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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151화 (151/236)

151화

수송기는 빠른 속도로 레비아탄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녀석은···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확히 7분. 앞으로 7분 있으면 녀석과 조우하게 된다.

이서란을 비롯해, 수송기에 탑승한 그룹원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만약 레비아탄이 심해 깊숙이 숨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노틸러스 1호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확실하게 녀석을 처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즉,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나는 엘론을 꺼냈다. 거인왕의 검. 김민수에게 부탁해 소형화 기능을 새로 달았기에 그 사이즈는 인간의 검과 그리 차이 나지 않았다.

“다들 전투 준비.”

이서란의 말과 동시에, 그룹원들 역시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 수송기 안에 탑승한 그룹원들은 정예다. 그들의 화력이면 어지간한 초월체는 가루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레비아탄을 어지간한 초월체 ‘따위’와 비교할 수 있을진 의문이지만, 적어도 없는 것보단 낫다. 수송기의 문이 열린다. 강풍을 맞으며 지상을 내려다본다.

오늘의 기상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지라, 바다에서는 거의 해일 사이즈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오빠 옛날에 생각나?”

바닥에 걸터앉으며 라소미가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제?”

“우리 헤어지던 날 겁나 비 많이 내렸잖아.”

“해도 꼭 그런 얘기를 하냐? 뭐···”

짧게 과거 회상을 한다.

확실히, 비가 많이 내리긴 했었다.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입고 있던 옷이 빨래라도 한 것처럼 흠뻑 젖었을 정도니 말이다. 사실 내렸다는 표현보단 퍼부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딱 오늘 같은 날이긴 하네.”

“그러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쓸쓸해 보였다. 옛 연인과 실없는 대화를 마친 나는 그녀 옆에 걸터앉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수송기 역시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

1분··· 2분··· 3분···

시간이 4분을 향해 갈 때쯤, 이서란이 입을 열었다.

“녀석이 사라졌어요.”

“예?”

“생체 반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그, 큰 놈이 말입니까?”

“무슨 스텔스 비행기도 아니고··· 감쪽같아요.”

‘그렇다면 녀석은 어디 있을까···’

만약 녀석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라면··· 단순히 골탕 먹이기 위해서? 그게 아니면···

“병수야···”

“예, 형.”

“피해라.”

“예? 예?”

연병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느끼지 않았을까 했는데,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어쩌면 아직 소모한 마력이 회복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이번엔 AI를 향해 외친다.

“수송기 상승시켜!”

- 확인했습니다.

내 명령이 내려지기 무섭게 수송기가 하늘로 수직 비행하기 시작한다. 덜컹덜컹, 거칠게 움직이면서 그룹원들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거나 벽에 찰싹 달라붙기도 했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나는 꼿꼿하게 몸을 굳힌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대한 것이 입을 벌린 채 튀어 오른다. 먹이를 낚아채기 위한 물고기의 평범한 행동. 하지만 그 평범한 행동의 주체가 ‘레비아탄’이라면 그 행동은 더 이상 평범한 것이 아니게 된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녀석은 단숨에 수송기를 낚아채고, 그대로 입으로 삼켜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나 혼자선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이래서는 아무 의미 없다. 빠져나가는 대신, 나는 크로노스의 모래시계를 사용했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모래시계(EX)를 사용합니다.]

[1억 기프트를 소모해 일대의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시계태엽들이 돌기 시작한다. 시간이 역행(逆行)한다.

과자처럼 산산조각 났던 수송기가 원래대로 돌아가고,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먼지 마냥 녀석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던 그룹원들 역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은 남아있는지,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레비아탄 역시 다시 역행하듯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활용 방법은 알겠는데··· 그래도 1억 기프트는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속으로 툴툴거리면서 나는 영령 빙의를 사용했다.

[영령 빙의(L)를 사용합니다.]

[상급의 영령 ‘방패 용사, 간츠’를 불러옵니다.]

[방패 용사, 간츠가 몸에 빙의됩니다.]

[마력에 따라 동화율이 설정됩니다.]

[마력 282.5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100%] [지속 시간 : 1시간] [재사용 대기시간 : 48시간]

[영령의 능력치와 스킬의 일부를 불러옵니다.]

[근력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1.000 상승했습니다.]

[간츠식 방패술(L)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거인화(L)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아이아스의 방패(L)를 일시적으로 습득했습니다.]

“거인화.”

[거인화(L)를 사용합니다.]

내 몸이 무섭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상대적으로 젓가락만 해진 엘론을 들며 중얼거렸다.

“해방.”

[엘론(G)의 소형화가 해제됩니다.]

엘론이 커진다. 이 체구에 걸맞는, 거인왕의 검으로. 백광(白光)을 흘리는 전설의 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다시 고개를 치밀던 레비아탄을 향해 엘론이 떨어져 내린다.

쾅!

거대한 폭발과 함께, 엄청난 물보라가 친다. 하지만 나는 재차 검을 들었다. 고작 이 정도는 녀석에게 유효타조차 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녀석은 상처가 조금 난 것만 제외한다면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극한의 발도술로 끝낸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녀석의 싱처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피가 바다를 뒤덮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녀석의 피가 살아있는 생명체로 변한 것이다.

수백, 수천, 수만··· 언젠가 봤던 유조 기름을 뒤집어쓴 해양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생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녀석들을 일일이 상대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소미야.”

“응, 오빠.”

수송기를 올려다보자, 라소미가 손을 움직임과 동시에, 온갖 스킬들이 바다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그 단위는 순식간에 수천을 돌파한다.

생명체들은 별다른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폭격을 맞고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놀고 있지는 않았다.

“마인화.”

[마인화(改)(EX)를 사용합니다.]

[신체가 변화합니다.]

[체력이 21.5 상승합니다.]

[마력이 28.5 상승합니다.]

머리에는 뿔이, 어깻죽지에 검은 두 장의 날개가 솟아나고, 손에는 손톱이 생긴다. 힘이 샘솟는 것을 느끼며 나는 엘론을 들고 다시 휘둘렀다.

“극한의 발도술.”

초월체 서넛을 단숨에 먼지로 만들었던, 극한의 발도술이 레비아탄을 향해 날아갔다. 거대한 검은색 검기가 녀석의 몸을 베고 지나간다.

이전에 휘둘렀던 검이 단순히 상처를 입히는데 그쳤다면, 이번엔 확실히 녀석의 몸을 베었다. 극한의 발도술은 녀석에게도 충분한 유효타를 먹일 수 있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하기야, 동화 세계에서 봤던 ‘과거의 채굴자’조차 극한의 발도술을 맞고 상처를 입었는데, 제아무리 녀석이라 하더라도 공간마저 찌그러트리는 공격을 맞고 멀쩡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였다. 녀석이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깐 망설였으나, 나 역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인화(改)까지 사용한 상태인데 이번 기회를 놓치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비아탄이 빠른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한다.

나는 블링크(Blink)를 사용해, 녀석의 앞에 이동한 후 검을 휘둘렀다. 푹.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은 몸을 뒤틀며 깊은 바닷속으로 향했다.

나는 녀석의 뒤를 계속 쫓았다. 어차피 마인화(改) 상태에서는, 체력과 마력이 무제한이니, 블링크를 연이어 사용하면 뒤쫓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극한의 발도술.”

하지만 몇 번이고, 극한의 발도술을 사용해도 녀석은 죽지 않았다. 아니, 죽기는커녕 한층 더 몸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녀석은 마인화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인화의 지속 시간은 30분.

정면으로 싸우면 진다는 것을 알았는지, 녀석은 달려들기는커녕 계속 도망칠 뿐이다. 나는 녀석이 플레이어와 상대 경험이 적을 거라는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피가 바닷속을 뒤덮었다. 마치 벌써부터 깊은 심해에 들어온 마냥 세상이 컴컴해졌다. 물론 통찰안을 가진 나는 훤히 볼 수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었다.

수압의 존재 역시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점점 거동이 힘들어지고, 숨이 가빠져 온다. 이 정도로 죽을 리는 없겠지만, 지장이 가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발도 자세를 취했다. 검은색의 검기가 녀석의 몸을 베고, 암초에 꽂힌다. 쾅! 거대한 암초가 붕괴되면서 엄청난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녀석의 몸이 부서진 암초를 가루로 만들며 가라앉았다.

‘···놓쳤네.’

더 이상의 추격은 불가능했다.

‘쉬운 길로 가는 건 불가능해졌고··· 그렇다면 남은 건···’

마지막 수단밖에 남지 않았다. 어둡던 바닷속이 밝아진다. 저 멀리서 거대한 무언가가 이동하고 있었다. 노틸러스 1호다. 나는 거인화를 해제한 후, 잠수함에 올라탔다.

잠수함 내부에 탑승한 후, 분주히 움직이는 Q들을 지나 함장실에 앉는다. 메인 AI인 노틸러스의 현 상황 보고가 이어진다.

- 레비아탄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낚이지 마, 녀석은 스텔스 기능도 있는 것 같으니까.”

나는 스텔스 기능을 사용해 우리를 도리어 기습했던 녀석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약 내가 크로노스의 시계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라소미를 비롯한 그룹원들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노틸러스에 탑승하지 않은 그들은 그대로 죽고 말았겠지.

- 기습을 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발신기를 녀석의 몸에 부착했습니다.

나는 회복제를 들이키고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녀석이 빠르게 도망치고 있다. 아니, 도망이라는 표현보다는 전략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녀석은 지금··· 만만치 않은 상대인 우리를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저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영리한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다소 허무할 정도로··· 마인화를 사용했네.’

하지만 나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마인화는 재사용 대기시간 초기화가 불가능한 스킬이지만, 시간 자체를 되돌려버린다면 초기화할 수 있다.

물론 기프트는 겁나 많이 들어가겠지만, 아직 내 수중엔 기프트가 꽤 많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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