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08화 (348/356)

< 낭만필드 - 308 >

[클럽과 선수의 의리와 배려. 재계약 모범 사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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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맨체스터 시티의 재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주가 영입된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최고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고, 그 성공에서 주의 역할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주 모두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을 때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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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듯 주와 맨시티의 재계약은 예상된 행보였다.

하지만 재계약 과정은 모두의 예상을 깨면서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게 진행되었다.

주와 맨체스터 시티의 재계약 협상이 시작되었음이 알려졌을 때,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시즌 더블을 달성한 순간부터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성배와의 재계약을 간절히 원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 남아있었지만, 지금까지 주의 행보를 보면 한 클럽에서 오래 뛰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팬들을 불안하게 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맨체스터 시티가 드디어 주와 재계약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기뻐 날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석 달의 시간 동안 팬들의 마음을 졸였던 주의 재계약 건은 그동안 심력을 소모한 것이 억울할 정도로 금방 끝나버렸다.

재계약 협상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되고 정확히 3분 48초 뒤에 협상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된 것이었다.

처음 이 발표를 확인했을 때, 모든 사람은 이를 오보라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협상 시작 발표 이후 5분도 안 되어 협상 체결 발표가 난다는 건 절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맨시티와 주는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나중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계약 협상에 걸린 시간은 3초라고 한다.

어떻게 3초가 될 수 있느냐며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맨체스터 시티 클럽측과의 대화를 통해 상세한 계약 과정을 알아냈고, 지금 공개할 생각이다.

1. 맨시티 계약 담당자와 주, 주의 에이전트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눔.

2. 계약 담당자가 주에게 계약서를 건넴.

3. 주가 계약서에 사인함.

이게 끝이다.

더 있을 줄 알았나? 없다.

계약 협상이 이루어지는 중에 주가 한 일이라고는 계약서를 받아 바로 사인한 것밖에 없다고 한다.

주와 주의 에이전트가 계약 내용에 대해 협상을 시도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말은, 주급 20만 유로의 조건이 맨체스터 시티 측에서 준비한 조건이라는 것.

계약서를 보고 3초 만에 사인한 주도 대단하지만, 이 정도 계약 조건을 협상도 없이 선뜻 내민 맨체스터 시티도 보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똘똘 뭉친 재계약 협상이었고, 현대 축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재계약 사례로 꼽아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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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칼럼니스트 첼시 D. 올슨]

버크만의 언론 플레이는 기가 막혔다.

확실한 사실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성배를 의리의 화신으로 만든 것이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성배를 크게 배려해주면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그 조건에 만족해 빠르게 사인한 것이었지만, 몇 가지 양념을 첨가하자, 의리의 화신이 되었다.

사실, 이번 재계약이 순식간에 끝나게 된 데에는 맨시티의 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전임 주장인 테베즈에게 크게 데인 맨체스터 시티는 팀의 주장인 성배에게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었고, 리버풀의 제라드나 첼시의 테리처럼 팀의 상징이자 심장으로 키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버크만의 제안에 동의, 보도 자료에 수정을 가했다.

결국, 성배는 맨시티의 서포터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었다.

ㄴ 20만 유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인 루니보다 수비수인 주가 더 많이 받는다고? 와, 맨체스터 시티, 진짜 언제까지 돈으로 균형을 깨려는 거냐.

ㄴ 주가 좋은 선수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수비는 당연히 뛰어나고, 공격력마저도 엄청난 선수니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20만 유로는 아니다. 이제 주의 위에는 ‘그’ 메시와 호날두밖에 없다고.

ㄴ 글쎄.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애쉴리 콜의 연봉이 얼마야? 15만 유로잖아. 주는 애쉴리 콜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스물네 살이고, 아직 전성기에 들어서지 못한 선수라고. 거기다가 팀 내 역할과 비중은 콜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에 4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기까지 했으니, 충분히 이 정도 주급 받을 만한데?

ㄴ 주 혼자 뛰어나서 맨시티가 우승한 게 아니잖아? 맨시티의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우승한 거지. 혼자 힘으로 우승시킨 것도 아닌데, 수비수에게 20만 유로는 너무 과하다고 봐.

ㄴ 우승을 결정지은 인저리 타임 결승 골도, 챔피언스리그 4강 티켓을 가져온 레알 마드리드전 해트트릭도, 그 외 중요한 순간의 중요한 골은 모두 주가 터뜨렸어. 게다가 본업인 수비는 말할 필요도 없이 뛰어나고. 그런 선수가 우승의 주역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주역이야?

예상대로 성배의 재계약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축구팬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아무리 그래도 수비수에게 너무 큰 지출이라는 것이었다.

포지션에 따라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공격적인 역할의 선수들이 수비적인 역할의 선수들보다 주급이 센 건 사실이었다.

주급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수비수라는 포지션과 비슷한 기량이라 평가되는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를 근거로 들었고, 맨체스터 시티의 돈질이 도를 넘어섰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충분히 이 정도 주급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격수들보다 높은 성배의 관련 상품 판매량과 풀백, 특히 왼발잡이 레프트백의 희소성, 경쟁자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공격 포인트, 상징성과 주장으로서의 능력 등을 거론하며 맞섰다.

ㄴ 드디어 주와의 계약이 끝났어! 자세히 보면 이건 6년 반짜리 계약이나 마찬가지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최소한 주가 서른한 살이 되기 전까지는 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거라고!

ㄴ 드디어 재계약이구나. 시티가 전력보강에 정신이 팔려서 주를 소홀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구나. 주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을 고심하느라 늦어진 거였어. 사랑합니다, 맨체스터 시티. 사랑합니다, 만수르.

ㄴ 누군가는 이 정도 주급이 너무 세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시티즌들은 아니야. 주는 이런 주급을 받을 자격이 있어. 테베즈가 망쳐놓은 팀을 완벽히 재건했고, 지금도 장악하고 있잖아?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이런 기량 외의 것까지 더하면 충분히 이 정도 가치가 있는 선수야.

ㄴ 이 계약이 왜 논란이 되는 건지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누가 날 좀 이해시켜줘. 우리 시티가 먼저 제시한 계약이고, 시티즌들도 모두 환영하는데, 도대체 누가, 무슨 자격으로 이걸 비난하는 거지?

ㄴ 존 테리도 3년 전 첼시와 재계약했을 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주급을 받았었지. 그런데 주는 왜 안 돼? 나이가 어려서? 이유가 뭐야? 그때의 테리보다도 어리고 팀 내 역할이나 비중도 똑같은데.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이번 재계약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에게 성배는 첼시의 테리나 리버풀의 제라드와 같은 의미였다.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월드클래스의 레전드가 없었고, 그나마 팬들 사이에서는 맨시티의 마지막 레전드라 불리는 숀 고터가 은퇴한 지도 10년이 지난 상황이었다.

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를 갈망하던 시티즌들에게 성배의 등장은 가뭄 끝 단비와도 같았다.

이미 맨시티의 팬들은 성배가 무슨 짓을 해도 윤리적으로나 도의적인 큰 문제만 없다면 응원해줄 정도의 지지를 보내주고 있었다.

ㄴ 주급이 20만 유로면... 3억이 넘네. 미쳤다, 미쳤어. 일주일에 내 10년 연봉을 받는 거잖아? 그것도 스물네 살에... 부럽다.

ㄴ 주성배의 주급은 그냥 위상이 이 정도로 올랐다, 하는 지표로 봐야지. 이미 돈은 벌 만큼 다 벌었으니까. 재산이 거의 2,000억 가까이 되던데. 이 정도면 우리나라 상위 200대 부자다, 진짜. 씨풋... 나이가 몇 살이라고?

ㄴ 20만 유로면 박인진의 두 배인데? 둘이 차이가 벌써 이렇게나 벌어진 건가.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ㄴ 맨체스터 시티의 힘이지. 우리 진짜 부자의 힘. 수비수한테 주급 20만 유로 때려버리는 그 위엄, 진짜 ㄷㄷ하다.

ㄴ 뭔 개소리여. 박인진과 주성배의 위상이 비슷했던 적은 없지. 애초에 박인진이 PSV에서 맨유로 이적할 때 지급한 이적료가 600만 유로, 주성배가 아약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는 1,200만 유로. 몇 시즌 차이도 안 나고, 게다가 박인진은 윙어고 주성배는 수비수야. 맨유가 토트넘보다 빅클럽인 걸 감안하면, 주성배가 본격적으로 떠오를 때부터 박인진보다는 가치가 높았다고 봐야지.

한국에서도 성배의 이번 계약에 꽤나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20만 유로, 정확히 이야기하면 팀 내 최고 주급자 자격을 주기 위해 추가한 1,000유로 때문에 20만 1,000유로의 주급을 받게 된 성배는 세계 3위의 고액 주급자였다.

비록 지금 국적은 벨기에지만, 토종 한국인 유전자를 보유한 성배는 거의 한국 선수처럼 대접받았다.

박인진의 어마어마한 위상을 넘어설 순 없었지만, 한국에서도 인기가 아닌 단순 선수 평가로는 박인진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었다.

흔히 ‘빠’라 불리는 악성 개인 팬들조차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큰 차이가 나버린 것이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박인진과 윤기표, 그리고 안티도 많지만, 팬덤도 엄청난 백진영이 각각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준비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등 주춤한 틈을 타 성배가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

[테베즈, 1,500만 유로에 유벤투스행. 드디어 이별.]

[맨시티, “우리가 테베즈에게 건네는 마지막 호의.”]

[선수생활은 지켜주겠다. 호의는 이것으로 마지막.]

맨체스터 시티는 오랫동안 골칫거리가 되어왔던 카를로스 테베즈의 처분에 성공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2,000만 유로 이하로는 팔 생각이 없었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계속된 성공에 나름대로 호의를 보여준 것이었다.

원래는 테베즈의 커리어가 망가지든 어쩌든 관계없이 정당한 이적료를 받지 못하면 진짜로 리저브에서 썩히려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지금처럼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면 아마 진짜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었다.

[“시티가 유나이티드를 따라잡는 일은 절대 없을 것.” 테베즈의 뒤끝.]

[주, “이미 따라잡은 지 오래다. 헛소리는 꿈에서.”]

하지만 테베즈는 팀을 떠나자마자 곧바로 맨체스터 시티를 디스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며 맨시티의 약점을 건드린 것이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이미 테베즈가 활약하던 그 시절의 맨시티가 아니었다.

맨유 상대 4연승과 지난 시즌 리그 우승, 이번 시즌에도 무패 행진을 달리며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질주하다 보니, 맨유에 빗대며 비난해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성배의 대응이 맨시티의 전체적인 반응과 같았다.

어쨌든 테베즈와 오누오하를 이적시키고 브리지를 임대로 내보내는 동안 영입은 임대로 데리고 있던 판틸리몬 한 명에 그치면서 주급 지출을 줄였다.

성배의 주급을 거의 두 배나 올려주고도 오히려 이득을 본 것이었다.

선수단의 결속력을 헤치는 암덩어리, 테베즈를 정리한 맨시티는 전력을 온전하게 보존한 채 후반기 시즌을 준비했다.

< 낭만필드 - 308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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