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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원 상점-31화 (31/240)

나 혼자 1원 상점 - 31화

한편, 길드 아지트에서 선발대의 승전보를 기다리던 최민수.

그는 흘러간 시간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길드전이 시작된 지 벌써 20분이나 지났다.

“겨우 세 명 처리하는데 뭐 이리 오래 걸려?”

“류동하가 변신해서 꼭꼭 숨었나 봅니다.”

“쳇. 그 미꾸라지 같은 놈.”

길드장을 잡기 전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류동하의 개인 특성은 잠입이나 도주에 최적화된 능력.

놈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길드원을 전부 풀어도 찾기가 어려웠다.

‘저번에도 그러다 결국 놓쳤지.’

그냥 선발대 보내지 말고 내가 바로 나설 걸 그랬나. 그럼 류동하도 숨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을 텐데.

하지만 놈이 뭔 기상천외한 함정을 파뒀을지 모르니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최민수가 머릴 긁적이며 그렇게 생각할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기, 길드장님!”

“뭐야? 무슨 일인데?”

“선발대가 놈들에게 당했습니다!”

“···!”

서른 명이나 보냈는데 당했다고?

콰직-!

거짓말 같은 소식에 최민수는 손에 쥐고 있던 캔맥주를 구겼다.

이곳 노동자들은 돈 없어서 못 사먹는 시원한 맥주가 아깝게 줄줄 쏟아졌다.

“인원 차이가 열 배 정도 되는데 그걸 져? 말이 안 되잖아!”

“그, 그게···.”

최민수가 윽박지르자 보고했던 길드원이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그때, 길드원 뒤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형님···. 놈들에게 완전히 속았습니다.”

“과, 광수야! 너 괜찮냐?”

선발대를 이끌고 나갔던 간부, 이광수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뒤에는 이광수 못지않게 엉망진창인 선발대 몇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의 처참한 몰골을 보자 잔뜩 화가 났던 최민수도 곧바로 이성이 돌아왔다.

이 정도로 대패했다면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을 터.

화내는 건 패인을 듣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최민수가 누그러든 어조로 질문했다.

“놈들에게 속았다니. 뭐 어떻게 된 거야?”

“저들 중에 소환사가 있었습니다.”

“···소환사?”

최민수는 은둔자의 로브를 쓴 정체불명의 괴한을 떠올렸다.

‘소환수로 부족한 병력을 메꿨군.’

류동하가 그리 자신만만해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갔다.

서른 가까이 되는 병력이 고작 소환사 한 명한테 격파당했다니.

하지만 이어지는 보고에 최민수의 표정이 굳었다.

“놈이 소환한 건 하급 소환수, 하운드 울프였습니다.”“하운드 울프? 그럼 별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동시에 오십 마리 이상 부렸습니다.”

“오, 오십 마리?”

“게다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불러냈습니다. 소환수한테 쫓기느라 어디 숨었는지도 못 찾았고요. 상당한 레벨대의 소환사인 게 틀림없습니다.”

선발대는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고자 뿔뿔이 흩어져 후퇴했다.

그렇게 하나둘 연락이 두절됐고, 살아서 합류한 건 이광수와 말단 길드원 몇 명이 고작이었다.

더 볼 것도 없이 참패였다.

“제기랄!”

쾅-!

최민수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찍었다. 두꺼운 나무판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지트에 있는 애들 다 불러. 내가 직접 간다.”

“예!”

“광수야, 넌 여기 남아서 몸부터 치료해. 병력 절반 정도 남겨둘 테니까 아무도 못 오게 잘 지키고.”

“···죄송합니다.”

“괜찮아, 인마.”

이광수가 대역죄인처럼 고갤 푹 떨궜다.

병력을 다 잃고 돌아왔으니 주눅들 만도 했다.

최민수는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며 격려했다.

이광수는 길드 초창기부터 최민수를 따른 수하.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최민수가 장비템을 착용하자, 그를 뒤따르던 간부가 걱정스레 말했다.

“길드장님, 그냥 아지트로 끌어들여서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됐어. 길드 버프 없어도 우리가 이겨.”

길드전이 발발하면 길드 아지트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아지트 안에 ‘길드 보주’란 보석이 설치되고, 보석의 반경 300m 안에선 ‘길드 버프’란 게 적용된다.

모든 능력치가 올라가니, 아지트 근처로 적을 끌어들여 싸우는 게 훨씬 유리했다.

하지만 그건 상대와의 전력이 엇비슷할 때나 통용되는 말.

“하운드 울프든 소환사든 모조리 때려죽이면 그만이야.”

최민수는 여타 마법사들과 달랐다.

버프 주문 없이도 비슷한 레벨대의 검사나 격투가랑 맞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을 정도.

신체 강화 주문 외엔 재능이 없어 멀리서 공격 주문을 쏴대거나 상대에게 저주를 걸진 못하지만, 무쇠 같은 주먹으로 적을 때려 부숴왔다.

“탐지 주문 쓸 줄 아는 놈들은 내 옆에 붙어 있어라.”

“예!”

“일단 성가신 소환사부터 처리한다.”

소환사나 정령사는 마법사처럼 신체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즉, 놈의 위치만 알아내면 단박에 죽여버릴 수 있었다.

최민수와 길드원들이 위풍당당하게 우출진했다.

이광수는 상층의 발코니에 나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얼굴에 묻은 피를 수건으로 닦으며 웃었다.

***

“깨갱!”

“끼잉, 낑···.”

퍼억! 콰직!

인간 냄새를 맡고 골목에서 튀어나온 하운드 울프 무리.

그들은 최민수의 주먹질과 발차기 한 방에 원래 살던 차원으로 되돌아갔다.

그에겐 똥개 무리나 다름없었다.

“흥. 그놈도 이제 포기했나 본데?”

하운드 울프의 숫자가 차츰 줄어들더니 이젠 코빼기도 안 보였다.

놈의 마력이 거의 다 했거나, 하급 소환수가 전혀 힘을 못 쓴다는 걸 알고 물러난 거겠지.

‘이 쥐새끼 같은 놈. 잡히기만 해봐라.’

최민수는 부하들을 잔뜩 죽인 그놈을 얌전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탐지 주문을 펼치던 길드원들을 닦달했다.

“아직도 못 찾았어?”

“죄, 죄송합니다. 탐색할 범위가 워낙 넓어서···.”

“그래도 십 분 안에는 끝납니다.”

길드전은 길드장이 죽거나 멀리 도망치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길드전이 끝나지 않으면 아무도 전투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즉, 류동하가 죽거나 항복하지 않는 한 소환사는 이 동네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민수야!”

“···!”

누군가가 최민수의 이름을 불렀다.

최민수가 고갤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류동하!”

류동하가 제 발로 찾아왔다.

소환수 전략이 안 먹히자 목숨이라도 구걸하러 온 건가. 혹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워보려는 것일까.

뭐든 상관없다. 최민수가 콧김을 훅 뿜으며 자세를 바짝 낮췄다.

쩌적-!

두 다리에 가득 힘을 실었다. 바닥에 거미줄 형태의 균열이 갈라졌다.

그 직후, 최민수가 대포알처럼 쏘아졌다.

“죽어!!”

최민수가 류동하의 면상을 향해 분노의 정권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이 닿기 전, 류동하의 몸이 시커먼 바위로 변하더니 거대한 골렘으로 변신했다.

쾅-!

물리 타격에 강한 내성을 지닌 골렘은 최민수의 주먹을 거뜬히 버텼다.

“쳇.”

최민수가 혀를 한 번 차며 허리부터 시작해 몸을 빙글 돌렸다. 회전력이 담긴 발차기가 날아든다.

꽈앙-!

사람의 신체와 암석이 부딪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골렘의 거체가 순간 휘청댔다.

발차기를 날렸던 최민수도 힘의 반작용에 뒤로 밀려났다.

그대로 땅을 짚고 몇 번 텀블링하며 거릴 쭉 벌린 최민수. 뒤에 서 있던 길드원들에게 그가 명령했다.

“쏴 재껴!”

그는 완력으로 골렘을 깨부수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물리 타격에 강하다면 마법으로 두들겨 패면 그만이다.

콰앙! 쾅!

주문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렘에게 날아들었다.

[비겁한 놈들! 대장끼리 싸우는데 다굴을···.]

“염병하고 있네. 꼬우면 너도 부하 데려오든가.”

최민수가 중지를 척 치켜올리며 조롱했다.

주문과 부딪힐 때마다 골렘의 몸이 들썩였다.

쩍, 쩌적!

곳곳에 점차 금이 갈라진다. 그걸 본 최민수가 오른손을 들어 올려 포격을 중지시켰다.

타앙-!

멀리뛰기 선수가 도움닫기 하듯 최민수는 전력으로 뛰어가 골렘의 몸뚱이에 주먹을 꽂았다.

[크아악!]

이미 반쯤 무너졌던 몸에 결정타가 꽂혔다.

쩌저적!

몸 곳곳으로 균열이 퍼져나갔다. 류동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퍼버버벅-!

최민수는 기합과 함께 주먹으로 연타했다.

“뒈져!”

쾅-!

마지막 펀치는 온 힘을 실어 힘껏 내리쳤다. 3m가 훌쩍 넘던 골렘이 반파되며 우르르 무너지는 암석 파편들.

돌무더기 속에서 류동하가 비척대며 일어섰다.

최민수는 씩 웃으며 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어? 자, 잠깐···!”

최민수는 번쩍 들어서 그대로 면상에 박치기를 먹였다.

류동하는 코뼈부터 우그러지며 안면이 함몰됐다.

쾅! 쾅! 쾅!

최민수는 무식하게 이마로 연신 들이받았다. 망치질하듯 찍을 때마다 사방으로 피가 튀겼다.

팔다리가 축 늘어진 류동하.

최민수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크하핫! 류동하, 이제 넌 나한테 안 돼!”

류동하의 잘난 콧대가 보기 흉하게 꺾였다. 치아도 대부분 부러져 뽑혔다.

그래도 몇 년을 싸워온 숙적이다.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줘야 예의겠지. 최민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박치기를 멈췄다.

“으으···. 가···. 짜···.”

“패배한 개새끼라 그런가. 목소리가 작아서 뭐라 하는지 안 들리는데?”

“이거서···. 조, 조냐···?”

류동하가 신음을 흘리며 뭐라 말했다.

발음이 엉망이라 알아듣기 힘들었다.

최민수는 킥킥 웃으며 상대의 고갤 붙잡고 옆으로 확 꺾어 목뼈를 분질렀다.

뚜두둑-!

길드전 승자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뒤에서 구경하던 길드원들이 최민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거기에 고취된 최민수는 시체를 바닥에 내버리곤 오른손을 꽉 쥔 채 번쩍 들어 올렸다.

“크하핫! 내가 이겼···.”

푹-!

승리 선언을 하려던 그의 옆구리에 뭔가가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크윽!”

화끈한 통증과 함께 그는 옆구리를 감쌌다. 날아온 건 길쭉한 가시였다.

가시가 쏘아진 골목길에서 뭔가가 총총 걸어 나왔다.

[가짜 하나 잡아놓고서 좋다고 쪼개네.]

“너, 어떻게···!?”

최민수를 조롱한 건 사람 크기의 고슴도치 마수였다.

날아든 가시는 저 마수의 것이었다.

하지만 마수가 이런 도심에 버젓이 돌아다닐 리 없고, 사람처럼 말을 할 리도 만무했다.

‘류동하다!’

류동하가 고슴도치 마수로 변신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놈은 방금 내가 죽였는데?

그와 류동하는 영혼의 라이벌이기에 서로의 능력을 본인 못지 않게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최민수는 옆구리에 박힌 가시를 뽑아냈다. 몸이 튼튼한 덕에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뚜둑-!

최민수는 뽑아낸 가시를 한 손으로 부러뜨리며 따졌다.

“어떻게 된 거냐!”

[뭘?]

“넌 방금 죽었잖아! 여기 시체도···.”

최민수는 목이 부러져 죽은 시체를 가리켰다.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의 상태가 이상했다.

최민수의 입술이 얼어붙은 것처럼 들러붙었다.

‘뭐야?’

목뼈가 부러져 죽었던 류동하의 시신이 바짝 쪼그라들었다.

마치 바람 빠진 고무 튜브처럼 거죽만 남아 있었다.

최민수가 떨리는 손으로 껍데기를 집어 들었다.

“이게 무슨···.”

그가 죽인 건 분명 류동하였다.

그런데 류동하는 멀쩡히 살아 있고, 그가 죽였던 건 거죽으로 변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류동하는 고슴도치 특유의 짤막한 앞다리로 입을 가리곤 낄낄 웃었다.

[새끼, 당황한 거 봐라. 귀엽네?]

“이 개자식이. 뭔 개수작을···!”

[자, 구른다!]

착-!

류동하는 모 고전 게임의 파란 고슴도치마냥 몸을 둥글게 말고 굴러왔다.

삐죽삐죽 자라난 가시 때문인지 거대 밤송이 같았다.

촤악-!

최민수는 피하지 못하고 맨손으로 돌진을 저지했다. 잔뜩 곤두선 가시가 몸 곳곳을 찔렀다.

시뻘건 핏물이 가시를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슬슬 어지러울걸? ‘포이즌 호그’의 가시엔 마비독이 있거든.]

“···윽!”

그 말대로였다.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놈을 처죽인다. 그 일념으로 버텼다.

“「거인의 힘」!”

꾸드득-!

팔뚝과 상완근이 두 배 가까이 부풀었다. 그가 가시를 붙잡고 고슴도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어, 어?]

엄청난 괴력이었다.

그러자 류동하가 돌돌 말았던 몸을 풀고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작달막한 뒷다리를 꼼지락댔다.

최민수가 씩 웃으며 외쳤다.

“뒈져!”

쾅-!

최민수가 있는 힘껏 바닥에 메다꽂았다.

머리부터 시작해 몸뚱이의 절반이 지면을 뚫고 수직으로 처박혔다.

고슴도치 마수는 부르르 떨다 그대로 축 늘어졌다.

최민수는 숨을 헐떡이며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주저앉았다.

“헉, 허억···.”

마비독 때문인지 시야가 어질거렸다.

하지만 맹독은 아니다. 조금만 쉬면 괜찮아질 터.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서 쓰긴 아까웠지만, 그는 비상용으로 챙겨둔 회복 포션을 꺼냈다.

[큭큭큭! 병신 같은 놈. 그것도 가짠데.]

“···!”

거슬리는 쇳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고갤 돌리자 눈알이 네 개 달린 까마귀 마수가 담벼락 위에 앉아 있었다.

최민수는 황급히 고슴도치 마수의 사체를 쳐다봤다.

“···!”

이번에도 피와 살이 증발하고 쭈글쭈글한 거죽만 남았다.

최민수가 회복 포션을 사용하며 일어섰다.

“허윽, 후···. 너 이런 능력 없었잖아!”

[아,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까마귀 마수가 열 받는 말투로 비웃으며 그를 조롱했다.

최민수는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저놈을 완전히 끝장낼 수 있을까. 그가 고민할 때.

“소, 소환사다!”

“길드장님! 그놈이 왔습니다!”

“···뭐?”

최민수가 주문에 휘말릴까 돕지도 못하고 뒤에서 발만 동동 굴리던 길드원들이 다급히 외쳤다.

소환사가 나타났단 말에 최민수도 깜짝 놀라 그쪽을 쳐다봤다.

저벅저벅.

은둔자의 로브를 쓴 괴인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피로 목욕한 것처럼 전신이 시뻘겋고, 한 손엔 서슬 퍼런 장검이 들려 있다.

놈이 진검을 들고 있자 최민수는 당황했다.

‘소환사가 아니라고?’

그 생각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끄아악!”

“커헉!”

“오, 오지 마!!”

촤악! 서걱!

그가 길드원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칼을 휘둘렀다.

길드원들이 저주나 공격 주문을 날려도 알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못했다.

불과 수십 초 만에 길드원들 전원이 쓰러졌다.

그 와중에 급소는 안 찔렀는지 다들 죽진 않았지만 모두 전투 불능이 되었다.

“너, 너···. 대체 뭐야?”

최민수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놈의 레벨이 몇인지는 몰라도 맞서 싸울 엄두가 안 났다. 로브를 쓴 괴인이 그에게 다가온다.

타앙-!

최민수는 남은 힘을 쥐어짜 건물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지트로 가야 해!’

저놈을 이기려면 길드 버프가 필요했다.

입구를 틀어막고 남은 병력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최민수. 그런 그를 뒤쫓는 괴인.

그리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하늘에서 둘을 내려다보는 까마귀 마수, 류동하가 중얼댔다.

[포기하면 편해,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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