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07화 (347/356)

< 낭만필드 - 307 >

‘도대체 맨체스터 시티에서 말하는 만족스러운 조건은 어느 정도인 거지.’

맨체스터 시티에서 오랜 회의를 거쳐 자신을 위해 준비해준 만족스러운 조건이 어느 정도일지 성배도 궁금했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주급 15만 유로 정도는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보다 더 되려나.’

성배도 맨시티의 재계약 제안을 받고 나름대로 예상을 해보긴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자금력과 자신의 기량, 그리고 팀 내 위상과 지난 시즌 성공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EPL 수비수 최고 연봉자인 존 테리의 15만 유로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정도 제안을 받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치열하게 협상하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솔직히 15만 유로 정도만 되어도 대성공이지.’

EPL 최고 연봉자는 주급 20만 유로를 받는 야야 투레와 세르히오 아게로, 그리고 첼시의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토레스를 제외하면 성배의 팀 동료이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자금력을 알려주듯 두 선수 모두 최근에 재계약한 선수였다.

19만 유로의 웨인 루니가 3위, 18만 유로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가 4위, 17만 유로의 카를로스 테베즈가 5위, 15만 유로의 존 테리와 프랭크 램파드, 알렉시스 산체스가 공동 6위였다.

15만 유로만 받아도 맨체스터 시티 이전까지 EPL 최고의 큰손이었던 첼시 소속 리빙 레전드 두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스물네 살의 성배가 받기엔 엄청난 주급이었다.

[계약 조건]

급료 : 주급 201,000유로 (약 3억 원)

계약 기간 : 계약이 성사된 날 - 2016년 6월 30일

계약금 : 150만 유로 (약 23억 원)

선수 옵션

선수가 원할 시, 80% 수준의 조건으로 계약 2년 연장.

클럽 옵션

클럽이 원할 시, 120% 수준의 조건으로 계약 2년 연장.

부가 옵션

출전 수당 : 18,000유로 (약 2,700만 원)

승리 수당 : 25,000유로 (약 3,750만 원)

공격 포인트 기록 시 20,000유로 (약 3,000만 원) 지급.

초상권 수익의 50%를 선수 측에 지급.

옵션 제외한 계약 기간, 팀 내 최고 주급 대우 유지.

선수가 원하면 2014/15시즌 전 재계약 논의.

‘미친...’

계약서를 보자마자 벌어지려는 입을 애써 다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진짜 상상해본 적도 없는 계약 조건이었다.

이 정도 계약조건이면 투레나 아게로, 토레스를 뒤로 밀어내는 EPL 최고 주급이었다.

이 조건으로 계약을 맺으면 성배보다 많은 주급을 받는 선수는 호날두와 메시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잠시 지구로 내려온 두 명의 신을 제외하면 성배가 인간계 최고 주급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러우십니까?”

클럽의 계약 담당자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하지만 살짝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성배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2016년 6월 30일이면 성배가 29세가 되는 시점이었고, 이 기간 성배가 꾸준히 좋은 기량을 보여주든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든 관계없이 2년을 더 뛸 수 있었다.

표면적인 계약 기간은 4년 반이지만, 이 정도면 6년 반짜리 계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량을 유지하면 클럽이, 기량이 떨어지면 성배가 옵션을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어어!?”

다음 순간, 담당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를 건네준 지 5초도 채 되지 않았는데, 성배가 바로 계약서에 사인해버린 것이었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핫한 에이전트 중 한 명인 버크만이 성배의 에이전트로 붙어있었기 때문에 맨시티도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뤄진 성배의 사인으로 눈 깜짝할 사이 계약 협상이 끝났다.

‘아니, 그래도 너무 빨리 사인한 거 아닙니까?’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합시다.’

버크만과 눈으로 대화를 나눈 성배는 다시 담당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직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평생 돈 걱정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하.”

단순 주급으로만 연봉 1,000만 유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기타 부가조항들을 더하면 클럽에게만 1,500만 유로 이상 받아낼 수 있었다.

“사실 자신은 있었지만, 너무 빨리 사인하셔서 놀랐습니다.”

클럽에서 아무리 신경 써서 계약을 준비했다고 해도 선수 측에서는 거기서 조금이라도 계약 조건을 올리려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무리 짧아도 최소한 일주일은 협상이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성배는 그러지 않았다.

“이 정도 조건을 받아놓고 협상하자고 하면 도둑놈아닙니까? 하하. 이제 프리미어리그에는 제 위에 있는 사람이 없고, 전 세계로 따져도 메시랑 호날두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버크만도 이 계약조건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고, 팀 옵션 2년이 부담스러웠기에 그 부분만 협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배는 이 조건을 받아놓고도 협상에 돌입할 경우, 클럽의 심기가 상할 것을 우려해 3초 만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단순 조건도 뛰어난 편이지만, 주의 관련 상품 판매량을 생각하면 아마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누가 뭐래도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스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잉글랜드 팬들은 스페인 팬들 못지않습니다. 하하.”

초상권 수익 50%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유니폼을 비롯한 관련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아주는 선수는 단연 성배였다.

맨시티의 에이스를 꼽으라면 성배와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세르히오 아게로가 있었는데, 실바는 너무 조용했고, 투레는 영어도 못하고 스타성도 부족했다.

아게로는 잘 생긴 외모에 기량도 출중했지만, 투레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못했고, 아직 맨시티 경력이 길지 않았다.

반면, 최고의 인터뷰 스킬과 준수한 외모, 'Prophet'이라는 기믹까지 들고 있는 성배는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스타로 군림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초상권 수익 50%를 받게 되었으니,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장난이 아닐 것이었다.

“좋습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려면 맨체스터 시티의 인지도를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만큼 올려야 하는 거군요.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유니폼을 팔아대는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하면 유니폼 판매량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EPL이 라 리가보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고, 맨체스터 시티는 그런 EPL에서 최강의 팀으로 올라선 상황이었기에, 조금만 더 지나면 성배의 유니폼 판매량도 훌쩍 뛸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좋겠죠. 하지만 지금까지처럼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도 충분합니다. 하하.”

재계약 협상은 훈훈하게 끝났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제시한 계약서에 3초 만에 사인했으니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었다.

성배와의 계약이 사실상 2018년까지 연장된 것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성배 역시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 EPL 최고 주급자가 되었고, 위로는 신계의 두 선수, 메시와 호날두만이 존재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어마어마한 자금력 덕분이었지만, 어쨌든 팀에서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니 만족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뭐, 그렇게 말씀하시면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겠습니다. 일단 트레블부터 시작하면 되는 겁니까?”

1년 반 남았던 계약 기간이 4년 반으로, 실질적으로는 6년 반으로 늘어났다.

아무런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되었다.

“조금이라도 협상하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클럽 측에서도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요.”

협상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면서 버크만이 성배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아무런 협상도 없이 3초 만에 사인을 마친 게 아쉬운 듯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사실, 주급은 굉장히 좋은 편이었습니다만, 추가 옵션은 별로지 않았습니까?”

주급에 비교하면 옵션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출전 수당이나 공격 포인트 수당, 승리 수당 등은 비슷한 수준의 주급을 받는 선수들에 비해 조금은 낮았다.

수당 역시 꽤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성배의 계약을 담당하는 버크만이 아쉬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뭐, 아쉬운 건 사실이었습니다만, 그 정도는 양보해주는 게 오히려 이득일 겁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제시한 계약 조건만 봐도 성배를 크게 배려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솔직한 이야기로, 맨체스터 시티가 아니라면 성배에게 20만 유로를 베팅할 클럽은 한 군데도 없었다.

현재 성배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경우 아직 어린 나이를 감안해 애쉴리 콜보다 살짝 높은 16만 유로 근처에서 주급이 정해질 것이었다.

“클럽에서 그 정도 배려해줬으면 쉽게 허락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대신 언론 플레이 좀 잘해달라고 부탁해주세요. 3초 만에 사인했다는 사실에 적당히 살을 붙이면 좋은 기사 나올 것 같은데요.”

주급 16만 유로 정도가 적정 몸값인 자신에게 20만 유로를 제안한 맨시티였으니 한 발자국 물러날 필요도 있었다.

주급과 초상권, 계약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양보해주었으니, 수당과 계약 기간은 성배가 양보해주는 게 모양새가 좋았다.

“알겠습니다. 언론 플레이 쪽으로 한 번 요구해보겠습니다.”

어차피 성배에게 주급이란 많으면 좋고 적어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성배의 재산은 이미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 중 1위였고, 유럽발 금융 위기가 대충 수습되기만 하면 축구 선수 최고 부자인 베컴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반면,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건 주급보다 훨씬 중요했다.

지금 당장은 물론이거니와, 축구계에서 오랫동안 거론되는 레전드로 남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아무리 끌어올려도 부족했다.

이미 길은 충분히 닦아놓았고, 레전드로 향하는 길이 고속도로가 되었지만, 고속도로에서 활주로로 바꿀 기회가 있으면 그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했다.

“그럼 알랭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버크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배를 만나고 성배의 투자와 지원을 받으면서 버크만은 전생에서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유럽 탑클래스 에이전트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런 버크만을 믿지 않으면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

[주성배, 맨체스터 시티와 재계약! EPL 최고 주급 경신!]

[세계 3위 고액 주급자 된 주성배. 재계약으로 잭팟!]

[수비수 주급이 20만 유로? 맨체스터 시티의 재력 과시.]

성배의 재계약 소식은 전 유럽을 뜨겁게 달궜다.

일단 수비수가, 그것도 스물네 살의 수비수가 기존의 수비수 최고 주급자인 존 테리의 15만 유로는 아득히 넘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주급을 받게 되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성배와 재계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에 환호했다.

주급으로 20만 유로를 준다는 것도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맨시티 팬들에게 성배의 위상은 존 테리나 웨인 루니보다 위에 있었다.

불만은커녕 맨유의 상징이자 최고 연봉자인 웨인 루니보다 성배의 연봉이 더 높다는 것에 만족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3초 재계약. 맨시티와 주의 두터운 신뢰 증명.]

[계약 협상에 걸린 시간이 3초? 주의 충성심 드러나.]

[클럽과 선수의 의리와 배려. 재계약 모범 사례 추가.]

그리고 버크만의 언론 플레이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 낭만필드 - 307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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