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6화 (236/275)

제236화

#236

검붉은색의 하늘.

마기를 뿜어내는 마계의 하늘과 똑같았던 하늘에 한 줄기 빛이 흘러들어 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려오는 빛은 마치 타락했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성스러움을 품고 있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잿빛 구름은 원래의 모습인 하얀색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밝아져 갔다.

그 아래 지상에는 오만이라는 숫자의 마족은 단 한 사람의 스킬에 전부 폴리곤 조각으로 변했다.

무지갯빛을 뿜어내는 수억 만 개의 폴리곤 조각은 서서히 하늘 위로 떠 올랐고, 북극권에서 관측할 수 있는 오로라와 같이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시켜보는 수많은 유저들에게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름답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지구에서도 몇 나라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니까.”

“이런 걸 월오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을 할 가치가 있지.”

“후…… 뭔가 씻겨지는 기분이야…….”

“드디어 끝났구나.”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았다. 저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까지 있었던 이벤트의 끝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말이다.

이번 이벤트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가득했다.

월오룰의 끝을 알려주는 마왕의 등장은 월오룰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시청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월오룰의 목적은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을 정복하려는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이고, 그 마왕이 부활하기 전에 플레이어가 대륙을 떠다니며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니 마왕의 등장은 월오룰이라는 게임의 끝을 향하게 하는 장치라는 소리다.

월오룰의 끝은 이 세상의 사람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미 월오룰이라는 게임은 평범한 게임이 아니었다.

기업은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통해 홍보하고, 누군가는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었고, 시청자는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송인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곤 한다.

이제는 월오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이들이 많다.

그런 게임의 끝.

마왕이라는 존재를 쓰러뜨린 지금 수많은 이들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월오룰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눈을, 기업과 시청자는 플레이어의 방송 화면을 통해 본다.

정말로 마왕이 죽었고, 이 게임의 끝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부터 이 게임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는 자도 있었다.

띠링!

우리가 알던 그 하늘로 돌아왔을 때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눈앞에 보이는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 지금까지 월오룰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줄의 문구.

그 문구가 떠 올랐을 때 어디선가 탄식이 들려왔다.

허탈, 허망, 그리고 다가올 끝을 알리는 문구에는 무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욕설을 비롯해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을 정도로 수많은 감정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런 수많은 이들의 감정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시스템창은 냉정하게 계속해서 올라왔다.

- 마왕의 죽음으로 브리타니아 대륙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 이제 브리타니아 대륙은 조금이나마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악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우린 언제나 그 악과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작별의 인사라도 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올라오는 시스템창.

하나둘씩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접속을 종료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스템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쉴 틈 없이 문구를 띄웠다.

- 현 시간부로 한 시간 뒤에 서버가 종료됩니다.

- 월오룰 메인 스토리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 가장 많은 기여도를 올린 플레이어 ‘시저’에게 소정의 보상이 들어갑니다.

- 이로써 메인 시나리오 1부 마왕의 습격을 종료합니다.

순간 멈춘 시스템창.

그와 동시에 수많은 이들은 마지막 문구에 집중했다.

메인 시나리오 1부 마왕의 습격.

다음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문구.

그 순간 월오룰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물론이고, 방송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가 동시에 소리쳤다

“와아아아!!!”

그들은 알았다.

월오룰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고작 시나리오 하나가 끝났다는 것을!

아직도 월오룰은 계속해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소리쳤다.

- 한 시간 뒤 업데이트를 위한 서버를 종료하겠습니다.

- 정상적인 게임 종료를 권장해 드리겠습니다.

- 안전지대에서 게임 종료를 권장 드리겠습니다.

- 업데이트가 종료되는 시점은 한국 시각으로 다음 주 월요일 오전 6시가 되겠습니다.

- 대규모 이벤트와 새로운 시나리오를 기대해주세요.

- 지금부터 서버 종료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겠습니다

- 0 : 59 : 59

- 0 : 59 : 58

- 0 : 59 : 57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유저들은 누구 하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기쁨의 축제라도 열렸다는 듯 그곳에서 소리치며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했다.

“어흑흑! 다행이다!”

“백수가 되는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못해 본 게 많았는데 다행입니다.”

“삼 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벌써 미치겠다!”

“대규모 패치라니 이게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 거야!”

“일단 서둘러 로그아웃합시다. 그래야 빨리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서둘러 로그아웃하시죠.”

“후…… 사흘 동안 뭐 하지…….”

그제야 하나둘씩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로그아웃을 위함이 아니었다.

그들 또한 이곳에서 마왕의 군대와 싸웠던 유저다.

당연히 그들 또한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얻었고, 아직 도축하지 못한 마족의 시체가 있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찾아야 하기에 한 시간이라는 시간은 촉박했다. 얼른 시체를 찾아 도축하고, 아이템을 정산해야 하기에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다음 시스템창 덕분에 한결 가벼워졌다.

- 정상적인 시나리오 진행과 공략의 보너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이번 마왕의 침공으로 이뤄졌던 모든 일을 정산하겠습니다.

시스템창에서 알려주는 그 정산은 놀랍게도 자신이 잡은 마족의 시체를 자동으로 도축해주는 일이었다.

개인 참가자에게는 개인 인벤토리. 단체 참가자에게는 공용 인벤토리 생성과 함께 분배할 수 있는 권한.

이 두 가지 덕분에 시체를 뒤적거리며 자신이 잡은 마족의 시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키트비느 자작의 성문 앞에 있던 수많은 마족의 시체가 폴리곤 조각으로 변해 흩어졌다.

유저들이 얼떨떨해했다.

그러던 중에 누군가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X발. 이 좋은 걸 혼자 쓰고 있었던 거야?”

그가 말하는 그 혼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번 마왕의 공략에 누구보다 활약했던 시저라는 것을 말이다.

그의 자동 도축 스킬이 너무나도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 * *

나는 눈앞의 시스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 메인 시나리오의 기여도 보상은 키트비느 자작의 성에 가면 받을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로서 대륙의 구원에 힘썼습니다.

- 업적 ‘브리타니아 대륙을 구원한 플레이어’를 획득했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 세드릭 제국의 귀족으로서 귀족의 의무를 다했습니다.

- 업적 ‘귀족의 의무’를 획득했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 업적 ‘브리타니아 대륙을 구원한 귀족’을 획득했습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 추가됩니다.

개인적인 시스템창이 떠 올랐다.

아마 지금 방송 중이었다면 엄청 난리가 났을 것이다. 미리 방송을 종료하길 잘했다.

“그나저나 소정의 보상이라…….”

이미 정해진 보상이 있다는 것인데 그 보상이 무엇이 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기왕이면 뭔가 특별한 보상이면 좋겠는데 말이다.

최근 들어 이것저것 얻은 것은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은 없었다.

사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딱 하나 있다.

“서브 직업 퀘스트 NPC 킨지.”

나는 이번 마왕과의 전투로 인해 그 NPC를 만나서 퀘스트를 해결하고 싶었다.

‘너무 부족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로는 검을 사용하는 적을 상대론 턱없이 부족했다. 내 소환수들이 없었다면 2페이즈 시작과 동시에 나는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죽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버틸 수 있더라도 마왕을 쓰러뜨리기는커녕 그전에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눈앞에 세워진 앞도적인 높이의 벽이 나를 너무나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제길!”

나도 모르게 욕을 했다.

그만큼 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마왕과의 싸움에서 내가 제대로 된 검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다.

물론 나도 안다. 내 직업이 소환사이며 소환수를 이용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하며 확실한 승리를 이끌기 위해서라면 내 팔 한두 개쯤은 버릴 자신이 있다.

그만큼 나는 이 월오룰이라는 게임을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지고 싶다.

‘내가 강해질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말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 뒤로 떠오른 생각을 멈췄다.

왠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읽었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팔아서라도 강해지고 싶지 않은가?”

낯선 목소리. 등 뒤에 쏙쏙 박히는 그의 말은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하였다.

너무 놀라 서둘러 허리춤의 천마검을 뽑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스릉 챙!

빠르게 움직인 내 손이 오러를 뿜어내며 휘둘러졌지만, 몸과 고개를 돌리기 전에 멈췄다.

“생각보단 빠른 반응이야. 오랜만에 재밌어.”

목소리의 주인이 등 뒤에 있기에 180도 돌아야 할 몸은 고작 15도도 돌지 못했다. 천마검을 막고 있는 검과 내 등에 붙어 있는 무언가 때문이다.

“움직이지 말게. 그랬다간 당장에라도 죽일 것이니.”

그의 말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거대한 압박감에 나도 모르게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고, 전신이 떨려왔다.

‘이 정도 압박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고?’

그래서 놀랐다. 나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면 마신교의 암흑 기사 템플러다.

그런 그를 넘어서는 위협, 그리고 이 정도의 힘이라면 딱 한 명밖에 없다.

“절대자이십니까?”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나를 누르던 압박감이 귀신같이 사라졌다.

움츠러들던 몸이 펴지고 떨리던 전신이 진정했지만, 쉽게 뒤돌아볼 수는 없었다. 여전히 내 등에 무언가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 존재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이 게임의 진짜 최종 보스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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