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낚시에 미친 총각-64화 (64/225)

〈 64화 〉 가시독에 찔린 여친(2)

* * *

상준은 다슬을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약을 먹고 난 다음이라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TV를 켜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오빠 아니었음, 오늘 큰일 날뻔 했네.”

“그래, 그놈이 갑자기 튀어오를 걸 예상 못했지?”

“오빠 참, 머리 회전이 빠르더라. 어떻게 그 순간 독을 빨아낼 생각을 했지?”

“그야 뭐, 대한민국에서 군에갔다 온 사람은 다알아.”

“그런가? 꼭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던데.”

“상처난 부위를 한번 보자.”

상준은 다슬의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소독한 부위를 살펴보니 사실 상처랄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퉁퉁 부어올라 주위가 온통 시커멓게 멍이 들어있었다.

“이 정도라 다행이지 상처라도 컸으면 어떡할뻔 했어.”

상준은 부어오른 부위를 손으로 슬슬 문질러 주었다.

“......”

“너 출근 할 때 미니 입잖아. 여기 흉터 생겨봐. 이상할 것 아니야.”

“뭐 좀 그렇겠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늦게 잠에서 깨어나 신 팀장을 만났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상준의 말을 들은 다슬은 즉각 반대하였다.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다슬아, 네가 다쳤잖아?”

“이제 괜찮아졌어요. 보세요. 약간 부어있고 살갗이 좀 땅기기는 해도 이건 아이들 연필 깍다 손 좀 벤것 보다 더 나은 정도인데, 이걸가지고 돌아가면 말이 안돼요.”

다슬은 낚시를 중단하고 돌아가는데 대해 강경하게 반대하였다.

“여기 여행 온 것이 아니잖아요? 이건 사업이잖아요?”

“.....”

“다슬씨, 그래도, 그만가요.”

이번엔 신 팀장이 나서서 말려보았다.

“팀장님. 절대 안돼요. 그럼 앞으로 제가 어떻게 따라 다니겠어요.”

결국 상준은 다슬의 뜻을 받아들여 한번 더 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단 항구 주변 횟집에 들러 어제 밤에 잡은 쥐노래미로 식사를 부탁하고 남는 것들은 횟집으로 넘겼다. 귀한 자연산이라 값은 비교적 양호하게 계산을 해주었다.

“사장님, 손님들 없을 때 주방 좀 빌려쓰면 안되겠어요?”

“뭘 하시게요?”

“대형 쏠종개를 해체하려구요.”

“....?”

상준은 차에서 꺼낸 쏠종개를 보여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횟집 사장님은 그제야 상준을 알아보고 갑자기 친절하게 모든 주방도구를 다 쓸수 있도록 허용해주셨다.

“야, 역시 소문이 아니네요.”

아주머니도 상준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도와주었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해체하는 장면을 셀카로 담으면서 결국 나중에는 싸인까지 부탁하였다.

상준은 주인의 허럭을 받아 주방으로 들어가 엄청나게 큰 변형 쏠종개를 해체하였다.

변형 쏠종개는 매끈한 가죽과 간에 들어있는 우주 야광보석 세개를 추출한후 고기는 전량 횟집식당에 무상으로 넘겨주었다.

모든 일이 끝나자 횟집 사장은 상준과 함께 자신의 부부가 함께하는 사진을 부탁하였다.

“이 사진 우리 횟집에 걸어둘 겁니다.”

물론 신 팀장도 모든 과정을 영상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신 팀장, 어제 선장님께 다시 전화드려 부탁드려봐.”

그들은 결국 지난번에 함께한 낚싯배 선장님께 부탁을 드려 오후 2시에 출발하여 밤 11시 까지만 배를 빌리자고 부탁을 해두었다.

쥐노래미 회맛은 소문만큼이나 식감이 뛰어났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볼락 같으면서도 자연산 우럭 같으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것 같았다.

이러니 방송에서도 미식가들의 평이 좋을 수밖에. 어제 밤 선상에서 먹을 때는 낚시에 빠져 음식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지만 다시 먹어보니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매운탕과 함께 식사를 한 후 다슬이 약을 챙겨주었다.

상준은 다슬이가 괜찮다고 하며 떼를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상처 난 부위를 다시 확인하려하였다.

"오빠, 정말 저 괜찮아요."

"그래, 일단 보여줘."

다슬은 청바지를 당겨 올려 상처부위를 보여주었다.

"음, 다행이긴 한데."

의사 말처럼 자고 일어나니 부기가 좀 빠진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출발해요."

"아직 시간이 멀었어. 우리 멀미약부터 먹자. 출발 30분 전에 먹는 것이 효과가 가장좋다네."

상준 일행은 약속 시간에 맞춰서 배에 올랐다. 낚시할 장소는 어제 밤과 거의 비슷한 곳이었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쥐노래미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희진은 비록 무릎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직은 통증이 있을 텐데 아랑곳 하지 않고 낚시에 몰입하였다. 저러다 오히려 지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였다.

쥐노래미 낚시는 일단 손맛이다. 흔히 낚시에는 세 가지의 맛이 있다고들 한다. 도시어부 이경규씨가 종종 써먹는 말이다. 첫재는 눈맛, 둘째는 손맛, 셋째는 입맛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쥐노래미는 이런 세가지의 맛을 모두주는 효자 어종 같았다.

“공현진항 앞바다. 역시 이곳은 이만쯤은 쥐노래미가 한창때인 것 같다.

신 실장도 낚시에 뛰어들었다.

"오빠 이거뭔데 엄청 힘들어요."

다슬이 갑자기 몸이 휘어지며 엄청난 저항을 느끼고있었다.

"어, 대물이네. 발을 뱃전에 대고 몸을 뒤로 젖혀봐."

상준은 다슬이가 제대로 손맛을 느끼도록 보고만 있었다. 저렇게 가는 팔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기는 하였다.

"영 힘들면 줄을 조금 풀어주고 다시 감아봐. 아니면 감지말고 그냥 버티던가."

다슬의 얼굴을 바라보니 꼭 건져 보겠다는 신념이 엿보였다.

계속 버티는 다슬을 보며 선장이 조언을하였다.

"연상준씨. 이 아가씨께 허리벨트 하나 선물해야겠어요. 진짜 프로네."

선장의 말을 들은 다슬은 있는 힘을 다해 릴을 감기 시작했다. 낚싯대 손잡이를 아랫배에 붙여 당기다보니 아랫배가 아플 정도로 힘이 가중되었다. 이때 낚싯대 걸이 벨트만 있어도 그만큼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설은 놈을 제압하였다. 중형 부시리가 루어를 물고 올라왔다. 얼른 봐도 7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중형 부시리였다. 막바지에 선장이 뜰채를 이용하여 건져올려주자 환호를 질러대었다.

"얏호."

아픈 다리는 어디 가버리고 활기에 찬 다슬을 보고 있자니 상준은 저절로 힘이솟았다.

"고생했다. 다슬아."

"다슬씨, 축하해요."

축하를 받은 다슬은 연방 생글거리며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휴"

다슬은 부시리를 겨우들어 신 팀장이 찍어주는 카메라 앞에 서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시 낚시는 계속되었다. 간혹 삼치와 오징어가 올라오고 주된 고기는 역시 쥐노래미였다.

해가 지려면 아직멀었다.

상준은 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다슬의 소감을 물었다.

"부시리 같은 대어를 낚아보니 소감이 어때?"

"세상을 다 얻은것 같았어요."

"오늘 보니 이제 프로가 다됐어. 어떤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더라고."

"헤헤헤."

다슬은 특유의 애교미소로 상준을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승리의 표시를 하였다.

"집으로 가는걸 적극 반대할 때, 내 감을 잡았어. 오늘 사고 한번 칠 줄 알았지."

얼마 후 이번엔 신 팀장이 참돔을 걸어 올리더니 연이어 한치를 낚아 올렸다."

"한치, 저거 진짜 맛있는데."

다슬의 말을 들은 선장은 밥솥에 스위치를 눌러두고 오징어와 한치를 꺼내 회를 뜨고 남은 것으로는 오징어 국을 끓이고 있었다. 오징어 국에는 무와 양파, 풋고추를 넣어 충분하게 끓인 후 마지막으로 부추를 넣고 살짝 익혀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그러고 난 다음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하였다.

모든 낚싯대는 바다에 던져둔 채 뱃전의 거치대에 꽂아 두었다. 식사를 하면서 선장은 다시 다슬의 낚시솜씨를 거론하였다.

"오늘은 어제 보다 파고가 약하네요. 그런데 이 아가씨 고기 잡는것 보니 보통 솜씨가 아니네요."

"헤헤, 저가 운이 좋아서. 헤헤헤."

"고기가 걸리는 건 운일 수도 있지만, 올리는 건 실력입니다. 대단해요."

"나도 보니 놀랬어요."

신 팀장도 거들었다.

"저 부시리 잡는 사진 나중에 카톡으로 한장 보내주세요. 친구들께 자랑 좀 하게."

“다 보내드릴게요.”

“좋겠다.”

“그리고 다슬씨, 이것 우리 인터넷 방송 ysj TV에도 올라갈 거예요.”

“음. 호호. 저를 주인공으로 해서요?”

“네. 다슬씨가 주인공으로.”

그날로 다슬은 낚시에 완전 중독되었다.

선상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저녁 식사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숟가락을 놓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모두가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던져 넣었다. 간밤에 부실한 잠이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지칠줄을 모른다.

그때 또다시 신호가 왔다. 역시 다슬의 낚싯대였다. 다슬은 이제 척척 알아서 챔질을 하며 당겼다, 늦췄다하며 릴을 감아올린다.

“무슨 고기 같아?”

상준은 옆에서 낚시하는 다슬을 돌아보며 슬쩍 운을 띄웠다.

“참돔 같은데?”

낚시대가 휘어지는 걸 보면 결코 작은 놈은 아닌것 같다. 잠시 후 뜰채에 걸려 온 놈은 역시 참돔이었다.

“야, 진짜 참돔이네.”

다슬의 감각이 진짜 참돔 손맛을 알고 맞췄을까? 그러나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희열을 느끼면서 동해에 내뿜는 숨가쁜 손놀림이 가슴을 뛰게한다. 얼굴에 만연의 미소를 머금고 하나의 추억을 엮어가고있었다.

상준에게도 다시 기회가 왔다. 엄청난 크기의 섬광덩이가 요트를 습격하듯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섬광의 규모를 보면 크기를 가름 할 수 있다. 이놈의 규모는 만만하지를 않다.

놈의 힘은 장난이 아니다. 이건 손맛이 아니라 온 몸에 느껴지는 몸맛이었다.

‘그래, 몸 맛한번 보자.’

상준의 팔뚝에 선명한 힘줄이 굵게 나타났고 이두박근이 솟아올라 있었다. 부르르 떠는 낚싯대의 휨이 보통 고기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대물이네요.”

선장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데리고 온 낚시 손님 중에서 대물을 잡게 되면 선장의 목에도 힘이 들어가나보다.

“이야!”

“선장님, 작살 있어요?”

“예?, 고래예요?”

상준은 놈과 대치하면서 다슬을 바라보았다. 다슬의 앞에서 멋진 포음을 좀 잡고 싶었다. 이런 때를 위해 상준은 낚시를 할 때마다 다른 사람과 동행하고 싶었다.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직 상준은 나이는 먹었지만 청소년의 티를 못벗은 것 같다.

어떤 때는 어머니가 상준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넌 애가 애 같지않고.”

그것은 아마 아버지를 일찍 저 세상으로 보내고 동생마저 잃게 되자 어깨를 누르는 남모르는 중압감과 그로인해 생긴 소심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도 아직은 아이같은 구석이 있다. 자랑하고 싶고, 뽐내고 싶고, 다 가지고 싶은 사춘기 같은 마음.

특히 여자에게는 인기가 많은 멋진 청년이 되고 싶었다. 대학시절 동과 학생 중에 재벌 3세라고 소문이 난 급우가 있었다. 누구나 다 알만한 재벌 3세.

상준은 늘 그 친구가 부러웠다. 그 친구 주변에는 항상 멋진 여대생이 드글드글했다. 그 친구가 웃기만 해도 따라웃는 여학생이 몇은 되었다. 그 친구는 언제든지 손만 내밀면 된다고 했다.

그때 상준에게는 오직 한사람, 송연희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었고 그녀에게 고마워했다.

연희가 떠난 후 상준은 늘 자신의 주변에 몇명의 여자들을 두고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여자들에게 친절하게 굴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