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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32화 (32/240)

나 혼자 1원 상점 - 32화

다행히 신체 능력은 최민수가 더 앞섰는지 붙잡히지 않고 아지트 근처에 도착했다.

아지트 건물이 보이자 최민수는 안도했다.

‘좋았어. 이제 길드 버프가 들어온다.’

그렇게 생각하던 최민수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몸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데 체감을 못 할 리 없었다. 최민수는 혹시 몰라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역시나 없었다.

‘길드 버프가 사라졌어?’

머릿속이 싸해졌다. 길드 보주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아지트는 광수랑 애들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류동하랑 칼잡이는 여기 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뚫었지?

‘설마 그 안경잡이 놈이 뭔가 했나?’

최민수는 여태 보이지 않던 적, 오예찬이 범인인가 싶었다. 그러나 녀석의 레벨은 고작 34.

그놈 혼자서 아지트를 털었을 리 없다.

‘대체 뭐야?’

최민수는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듯 힘껏 달렸다.

쾅-!

아지트 정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비릿하고 역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대, 대장···.”

아지트를 지키고 있어야 할 길드원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이름과 레벨이 머리 위에 보였다. 다들 죽지는 않았다. 다만 크게 다쳐서 의식을 잃었거나 움직이질 못했다.

최민수는 쓰러진 길드원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광수 형님이···. 저흴 배신했습니다.”

“뭐라고?”

가장 믿었던 부하가 배신했다는 말에 최민수는 머릴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배신감이 극에 달하자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빠득-!

최민수가 이를 갈며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이광수! 당장 나와!!”

“부르셨습니까, 길드장님.”

“너 이 새끼!”

이광수가 느긋하게 계단을 내려오며 부름에 답했다. 그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소환수들한테 된통 당하고 겨우 도망쳐 왔을 때처럼 꼴이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때랑 명백히 다르다.

저 피는 이광수가 아닌 길드원들이 흘린 것이었다.

“···언제부터야.”

“뭘 말입니까?”

“언제부터 날 배신한 거냐고!!”

최민수의 추궁에 이광수가 씩 웃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배신한 적 없습니다. 애초에 같은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뭐?”

예상치 못한 대답에 최민수가 눈썹을 모았다. 그럼 맨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였다고?

몇 년 동안 우릴 속여왔다니. 놈의 뻔뻔함에 최민수가 치를 떨었다.

“「거인의 팔」, 「멧돼지의 엄니」, 「오크의 격노」, 「야생마의 발길질」!”

그가 신체 강화 주문을 덕지덕지 바르며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버프를 과하게 남발하면 몸의 부담이 커지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죽어!”

탕-!

최민수가 땅을 박차며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한층 강화된 신체 덕분에 그의 움직임은 배로 빨라졌다.

쾅-!

이광수는 옆으로 피했지만 왼팔이 반쯤 뜯겨나갔다.

“끄윽!”

이광수가 찢긴 팔을 부여잡고 비틀댔다. 그 모습에 최민수는 속이 좀 후련해졌는지 꼴 좋단 표정으로 말했다.

“류동하, 그놈이 보낸 거냐?”

“큭, 크하핫! 그럼 누가 또 있어?”

역시 놈은 류동하가 심어둔 첩자였다.

설마 길드 창설 멤버에 블랙 스컬의 끄나풀이 있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최민수가 이어서 질문했다.

“그럼 피의 맹약서는 어떻게 한 거냐? 날 배신하면 바로 죽을 텐데.”

“하, 그렇게 속고도 끝까지 눈치를 못 채네.”

이광수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중얼대자 최민수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뭐지?’

내가 뭔가 놓쳤나? 그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힘 센 건 좋은데 막내가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막내? 너 무슨 소릴 하는···.”

꾸물-!

얼굴부터 시작해 온몸의 피부가 꿈틀댔다. 체형도 서서히 바뀌더니 이광수가 류동하로 변했다.

“서, 설마···.”

최민수가 입을 쩍 벌렸다.

속았다. 이광수인 줄 알았는데 류동하가 변신한 거였다.

“이 씨발놈이!”

자기가 무슨 닌자도 아니고 분신이 뭐 이렇게 많아!

최민수가 주먹으로 류동하의 면상을 후려쳤다.

쾅!

류동하는 저항도 못 한 채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쿨럭! 크흐흐···.”

얼굴이 반쯤 찌그러진 류동하가 씩 웃었다.

저 여유만만한 미소로 봐선 저것도 본체가 아닌 가짜일 터.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류동하의 능력이 한층 진화했다.

“죽어, 제발 좀 죽으라고!”

최민수는 류동하의 얼굴을 연신 후려쳤다.

콰직! 퍽!

주먹에 피와 살점이 뚝뚝 묻어나왔다.

평소처럼 머릴 으깨서 처형했지만, 울분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어우. 방금 건 진짜 아파 죽겠네. 그래도 시간 잘 끌었습죠?]

“그래, 잘했어.”

그가 분신의 숨통을 끊었을 때 뒤에서 듣기 싫은 쇳소리가 들렸다.

활짝 열린 정문으로 정체불명의 괴한이 들어왔다.

녀석의 어깨 위엔 까마귀 마수로 변신한 류동하가 앉아 있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최민수가 괴한을 응시하며 질문했다.

방금 저들이 나눈 대화로 그도 눈치챘다. 류동하는 실세가 아니다.

진짜는 저 괴한이었다.

‘레벨이 대체 몇이길래?’

괴한이 로브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감춰진 정보가 머리 위로 떠올랐다.

[정도현][LV.48]

“···48레벨?”

정도현의 레벨을 본 최민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낮은 건 아니었지만 그의 기준에선 그렇게 높지도 않았다.

레벨이 줄어든 류동하보다 더 밑이지 않은가.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녀석한테 왜 저리 굽신대는 거지? 그가 알던 류동하는 절대 그럴 성격이 아닌데.

“넌 뒤로 물러나 있어.”

[옙.]

정도현의 지시에 류동하가 군말없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멀리 날아갔다.

최민수는 어이가 없었다.

“너 혼자 싸우겠다고?”

“그래. 그편이 경험치를 더 많이 얻으니까.”

정도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최민수는 생각했다. 미친놈이라고.

48레벨이 56레벨 상대로 경험치 타령을 하다니.

최민수는 발을 힘껏 굴렸다.

쩌적-!

그의 분노가 바닥을 가르며 퍼져나갔다. 최민수는 목에 핏대를 세운 채 경고했다.

“내가 우습게 보이나 본데. 후회하게 해주마!”

정도현의 레벨을 확인하자 사라졌던 자신감이 샘솟았다.

최민수는 당당히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힘으로 찍어 눌러주마.

그가 주먹을 내지르기도 전에 정도현의 어깨가 움직였다.

카앙-!

칼날이 주먹을 밀쳐냈다. 공격이 막히자 최민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살짝 점프해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켜 킥을 뻗었다.

쐐애액-!

측면에서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발차기. 정도현이 아래에서 위로 칼을 끌어올렸다. 회심의 발차기도 깔끔하게 막혔다.

“뭣···!”

최민수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힘과 속도 전부 내가 훨씬 앞설 텐데.

터더더덩-!

주먹을 내지르는 족족 칼날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이쪽은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정도현은 힘들다는 기색조차 없었다.

작은 실수조차 없는 게 마치 기계 같았다.

“···큭!”

시간이 갈수록 최민수는 조급해졌다.

버프의 유지 시간은 끽해야 5분.

육체 성능을 한계까지 이끌어내기에 주문의 효력이 끝나면 최소 10분은 싸우지 말고 쉬어야 했다.

그러니 그 전에 놈을 끝장내야만 했다. 안 그럼 필패였다.

최민수는 어쩔 수 없이 승부수를 던졌다. 타개책이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곰의 포효」, 「황소의 질주」, 「거북이의 갑주」!”

그는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강화 주문을 세 개나 연달아 썼다.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심해서 평소엔 하나만 쓴다.

꾸드득-!

몸속에서 힘이 솟구쳤지만 동시에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대로면 싸워 이겨도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거란 걸.

그러나 참았다. 죽는 것보단 그편이 차라리 나았기에.

“우오오오!”

최민수가 소릴 지르며 주먹을 마구 흩뿌렸다.

터엉-!

정도현은 아까처럼 공격을 막아냈지만 힘에서 밀렸다. 빙판 위에 올라선 것처럼 쭉쭉 미끄러졌다.

‘류동하가 곰 마수로 변했을 때랑 힘이 거의 비슷해.’

곰 마수는 움직임이라도 둔했지. 최민수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피지컬 차이가 확 벌어지자 공격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터엉-! 텅!

정도현은 주먹과 발차기를 막는 데 급급했다. 막을 때마다 팔뚝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

멀리서 대결을 구경하던 류동하가 깜짝 놀랐다.

최민수가 갑자기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정도현은 한 대만 맞아도 치명상으로 이어질 상황.

‘저러다 지는 거 아니야?’

그럼 안 되는데. 돕고 싶지만 정도현이 끼어들지 말라고 명령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정도현은 구석으로 몰렸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류동하가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봤다.

“헉, 헉···.”

쉴 새 없이 몰아붙이던 최민수가 숨을 헐떡이며 정도현을 노려봤다.

드디어 몰아세웠다.

강화 주문이 풀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이십여 초.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해냈다. 내가 이겼다.

“죽어라!”

최민수가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정도현과 그 뒤에 있는 벽까지 박살 낼 기세로 발차기가 쏘아졌다.

이걸로 끝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스윽.

정도현이 왼손을 내밀었다. 거기엔 웬 아이템이 들려 있었다.

‘매직 스크롤?’

꽈르릉-!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푸른 전격이 최민수의 몸뚱이에 팍 꽂혔다.

너무 가까워서 도저히 피할 재간이 없었다.

“···끄그그극!”

감전된 최민수가 괴상한 소릴 내며 동작을 멈췄다. 정도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몸이 굳어버린 최민수 주위를 빙빙 돌면서 베고 또 베었다.

카각! 카가각!

하지만 강화 주문으로 피부가 워낙 단단해서 칼날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였는데 힘이 부족해서 끝장내지 못했다. 정도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크아아아!”

뒤늦게 감전 상태에서 벗어난 최민수.

그가 괴성을 지르며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버프 시간이 거의 다했다.

정도현은 공격을 피하거나 막으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푹-!

상대가 달려드는 힘까지 역이용해서 단단한 피부를 뚫었다.

칼날이 가슴을 지나 등짝을 뚫으며 튀어나왔다.

“커헉! 쿨럭···.”

최민수가 피를 왈칵 토하며 무릎 꿇었다.

그는 분하고 억울하단 듯 정도현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고갤 푹 떨궜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번에 2레벨이나 올랐다.

아마도 49레벨이 되는데 필요한 경험치가 얼마 남지 않았던 모양.

드디어 50레벨을 달성했다.

[블랙 스컬이 승리했습니다.]

[패배한 레드 스캐빈저는 블랙 스컬의 산하 길드가 됩니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류동하가 본모습으로 되돌아오며 달려왔다. 그런데 정도현의 표정이 승리한 것치곤 어째 어두웠다.

류동하가 황급히 웃음기를 숨기며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어디 다치셨습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정도현이 고갤 내저었다.

괴력을 받아내느라 손가락과 팔뚝이 저렸지만 다치진 않았다.

그는 최민수와 싸우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결정적인 순간에 끝내질 못했어.’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상대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고 말았다.

상대보다 레벨이 낮았던 게 주된 원인이었지만, 매번 그렇게 변명을 할 순 없는 노릇.

이번엔 이겼지만, 다음번엔 그가 질 수도 있다.

‘대책이 필요해.’

정도현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무기의 성능이 크게 부족했던 건 아니다.

그가 구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선 이보다 더 좋은 걸 찾긴 어려웠다.

‘슬슬 무기를 강화해야 하나?’

돈을 써서 강화사를 찾아가 무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나.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5레벨 혹은 10레벨마다 새로운 장비를 살 수 있다.

정도현이 그런 고민을 할 때.

류동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나저나 좀 아슬아슬했습니다. 놈이 저렇게 버프를 써댄 건 처음 봤습죠.”

“그래. 칼이 제대로 안 박혀서 위험했어.”

“그러니까요. 날붙이가 안 먹히면 검기를 못 쓰는 검사들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으니···.”

“···검기?”

류동하가 맞장구쳐주며 그렇게 중얼댔다. 정도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예, 검기요.”

“그게 뭔데?”

“예? 뭐냐니. 칼에 마력을 싣는 거죠.”

“칼에 마력을?”

“···설마 모르셨습니까?”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에 류동하가 적잖이 당황했다.

칼잡이가 검기를 모른다니.

물고기가 헤엄치는 법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재능이 있으면 몇 년 수련하면 된다더군요. 재능이 없으면 반평생 걸린다지만.”

“수련은 어떻게 하는 건데?”

“그, 글쎄요? 저도 그쪽으론 문외한이라서 잘···.”

류동하도 얘기만 접했을 뿐. 자세한 수련법은 몰랐다.

정도현은 잠깐 고민하다 혹시 싶어 1원 상점에 ‘검기’를 검색해봤다.

‘있다.’

1원 상점에서 「검기」 스킬북을 팔고 있었다.

검기뿐만 아니라 검기의 여러 응용법, 상위 스킬인 「검강」도 스킬북으로 팔고 있었다.

마침 「검기」 스킬북의 구매 레벨 제한은 50. 지금 딱 살 수 있었다.

정도현은 바로 구매했다.

“뭐, 도현 님이라면 금방 터득할 수 있을···.”

류동하가 열심히 아부를 떨어댈 때, 정도현은 구매한 스킬북을 사용했다.

머릿속에 검기를 끌어내는 감각과 요령들이 스며들었다.

파스스-!

정신을 집중하자 몸속의 마력이 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칼날에 푸른빛 마력이 서렸다.

누가 봐도 완벽한 검기였다.

그걸 본 류동하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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