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 오빠 안돼(2)
* * *
“식당에 가서 먹으면 될텐데, 뭐그리 멀리까지.”
“그래도 애미 마음은 그렇지않아.”
어머니는 이마에 땀이 마르자 소파에 올라앉으면서
“상미 얘기 들으니 너가 참 자랑스럽더라.”
“....?”
“아니 네가 상미에게 그리 잘했다며? 진짜 오빠처럼.”
“제가 착해요. 어떻게 상미가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도 어떻게 저리 반듯하게 컷는지.”
“나도 믿어지지가 않아. 자다가도 일어나 감사드리고 그래.”
그날 어머니는 고기를 굽는다, 회를 친다하시며, 정성을 다해 식구들이 먹을 엄마의 밥상을 차려내셨다.
엄마의 밥상은 사랑의 밥상이다.
식사를 하면서 상준은 동생 상미의 복학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상미야. 너 대학 휴학했다며?”
“응.”
“복학할 생각없어?”
“없어.”
“왜?”
“오빠, 나 실력 알잖아. 대학졸업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학벌이란 것이.”
상미는 끝내 복학을 거절하고 상준의 회사에 남기로 하였다.
아침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산소로 가기로 했다.
“오빠, 조금가면 초록마트라고 있어. 거기 좀 세워줘요.”
“응.”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상미는 산소에 가서 쓸 제수용품을 산다며 마트로 들어갔다. 한참 후 차문이 열리면서
“어머니. 저 왔어요.”
“그래, 소현아. 어서타라.”
“엉?”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니 소현이가 서 있었다.
“오빠. 잘 지냈어요?”
“너가 어떻게.”
“어머니 전화받고 왔어요.”
뒤이어 상미가 이것, 저것 담긴 비닐봉투를 트렁크에 싣고 상미를 운전석 옆자리에 앉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어머니와 함께 뒷자리에 앉았다.
“이제 다됐어요. 출발해요.”
상준은 이들이 전부 한통속이 되어 자신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생각되었다. 그도 그를 것이 아버지 산소에 인사가는데 왜 소현이를 데리고 가냐고.
그렇다고 무조건 내리라고도 할 수 없었다. 소현인 분명히 상미의 친구니까.
“오빠. 상미 나이가 한살 줄었다며?”
“그렇긴 하지.”
“그럼 나보고 언니라고 해야하지 않나?”
소현은 뒷좌석에 앉은 상미를 돌아보며 상준의 동의를 구했다.
“글쎄, 그렇게되나?”
“글쎄는 무슨 글쎄야. 한번 친구 맺었으면 영원한 친구지.”
상미의 말이었다.
“그것도 그러네.”
“뭐야, 오빠.”
상미와 소현은 똑같이 부정하며 까르르 웃었다. 그들의 대화에 어머니가 끼어드셨다.
“우리 상미가 일곱 살에 학교에 입학했거든. 그래서 친구들은 한살이 많아.”
“그봐,
“헤헤헤, 누가 뭐라 했어.”
그러는 사이 차는 금정산 입구에 도착했다.
간단한 제수를 차려놓고 절을 하면서 어머니와 상미는 많은 눈물을 흘리며 한참동안 울었다. 소현이도 상미의 옆에서서 같이 눈물을 흘리며 가족처럼 행세를 하였다.
“여보, 고마워요. 내소원 들어줘서.”
어머니는 남편의 무덤 앞에서 딸 상미와 소현이를 함께 소개했다.
“여보 우리 딸 상미, 여기는 내딸 같은 상미 친구 소현이.”
어머니는 상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특유의 밝은 성격을 지닌 소현이를 만나 상미와 비슷한 나이의 소현에게 남다른 애정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버지, 저 이제 잘하고 있어요. 많이 도와주세요.”
상준도 아버지 산소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산소에서 내러오면서 상미와 소현은 어머니 양팔을 잡고 하산하였고 상준은 남은 음식 부스러기가 담긴 봉투를 쥐고 그들 뒤를 따라 내러왔다.
“상준아, 소현이도 오고했으니 우리 어디 맛있는 것 묵으러 가자.”
“어디가면 좋겠어요?”
상미와 소현이 소곤소곤 하다 결국 스테이크를 먹자고 제안하였다. 어머니는 딸들이 가자하니 무조건 좋다 하신다.
“넌 언제 올거야?”
헤어지면서 상준은 상미에게 물었더니 10일 휴가를 다채우고 오겠다고 하였다.
“오빠, 저는 다음 주말에 내러갈게요.”
“......”
상준은 오후 늦게 중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8월 직원들의 월급 결제를 하였다. 8월의 성과금은 1인당 200% 였다.
집에 돌아온 상준은 번영회장님을 찾았다. 중산해양박물관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다. 중산해양박물관은 전의원이신 김모씨가 개인적인 투자를 통해 세운 것이었으나 관리가 부실했고 인력관리에도 소홀하여 잠시 정치적인 표심모으기에 이용되었을 뿐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상준은 집에 돌아와서 홈페이지를 찾아서 세부 정보를 알아보았더니 건물의 규모에 비하여 주차장을 비롯한 부대시설 등의 부지가 넓고 위치가 바로 해수욕장 뒤쪽 해안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경제적 가치는 있어 보였다. 현재는 관리비와 인건비를 빼면 흑자 운영하기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장기적인 지역발전 전망과 연계하여 보면 투자의 가치는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준은 [주식회사 블랙월드] 양만선 이사에게 전화를 내어 그동안 보관하던 각종 보석 원석 일부와 황금 거북알 3개, 우주수정 원석 2개를 넘기기로 하고 만나자고 통보하였다.
그리고는 낚시를 챙겨 집 옆 소나무 숲의 오솔길을 지나 절벽아래 바닷가로 나왔다. 늘 하던 요트 계류장 옆 갯바위였다.
이 갯바위는 앞에서도 거론이 되었지만 상준에게 짭짤한 재미를 제공하는 보물 같은 곳이다. 크고 작은 바위 가운데 유별나게 우뚝 큰 바위가 바다에 임해있는 명소중의 명소이다. 어떻게 보면 이곳은 상준의 집 호수 같은 곳이면서, 수영장이 될 수 있고,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적절한 바위와 바닥에 깔려있는 자갈과 모래밭이 조화를 이루어 낸 절경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진호 해수욕장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이곳을 화암대로 불렀다고 한다. 꽃처럼 아름다운 바위들이 많다하여 명명된 곳이다. 이제 이곳은 상준의 소유물과 다름없이 되었다. 주변의 소나무 숲과 절벽이 상준의 개인 소유가 되었으니 그 앞바다는 자연스럽게 외부인이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그 옆에는 요트 계류장까지 설치하지 않았는가?
상준은 낚시 가방을 열고 낚싯대를 꺼내 바다에 던져두었다. 고기통을 의자 삼아 오후의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더. 어느 날 밤 유성우가 쏟아진 이후 괴물 낚시에는 이보다 더한 곳이 없어보였다.
챔질을 할 때마다 씨알 좋은 고기들이 종종 걸려온다. 오늘도 예외 없이 우럭과 붕장어가 걸려들었다.
신 팀장은 숙소에서 꼼작도 하지 않는다. 상미가 부산으로 간 이후 업무에 다소 차질이 생긴것 같다. 주말인데도 어딜 가지않고 숙소에만 박혀있나 보다.
전화가 왔다.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순천 분이시다. 남편이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가계가 좀 어렵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제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 병원비와 학비, 생활비를 벌까하고 가정도우미를 자청했다고 했다. 매주 월, 화에 집에 다녀오는데 사내식당이 일을 하는 날을 택한 것이었다. 사내식당 종업원은 토, 일이 바로 공휴일이다.
“대표님 지금 어디계세요?”
“화암에 있습니다. 무슨일로?”
“식사 준비 다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저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상준은 낚싯대는 그대로 거치대에 꽂아두고 고기통만 메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주머니, 식사 같이하시죠. 번거롭게 따로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어떻게.”
“어렵게 생각 마시고 함께하시죠. 그래야 밥맛도 나고.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준은 기어이 아주머니를 설득하여 함께 식탁에서 같이 먹게 되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아저씨는 좀 차도가 있으신지요?”
“지금은 요양병원에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학교 3학년 큰 딸과 1학년 막내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마음이 착해 수시로 아버지 병원에도 찾아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전교에서도 상위그룹에 속한다고 하였다. 살림을 하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가장의 교통사고로 가계가 어려워지자 특별한 기술 없이 많은 돈을 벌기에는 숙식을 하는 가사도우미를 자청하였다고 했다.
“어쨌든 아주머니께서 수고가 많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뭐.”
“아주머니도 어려워 마시고 가족처럼 편안하게 생활하세요.”
“저는 막상 와보니 식구도 단출하고 식사도 대부분 사내식당에서 하시니 일이 별로 없어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머니가 계시니 마음 놓고 집도 비우고 일도 하는 걸요.”
식사를 마친 상준은 고기통을 비워 대형 수족관에 넣어두고 다시 화암 갯바위로 나왔다.
‘어라, 물었잖아.’
상준이 도착하니 고기가 물려 낚싯대가 활처럼 휜 체 떨고 있었다. 상준은 낚싯대를 잡고 당겨 보았다. 손목에 전해지는 감각이 만만하지 않았다.
이두박근 근육에 제법 힘이 느껴진다.
‘이런 행운도 있구나.’
상준은 흐뭇한 심정으로 고기를 올리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분이 좀 침체된 것 같았는데 다소 풀리는 것 같았다.
‘이제 됐다. 올라오라.’
엄청난 크기의 빛깔좋은 감성돔이었다.
‘요런 놈도 있었네.’
적어도 길이가 칠자는 훨씬 넘을 것 같다. 통에 담아 뚜껑을 닫고는 다시 바다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소식이 없다. 간혹 노래미와 우럭 새끼들이 걸리기는 했으나 붕장어를 제외하곤 대부분 놓아 주었다.
‘밤에는 붕장어가 잘 걸린다던데.’
상준은 혼자 바다를 보며 담배를 피우다 문득 신 팀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술이나 한잔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
즉시 신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표님.”
“지금 뭐하고 있어?”
“네, 그냥 쉬고 있어요.”
“심심하면 갯바위로 내려와. 나 거기있어. 장어 잡았으니 회쳐먹자.”
주말에는 가급적 직원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얼마 전부터 시무룩해 하던 모습이 떠올라 숙소에 혼자 있는 팀장에게 전화한 것이다.
회라도 한점 할까 생각해서였다.
“그럼 지금 내려 가겠습니다.”
“그럼, 올 때 주방에 들러 초장 좀 가져와.”
전화를 끊고 난 후 상준은 재빠르게 장어 한 마리와 우럭 중자를 손질하여 회를 쳤다.
때 맞춰 신 팀장이 캔 맥주 두개를 쥐고 갯바위로 내려왔다.
“신 팀장 젓가락 없지?”
“예, 미처 그것까진 생각을 못해서.”
“그럼 저 나뭇가지로 젓가락 한번 만들어봐.” 상준은 열쇠고리에 달린 나이프를 빼 주었다.
“위하여!”
캔을 하나씩 들고 바닷가에 앉아 먹는 횟감은 야식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그때 럭비공 크기의 타원형 물체가 광선을 뿜으며 10여m 앞 바다 속에 꼬물거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양의 섬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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