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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친 총각-63화 (63/225)

〈 63화 〉 가시독에 찔린 여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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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늘 그들을 기다려 주지만은 않는다. 동해 공형진항 앞바다에 쥐노래미가 많이 잡힌다는 보도를 본 다슬은 상준을 졸라 동해안 출조를 하게 되었다.

쥐노래미는 일명 돌 참치라 불리는 물고기로 일반 노래미에 비해 매우 크고 육질이 단단하여 횟감으로도 인기가 높고 매운탕 맛이 매우좋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주로 낚시로 잡아 올리는 바다고기 중에 하나로 공급량이 부족하여 타 지방에서는 좀처럼 맛을 보기 어려운 어종이다.

상준은 다슬의 휴가에 맞춰 신 팀장과 함께 출조에 나섰다. 중산에서 속초까지 거리가 멀어 이른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였다.

상준 일행은 경주를 거쳐 포항을 우회하여 영덕을 지나 동해안을 따라 가다 공형진항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다된 시간이었다.

물론 차를 달리다 기념관이나 유원지를 둘러보며 천천히 간 것도 요인일 것이다.

동해안 대게의 별미를 맛본 후 낚싯배를 빌려탔다. 주변 일대 해안에서는 방파제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갯바위 낚시도 최근 들어 조과가 떨어져 배낚시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지역 어민들이 일러주었다.

오후에 출조하면 이튿날 아침에 귀항하게 되어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고 피로감도 적어 좋을 것 같았다. 항구를 출발하자 망망대해로 달리는 동해 바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이 뻥 뚫리고 답답하던 체증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파고가 약간 높기는 했으나 이 정도의 너울은 일상적인 현상이라 설명을 해주었다.

"연상준 프로님 맞으시죠?"

선장은 40세 정도의 나이에 체력이 있어 보이고 건강미가 넘치는 지역분이셨다.

얼마가지 않아 배를 정박하고 낚싯대를 바다로 던져넣었다. 동해의 파도가 걱정스러워 오늘도 미리 멀미약을 먹고는 다슬이께도 멀미약을 주었다. 신 팀장은 멀미를 안한다며 약을 사양했으나 상준은 지난 정포항의 낚시에서 고생을 한지라 단단히 벼르고 챙겨먹었다.

‘이제는 멀미를 하지않겠지?’

일설에 의하며 멀미를 하던 사람도 계속 배를 타면 멀미에 적응되어 괜찮다고는 하였으나 고통을 아는 상준은 실험을 해보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결국 상준은 자신이 멀미에 적응이 된지 안된지도 파악을 해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동해 바다는 남해나 서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기본적인 파고가 있기 때문이었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가지 않아 쥐노래미들이 걸려들기 시작했다. 더구나 미끼를 루어로 대체했기에 다슬이도 부담 없이 건져 올렸고, 미끼를 달것 없이 마음대로 바다로 투척할 수 있었다.

쥐노래미의 크기는 말 그대로 엄청나 타 지역의 노래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보통 길이가 50 Cm는 되는것 같았고 큰 놈들은 60 Cm가 넘는 것도 있었다.

얼마 전 동해에서 괴물어종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괴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신 팀장은 동영상 자료 확보에 전력을 다했다.

항구를 출발해서 도착 할때 까지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느라 카메라를 잡고 있었다.

유듀브에 올린 동영상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구독자가 늘어나 나름 보람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반복되는 노래미 출현에 식상했는지 카메라를 던져두고 낚시에 돌입하였다. 이대로 간다면 많은 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그것은 망상에 불과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점차 입질이 줄어들더니 입질 소식이 뚝 끊어져 버렸다.

이게 낚시였다.

‘시발, 내가 낚으려니 왜 물지 않고 지랄이야.’

신 팀장은 혼자 투덜거렸다.

“선장님, 이제 안되는데요?”

선장은 신팀장을 보며 입맛만 쭉쭉 다시었다.

‘이제 쥐노래미 떼가 조류를 따라 지나간 것이 아닐까.’

"그럼 노래미 맛이나 보죠."

이 때를 맞추어 쥐노래미 회를 쳐주셨고 노래미 매운탕에 라면을 넣어 끓여주셨다.

"선장님, 정말 맛있어요."

다슬이도 이제 낚시에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정포항의 낚시에서 취미를 붙인 계기가 되었고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낚시다.

손맛을 잊지 못해 많은 낚시꾼들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낚시의 매력에 빨려드나보다.

일부 프로 낚시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의 반대를 막기위해 고기 때가 들어올 때 아내와 함께 출조하여 손맛을 제대로 보여주게 되면 반대하는 수위가 줄어든다 하였다.

그러다 보면 아내가 먼저 따라 나선다고 귀뜸을 해주기도 하였었다.

그렇게 보면 상준은 다행인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다슬이가 손맛을 알게 되었고 이번 출조도 알고보면 그녀가 먼저 졸라 오게된 것이었다.

‘너도 이제 낚시에 미쳐버렸네.’

고기가 올라올 때 마다 환호를 지르는 다슬을 보며 혼자 생각하곤 한다.

'귀여 운 것.너도 이제 내손 안에 있어.’

쥐노래미 회와 노래미 라면을 먹는 다슬의 모습은 어떤 미식가보다 더한 것 같았고, 낚시를 하는 다슬의 모습은 유명항공사의 스튜어디스란 생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녕 그저 낚시꾼의 여친.

아니면 어부의 아내.

'큭큭큭.'

정말이지 그녀가 저정도 빠져들리라 생각을 못했다.

어느 날 다슬은 자신의 근무처와 중산의 거리가 멀어 직장을 바꿔보면 좋겠다고는 말까지 하였다.

물론 그건 그냥 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다슬은 연말에 있을 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하여 중산으로 내러와 교편을 잡고 싶다고 하였다. 계획대로만 되면 집에서 출퇴근도 할 수 있고 주말이면 낚시도 할 수 있어 직장과 취미를 함께 할 수 있어 좋을거란 말도 몇번이나 하였다.

어쩌면 상준과 함께 하고싶은 장기적인 계획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 직장옮기기가 그리 쉬운것인가?

식사를 한후 다시 낚시는 시작되었다.

모처럼 신 팀장에게 대물 쥐노래미가 걸려들었다. 고기가 커서 뜰채를 사용하지 않고는 그냥 올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상준은 신 팀장이 올린 고기를 건져주기 위해 뜰채를 들고 용을 쓰고있는데, 바로 그 순간 엄청난 괴물이 큰 입을 벌리며 노래미를 먹겠다고 덤벼들었다.

상준이 놀란것은 그놈이 뿜어내는 섬광 때문이었다.

"흐윽."

"뭐죠? 이거?"

목격한 것은 신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광채가 아닌 입이 큰 미상의 물고기였을 것이다.

상준은 잽싸게 뜰채를 피하면서 쥐노래미를 건져 올려 갑판위에 던져버리고 재빨리 낚싯대를 바다로 던졌다.

'어디 갔지?'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져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선장님. 메기같이 생긴 괴물고기가 보이던데 혹시 보신적이 있습니까?"

"바다메기 보고 그러시나?"

'바다메기에도 변종 괴물이 있나?'

상준은 낚싯대를 쥐고 눈에서 레이저 광을 뽑아내었다. 그의 초능력은 가차 없이 진가를 발휘하였다.

"드르륵."

'역시 낚신.'

상준은 흔들리는 낚싯대를 왼 손에 움켜쥐고 늘렸다, 줄였다 하며 천천히 당겨 감았다. 놈은 발버둥을 치며 있는 힘을 다해 버둥거렸다. 선장은 뜰채를 들고 꾹다문 입술에 레이져를 쏘는 듯한 상준의 눈을 보며 놈을 건지려 안간힘을썼다.

"이거 뭐야."

순간 선장은 뜰채를 버리고 갈고리를 움켜잡았다. 그냥 뜰채만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고기가 아니었다.

몇 번의 실패후 결국 놈의 아가미에 갈고리를 걸었다.

"이건 바다 메기가 아니네요."

“그럼 뭐죠?”

올라온 고기는 보기드문 대물이었고 반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베테랑 선장도 무슨 고기인지 알지를 못했다.

신 팀장은 연신 카메라를 돌려가며 상준과 다슬, 선장의 표정을 번갈아 잡아가며 올라온 거물을 촬영하고있었다.

“우와, 이거 대단해요. 힘이 보통이 아니네요.”

성장은 올라온 괴물이 발버둥치자 갈고리를 돌려 괴물의 머리통을 몇 번갈겼다.

“오빠, 역시 짱."

"짱?"

"여기까진 방송용."

"그럼 리얼은?"

"어? 이게 무슨 고기지?"

"하하하." 선장은 다슬의 리액션에 웃음을 참지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이건 변종 괴물입니다."

"괴물, 말로만 듣던 그 괴물?"

선장은 상준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순간 머리에 갈고리를 맞아 실신해있던 괴물이 다시 퍼덕거렸다.

"아야!'

갑자기 다슬이 무릎을 쥐고 얼굴을 찡그리며 주저앉았다.

"왜 그래?"

상준이 돌아보자 다슬의 무릎에 약간의 피가 흘러내리고 무척 고통스러워하였다.

다슬의 표정과 바닥에 퍼덕이며 죽어가는 괴물을 지켜보던 선장은 소리를 질렀다.

"조심, 이건 쏠종개야. 쏠종개!"

"쏠종개요?"

"손가락보다 작은 쏠종개가 괴물로 변했어."

"뭐요?"

“이 놈은 본래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독가시가 있어요. 작은 놈의 독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안되겠어요. 처녀가 독가시에 찔린것 같아요."

선장은 재빠르게 닻을 걷어 올리고 회항을 서둘렀다.

상준은 걱정이 되어 다슬의 옆에 앉아 다리에 난 상처 부위를 들여다보다 선장의 말에 독가시 이야기가 나오자 잽싸게 다슬의 바지를 걷어 올리고 상처 자국에 입술을 대어 빨기 시작했다.

"아야."

상준은 상처를 빨아 침을 뱉고, 다시 빨아 다시 뱉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 몇 번을 그러더니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무릎 위쪽을 동여매었다.

고통스런 얼굴을 짓고있는 다슬이의 등을 두드려 준다.

"걱정 하지마, 이제 괜찮을거야."

상준의 행동을 지켜보던 선장은 상준을 향해 엄지를 쳐들고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프로는 어디가 달라도 달라.’

회항을 한 상준은 즉시 신 팀장에게 쏠종개를 챙기고, 배삯을 지불하라 일러두고는 차를 몰아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직행하였다. 상처 부위에 치료를 마친 후 주사를 주라고 간호사에게 지시하고 담당의사가 한마디 하였다.

"큰일 날뻔 했습니다. 만약 독을 뽑아내지 않고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참 잘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상준은 진심으로 담당의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 약 드시고 자고나면 많이 좋아질 겁니다."

“오빠, 미안해요. 저 때문에 낚시도 못하고.”

“뭔 소리야. 내가 널 낚았잖아.”

다리의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다슬이도 그제야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신 팀장, 지금 어디있어?”

“낚싯대와 도구들을 챙겨 항구 인근 숙소를 잡아 들어왔습니다.”

“고기랑 모두 무거웠을텐데.”

“선장님이 도아주셨어요. 그리고 배삯도 전부 지불했습니다.”

“그래야지, 그럼. 잘했어. 푹 자고 내일봐. 나 아침에 전화할게.”

“다슬씨는 좀 좋아졌습니까?”

“응, 덕분에. 내일 보자.”

상준은 신 팀장과 통화후 가장 가까운 인근 모텔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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