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소환수가 너무 강함-237화 (237/275)

제237화

#237

절대자.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 월오룰의 최종 보스라 알려진 자다.

여러 차원을 이동하며 세상을 무너뜨리는 존재이자, 세계를 파멸하는 존재.

그는 이미 수많은 차원의 국가와 땅을 무너뜨렸다.

무수한 차원을 이동한 끝에 도달한 곳이 이곳 브리타니아 대륙이다.

이 세상을 관장하는 신 아이샤는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곤, 그를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부른 것이다.

‘문제는 나를 제외한 모든 유저 중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라는 거지.’

그렇다. 문제는 저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NPC와 나뿐.

현재 월오룰을 즐기는 유저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 마왕을 쓰러뜨려 세계의 평화를 찾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강림한 마왕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던 것이고.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나는 얼굴을 보이는 것조차도 꺼리는 등 뒤의 존재인 절대자에 집중하려 했다.

순간 의문이 든 것이 하나 있었다.

‘다들 뭐 하고 있지?’

이곳에는 나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소환수와 함께하고 있으며, 절대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각자 쉬고 있었다.

지금 절대자가 뿜어내는 기운은 물론이고, 지금 내와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당장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나 그런 기색은커녕 아까부터 조용하기만 해서, 나는 스멀스멀 불안감이 들었다.

혹시나…… 절대자가…….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멍청하게 서서 가만히 있을 게 아니다. 내 소환수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런 내 생각과 마음을 읽어서일까? 안심시키는 말이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게. 잠시 재워 두었으니 말이야.”

물론 나는 바로 믿지 않았다.

아니,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내가 무슨 근거로 그 말을 덥석 믿겠는가? 당연히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절대 믿지 못한다.

그런 나의 의지를 읽었는지 절대자가 아주 조금의 움직임을 허락했다.

“고개를 아주 조금만 돌려라. 그럼 보일 것이다.”

나는 조급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확 돌리고 싶었음에도 그의 말대로 아주 조금만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보았다면 고개를 돌린 것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아주 조금이었다.

바닥엔 루이즈가 누워 있었는데 그녀의 가슴이 살짝 부풀었다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 살며시 잠들어 있는 오버로드까지 말이다.

“휴…… 다행이다…….”

루이즈의 멀쩡한 모습을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모습만 보아도 절대자가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내 소환수가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죽는 건 아니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소환하지 못하는 페널티와 충성도가 하락하는 정도다.

물론 나에게는 다른 소환수가 있으니 한둘쯤 죽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서머너 킹이라는 직업을 얻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소환수를 죽게 한 적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이니, 상상만으로도 싫었다.

“후아…….”

두 번째 한숨과 함께 방금까지 날뛰던 심장은 조금씩 진정했고, 요동치던 감정의 회오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상태로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 주게나.”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는 듯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절대자는 여전히 나를 협박하는 듯한 등 뒤에 손가락을 대고 있고 여전히 내 검을 막고 있다.

이건 뭐…… 결국 명령이자 강제적으로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리다.

“뭐, 금방 끝낼 터니 조금만 참게나.”

뭐가 금방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말하는 것을 조용히 들었다.

“뭐 별다른 이야기는 아닐세.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는가?”

정말로 가벼운 산책하러 나가자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 뜻은 결단코 가볍지 않았다.

‘미쳤네…….’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놀랍게도 절대자는 나에게 합류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이건 마왕이 함께하자는 것과 다른 무게감이다.

대충 내가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나에게 함께 하자고 권유했던 마왕은 과장급 정도가 된다. 하지만 절대자는 사장이나 이사급 되는 존재로, 그런 존재가 나에게 함께하자는 거다.

동아줄로 치자면 마왕은 언제 끊어질지 모를, 썩어가는 동아줄이라면 절대자는 황금 동아줄을 내려주는 것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래, 그게 좋겠군. 각 원소의 정령왕 정도면 되겠어. 그게 아니라면 용족이라도 붙여주지. 꽤 괜찮은 애들이 많아. 실력도 괜찮고.”

절대자는 나에게 붙여 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설명을 했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 나타났다면 큰일 날 법한 존재라든가, 심하게는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차원의 존재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참, 그러고 보니 12차원에 안나라는 서큐버스가 있네. 아주 화끈한 여자인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다른 이는 절대 떠오르지 않을 정도야.”

그는 신이 난 듯, 즐겁게 말했다. 아까 뿜어냈던 위협적이고 무거운 분위기는 이미 사라졌다.

‘그 와중에 빈틈은 없군.’

문제는 홀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와중에도 나를 놓지는 않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직 자신의 말에만 집중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나는 포기했다.

이미 뒤를 잡힌 사실 내가 이기는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내가 죽어봐야 좋을 것도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아이템이고, 애들이고 하나같이 걱정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의 말에 집중했다.

그가 말하는 존재를 듣다 보니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존재를 주려고 하고 있다. 아까 싸웠던 마왕이라든가, 수많은 유저를 괴롭힌 거인족 파수꾼 같은 녀석들 말이다.

한 마디로 밸런스 파괴를 넘어서 월오룰을 완벽하게 초토화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오호…… 대단하군요.”

“그렇지? 원하면 삼천 서큐버스의 주인이 되어보는 것도 어떤가? 남자라면 그런 로망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나쁘진 않겠네요.”

“그렇다니깐.”

내가 맞장구쳐 주자 신나게 떠드는 절대자.

하지만 내 머릿속엔 절대자와 반대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삼천 명의 루이즈가 ‘호호호’ 웃으며 채찍을 휘두른다 생각하니 끔찍하네…….’

아마 내 시청자 중에서 몇 소수는 아주 즐거워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그리 좋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밸붕을 일으킬 소환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지금의 내 전력도 충분히 사기라 할 수 있어서 굳이 여기서 더 추가할 이유도 없다. 아니, 애초에 나는 절대자에게 넘어갈 생각이 없다.

‘그럴 거면 진작 넘어갔지.’

내가 마주친 마신교의 인원만 몇 명인가? 넘어갈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 넘어가 그들이 만들거나 소환해 준 몬스터로 사냥터를 쓸어 버렸을 것이다.

물론 유저 사냥도 있겠지만 말이다.

뭐, 일단은 절대자의 말에 호응해 주었고, 마침내 그의 수다스러운 입이 멈췄을 때 내 뜻을 보냈다.

“아마…… 원하시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긴장했다.

내 등 뒤에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가? 나를 순식간에 죽이고도 남을 존재다.

그러니 나는 어떻게든 방어 수단을 끌어 올리며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절대자의 입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포기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뭐, 사실 그럴 것으로 생각했네. 다만……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즐거워서 꺼낸 이야기니 신경 쓰지 말게.”

그러니깐 더 신경이 쓰인다.

아니, 이 게임은 무슨 설정이 이렇게도 복잡한지, 정말이지 미칠 것 같다.

등 뒤의 절대자가 너무 궁금했고, 그가 가지고 있는 과거 이야기도 너무 궁금했다.

이러다가 죽을 각오를 하고서 뒤를 돌아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고, 나는 최대한 냉철하게 참아냈다.

“오늘은 그저 자네라는 존재가 어떤 자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네. 그러니 이젠 물러가야 할 시간이겠지.”

그와 동시에 절대자의 기운이 서서히 옅어져 갔다.

하지만 그 기운과 다르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무시무시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터니 죽이는 건 그때로 미루지. 자네의 실력을 보았으니 그에 맞는 상대도 보내주도록 할 터니 말이야. 부디 내가 죽이기 전까지 그 실력을 만개할 수 있도록 하게나.”

내 검을 막고 있던 절대자의 검이 회수되어, 천마검을 검집에 넣었지만 내 등을 찌르고 있는 것은 그대로였다.

“오늘은 승자가 응당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게. 그럼 실례했네.”

그 말과 동시에 절대자가 사라졌다.

나는 혹시나 절대자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빠르게 고개와 몸을 돌렸다.

“…….”

하나,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단 하나의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덥석.

나는 그것을 손으로 붙잡았다.

그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열쇠였다.

그 열쇠는 끝부분을 제외하고 용처럼 조각되어 있었다.

다만 조금 특이한 게 있다.

“동양풍 용이네?”

열쇠의 용이 동양풍이라는 점이다.

이곳 월오룰은 세상은 서양이자 판타지 세상이다. 그것을 고려한다면 팔다리가 짧은 뚱뚱보 용을 떠올리게 되는데, 열쇠에는 길고 날렵한 용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황금빛의 용은 마치 살아 있을 때를 그대로 표현했는지 생동감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흠? 내가 언제 잠이 들었지?”

“우웅? 주인님? 내가 왜 바닥에 있어?”

하나둘씩 일어나는 내 소환수.

왜 잠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걸 설명할 방법도 없거니와 아직 절대자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공주, 그리고 니베라 후작 말고는 모르기에 넘어갔다.

“성으로 복귀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움직였다.

물론 내 눈에는 오직 아이템창에 고정되어 있었다.

수많은 아이템이 자신의 존재를 뿜어내며 반짝였다.

* * *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로그아웃한 상황.

키트비느 자작의 성에 들어서자 수많은 시민이 나를 반겨주었다.

“시저 백작님 만세!”

“마왕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신 시저 백작님 만세!”

“백작님과 같은 플레이어라면 평생 믿고 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 시저 백작님 감사합니다!”

“대륙의 구원자 시저 백작님 만세!”

고작 나 한 명이 들어서는데 엄청난 인원이 몰려와서 꽃가루를 뿌리며 환영하고 있었다.

물론 내 소환수도 함께였지만,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한참 뒤에 떨어진 곳에서 나를 따라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제대로 된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리고 저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비록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지만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와 나를 향해 꽃가루를 뿌리는 여인.

사지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존경심을 보내는 어린 병사와 그 옆을 지키는 노부모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글썽였다.

수많은 병사가 한곳에 뭉쳐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모습이라든가, 분주하게 꽃가루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는 자들까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마왕을 무찌른 나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감격에 눈시울이 붉어지려 했지만, 이 자리에서 그럴 순 없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의 환호에 대답해 주며 걸었다.

그러자 더욱 큰 환호가 마을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길의 끝에는 셀레스틴 공주가 있었다.

나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 공주.

약간 상기된 볼은 그녀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고, 그녀는 입꼬리를 한껏 올려 환히 미소 짓고,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공주에게 걸맞은 행동을 보였다.

“플레이어 시저!”

그게 외친 후, 바로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마저 외쳤다.

“공주님의 명령에 따라 마왕을 쓰러뜨렸습니다!”

그런 나를 향해 셀레스틴 공주가 대답했다.

“수고하셨어요. 시저 백작.”

그 말과 함께 크고 우렁찬 함성이 성안을 가득 메웠다.

귀가 먹먹해지는 환호성을 끝으로 셀레스틴 공주가 나를 향해 소정의 보상 중 하나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곤 슬쩍 미소를 띠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로그아웃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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