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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5화 (235/275)

제235화

#235

“크아아아악!”

마왕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마왕은 3페이즈를 시작할 때와 다르게 처참했다.

4m에 달하는 그의 육신은 수많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질척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눈앞에 떠 오르는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 마왕을 사냥했습니다.

-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식탐의 목걸이’의 효과로 추가 경험치 획득합니다.

- 이벤트 효과로 추가 경험치 획득합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5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 퀘스트 완료 후 마왕을 도축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레벨의 상승.

워낙 정신없이 사냥하다 보니 중간중간에 레벨이 올랐다는 시스템창은 전부 넘겼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이 516레벨 정도였는데, 마왕을 쓰러뜨리고 나자 무려 550레벨을 달성했다.

무려 네 개의 스킬 뽑기 권이 인벤토리 창에서 얼른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것 먼저 까 보았겠지만, 지금 내가 할 일은 그게 아니다.

마왕이 완전히 쓰러졌다.

쿵!

육중한 몸이 쓰러지며 땅이 흔들렸다.

자욱하게 피어올라야 할 흙먼지 대신 마왕의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천마검을 검집에 넣고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조용하던 채팅창이 갑자기 불타올랐다.

- 와! 미친!

- 진짜 마왕을 쓰러뜨렸잖아?

- 대박! 진짜 시저가 성공했다.

- 5252 시저쿤! 믿고 있었다구!

- 이걸 내가 실시간으로 지켜봤다는 거에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 이게 진짜 레전드 방송이지!

- 어떻게 매번 이렇게 레전드 방송을 갱신하는 거지?

- 와…… 저 눈이 엄청 뻑뻑한데? 정상이죠?

- 당연함. 저도 눈이 뻑뻑하다 못해 화장실 가고 싶어 죽겠는데 못 가고 있음

- 도대체 얼마나 싸운 거임?

모두가 현재 시간을 궁금해 했다.

누군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는 채팅을 쳤다.

- 벌써 1시라고?

내가 마왕을 상대로 사냥을 시작한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1페이즈를 끝내는 데 대략 오 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2페이즈는 삼십 분이라는 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고, 그 뒤로 십 분을 더 투자해 끝냈었다.

마지막 3페이즈는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싸웠다.

마왕의 몸집이 거대해져 이전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 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마왕의 맷집이 튼튼해진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회복력 때문이다.

방송 시작 시각을 기준으로 네 시간 가까이 방송을 했고, 마왕을 사냥하는 것만 두 시간이 걸렸다.

방송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사냥에만 집중했던 나였기에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몰랐다. 시간을 확인하자 피로감이 확 몰려오는 듯했다.

“후…… 상당히 지치네요.”

내 말에 동의하는 듯한 채팅이 올라왔다.

그 채팅을 바라보며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대답해 주며 잠시나마 시청자와 소통을 나누었다.

지금까지 거의 방치나 다름없는 방송을 한 미안함에 잠깐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사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방송이나 할 시간은 아니다.

마왕이 쓰러졌지만, 퀘스트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해결해야 하는 퀘스트는 ‘하늘을 정화해라’이다.

리치 니베크로가 제 육신을 희생해 가며 아이템을 이용해 하늘을 마계의 하늘로 바꾼 것을 정화해야 한다.

그 아이템은 마왕의 품에 있을 테니 그것을 찾아 파괴하고 나면 완료될 것이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마왕을 도축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작업까지 끝나고 난다면 다음에는 지금 남아 있는 마족을 사냥해야 한다.

아직 사방에는 수많은 마족이 남아 있다.

마족들은 마왕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유저와 NPC를 향해 무작정 공격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기 전에 얼른 사냥해야 한다.

그러니 일단 먼저 방송부터 끝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퀘스트를 완료하는 모습까지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만…… 장시간 방송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 방송팀은 물론이고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힘드실 거로 생각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대신 레전더리 스킬 뽑기 권은 내일 방송 켜서 함께 뽑도록 하겠습니다.”

- 고생했어요!

- 오늘도 최고였습니다.

-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 달라고 하고 싶다…….

- 제일 재밌는 부분을 내일 방송한다니!

- 사실 더 지켜보기엔 힘든 건 맞음.

- 대신 내일 꼭 방송 하셔야 합니다! 약속하셨어요!

다행히 방송 종료에 큰 거부감은 없는 듯한 채팅.

물론 중간중간 방송을 더 해 달라는 채팅도 있었지만, 내가 나서기도 전에 매니저가 알아서 잘 관리해 주고 있어서 문제는 없다.

“그럼 정말로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방송 종료 사인을 보내고 방송 카메라가 꺼진 것을 보고서야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 죽겠네…….”

진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

내 소환수 전부가 같은 심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거의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서 쉬었다.

마왕의 피로 질척한 바닥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겐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모두 고생했어. 아직 더 힘내야 하니까 잠시라도 좀 쉬어.”

내 말에 대답도 없었다.

루이즈만이 내 곁으로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앉아 버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의자 노릇을 하게 되었다.

“루이즈. 나 아직 할 거 있는데?”

모두가 쉰다고 해도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어났고, 루이즈는 허공에 날아올랐다.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손수건을 꺼내 루이즈의 얼굴에 튄 핏자국을 닦아주었다.

“고생했어. 나중에 좋은 안주 챙겨줄게.”

“피…… 맨날 먹는 걸로 해결하려고 하네.”

살짝 부풀린 볼과 삐져나온 입술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한 번 꼬집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겨우겨우 억누르곤 얼굴에 묻은 피를 마저 닦아주었다.

그래도 루이즈는 내 손길이 기분 좋은지 금방 얼굴에 미소를 띠었고, 그녀와 함께 죽어 있는 마왕의 시체 앞으로 다가갔다.

“어디 있으려나.”

퀘스트 아이템을 찾기 위한 마왕의 몸을 수색해야 한다.

4m나 되는 거구의 몸에 걸친 것이라곤 중요 부위를 가린 거적때기 하나뿐이다.

처음에는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다 박살 나서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나마 중요부 위를 가린 거적때기도 나와 소환수가 공격하는 바람에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걸치져 있었다.

일단 쓰러져 있는 마왕의 시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퀘스트 아이템처럼 생긴 것을 찾았다.

“없는데?”

문제는 마왕의 몸이 알몸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진짜 너무 기분이 더러워도 겨우겨우 참고 거적때기를 들어서 확인했지만, 기동하나만 보였지 이렇다 할 물건은 없었다.

힘든 와중에도 직접 마왕의 몸을 뒤집어서 확인했지만 역시나 무엇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흠…… 남은 건 저건데…….”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마왕의 머리 위에 있는 뿔이다.

저 뿔이 의심되는 이유는 하나였다.

‘유일하게 멀쩡하니까.’

지금 마왕의 전신은 나와 소환수의 공격 때문에 난도질당했다.

범이나 백랑의 이빨 자국은 물론이고 무심과 나의 검상, 루이즈의 채찍 자국, 숭이의 주먹질 퍼렇게 멍들어 있는 자국, 쓰랄의 파이어 볼의 그을림, 가직스의 가시가 박혀 있다.

물론 마왕의 키가 4m여서 공격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루이즈나 가직스, 쓰랄은 위치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 마왕의 머리만 해도 상처투성이인데 유일하게 멀쩡한 뿔이기에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에잇!”

나는 그대로 천마검을 꺼내 휘둘렀다.

마왕의 뿔이 뚝 하고 부러졌고, 아이템창이 떠 올랐다.

[마왕의 뿔]

등급 : 레전더리

리치 니베크로가 육신을 대가로 만든 아이템이다.

마계의 하늘을 불러온다.

특이사항 : 퀘스트 아이템.

놀랍게도 내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뿔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박살 냈다.

-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줄지어 올라오는 시스템창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템창을 띄웠다.

“영롱하네.”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북이 아름다운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다.

레벨 업을 할 때 주는 랜덤 스킬 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자태로 당장 이 스킬 북을 사용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 유혹하는 것 같았다.

“흠, 흠.”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뽑고 싶지만 그래도 시청자와의 약속을 떠올려 뽑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아이템창을 끈 나는 마왕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제 퀘스트까지 완료하였으니 도축될 시간이었다.

- 마왕을 도축합니다.

- 블랙 오크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 블랙 오크의 두개골을 획득했습니다.

- 마족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 레전더리 아이템 ‘모글레이’를 획득했습니다.

“저건 뭐야?”

회귀 전의 지식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등장에 나는 서둘러 아이템창을 띄웠다.

또다시 나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뻗어오는 레전더리 스킬북의 유혹을 참아내며 모글레이라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모글레이]

등급 : 레전더리

내구력 : 100/100

공격력 : 600-600

거대한 검이라는 뜻을 가진 검이다.

특이사항 : 스킬 ‘그라운드 오브 스톤 엣지’ 사용 가능.

나는 이 검이 방금까지 마왕이 사용하던 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까 삼백 명의 유저를 몰살시킨 것이 무려 저 검의 스킬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모글레이를 손에 쥐었다.

“오! 생각보다 무거운데?”

대검이기에 무거운 게 정상이지만, 지금 내가 쥐고 있는 이 모글레이는 무심이 사용하는 스컬 대검보다 훨씬 무거웠다.

뭐, 지금 중요한 건 모글레이의 무게가 아니다.

특이사항에 나와 있는 저 스킬이 궁금하다.

“똑같이 발동된다면…… 진짜 사기일 텐데…….”

마왕은 단 한 번 사용함으로 무려 삼백 명이 넘는 유저를 죽였다.

만약 내가 펼쳤을 때 똑같은 위력을 낸다면 눈앞에 있는 저 수많은 마족을 단번에 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고, 모글레이를 앞으로 향하게 들고는 나지막이 외쳤다.

“그라운드 오브 스톤 엣지.”

내 말에 모글레이의 검신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거의 팔만에 육박하는 내 MP가 한순간에 0으로 떨어졌다.

“이 무식한 마나 소모량은 뭐야?”

회귀 전의 지식을 따져도 이 정도로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스킬은 없었다.

당장 오늘만 해도 다른 유저들이 사용한 대규모 순간 이동 마법진을 위해서 필요한 마나도 오만이면 충분했다.

한데, 고작 검에 달린 스킬을 사용하는데 이 정도의 마나가 소모되었다? 말도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스킬이 발동되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수한 돌의 기둥.

사람 몸통보다 굵은 돌기둥이 수많은 마족의 발아래에서 솟아올랐다.

마왕이 시전했을 때보다 더욱 많은 돌의 기둥이 솟아올랐고, 유지 시간 또한 훨씬 길었다.

“이…… 무슨…….”

나는 눈앞에 떠 오른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그라운드 오브 스톤 엣지 Lv.MAX]

등급 : 레전더리

액티브 스킬

- 스킬 사용 시 모든 마나를 사용해 마법 ‘스톤 엣지’ 시전합니다.

- 소모 MP100당 한 발의 스톤 엣지를 시전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한 달.

한 달에 한 번.

대량 학살이 뭔지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을 가진 검을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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