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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80화 (80/236)

80화

웨이타오.

나는 그를 알고 있다. 차기 주석으로 언급되던 중국의 이인자. 노인이 평범한 신분이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그 웨이타오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웨이타오가 내게 천만 기프트라는 거금을 양도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말이다. 나는 그를 부축하면서 그에게 S31을 내밀었다. 내 의도를 이해한 듯 그는 자판을 입력한다.

그가 입력한 중국어가,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번역된다.

- 나를 살려주게. 기프트는 얼마든지 있네.

무려 천만 기프트를 내게 주고도, 아직도 기프트가 더 남아있다는 의미인가? 순간적으로 내 눈을 의심했지만 진리의 눈, 게비샤로 살피니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기야, 웨이타오는 중국의 이인자다. 그가 가진 재산은 어마어마했을 테고, 그 재산의 일부로 기프트 코인을 매수했다면 그가 막대한 기프트를 가지고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인자라는 그의 신분을 이용한다면 중국의 플레이어들을 수탈해서 금세 기프트를 긁어모을 수 있었을 테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그만한 기프트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아무리 상대가 킹 타일런트라 하더라도 그렇게 무방비하게 도망치지는 않았을 텐데.

‘뭐, 중요한 건 아닌가···’

이내, 사소한 의문 따위를 떨쳐버린 나는 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VVIP로 모시겠습니다.”

기프트를 받았으니, 기프트 값어치는 할 생각이었다. 나는 그와, 라우라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왔다. 물에 둥둥 떠 있는 무수한 변이체들의 시체. 들어오기 전 상태 그대로다.

나는 아공간 창고에서 수송기를 꺼냈다. 반중력 수송기 두 기를 보내자, 성의라면서 미국에서 같은 기종의 수송기를 하나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그 수송기를 개조했다.

기프트를 사용해 개조하고, 김민수의 공장에서 추가적인 개조까지 마쳤다. 그 결과가 바로 눈앞의 거대한 수송기. 일명, 반중력 무인 수송기, ‘자비스’였다.

<자비스>

종류 : 탈것(Vehicle)

등급 : 전설(Legendary)

내구 : 15,000/15,000

기능 : 아다만티움 합금 Lv.25, 반중력 고속 비행 Lv.25, AI 무인 조종 LV.25, 오토 쉴드 Lv.25, 오토 리페어 Lv.25, 살균 Lv.25, 공간 확장 Lv.25

‘그 전에···’

그를 돌아본 나는 아공간 창고에서 시간 회귀의 물약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방금 전 내가 처치한 킹 타일런트 역시 다른 변이체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숙주였다.

변이체와 같은 공간에 있던 웨이타오 역시, 바이러스에 걸렸을 것이다. 엉거주춤 물약을 받아 든 그는 마개를 따고 물약을 들이켠다. 역시 정치인답게 눈치가 빠른 모습이다.

그의 몸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새하얗게 질려있던 안색이 밝아지고, 얼굴에 있던 긁힌 듯한 상처들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이러스 역시 완전히 제거됐을 것이다.

이내, 그는 나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인 뒤 허겁지겁 쟈비스에 탑승했다. 이내 쟈비스의 문이 닫히고 천천히 수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를 태운 쟈비스의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한국에 있는 우리 쉘터다. 쟈비스의 비행 레벨은 무려 25레벨. 한반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채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민혁이에게 전화 걸어줘.”

- 예, 형님?

정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쁘냐?”

- 아닙니다, 형님. 태윤이와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 형님, 보고 싶습니다!

강태윤의 외침이 들려온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보고 싶다고 전해주고, 지금 그쪽으로 VVIP 갈 거니까, 잘 모셔라.”

- VVIP요? 대체 누구기에 그럽니까?

“중국 주석이다.”

- 주석? 웨이타오 주석 말씀이십니까?

“그래.”

“예, 형님. 맞이할 준비 하고 있겠습니다.”

정민혁과의 통화를 끝낸 나는 라우라를 돌아봤다. 그녀는 물에 둥둥 떠오른 변이체들의 시체를 죄다 불태우고 있었다. 화력이 얼마나 세면, 거의 강을 이루던 물이 증발해버릴 정도다.

마치 화풀이를 하는 듯한 모양새다.

방금 전, 킹 타일런트에게 무력하게 당한 것에 화가 나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나에게 화가 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웨이타오? 뭐, 어느 쪽이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내, 그녀에게 관심을 끈 나는 지도를 살핀다.

중국에 온지 오늘로 십 일째. 중국 동부의 주요 대도시에 있는 상급 변이체들을 대부분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숫자로 따지면 백만 가까이 될 것이다.

예상보다 많이 처치하지 못했다. 상급 변이체들의 기본 스펙도 스펙이지만, 무엇보다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흩어져 도망가는 그들의 높은 지성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억 단위의 기프트를 모을 수 있었다.

[보유 기프트 : 321,905,781]

1억도, 2억도 아닌 무려 3억 개가 넘는 기프트가.

‘이제 써볼까.’

열심히 모았으니, 지금부터는 플렉스(Flex)할 시간이었다. 입에 담배를 문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홉 번째 스킬 슬롯 해금해줘.’

[아홉 번째 스킬 슬롯을 해금했습니다.]

[‘999’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999>

등급 : 전설(Legendary)

조건 : 플레이어 중 최초로 아홉 번째 스킬 슬롯 해금.

보상 : 기프트 채굴량 +50%

지금과 마찬가지로 999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기프트 채굴량을 무려 50%나 늘려주는 전설 등급 업적이었다. 뒤이어, 상태창을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진서

출생 : 지구

종족 : 인간

성별 : 남자

나이 : 29

칭호 : 만독불침, 폭풍을 벤 자, 번개를 맞은 자, 포세이돈

기프트 : 221,905,781(865,473,365)

채굴량 : +561.5%

◈능력치

[근력 138.000] [민첩 135.500]

[체력 127.500] [지력 122.000]

[마력 182.500] [행운 121.000]

◈스킬(8/9)

<성운의 가호(U)>

<앱솔루트 배리어(U)>

<갈락시아의 도서관(L)>

<미티어 스웜(L)>

<영령 빙의(L)

<진리의 눈, 게비샤(L)>

<영령 소환(G)>

<기프트 계약(G)>

◈업적(35)

<상세 보기>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 전이었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스펙이었다. 이제 신화 등급 스킬만 도배하면 사실상 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억 기프트로 몇 개나 바꿀 수 있으려나.’

수중에 있는 2억 기프트를 모조리 스킬 카드 도박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먼저 안전 가옥을 구매해, 안으로 들어간다. 빗속에서 카드 깡을 굳이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무작위 전설 등급 스킬 카드 440장 구매해줘.”

VVIP 상점의 10% 할인을 받아, 정확히 2억 기프트가 빠져나간다.

[‘무작위 전설 등급 스킬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전부 다 개봉해줘.”

그러자, 허공에서 카드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카드깡의 묘미는 일일이 까보는 것이지만, 440장이나 되는 카드들을 일일이 까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뱅글뱅글 돌아가던 카드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중에서 곧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카드 두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440장 중 두 장. 확률로 따지면 0.45퍼센트 정도.

그야말로 극악의 확률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운이 좋은 거였구나.’

새삼 저번에 20장을 뽑아 한 장을 뽑은 내가 기특해질 지경이다. 전설 등급 카드들을 무시하고 제일 먼저 신화 등급 카드로 손을 뻗었다. 첫 번째 신화 등급 스킬 카드는···

<시간 가속>

종류 : 패시브(Passive), 액티브(Active)

등급 : 신화(God)

설명 :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시간 배율을 2배로 조정한다. 스킬 사용 시, 마력을 모두 소모해 시간 배율을 최대 5배로 조정할 수 있다.(재사용 대기시간 : 36시간)

시간 가속.

어떤 스킬인지 대충 감은 오지만,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 알기 위해서는 직접 습득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스킬 - 시간 가속(G)을 습득했습니다.]

[‘하늘 위에 걸린 무지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하늘 위에 걸린 무지개>

등급 : 유일(Unique)

조건 : 신화 등급 스킬 3개 보유

보상 : 기프트 채굴량 +25%

유일 등급 업적은 덤이었다.

이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나는 곧 위화감을 느꼈다. 툭, 투둑. 요란하게 안전 가옥을 때리던 빗소리가 느려졌다. 비율로 따지면 딱 1/2만큼. 나는 안전가옥 바깥으로 나왔다. 내 착각이 아니다.

현저하게 비가 느려졌다. 그때, 밖에서 강아지처럼 불의 정령을 소환해 안전가옥을 지키고 있던 라우라가 내게 다가온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목소리가 늘어진다.

‘단점이라면 단점인가.’

이래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번엔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단순한 주먹질이지만 내 주먹질은 쏜살같이 느릿한 비 사이를 뚫고 지나간다.

분명 내 속도 ‘자체’가 빨라졌다. 배율이 두 배라고 했으니, 사실상 두 배로 증가했음이 틀림없다. 아니 단순히 빨라진 것은 내 육체뿐만이 아니다. 스킬들의 남은 재사용 대기시간 역시.

두 배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정상적인 대화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장점이 단점을 완벽히, 아니 몇 번이고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좋은 스킬이었다.

나를 향해 짜증 섞인 얼굴로 욕설을 내뱉는 라우라를 뒤로, 다시 안전 가옥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남은 신화 등급 스킬 카드는 한 장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신화 등급 스킬 카드를 본 나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20일가량이 흘렀다. 해안가와 해안가에 있는 도시는 완전히 침수되고 말았다. 물론 곳곳의 강이 범람해서 내륙에 있는 도시 역시 침수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인간의 영토가 줄어들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륙으로 이동했다. 인도 정부 요원이었던 나레쉬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가족들, 친지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중국의 상황은 인도와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쉬지 않고 이동했지만, 오랜 여정에 가족들은 물론이고 나레쉬 역시 지쳤고, 그는 결국 안전 가옥을 구매해 하룻밤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최악의 악수였다.

고자 한나절 사이, 안전 가옥이 통째로 물에 잠긴 것이다. 안전 가옥의 문을 열자마자 그는 닫아야만 했다. 결국 안전 가옥은 물에 흘러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조치를 취해보려 했지만, 방법을 찾을수록 그들은 무력해질 뿐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신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신께 기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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