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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52화 (52/240)

52화

관측자는 복잡하게 얽힌 암흑가 골목을 내달렸다. 정도현을 피해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한다.

‘미안해.’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불멸자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몬스터지만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좋아해 준 유일한 존재였다.

그런 애를 버리고 혼자 도망쳤다.

머릿속에 자괴감과 죄책감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헉, 헉…….”

뛰면 뛸수록 숨이 차고 시야가 어지러웠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다리가 무겁다.

박성원과 싸우면서 가진 마력을 거의 다 쓴 탓이다.

“…읍! 우웨엑!”

억지로 뛰다 결국 그녀는 구토를 해 버렸다.

현기증과 구토는 마력 고갈의 초기 증상이었다.

여기서 마력을 억지로 끌어 올리면 내상을 입고 혼절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담벼락을 부여잡고 괴로워할 때, 하이에나들이 슬금슬금 몰려왔다.

“뭐야?”

“6, 62레벨……?!”

대낮부터 만취한 놈인 줄 알고 접근했던 레드 플레이어들은 그녀의 레벨을 보곤 흠칫 놀랐다.

D구역도 갈 수 있는 플레이어가 왜 이런 곳에 있단 말인가.

몇몇은 곧바로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상태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 그러게?”

“저거 마력 고갈 현상이야.”

마법 지팡이를 쥔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

저건 술에 취한 게 아니라 마력이 부족해서 비실대는 거라고.

“헉, 허억…….”

먹었던 걸 전부 게워 낸 관측자가 괴로워 죽겠단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레드 플레이어들이 실실 웃으며 그녀를 포위했다.

“이게 웬 횡재냐?”

“그러게. 레벨 왕창 올리겠는데?”

“…다가오지 마세요.”

관측자가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려 했다. 하지만 마력을 끌어내자마자 몸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 이상 무리하면 죽을 거라고 경고한 것이다.

“…쿨럭!”

그녀가 기어이 각혈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레드 플레이어들도 긴장을 풀고 가까이 다가왔다.

퍼억!

그녀의 복부에 발차기가 꽂혔다.

관측자의 허리가 새우등처럼 구부러지며 엎어졌다.

“얼굴은 그럭저럭 봐줄 만한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러다 저년이 마력 회복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래, 그럼 우리 싹 다 뒤지는 거야. 빨리 죽이자.”

동료들의 만류에도 남자는 음험한 눈으로 관측자를 쓱 훑어봤다.

찌지직-!

그가 단검으로 그녀의 상의를 쭉 그었다.

반으로 찢긴 옷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얼핏 드러났다.

단검을 쥔 남자가 짧게 휘파람을 뱉으며 관측자의 반응을 살펴봤다.

눈물을 글썽이며 화를 내거나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애원한다거나.

“…….”

“반응이 뭐 이래?”

관측자가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자 실실 웃던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퍼억!

남자의 주먹이 철퇴처럼 꽂혔다.

남자는 여자의 처절한 비명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관측자는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덤덤히 말했다.

“남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뭐?”

“약한 사람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밌냐고요.”

그녀의 질문에 남자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재밌냐고? 당연히 재밌지.”

“…….”

“많이 억울해? 근데 어쩌냐, 원래 그런 세상인데. 너도 남들 짓밟고 레벨 올렸을 거잖아. 안 그래?”

퍽-!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관측자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그녀는 어떻게든 비명을 참았다.

그럴수록 남자의 괴롭힘은 더더욱 집요해졌다.

이러고 있으니 그녀는 과거의 한심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때랑 똑같네.’

그녀는 플레이어로 각성하기 전, 학창 시절에 심한 왕따를 당했다.

이유는 사소했다. 다른 학생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던 여학생을 그녀가 챙겨 줘서였다.

그걸 누가 봤는지 금세 소문이 퍼졌었다.

혼자 착한 척하는 게 꼴 보기 싫다면서 괴롭힘이 그녀를 향했다.

폭력까지 동반된 따돌림은 그녀가 플레이어로 각성할 때까지 쭉 계속됐다.

그동안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전에 따돌림을 당했던 여학생도 그녀한테서 눈길을 돌렸다.

“야, 슬슬 그만해. 빨리 끝내고 가자.”

“후… 이 독한 년 봐라? 끝까지 비명 한 번 안 지르네. 퉷!”

그녀의 얼굴에 남자의 가래 섞인 침이 탁 떨어졌다.

그녀는 가물거리는 눈을 끔뻑대며 생각했다.

자신보다 한참 레벨이 낮은 놈들한테 두들겨 맞고 죽을 줄이야.

‘한심한 년.’

플레이어로 각성해도 그때랑 달라진 게 없구나. 서러움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레드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흉기를 꺼내 들고 다가온다.

몇 초 뒤면 몸 여기저기 난도질을 당하겠지.

‘너희도 나랑 같이 죽는 거야.’

하지만 저들이 꿈에도 모르는 게 있었다.

그녀의 몸속엔 소형 마력 폭탄이 심어져 있다.

그녀의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 자동으로 폭발해, 주변을 싹 쓸어버릴 것이다.

적어도 저들은 길동무로 삼을 수 있겠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먹이나 발길질은 익숙했지만, 날붙이에 찔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몇 초가 흘렀다. 그녀를 찔러 죽이기엔 충분한 시간. 그런데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레드 플레이어들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사색이 된 채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

관측자 뒤에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도현이다.

불멸자를 처치하자마자 곧장 뒤쫓아 온 모양.

관측자는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소형 폭탄이라도 엔지니어가 「개조」해서 코앞에서 터진다면 결코 무시 못 할 위력이다.

잘하면 정도현과 함께 폭사할 수 있으리라.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자, 그녀를 지키고자 목숨을 내던진 불멸자를 위한 복수였다.

“저, 정도현!”

“필드형 던전의 그 녀석 맞지?”

정도현이 다가오자 레드 플레이어들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정도현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될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당한 놈들만 오십 명이 넘는다.

그런데 저 여자가 정도현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라면?

‘씨발.’

‘좇됐다.’

레드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정도현이 칼을 뽑으며 그들에게 경고했다.

“동작 그만.”

간단명료한 말에 레드 플레이어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먼저 움직였다간 바로 죽는다.

물론 동시에 도망친다면 한두 명쯤은 정도현의 칼을 피해 운 좋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운 나쁘게 먼저 죽을지도 모를 일.

다들 목숨이 아까워서 꼼짝하지 못했다.

정도현은 레드 플레이어들과 관측자의 몰골을 훑어보곤 고갤 끄덕였다.

“이 여잘 죽이려 했나?”

“죄, 죄송합…….”

콰직-!

정도현이 뭐라 대답하던 남자의 정강이를 찼다.

그 한 방에 다리뼈가 부러졌는지 남자가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 광경에 다른 레드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지만, 정도현은 그들을 따라가 순식간에 제압했다.

주먹 한 대 맞으니 다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꺽꺽댔다.

“아악!”

“컥!”

“사, 살려 줘…….”

정도현은 쓰러진 놈들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곤 흠씬 두들겨 팼다.

그들은 집단 린치를 당한 관측자랑 거의 다를 바 없는 몰골이 됐다.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정도현을 쳐다봤다. 왜 날 구해 준 거지?

그냥 죽게 놔뒀어도 상관없을 텐데.

“빨리 꺼져.”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 낑낑대던 레드 플레이어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들이 사라지자 정도현은 인벤토리에서 회복 포션과 여행자의 로브를 꺼내 관측자한테 내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놈들 때문에 상의가 세로로 쭉 찢어진 상태였지.

관측자는 급히 가슴을 가리며 포션과 로브를 받았다.

“해방단 간부라면서 싸움엔 영 소질이 없나 보네. 저런 놈들한테나 당하고.”

“…예, 부끄럽지만 보다시피요.”

62레벨이 52레벨인 박성원한테 일방적으로 밀린 것만 봐도 견적 나오지 않는가.

물론 박성원이 다른 52레벨 플레이어보다 월등히 강하단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정도현이 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질문했다.

“싸움도 못하면서 해방단엔 왜 가입했지?”

“그건 왜 물어보죠?”

“괜히 숨기지 말고 그냥 불어. 어차피 곧 죽을 텐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정도현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죽이는 것쯤 일도 아닐 터.

그녀는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생각하고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전 D구역 외곽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그래도 D구역 출신이면 여기보다 충분히 살 만할 텐데. 뭐가 부족해서 해방단을 들어간 거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심한 따돌림을 당했어요.”

정도현은 F구역 출신이라 학교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떤 생활을 보냈을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상위 구역도 만만한 놈들 괴롭히는 건 똑같군.’

만만한 이를 보면 악마보다 더한 존재로 거듭나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었다.

그녀가 만만해 보이니 툭툭 건드려 보고, 건드려도 괜찮단 걸 알고 나서부턴 괴롭힘의 강도가 점점 심해졌을 터.

“졸업까지 한 일 년 남았을 때쯤, 플레이어로 각성했어요.”

그녀는 하늘이 자신을 구원해 줬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그렇게 믿으며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녀처럼 뒤늦게 각성한 사람들만 따로 모아 놓은 열등반에 들어갔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왕따로 지내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

그 생각은 첫날부터 박살이 났다.

“원래 다녔던 학교에서 절 괴롭힌 애들 중 리더 격인 여자애가 하필 저랑 같은 반이었어요. 그 애도 저처럼 각성했더라고요.”

“…….”

“참 얄궃죠? 지옥에서 겨우 벗어난 줄 알았는데 거기도 똑같았어요. 게다가 전 싸움에 재능도 없었거든요. 열등반에서도 최약체였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그녀는 일반 학교를 다닐 때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다.

거기 있는 학생들은 마법 주문도 쓸 수 있으니까.

밥을 먹을 때나, 복도를 지나갈 때도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도움을 요청해 본 적은?”

“관리국이랑 아카데미 강사한테 몇 번이나 얘기해 봤죠. 그런데 바뀌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녀를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무리 중엔 D구역에서 제법 잘나가는 길드장의 자식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전투 평가 점수도 저조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묵살됐다.

약자는 강자에게 복종하거나 도태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였으니까.

“입학하고 일 년 뒤에 자살을 결심했어요.”

자살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 죽는 건 너무도 무섭고 쓸쓸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처럼 지독한 따돌림을 겪어 자살을 희망하는 자들의 모임을 찾았다.

“그렇게 모임에 나갔는데 알고 보니 해방단이 자살 희망자들을 불러모은 거였죠.”

“해방단이?”

“네. 어차피 버릴 목숨, 세상을 바꾸는 데 써 보지 않겠냐고 했죠.”

거기서 그녀가 만난 건 해방단의 간부, 퍼펫.

그는 미치광이였지만 아주 친절했다.

일 때문에 바빠서 그녀를 방치해 온 부모님보다 훨씬 더.

그날, 그녀는 가족과의 연을 끊고 해방단에 들어갔다.

제법 유용한 개인 특성이 있어서 몇 년 만에 간부로 진급했다.

“제가 아닌 개인 특성이 필요했던 거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가치를 인정받은 건 태어나 처음이었어요.”

자신의 과거를 전부 털어놓은 관측자가 후련하단 표정을 지었다.

스릉-!

정도현이 칼을 뽑아 들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죽이고 부활 아이템으로 되살려 봤자 소용없어요. 저도 퍼펫 씨처럼 삶에 미련이 없거든요.”

“너… 그걸 어떻게?”

“제 개인 특성, 「사이코메트리」는 사물이나 지역에 남겨진 기억을 엿볼 수 있거든요. 퍼펫 씨가 죽은 곳에서 다 봤어요.”

정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그녀가 부활 아이템까지 알고 있었을 줄이야.

그럼 해방단도 인지하고 있을 터. 곤란했다.

정도현이 어찌해야 하나 궁리할 때. 그녀가 말했다.

“부탁이 있어요.”

“부탁?”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 주세요.”

관측자가 그렇게 말하며 기꺼이 목을 내밀었다.

정도현은 고갤 끄덕이며 검기를 생성했다.

적이긴 해도 굳이 괴롭히며 죽일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녀의 목을 치려 할 때.

“도현 씨, 잠시만요! 멈추세요!”

우뚝.

칼이 목에 닿기 직전. 멀리서 박성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정도현이 하던 걸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박성원.

그 옆에는 슬라임한테 잡아먹혔다 겨우 풀려난 심정환도 함께였다.

“후, 안 늦어서 다행이다…….”

“브라더, 진정하고 일단 칼 내려놔.”

정도현은 의아했지만 일단 저들이 시키는 대로 검을 집어넣었다.

“그 여잘 공격했으면 주변 일대가 위험해집니다. 방금 도현 씨도 크게 다칠 뻔했어요.”

“네?”

“그 여자, 뭔가 숨기고 있을 거예요.”

박성원의 초감각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냈다.

죽지는 않겠지만 크게 다쳐서 불구가 됐을 거다.

마지막 노림수마저 실패한 관측자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퍼펫이 말한 탐지 능력자죠? 마력 폭탄을 죄다 찾아냈다더니…….”

“…마력 폭탄?”

그녀의 중얼거림에서 힌트를 얻은 정도현은 뒤늦게 눈치챘다. 그녀의 몸속에 마력 폭탄이 심어져 있다는 걸.

하마터면 그녀의 자폭에 크게 다칠 뻔했다.

박성원의 초감각이 아니었으면 분명 속았겠지.

정도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심정환의 등 뒤에서 왠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불멸자? 너 살아 있었어?!”

『저 나쁜 형이 누나 때린 거야?』

[오닉스 슬라임] [LV.13]

죽은 줄 알았던 오닉스 슬라임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덩치가 축구공 수준으로 확 줄긴 했지만.

‘어쩐지 레벨이 안 오르더라니. 살아 있었나.’

오닉스 슬라임은 심정환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려 관측자의 팔에 안겼다.

녀석은 그녀의 얼굴이 엉망진창인 걸 보곤 정도현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녀를 때린 게 정도현이라고 착각한 모양.

『이 나쁜 자식!』

오닉스 슬라임이 정도현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도현은 모기를 잡듯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쳐 냈다.

『아악!』

오닉스 슬라임이 철퍼덕 소릴 내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레벨이 너무 낮아져서 이젠 위협조차 안 됐다.

정도현은 녀석을 한 손으로 붙잡아 들어 올렸다.

“너 독에 중독돼서 완전히 죽은 거 아녔냐?”

『날 얕보지 마! 전부 소화해서 전부 면역 생겼거든?』

독을 해독할 동안 몸의 구조가 완전히 붕괴해서 레벨이 죄다 떨어졌지만.

불멸자가 잔뜩 화난 목소리로 아주 친절히 대답해 줬다.

“심정환, 이 녀석 왜 안 죽이고 여기까지 데려왔어?”

“브라더한테 어떻게 처리할지 물어보려고. 역시 죽일 거냐?”

“어, 살려 둘 이유가 없잖아.”

정도현이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러자 녀석이 당황해서 버둥댔다.

이대로 터트려 죽이려던 순간.

관측자가 심히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자, 잠깐만요! 그 앨 죽이지 말아 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보아하니 사람 잡아먹어서 레벨 올린 것 같은데. 살려 두면 다시 아까 같은 괴물이 될 거 아냐.”

“제, 제가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그 애만은 살려 주세요…….”

오닉스 슬라임이 살아 있단 걸 확인한 그녀가 갑자기 돌변했다.

아깐 삶에 아무 미련도 없어 죽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눈동자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이 녀석이 그만큼 소중한 존재인가?’

하긴. 기구한 삶을 보냈으니 마음을 터놓은 존재한테 더더욱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게 설사 몬스터라도 말이다.

정도현은 슬며시 손에 힘을 뺐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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