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65화 (65/225)

〈 65화 〉 오빠 안돼(1)

* * *

남들이 보면 오해를 할만큼 쉽게 끊지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냥 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누가 있는가?.

자신에게는 다슬이 뿐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마음을 다슬이에게 주고 싶었다.

다슬은 엄청난 바다 괴물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상준의 모습을 보자 자신의 낚시를 멈추어 두고 상준과 함께 허튼 용을 쓰고 있었다. 상준의 얼굴에 힘이 실리면 자신도 같이 힘을주고 얼굴을 찡그리면 같이 찡그렸다.

선장은 큰 갈고리와 작살을 준비해서 상준의 옆에서 고기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첨벙”

10여 미터 앞에서 발버둥을 치며 수면위로 요동치다 다시 물속으로 다시 가라않았다.

“상어네요.”

선장은 상어를 목격하고는 약간은 실망하는 얼굴이었다. 적어도 돌고래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상준의 얼굴엔 미묘한 웃음이 스쳐지나갔다.

다슬은 낚싯대를 당기는 상준의 모습을 보며 이유모를 설렘과 짜릿한 희열을 느끼고있었다.

그리고도 다시 10여분이 흘렀다. 버티던 그놈은 결국 상준에게 무릎을 꿇었다. 선박까지 끌려와 마지막 자존심으로 발버둥을 쳤다. 기다리던 선장은 큰 갈고리로 그놈의 뒷머리에 박아넣었다.

“이게 뭐예요?”

선장은 평생 이런 괴물을 본적이 없었다.

“악구 백상아리!”

다슬이 소리쳤다.

“모두 조심.”

신 팀장은 언제 배에 같이타고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입을 꼭 다물고 영상 잡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다슬이도 알아보네.”

선장은 옆에있는 낚시꾼이 연상준 프로라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았다.

“과연 프로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괴물사냥.

“헌트 맞네. 괴물헌터.”

바로 진호해수욕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바로 그 악구 백상아리였다.

무시무시한 악어의 머리를 하고 있으면서 상어의 날렵한 몸체를 지닌 괴물 중에 괴물 악구 백상아리.

놈의 길이는 2.4m. 무게는 무려 300Kg. 누가 이것을 낚싯줄로 올릴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바로 괴물상어를.

그놈의 몸속에서 참외 크기의 수정원석(수정 안경 원석) 세 개를 추출하였다. 그중 하나는 8각 형의 완벽한 기둥에 버섯모양의 머리를 하고 푸른 하늘이 통째로 담긴 완벽한 빛을 띠고있었다.

중국에서 발견된 운석 중에서 사람의 얼굴을 지닌 운석하나가 150억을 초과하여 수석 경매장에 낙찰된 바가있다.

“이제 시간이 다됐습니다. 벌써 시간이 11시가 넘었네요.”

선장의 말을 듣고 시간이 다됐음을 알게 되었다. 상준은 다슬을 꽉 끌어안고 동해바다를 향해 소리를 질었다.

“야!, 독도는 우리 땅!”

왜 이때 독도가 우리땅이라 소리를 질렀을까?

모두들 한바탕 소리 내어 웃고 공형진 항으로 귀항하였다. 귀항하는 배에서도 몇 번이나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었다. 감격에 겨워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감사를 했다.

“나는 괴물 낚시꾼이다! 나는 연상준이다.”

후리후리한 키에 수려한 몸매와 후광을 지닌 프로 낚시꾼 연상준.

그놈은 역시 멋진 사나이다.

숙소로 들어온 상준은 아직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거푸 다슬을 끌어안고 그녀의 이마와 볼에 연이은 입맞춤을 하다 결국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체중을 그녀에게 싫었다.

흥분과 쾌감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해 허우적대던 다슬은 상준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를 따라올라 팬티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걸 깨닫고 이성을 찾아 한마디하였다.

“오빠, 안돼.”

“왜?”

“지금은 안돼. ”

정신이 번쩍 던 상준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침대에서 떨어져 나왔다.

“오빠, 미안해.”

“아냐, 내가 미쳤나봐.”

상준은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피면서 자신의 경솔함에 후회를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은 그렇게 흘러 아침을 맞이했다.

상준은 다슬을 보기가 민망했다.

다슬도 상준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자꾸 상준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신 팀장을 만나 아침을 먹고 중산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는 신 팀장은 또 무슨 일인지 말이없이 시무룩하였다.

옆에 앉은 다슬이도 창밖만 바라보고 팀장마저 말이 없으니 승용차안 분위기가 서먹하고 이상했다.

이를 전환하려 결국 상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 팀장, 무슨 일 있었나?”

동해안 출조가 예상외의 성과로 흥분의 분위기로 가득차야 할 판에 차안 분위기는 정 반대로 냉랭하였다.

“아닙니다. 일은 뭐.”

아무래도 신 팀장에게 일이있는 것은 확실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이 나올리가 없지 않는가?

사실 신 팀장은 아침에 일어나 낚시의 성과를 소현이에게 자랑하려고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무슨 애기야?”

“이제 개학했으니 저 할일 많아요. 죄송해요.”

결국 신 팀장은 소현이에게 바람을 맞은 격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래, 시발, 가려면 가라, 세상에 어디 여자가 너 밖에 없냐?’

신 팀장은 역시 이 시대의 젊은이다. 한마디로 그냥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런데 상준은 그렇지 못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시크하면서도 유독 여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자신도 늘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여동생을 잃고 생겨난 것이리라 생각을 했다.

이제 여동생도 만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좀처럼 변하지를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상준은 다슬을 보내고 사무실에 와서 잡은 물고기를 냉동처리하고 모든 원석들은 지하 금고에 보관을 하였다. 아직도 그에게는 엄청난 원석과 고귀한 황금 거북알이 많이 남아있다.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도우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주머니가 차려준 간식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어머니와 동생 생각이 났다.

“엄마, 요즘 어때요? 상미하고 있어보니 어때요?”

“그래, 너는 요새 어떤노?”

갑자기 또 어머니 입에서 부산 사투리가 쏟아져 나왔다. 유독 상준이와 대화할때 사투리가 심하시다.

“저야, 뭐 늘 그렇지요.”

“우리 셋이 밥한번 묵자. 언제 한번 안올래?”

“......”

“쪼매 있으면 상미도 중산으로 갈끼고 그러기 전에 한번 보자.”

“네, 그럼 내일, 모레쯤 내러갈게요.”

“예.”

“알았따. 그라먼 모레 오너라. 글피가 쉬는 날이데이. 토요일 아이가.”

어머니는 모처럼 모든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나보다.

“차 조심해서 오래이.”

“네, 어머니.”

“아참, 소현이 또 왔떠라. 상미 있다카이 바로 뛰어왔더라.”

“네.”

전화를 막 끊으려는데 갑자기 상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 전화 끊으려고 그랬지?”

“응, 아니.”

“헤헤헤, 다 알아. 나하고 통화도 안하고. 소현이 가시나 있지?”

“응, 소현이. 고것 보니 보통 아니네.”

“무슨?”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

“상미야, 너 쓸데없는 소리 할라카면 전화끊어라.”

상미의 뒤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오빠, 내일, 모레 만나요. 끊어요.”

“상미야?”

전화가 끊겼다.

전화를 끊은 상준은 피곤에 지쳐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다슬은 아침에 일어나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한마디 충고가 있었다.

“너 상준이 총각하고 같이 있었나?”

“네, 팀장님도 있었고.”

“너 처녀가 함부로 몸 굴리고 다니면 안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자가 몸조심 해야지. 밤낮 그렇게 붙어다니면 좋게 생각하겠어?”

“그런것 아니에요. 엄마.”

“남자 다 똑같다. 상준이야 좀 다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남자야. 일단 도를 넘으면 그 다음부터 별볼일 없는거야. 몸관리 잘해.”

“참 엄마도. 걱정도 팔자셔.”

다슬은 그날 밤 상준과의 일만 생각하면 온 몸이 짜릿하고 가슴이 뛰면서 얼굴이 붉혀졌다.

차라리 그날 잠자코 오빠를 받아줄 걸 그랬다고 후회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잘 넘겼다는 생각을했다.

내일 또 출근을 위해 올라가야 한다.

이번엔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오빠의 손길이 지나갔던 길을 따라 속옷에 손가락이 닿을 때 까지.

그리고는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미쳤어. 내가 미쳤어.”

그리고는 세게 머리를 흔들었다.

상준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날이 어둑어둑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보고 있는데 지역 방송에서 중산해양박물관의 부도위기설이 흘러나왔다.

‘왜 그럴까? 방문객이 제법 많아보이던데.’

다슬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상준은 어머니의 말씀처럼 부산으로 내러갔다. 한때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분식집에 딸린 방에서 상준과 같이 살아왔으나 이제 조그만 아파트에 따로 살림집이 마련되어 있었다. 상미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쉬는 날이 아니면 거의 아파트에 가지않고 식당에서 먹고, 자고 일을 하셨다.

상미가 온 후로는 하루도 빼지 않고 출퇴근을 하시면서 딸과의 시간을 만들고 계신다. 상미도 틈만 나면 어머니 가게에서 식당일도 돕고 같이 밥을 먹으며 지난 이야기를 틈틈이 나누었다.

토요일 아침 부산에 도착한 상준은 어머니와 상미가 있는 아파트로 갔다. 어머니는 아들의 방문에 맞춰 고기를 사랴, 회를 사랴, 자갈치 시장까지 나가신 모양이었다. 상미는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다 현관에 들어서는 상준의 품에 와락안겼다.

"아빠. 어서와."

상준은 상미의 태도에서 순간 당황하였다.

"왜 그래, 아빠." 당황하는 상준을 보며 상미는 배시시 웃었다.

"너 왜이래. 뭐야?"

"언제는 안그랬어, 아빠라고 부르라며?"

“내가 언제 그랬어?”

"또 안아주고, 업어주고 원하는 것 다해준다며?"

"알았다. 자슥아. 넌 나이 한살 줄어들더니 아예 어린애가 다돼버렸네."

상준은 소파에 앉으면서 넋두리를 하였다.

"호호호."

상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오빠의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여기까진 농담. 놀라지마 오빠."

"자슥아, 놀랬잖아."

상미는 오빠의 옆에 앉으면서 상준의 팔에 팔짱을 꼈다.

“넌 요즘 뭐하고 지내?”

“푹 자고, 엄마 가게 가보고, TV보고. 뭐 그냥 노는게 다 행복해.”

“그럼 출근은 언제 할거야?”

“약속대로 가야지.”

상준은 동생이 어떤 일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얼마 후 어머니가 무엇을 잔뜩 싸 들고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맺혀 현관으로 들어섰다. 상미는 재빨리 자리에 일어서서 어머니가 가지고온 짐을 챙겨서 주방으로 들어가고 어머니는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히고 계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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