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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150화 (150/201)

#150 나를 곁에 두고 사용하세요, 폐하

서쪽마녀는 영주성 한편에 있는 작은 탑에 갇혔다.

탑에 올라올 무렵에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병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레데와는 달리 제국 병사들은 필요 이상 접근하거나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탑에 올라가는 내내 손을 잡아준 병사도 마찬가지였다.

적이기 때문인지 다소 냉정한 기운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계단은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다소 높았다.

마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체력도 저하된다. 그 때문에 탑을 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병사는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까마귀가 탑에 몰려왔지만 제국 병사들은 많이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굳이 쫓아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탑에 갇히고 처음 이틀은 마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력이 몸속 깊은 곳에서 새어 나왔다.

어둡기만 하던 시야도 조금 밝아지고, 간신히 까마귀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안심한 탓인지 그날은 한참을 울었다.

탑 꼭대기에 있는 방은 좁았지만, 침대에는 새 시트가 깔리고 불 마도구가 놓였다. 불 마도구에서는 시조의 마력이 약하게 느껴졌다.

"...."

그 사람이 돌아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왔다. 오래 기다렸지만 겨우 같은 시간에 놓이게 되었다.

서쪽마녀는 어깨 위 까마귀에 살짝 머리를 기댔다.

'이번에야말로.'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기다림만큼의 욕심이 자랐다.

오래전, 손녀처럼 딸처럼 사랑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자로 사랑받고 싶어졌다.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

마녀도, 성녀도 아닌 단순한 여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이전에도 그가 죽는 순간까지 곁에 있었지만 여자로 사랑받을 수는 없었다.

시조는 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사랑도 많은 남자는 아니었다. 그 사람의 사랑은 좁고 깊은 우물과 같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유형의 남자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뒤에 서쪽마녀는 흠칫 놀랐다.

제국의 황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에게는 분명 황후가 있었다.

'설마, 벌써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낸 걸까.'

마음이 초조해졌다.

어째서 좀 더 일찍 황제를 확인해보지 않은 걸까. 직접 만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이름만 확인했어도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자신의 바보같음에 화가 났다.

제국의 황후에 대해 약간 질투가 일어났다.

자신이 훨씬 더 오래전에 그를 만났는데, 더 사랑하는데, 더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데.

그런 마음이 심장을 쿡쿡 쑤시며 이리저리 몸속을 돌아다녔다.

'안 돼, 이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돼.'

서쪽마녀는 크게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조는 자신 곁에 있는 사람을 아낀다. 만일 황후가 그의 사랑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곁에 두지 않을 것이다.

호수처럼 깨끗해야 한다.

질투하지 마라, 미워하지 마라, 적으로 생각하지 마라.

더구나 그가 황후를 사랑하는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예전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인지도 모르고, 실제로는 사이가 나쁠지도 모른다.

만일, 만에 하나지만 황후가 그의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 사랑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서쪽마녀는 까마귀의 온기를 뺨으로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황후는 어떤 사람일까."

얼핏 들은 소문으로는 황궁 깊은 곳에서 소중하게 자란 공주님이라고 한다.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들었다.

숟가락보다 무거운 건 들어본 적도 없는 우아한 공주님이었을까.

그런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버릴 거다.

어쩌면 이번에도 자신은 늦었는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적어도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

이번 생이 안 되면 다음 생이 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에 자신이 남아 있도록, 가까이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제국의 적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의 곁에 머물 수 있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

마녀를 가두고 있는 성은 와토린구 외곽에 자리한 영지에 있다. 그곳의 영주는 오래전 카니아와의 전쟁 때 죽었다고 들었다.

이곳은 여느 변방에 있는 소도시와 비슷했다.

소박하지만 견고한 돌벽이 도시를 감싸고, 성 밖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싹을 틔기 시작한 어린 밀이 넓게 자라고 있었다.

제국군이 성벽 안으로 들어가자, 소박한 차림의 주민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더니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

황제 폐하라는 말이 소곤소곤 엎드린 사람들 사이로 퍼졌다.

멀리서 아이들이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 보니, 몇몇 아이가 손을 양옆으로 펄럭이며 날아가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역시나, 점보가 날고 있다.

왜인지 낮은 탑 주위를 돌고 있었다. 계속해서 빙글빙글 돈다. 보고 있으면 눈동자도 돌아갈 것 같았다.

[주인님! 점보는 마녀를 지키고 있다! 일 열심히 해.]

점보는 루디를 발견했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달려오지 않았다. 여전히 탑을 돌면서 날고 있었다. 처음 받은 임무에 잔뜩 고양되어 있는 것 같다.

루디는 점보에게 웃어준 뒤 아이들을 보았다.

몇몇 어른이 아이들을 꾸짖으며 강제로 바닥에 머리를 대게 했다.

"그만! 놀게 놔두어라."

루디가 말을 몰아 근처로 가면서 말하자, 아이들을 꾸짖던 어른들이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놀고 있는 몇몇 아이들의 부모였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바닥에 닿았던 이마를 문지르며 삐죽삐죽 울었다.

루디가 아이한테는 유난히 다정한 걸 아는 병사들이 하하 웃으며 지나갔다.

병사 한 명이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남자는 울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눈물 맺힌 얼굴로 노려보면서 자기는 여자라고 대답했다.

"어이쿠!"

병사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아이를 내려놓고 얼른 대열에 합류했다.

루디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보았다.

'여자라고?'

미안하지만 루디도 남자라고만 생각했다.

예쁘고 못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골격 자체가 완전 상남자다. 게다가 아까 노는 걸 보니 단연 골목대장이었다. 남들보다 힘이 배는 센 것처럼 보였다.

이 아이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을 것 같다.

이 세계에서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도 혼인하지 못하면 부모가 노예상에 판매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봐, 혹시 그 아이가 나중에도 계속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무술에 소질이 있을 것 같으면 성으로 데려와라. 성에서 받아주마."

무술에 소질이 있는 여자는 귀족 여성의 호위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평민이 그렇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능력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뭐, 정 안 되면 제국의 황궁으로 데려가자. 리리샤와는 죽이 잘 맞을 것 같다.

골목대장 아이가 해쭉 웃으며 코를 쓱쓱 닦았다. 아이가 나중에 꼭 데려가달라고 외치자, 옆에 있던 부모가 머리에 주먹을 박았다. 시집이나 가라고 하는 것 같다.

루디가 웃자, 지나가던 병사들도 웃는다.

몇 명은 저 아이가 시집갈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십 년은 있어야 결과를 알 텐데, 어떻게 마무리할 건지 모르겠다.

루디는 말을 몰면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여름이 될 때까지는 한동안 리리샤와 있을 수 있겠구나.'

그것은 조금 기쁘다. 리리샤가 우는 모습을 멀리에서 보는 건 힘들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늘려야겠어.'

이 세상 기준으로는 어른이라도, 15살이면 아직 어리다. 역시 아직까지는 관심이 필요한 나이였다.

제국으로 돌아갈 때는 가족이 있는 병사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가능한 많이 데려가자.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대규모의 병사가 이동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두가 귀국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루디가 갈 때 동행하는 소수뿐이다.

본래는 나이가 많은 병사나 계속 전쟁에 참여했던 병사 등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만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대부분의 병사는 여름에 시작될 전쟁을 대비해 이곳에 남는다.

'돌아갈 때까지는 마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도 마음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좋을까.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유야무야 보내주거나 계속 감금해두는 것도 곤란하다. 한숨이 나왔다.

성에 도착하자, 이곳의 영주를 맡기고 있던 남자가 정문 앞에 마중 나와 있었다.

루디를 보자 깊숙이 허리를 숙여 절을 하고 빙그레 웃었다.

"폐하, 많이 자라셨습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는 아직 어리셨는데, 이제 완전한 남자가 되셨군요."

"자네는 여전하군. 전혀 늙지 않았어."

"반백이던 머리가 이제는 완전히 하얗게 되었는데요."

영주가 하하 웃는다.

"마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루디가 힐끔 하늘의 점보를 쳐다보고 묻자, 영주가 대답했다.

"조용합니다. 딱 한 번 황제 폐하는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봤을 뿐, 가만히 앉아만 있어요. 도망치려고 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뭔가 저주를 거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더군요. 음식도 아주 조금만 먹습니다."

영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는 마녀를 처음 보지만,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굉장히 기괴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니, 마녀라고 해서 입 벌리면 괴물 머리가 튀어나오거나 뒤통수에 눈이 달린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야.

하지만 보통 사람의 인식은 아마 대부분 이런 것일 거다.

루디가 탑으로 향하자, 영주가 당황해서 만류했다.

"폐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본성에 사람을 보내놨습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부적과 액막이가 도착할 테니, 그걸 지니고 만나십시오. 맨몸으로 마녀를 만났다가 저주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괜찮아. 마녀는 내게 적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디의 누가 부적과 액막이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그것보다는 루디가 훨씬 강하다. 애초에 그런 부적이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루디가 하하 웃으며 걸음을 옮기자, 영주는 자신이 저주를 대신 받기라도 하려는 건지 필사적으로 동석하겠다고 애원을 했다.

마녀와는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것까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영주가 너무 필사적이었다.

'비밀 이야기가 필요하면 한국어로 말하면 되니까.'

다만 전부인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도록 처음부터 못 박아두자.

은근슬쩍 당연히 자신도 가는 것처럼 따라오는 보좌관과 영주를 데리고, 루디는 탑 안으로 들어갔다.

탑 꼭대기에 있는 방 문 앞에는 병사가 두 명 지키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둘 다 완전 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사들은 두꺼운 철로 만들어진 갑옷에 투구까지 쓰고 있었다. 손가락까지 모두 덮는 유형이다. 이걸 입고는 싸우기는커녕 걷지도 못할 것 같다.

"이건 전쟁터에서도 보기 드문데."

루디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영주가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성에 있는 무기고에서 옛 갑옷을 꺼내 왔습니다. 이곳의 본래 영주가 다양한 종류의 갑옷을 모아두고 있어 다행이었지요."

병사들이 철로 된 투구 안에서 눈동자에 힘을 주었다. 고양이처럼 인간의 눈에서도 레이저가 나오는지 모른다. 투구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수고가 많구나."

루디의 말에 덮여 있는 투구 안에서 힘찬 목소리가 울렸다.

"황공한 말씀 감사합니다! 폐하!"

절그럭절그럭 소리를 울리며 갑옷 두 개가 힘들게 움직였다.

뒤뚱뒤뚱 몸을 돌린다. 잘 구부려지지 않는 팔이 길게 뻗어 빗장을 열고 문이 열렸다.

정말 그 갑옷을 입고는 싸우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싸우는 건 둘째치고, 숨이나 제대로 쉬고 있는 걸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

녹슨 경첩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방으로 들어가려던 루디의 발이 멈췄다.

방 전체가 까마귀로 가득했다.

탑의 창문으로 들어온 걸까.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온통 새까맣다.

울지도 않은 채 모든 까마귀가 루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헉!"

영주가 깜짝 놀라며 루디의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팔을 벌려 루디의 몸을 감싼다.

보좌관은 루디에 바짝 다가서 검을 빼들고 있었다.

루디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서서 곤란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실제로 곤란하다. 발을 디딜 곳이 없어, 들어갈 수 없었다.

이미 루디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서쪽마녀는 방 중앙에 조용히 서 있었다.

서쪽마녀의 어깨에 앉은 까마귀가 반갑다는 듯이 고개를 기우뚱했다.

서쪽마녀가 미묘하게 맞지 않는 시선으로 루디를 보았다. 꽃이 피는 것처럼 마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바로 앞에 서 있던 영주가 숨을 들이마셨다.

흠, 정말 기가 막히게 예쁘기는 하다.

단순히 외모가 아름답다기보다는 몸 전체에서 은은한 빛 같은 게 나오는 느낌이었다.

성스러운 빛 같은 거.

그게 외모를 실제보다 많이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지구인 특전이려나.

'나한테도 저런 느낌의 빛 같은 게 나오는 건가.'

보는 사람마다 루디가 아름답다고 극찬하는 건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서쪽마녀가 깊숙이 몸을 가라앉히며 절을 했다.

"서쪽마녀 오현아가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미천한 마녀가 감히 제국의 황제께 대항하여 무례를 범하였으니, 그 죄를 어찌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서쪽마녀가 간절히 청하오니, 부디 제 죄를 씻을 기회를 주소서."

영주와 보좌관이 당황한 듯 루디를 쳐다보았다.

서쪽마녀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국의 황제시여, 서쪽마녀에게 전쟁에서 전공을 세우라 명하세요. 황제의 명이 내리면 서쪽마녀 오현아, 천 명이든 만 명이든 그대 적의 머리를 베어 대령하리다."

서쪽마녀가 고개를 들었다. 꿈을 꾸는 것처럼 눈동자가 몽롱하다. 달콤한 꿀 같은 목소리로 서쪽마녀가 속삭였다.

"나를 곁에 두고 사용하세요, 폐하. 속죄할 기회를 주세요. 서쪽마녀는 절대로 당신의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마녀의 모든 힘을 다해 당신을 지키고,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겠습니다."

서쪽마녀가 물기 어린 눈으로 루디를 보았다. 그리고 한국어로 덧붙였다.

[그것이 비록 황후라 할지라도, 그대가 사랑하는 거라면 내 몸을 희생해 지킵니다.]

마녀 주위에 있는 까마귀가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까악, 까악, 비명 같은 까마귀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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