정할 정도로 준해는 잘 해내고 있는 모양이다.

“전에 그림자 안무 영상 찍을 때 준해가 눈에 띄더라고. 민후 씨도 잘한다고 했었고.”

사실은 레벨을 확인하고 판단한 거지만…….

다만 게임 속 레벨과 현실 실력을 그대로 매치하기는 어려워서 나도 좀 불확실한 상황에 도박을 걸긴 했다.

준해가 잘 해내고 있는 것은 그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역시 믿음은 배신하지 않는 멤버들이다.

준해가 다시 연습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형은 챙길 것은 다 챙겨줬다는 듯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재민이랑 준해는 생각보다 걱정 없는 것 같은데…… 이제 우리가 걱정 아닐까?”

“……허흠. 뻐근한데 나도 연습이나 해야겠다.”

한이가 기지개를 켜며 슬쩍 자리를 피했다. 우형의 말을 듣고 보니 위기감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재민이랑 준해가 잘 해내면 다행이긴 한데 옆에선 좀 부담되기도 하겠다.’

파트를 바꾸고도 잘하는 멤버들이 있는데 그 옆에서 실수라도 하면 더 민망하겠지.

우형도 한이를 따라 다시 몸을 풀고, 해랑도 휴식이 끝났는지 벽에 기댄 몸을 바로 하고 그들 옆에 가서 섰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평소처럼 돌아온 것이 느껴졌다.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멤버들은 다시 속도를 낼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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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스피디인데 스밍권 충전해놨다구 우리 앨범 나오면 같이 스밍 돌려주겠대

같이 레몬어워드 욕하다가 동질감 생김 ㅋㅋ

└조타 화력은 얼마든지 환영이지

└덕후 대통합의 현장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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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일이 있었지만 예정대로 컴백을 차근차근 준비해가던 와중.

티저 공개일도 아닌데 느닷없이 SNS에서 모노크롬이 화제를 타는 일이 있었다.

‘우리 일로 바빠서 컬러즈 반응 외엔 잘 몰랐는데…….’

연예인이 공개 무대에서 다친다는 것이 평범한 일은 아니었으니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반짝 생겨나는 관심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관심이 사그라들 때쯤 다시 여러 사람의 입에서 모노크롬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우리를 언급할 리 없는 SPID의 팬덤, ‘스피디’ 쪽에서 나온 얘기가 이 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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