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82화 (82/651)

제82화: 오흐브와흐 무(Au revoir Monsieur)레지옹 에트랑제(legion etrangere) 잘있거라 외인부대여(1)

HK416 소총이 일제히 겨눠지자 사내는 당황했다.

“어떤 새끼인지도 모르고 금고를 주고 간다는게 말이 되냐고? 우리가 어떻게 확보 한건데?”

그때였다. 열린 벙커 문으로 또 한명의 남자가 나왔는데 40중반의 민간인이었다.

반팔 티셔츠에 허벅지 통이 넉넉한 치노바지를 걸쳤다.

근무중이던 위병들이 급히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미안합니다. 워낙 급한 사안이다 보니 절차에 결례가 있었소. 난 맥보란이라고 하오.”

손을 내밀었다.

그건 사과를 청하는 것이었다.

탁!

소대장은 권총을 거두었고 동시에 소대원들도 소총을 세웠다.

CIA는 결코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맥보란이란 이름을 밝힌 것만도 엄청난 노출인 것이다.

“외인부대의 전투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IS가 궤멸되면 외인7중대 1소대 이름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것이오.”

탁!

소대장은 맥보란이란 사내의 손을 잡았다.

“수고 하시오.”

소대장은 돌아섰다.

“부대 이동!”

일제히 PVP에 올랐고 곧장 출발했다.

“뭘 그렇게 보나?”

맥보란이 세 사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 같으면 목숨 걸고 빼앗아 온 물건을 쉽게 넘기겠나. 어떤 설명이나 마음의 표시도 없는데.”

“건방진.”

라이트 그레이 톤의 양복을 걸친 사내가 투덜거렸다.

“그 자인가? 맨 마지막에 차에 오른 친구? 사막의 흑새?”

“그렇습니다.”

맥보란의 시선이 멀리 사라지고 있는 세 대의 PVP를 바라보았다.

* * *

2017년 12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를 전격 방문했다.

시리아 해안도시 라타키야 러시아 공군기지를 찾아 ‘러시아 군은 씩씩했고 물러서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국제사회의 IS격퇴에 가장 화려한 승리를 안겨주었다’고 했다.

사실상 IS 격퇴의 최종 승리를 선언한 셈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 편에 서서 싸웠고 첨단 전투 장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시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이 IS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아직 중동정세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일부 러시아 군을 시리아에 주둔 시킬 것을 분명히 했다.

다마스쿠스 외곽 아르빈 지역에 몰려 있던 IS를 완전히 척결함으로 시리아 정부는 반군을 제압한데 이어 IS까지 몰아냄으로 비로소 평화를 얻었다고 추켜세웠다.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미국이 은밀하게 밀고 있는 반군을 포함 아사드 정부를 반대하는 여러 연합세력이 세 대결을 펼쳤다.

결국 일단 외형상 전쟁은 러시아와 시리아의 승리로 끝났고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이 졌다.

아울러 IS도 거점 지역을 완전히 잃어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푸틴의 승전 발표 직후 CNN을 비롯하여 BBC, 르몽드, 뉴욕타임즈, 아랍계 방송 알자지라까지 한 가지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반복해서 내 보냈다.

‘IS궤멸작전의 최종 승자는 러시아도 시리아도, 그렇다고 미국도 아니다. 진정한 승전국은 바로 프랑스 외인부대이다’

모든 언론의 논조와 보도는 거의 비슷했다.

전쟁도 철저히 돈에 의존한다.

IS가 수년 동안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미국 러시아라는 군사 강국의 대공세 앞에서도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석유를 팔아 마련한 자금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존립 기반이 되는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빼앗겼다.

만약 외인부대가 첼라크 호텔에 숨겨져 있던 IS금고를 탈취하지 않았다면 전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백악관도 크렘린도 아닌 외인부대원들의 공로라는 것을 우린 잊어서는 안된다.

* * *

2018년 4월.

어둠을 틈타 일단의 군인들이 시리아 북부 리툰이라는 시골 마을에 나타났다.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농가는 모두 십여 채.

높지는 않지만 중동에서는 보기 드물게 우거진 산악지역이어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양을 치며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었다.

20여명의 군인들 모두가 4안식 야시경(GPNVG-18)을 끼었고 머리에는 FAST 헬멧을 썼다.

손에 들린 소총은 돌격 소총의 으뜸이라는 HK416.

스윽!

선두에 가던 상사계급장의 사내가 손을 들자 일제히 사방으로 퍼지면서 경계를 했다.

상사는 야시경을 벗고 좀 더 정확하고 원거리 정찰이 가능한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해 마을을 살폈다.

어둠속에 잠긴 마을은 조용했다.

바람결에 양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인적은 없다.

불 꺼진 집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잠이 들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동!”

상사의 지시에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들은 다시 마을을 향해 접근해갔다.

슥!

상사는 윗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쳤는데 흑백의 사진 한 장이 프린트 되어 있었다.

상사는 사진의 집과 마을의 한 가구를 여러차례 비교하더니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지상 30킬로 지점에서 악천후에도 30센티 크기의 물체를 정확히 살피고 찍어내는 정찰기가 보내온 사진이다.

“오른쪽 골목 두 번째 집.”

무전을 받은 군인들 시선이 일제히 지목한 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리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농가였다.

“1분대, 서쪽.”

다섯 명의 사내들이 일어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2분대 남서쪽 담장.”

다시 다섯 명의 사내들이 사라졌고 현장에는 상사를 포함한 열 명이 있었다.

“3분대는 09시 방향 헛간.”

본채가 있고 가축들을 가두는 헛간 지붕이 골목 쪽으로 길게 지어져 있었다.

3분대 다섯 명이 사라지고 상사는 다시 한 번 민가를 살핀 뒤 적외선 망원경을 집어넣었다.

흘긋!

손목시계를 보더니 초침 버튼을 눌렀다.

“현재 시간 새벽3시30분, 35분에 작전 개시한다.”

헤드셋을 통해 지시를 내린 상사는 다시 위로 올려놓은 4안식 야시경을 내려썼다.

스스스!

상사를 선두로 다섯 명이 마을 골목 입구에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 멈췄다.

목표 농가와의 거리는 50미터가 조금 넘을 듯 보인다.

애앵!

앵!

가끔씩 들리는 양 울음소리 말고는 마을은 여전히 정적에 묻혀 있다.

사삭!

다시 이동하여 두 번째 집 나무로 만든 대문 좌우로 붙었다.

“작전개시.”

상사는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두에서 대문을 군홧발로 걷어차며 뛰어들었다.

꽈아앙!

팀장이 이끄는 본대가 뛰어들자 연이어 1분대는 뒤에서 뛰어들었고 2분대는 오른쪽, 3분대는 곧장 담장을 넘어 헛간으로 달려갔다.

쿵!

그런데 산이 울리는 듯 굉음이 터졌다.

쿠우웅!

지진이 난 듯 땅이 들썩 거렸고 조금전까지 멀쩡하던 집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콰콰쾅!

대 폭발이다.

상사는 폭풍에 날아가며 생각했다.

‘어이가 없군’

미 특수전 사령부는 IS수괴 알 바그다디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한 다섯 곳을 동시 다발적으로 기습했다.

미군의 상징이랄 수 있는 네이비 씰과, 델타포스를 동원했는데 그중 세 곳이 함정이었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IS관계자가 사살되고 체포되긴 했지만 알 바그다디는 아니었다.

미군 역사상 이 보다 더 뼈아픈 작전 실패는 없었다.

독수리 발톱 작전으로 불렸던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보다, 레드윙 작전의 무참한 좌절도, 케냐 나이로비 동시 다발 테러를 저지른 알 사바브 체포를 위해 모가디슈를 강습했다가 함정에 빠졌던 악몽도 이보다 크지는 못했다.

‘심심하면 한 번씩 바보 같은 짓을 해줌으로 미군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알 바그다디 대변인 차부그르의 육성 논평이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델타포스의 전설을 낳은 65세의 전직 뉴저지주지사 쿠옴은 더 이상 부끄러울 수 없는 작전이라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계획을 설계하고 지휘한 사람들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고 했다.

IS가 거점을 잃었다고 하여 그들의 테러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틀 전 런던, 보름 전 카이로, 그리고 어제 필리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모두 7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다쳤다.

테러가 있고 그때마다 범인들은 IS를 자처했다.

알 바그다디를 잡기 위한 미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뿌리를 근절하지 않으면 절대 나무는 죽지 않는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테러는 알 바그다디로 연결되고 그의 지시가 동원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알 바그다디에 대한 현상금이 껑충 뛰었다.

알카에다를 일으킨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2,500만 달러로 솟구쳤다.

그러면서 CIA는 반역과 배신을 기대했다.

2,500만 달러라면 한번쯤 알 바그다디 측근 중 누군가가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2,500만 달러라는 거대한 미끼를 던져놓고 누군가로부터 알바그다디 행적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 * *

2018년 끝자락에 마침내 부대 철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장갑차와 탱크를 포함한 기갑부대가 움직였고 그 뒤를 에하 대대들이 따랐다.

목적지는 이라크 항구도시 바스라항이다.

그곳에서 배를 이용해 마르세이유로 향한다.

단 수색대대와 외인7중대 병력은 철군에서 제외됐다.

아직 알 바그다디가 잡히지 않았고, 이라크와 시리아 곳곳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교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추야자나무가 만든 그늘아래 권총수가 앉아 있었다.

어른 팔로 한 아름은 됨직한 나무기둥에 기대앉아 말보로 레드를 물었는데 두 다리를 쭈욱 뻗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지금쯤 한국은 추워서 벌벌 떠는 겨울일텐데 여긴 30도 초 중반을 넘나드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월 좋아.”

미소를 지으며 세르게이가 다가왔다.

세르게이가 옆으로 앉더니 그 역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후우!

내뿜는 연기 소리인지 아니면 한숨인지 애매한 소리에 권총수가 흘긋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기만 할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총수!”

세르게이가 입을 열었다.

“정했나?”

“넌?”

권총수가 돌아보았다.

“숙고 중.”

5년이란 세월은 빨랐다.

누군가는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 했고 날아가는 화살에도 비유를 했다.

카스텔노다리 훈련소에서 처음 만났다.

불같은 4개월의 훈련은 나 하나만 알고 살던 권총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상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살고 있었다.

동료, 전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많은 감정과 우정을 가르쳐 주었다

어느 새 제대를 10여 개월 앞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1소대원들은 연장 근무를 희망하고 있었다.

민간 보안 기업으로 진출할 수는 있지만 외인부대 출신의 몸 값은 그다지 비싸지는 않았다.

민간보안 기업에서 평가되는 용병들의 몸 값은 모두 4개 등급으로 나뉜다.

A, B, C, D.

A등급은 네이비 씰, 델타포스, 러시아 스페츠나츠, SAS 딱 네 곳이다. 그곳의 부대를 전역한 사람에게는 A등급이 주어진다.

물론 A등급에서도 지닌 주특기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연봉 50만 달러는 어렵지 않게 받는다.

B등급은 그린베레, 75 레인저 연대를 포함하여 미국의 군소특수부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최정예부대 출신이다.

C등급은 일반 군출신이며 각기 회사가 정한 일전훈련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마지막 D등급은 컴퓨터를 포함한 특수 기능직들이다.

비행기 수리라든가 소총 연구가, 총기 정비를 잘하는 사람들 위주로 뽑는다.

소대원들중 결혼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용병의 길 보다는 비록 수입은 더 적어도 안전한 외인부대를 택했다.

일부는 벌써 연장근무 신청을 하여 통과되기도 했다.

특이한 건 권총수와 오민철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누구도 민간기업들과 접촉은 없다는 것이다.

스카웃 제의가 없다는 건 조금은 씁쓸한 일이고 찾는 이가 없으니 더욱 제대할 마음들이 없는 모양이었다.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 눈깔 시뻘개 지도록 찾았잖아.”

오민철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를 뱉으며 다가왔다.

“야 총수야 면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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