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지부장님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만 하라는군요.”
곽윤수 팀장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 말에 황도형 장로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때까지 그냥 방치하겠다고?”
“…….”
“놈은 지금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네. 시간을 더 줬다간 인명 피해도 그만큼 커질 걸세.”
보스도 살고 싶을 테니 발악할 터.
녀석의 레벨이 오르면 그만큼 저항도 거세질 것이다.
황도형의 우려에 곽윤수 팀장이 최대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마탑주께서 처리하지 않을까요?”
“그게…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마탑주와 장로들이 좀 이상해졌네.”
“이상하다뇨?”
옆에서 잠자코 듣던 정도현이 좀 더 자세히 말해 보라고 했다.
황도형은 딱 잘라 설명할 순 없지만 요 일주일간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엔 다들 젊어지는 것에만 집착했었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보스를 죽이지 말고 열매를 양산해 내잔 쪽으로 목적이 바뀌었다.
마탑주를 중심으로 다른 장로들까지 그 의견에 찬동했다.
마지막까지 반대한 건 황도형이 유일했다.
정도현은 턱을 매만지며 이의를 제기했다.
“확실히 위험한 판단이긴 해도… 젊음을 주는 열매이니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젊어지는 열매라. 실로 엄청난 아이템 아닌가.
물론 수많은 생명을 갈아 넣어야만 하지만.
호기심에 살고 죽는 마법사의 특성상 열매를 자세히 연구해 보고 싶었을 터.
“처음엔 나뿐만 아니라 몇몇 장로들도 위험하단 이유로 반대했네. 보스의 성장이 예상보다 빨랐거든. 우리가 먹을 열매만 만들고 보스는 바로 처분하자, 그렇게 의견을 모았지. 그런데 열매를 먹더니 하나둘 돌변했네.”
보스를 죽여선 안 된다. 이 기적의 열매를 세상에 널리 퍼트려야 한다.
장로들은 열매를 먹더니 그렇게 말을 바꿨다.
그는 변해 버린 장로들을 한 명씩 몰래 만나 필사적으로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치 날… 미치광이나 이단처럼 쳐다보더군.”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이 떠오르자 황도형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날 죽일 기세였네.”
“그건 좀 이상하네요.”
열매를 먹고서 다들 의견을 바꿨다라.
한 명쯤 열매의 힘에 매료되어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전부 넘어갔다니. 명백히 이상했다.
정도현과 곽윤수 팀장은 머릴 맞대고 고민해 봤다.
“혹시 열매에 뭔가 비밀이 있는 거 아닐까요?”
“곽 팀장님, 무슨 소립니까?”
“예전에 이런 얘길 들어 봤습니다. 몇몇 식물형 몬스터는 열매나 꽃향기로 사냥감을 유혹한다고요.”
“그러니까… 자넨 열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가?”
“사람을 홀리는 효과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그럴 리 없네.”
황도형은 단호히 고갤 저었다.
열매에 그런 효과가 있었으면 아이템 정보에도 분명 기재되어 있었을 터.
그러나 설명에는 단순히 젊어진다고만 나와 있었다.
열매엔 문제가 없다. 황도현은 그렇게 단언했다. 그러자 정도현이 이어서 질문했다.
“보스 이름이 ‘쥬라이어드’라고 했죠?”
“응? 그렇네만?”
“혹시 다른 쥬라이어드의 열매도 젊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까?”
“그랬으면 우리가 이렇게 흥분 안 했겠지. 놈은 변종이야, 그래서 열매도 특별한 거겠지.”
“놈이 변종이면 특수한 스킬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네요?”
“…뭐?”
정도현은 할아버지 집에 있는 오닉스 슬라임, 말랑이를 떠올렸다.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플레이어가 개인 특성을 지닌 것처럼 몬스터들도 개인 특성을 타고날 수 있다고.
‘이번 보스도 말랑이처럼 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걸지 몰라.’
특수한 스킬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의미는 확실히 전달됐다.
황도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그럼… 정말 열매 때문에 다들 이상해진 거라고?”
“예를 들면 자신의 열매를 먹으면 조종할 수 있다. 그런 스킬이 있을지도 모르죠. 맞는지 아닌지는 까 봐야 알겠지만.”
“아……!”
황도형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그래, 어째 다들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거였나.
이 간단한 걸 여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었다니.
‘다들 욕심에 눈이 멀었구나.’
조금만 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이 사달이 나진 않았을 거다.
마탑주와 장로들은 보스한테 이용당하고 있다.
“도현 씨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진짜 큰일 아닙니까?”
“그렇죠. 마탑주와 장로들은 보스를 곱게 내주지 않을 겁니다. 목숨을 걸고 사수하려 들겠죠.”
곽윤수 팀장은 다시 지부장한테 연락해 방금 나눈 얘길 꺼냈다.
그러자 강민겸 지부장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마탑주랑 장로들이 보스한테 조종당하고 있다고? 증거는 있나?]
“물증은 없지만… 여기 계신 황 장로님이 증언했습니다. 마탑주와 장로들이 최근 들어 이상해졌다고요.”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잖아.]
“지부장님!”
곽윤수가 더는 못 참고 소리쳤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마탑주와 장로들도 보스의 꼭두각시가 됐을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그런데도 계속 방치하잔 겁니까?”
[내가 언제 방치하자고 했어! 내가 도착할 때까지만 기다리라고 했지. 이제 거의 다 왔어.]
“지부장님, 한시가 급합니다. 제발 출동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곽 팀장,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 뭐야?]
곽윤수가 재차 말하자 강민겸이 한숨을 쉬었다.
[…만약 자네 추리가 틀렸으면 마탑주와 척을 지게 될 텐데. 그럼 정말 피곤해져. 놈이 윗선에 항의라도 하면 나는 물론이고 자네 모가지까지 날아갈지 모른다고. 우리 둘 다 가정이 있잖은가. 대화로 푸는 게 최선이야.]
“…알겠습니다.”
곽윤수도 끓어올랐던 감정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답답하지만 조직의 규율을 어길 순 없었다.
그에겐 부양해야 할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다.
지부장이 말한 대로 일이 꼬여 버리면 끔찍했다.
이번에도 별 소득 없이 통화를 끊자 정도현이 그를 불렀다.
“곽 팀장님, 안 된답니까.”
“…죄송합니다.”
곽윤수가 면목 없단 얼굴로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정도현과 황도형은 그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 * *
강민겸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마탑주를 설득하고자 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곽윤수 팀장은 혹시 모르니 병력을 이끌고 가자 했지만, 그는 마탑주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며 기어코 최소한의 호위 병력만 데려갔다.
‘마탑주랑 장로들이 보스한테 조종당해?’
망상도 정도껏 해야지.
그는 코웃음 치며 정도현의 추측을 억측으로 치부했다.
강민겸은 보스가 있는 곳 근처까지 도착했다.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강민겸 일행이 다가오자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마치 총처럼 겨눴다.
“강민겸 지부장이다. 마탑주님을 뵈러 왔다!”
강민겸이 당당히 정체를 밝히자 마법사들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잠시 뒤, 마법사들은 얌전히 길을 터 줬다. 들여보내라는 마탑주의 허가가 떨어진 모양이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고목이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 젊은 마법사들이 있었다.
얼굴만 보면 신참 마법사 같았지만, 다들 80레벨이 넘은 것으로 봐선 장로들 같았다.
‘정말 다들 젊어졌잖아?’
강민겸은 레벨이 가장 높은 청년에게 너스레를 떨며 인사했다.
“아이고, 마탑주님.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지부장님께서 여긴 웬일이십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보스 토벌은 언제쯤 진행하실지 궁금해서 확인차 들렀습니다.”
그 말에 마탑주가 히죽 웃었다.
“지부장님은 젊어지고 싶지 않으십니까?”
“예?”
그 말에 강민겸은 난색을 표했다.
아무리 회춘할 수 있다 해도 사람들을 희생해 만든 열매를 어찌 선뜻 먹겠는가.
강민겸의 표정을 본 지부장이 아쉽단 얼굴로 말했다.
“반응을 보니 황 장로한테 열매에 대해서 들으셨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도시에 고립됐던 민간인들이야 실종으로 처리하면 어찌 넘어갈 수 있겠지만, 토벌대까지 건드는 건 저희도 묵인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요?”
“슬슬 보스를 마무리 지어 주셨으면 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마탑주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러자 강민겸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저희도 상부에 사실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마탑주님도 상당히 곤란해지실 텐데요?”
“…후, 그럼 어쩔 수 없죠.”
마탑주가 한숨을 쉬며 그렇게 중얼대자 강민겸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알아서 굽힐 것이지.
척.
그런데 마탑의 장로들이 강민겸 일행을 포위했다. 당황한 강민겸을 향해 지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넌 신목의 양분이 되어 줘야겠다.”
* * *
쿠구구궁-!
지부장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중. 돌연 지축이 크게 흔들렸다.
‘지진인가?’
쿠당탕-!
건물의 물건들이 떨어지거나 쓰러져서 바닥을 굴렀다.
넘어질 뻔한 황 장로를 정도현이 붙잡아 줬다.
“고, 고맙네.”
흔들림이 차차 약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멎었다.
정도현은 바깥 상황을 살피고자 뛰쳐나왔다. 플레이어들도 그를 따라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경악했다.
“저, 저게 뭐야!”
저 멀리 도시 안쪽에 못 보던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건 거대한 나무였다.
어찌나 높은지 주변 건물보다 훨씬 길쭉했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플레이어들이 할 말을 잃었다.
‘저게 보스인가?’
정도현은 거대해진 보스를 빤히 노려봤다. 녀석이 드디어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냈다.
기폭제는 분명 지부장의 방문이겠지.
‘빨리 보스를 안 없애면 자신도 가만있지 않겠다. 그런 식으로 협박했나.’
관리국이 낌새를 챘으니 보스도 더는 웅크린 채 내숭 떨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면 날 죽여 달라고 광고하는 셈일 텐데.
정도현이 그리 생각할 때.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댔다.
“어? 뭐야, 이거?”
“안개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도시에 허연 안개가 자욱이 깔렸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주문?’
정도현은 혹시 마법사인 황 장로라면 뭔가 알까 싶어서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황 장로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이건… 「미혹의 안개」?”
“미혹의 안개? 그게 뭡니까.”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드는 환영 마법이네. 최 장로가 자주 쓰는 주문이지. 그런데 도시 전역을 뒤덮다니…….”
도시 전체를 덮으려면 그만큼 마력이 엄청나게 필요할 텐데.
“어르신, 어떻게 했는지는 지금 중요치 않습니다.”
“…자네 말이 맞네. 우린 도시 안에 갇혔어. 그게 중요하지.”
미혹의 안개가 깔린 이상 어디로 걷든 방향을 잃고 헤매거나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올 뿐이다.
이제 아무도 도시를 빠져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었다.
황 장로의 설명에 플레이어들이 웅성댔다.
“갇혔다고요?”
“마법사님, 그럼 언제쯤 이 안개가 사라지는 겁니까?”
“…술사가 투자한 마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개는 짙어지고 오래가네. 이 정도 범위를 커버한 걸 봐선 마력 문제도 해결한 듯싶어.”
“그, 그럼…….”
“언제 풀릴지 아무도 알 수 없네.”
그러자 플레이어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마치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지잉-!
그때, 곽윤수 팀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민겸 지부장이었다.
“지부장님!”
[과, 곽 팀장!]
보스 근처라 잡음과 함께 강민겸의 다급한 목소리가 넘어왔다.
불길한 예상은 역시 빗나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지부장님? 괜찮으십니까……?!”
[나, 나 좀 살려 주게… 자네 말이 사실이었네. 마탑주가 단단히 미쳤어!]
“놈들에게 잡히신 겁니까?”
[그, 그게… 자네들을 이쪽으로 불러내지 못하면 당장 죽이겠다는데…….]
강민겸은 보스한테 인질로 붙잡혔다.
시간 안에 구하러 오지 않으면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곽윤수는 그에게 이쪽 사정도 전달했다.
미혹의 안개 때문에 도시 안팎으로 아무도 오갈 수 없게 됐다고.
독 안에 든 쥐 신세란 말에 강민겸이 신음을 흘렸다.
[젠장… 그럼 지원 병력도 못 온단 거잖아?]
강민겸은 절망했다. 곽윤수가 황 장로에게 질문했다.
“황 장로님, 안개를 없앨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건 어렵네. 내 전공은 환영 주문이 아니라서…….”
주문을 파훼하는 건 마법사의 레벨이 높거나 마력이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주문의 이론을 빠삭하게 통달해야만 했다.
황 장로의 환영 주문은 끽해야 기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안개를 펼친 건 수십 년간 환영 주문을 전공한 최 장로였다.
갓난아기가 성인 남성을 어찌 이기겠는가.
그 말에 곽윤수와 플레이어들은 크게 절망했다. 완전히 고립됐다.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지을 때, 정도현이 대뜸 말했다.
“어르신, 그럼 보스가 있는 곳으론 못 갑니까?”
“…뭐?”
“어차피 보스만 잡으면 다 해결될 문젭니다.”
정도현의 발언에 다들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황도형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보스한테 가는 건 가능하네. 보스의 마력 패턴을 알고 있으니, 그걸 추적하면 도달할 순 있겠지. 하지만…….”
그건 보스가 원하는 그림일 터. 가 봤자 승산은 희박했다.
“전 혼자서라도 갈 겁니다. 여러분들은 어쩌실 거죠?”
정도현이 플레이어들을 쭉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일동은 침묵했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괜히 움직이다 죽으면 어떡해.
그런 생각이 플레이어들 얼굴에 훤히 드러났다.
“따라오기 싫으시면 여기 남으셔도 됩니다.”
“그, 그래도 됩니까?”
“하지만 보스가 여러분들을 가만히 놔둘까요? 저라면 진즉 몬스터들을 이쪽으로 보냈을 겁니다.”
그 말에 플레이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죽기 살기로 보스와 싸워 보느냐.
아니면 여기서 마구 몰려오는 몬스터들과 싸우느냐.
“함께 가겠습니다.”
“저희도 도현 씨를 돕겠습니다!”
“그래,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뒈질 바엔 그편이 낫겠지.”
“까짓거, 한 번 해봅시다!”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용기를 내며 정도현의 의견에 동조했다.
정도현은 곽윤수 팀장한테서 휴대폰을 넘겨받았다.
“지부장님, 정도현입니다.”
[자, 자네로군? 부탁이니 제발 살려 주게!]
“알겠습니다.”
정도현의 즉답에 수화기 너머로 안도의 한숨이 들렸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 조건?]
“저희도 목숨 걸고 구하러 가는 건데 합당한 보수는 주셔야죠.”
[아, 알겠네! 원래 보수의 두 배를…….]
“두 배요? 그것보단 더 주셔야죠.”
[세 배로 챙겨 줄 테니 제발 좀 와 줘!]
강민겸이 간절히 부탁하자 정도현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저는 돈 대신 다른 걸 받고 싶습니다.”
[다른 거라니.]
“저번에 말씀하셨죠? 제가 요원이 되면 가족이랑 지인들 이주비, 추가로 내야 하는 세금을 면제해 준다고.”
[잠깐만, 자네 설마…….]
“그것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으시죠?”
[지금 사람 목숨으로 흥정을 하겠단…….]
“싫으시면 말고요. 3, 2, 1…….”
[잠깐! 알겠네. 알았으니까 제발 좀 살려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