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48화 (148/225)

# 148

41. 패배(2)

바싸고의 움직임이 달라졌지만, 세은은 공중에는 시선을 돌릴 여유도 없었다.

셋 중에 가장 멀쩡한 마르바스.

몸의 반이 방패에 찍히고 깎여나가 기괴한 모습의 모락스.

그 둘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했다.

특히 모락스는 몸의 절반에 상처를 입고 오히려 분노를 불태우며 더욱 거세게 세은을 공격했다.

공격의 예기는 부상을 입기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그 저돌성은 더욱 폭발했다.

안전을 도외시하고 공격하는 모락스의 공격이 오히려 마르바스의 공격보다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모락스 역시 마왕.

단 한 수도 우습게 볼 수 없는 공격이었다.

거기에 세은 역시 지칠 때로 지쳐있는 상황이니 더욱더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성하!”

우우웅―!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신성력이 세은의 몸을 휘감아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헤이런!”

제른과 함께 몰려나오는 마물을 막던 헤이런이었다.

세은이 심판을 쓰는 것을 확인한 헤이런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마기가 느껴지자, 마물들을 도외시하고 세은에게로 달려왔다.

추기경인 그도 심판의 신성력 소모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심판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기가 느껴지니 황급하게 달려온 터.

“젠장!”

헤이런의 신성력에 세은이 점점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덕분에 다급해진 것은 마르바스와 모락스.

모락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투다다다―

결국 마르바스와 짧게 눈빛을 교환한 모락스가 목표를 바꿔 헤이런에게 달려들었다.

헤이런이 계속 해서 세은을 서포트한다면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헤이런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만 했다.

“마계의 종자가 감히 어딜!”

콰앙―!

모락스의 단단하고 기다란 뿔이 헤이런을 관통하려던 바로 그 순간.

강렬한 충돌음과 함께 모락스의 돌진이 그대로 멈췄다.

“너의 상대는 바로 나다! 더러운 마왕이여.”

뒤이어 제른이 전투에 합류했다.

사상자에게만 생기를 흡수하는 것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온 교단의 인원들.

그들에게 마물의 처리를 맡기고 마찬가지로 헤이런을 따라 숲으로 따라 들어온 제른이었다.

그 역시도 숲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기를 느끼고 있던 터였다.

“크으으으! 에일린 그 창녀의 노리개 새끼들!”

“어디서 마계의 종자가 여신을 욕되게 하느냐!”

텅― 터엉―

모락스의 원색적인 욕설에 제른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곧바로 이어지는 전투.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모락스는 제른으로서도 힘겹게 막아낼 수 있는 상대였다.

거기에 헤이런의 보조가 갖춰지니 모락스로서는 환장할 노릇.

제른이 들고 있던 검에 가득 신성력을 밀어넣으며 모락스를 견제했다.

“푸르르르르!”

상당히 거대한 모락스의 거체는 점점 흘러내린 피로 더욱 기괴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모락스의 몸을 뒤덮고 있는 보들보들한 털이 그의 피를 가득 머금어 빳빳하게 변했다.

두 눈은 어느새 빨갛게 타올라 보는 이로 하여금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헤이런은 세은을 돕는 것을 멈추고 제른의 서포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태의 모락스라면 둘이서 충분히 상대할 수도 있는 상황.

“후우.”

잠깐의 대치 상황.

제른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짧은 호흡을 내뱉었다.

“긴장하게. 제른.”

“걱정하지 마십쇼.”

헤이런이 언제라도 신성 마법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주의를 건넸다.

제른 역시 시선을 모락스에게서 거두지 않고 헤이런의 말에 대답했다.

우우웅―

제른의 검에서 신성력이 나직이 울음을 토해냈다.

세은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당연히 제른의 신성력도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모락스로서도 쉽게 공격해 올 수 없는 이유였다.

딱 봐도 만만치 않은 신성력을 사용하는 성기사와 사제의 조합.

마계의 구성원에게는 이보다 더 최악인 조합이 없었다.

모락스가 잠시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제른과 헤이런은 먼저 들이칠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락스를 붙잡아 두는 것으로 둘은 충분한 몫을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실 지금 둘이서 마왕을 상대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모험이니까.

지금처럼 알아서 시간을 끌어주면 둘로서는 더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세은이 마르바스를 없애고, 여기에 합세에 모락스를 없애면 되는 일.

투다다다―

힐끗 마르바스에게 시선을 주었던 모락스가 결국 먼저 제른과 헤이런에게 달려들었다.

모락스가 빠진 이후로 마르바스가 세은에게 밀리는 것이 확실하게 두 눈에 들어왔다.

바싸고는 방금 전과는 달리 하늘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계획이 중요하다지만!’

모락스는 바싸고가 왜 둘을 돕지 않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모든 계획을 전부 들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런 돌발 상황에서까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일이 전부 끝나면 꼭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모락스는 더욱 거세게 바닥을 박차고 나갔다.

퍽―!

커다란 덩치의 모락스의 돌진을 막아내는 제른.

비록 모락스의 돌진을 막아낸 대가로 딛고 있는 땅이 움푹 파이고 말았지만, 그 정도는 당연한 결과.

그러나 모락스의 공격은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키이잉―

속전속결.

빠르게 처리하고 마르바스에게 합류했다.

모락스의 머리에 달린 양쪽 뿔의 중심에서 마기가 강력하게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치료는 모든 일을 끝내면 언제든지 할 수가 있었다.

조금 늦더라도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에일린. 홀리 쉴드.”

콰앙―

모락스의 뿔에서 마기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확인한 헤이런이 다급하게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큭!”

근거리에서 마기와 신성의 방패와 직격한 충격에 제른의 몸이 한참이나 뒤로 날아갔다.

“음머어어!”

모락스가 크게 포효를 터트렸다.

그 안에 실린 마기에 헤이런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리고 제른이 멀리 날아가고, 헤이런의 몸이 살짝 굳은 그 순간.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락스가 헤이런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성기사와 사제가 있다면 사제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계속해서 치유를 하는 화수분 같은 사제를 먼저 처리해야 했다.

“추기경님!”

제른은 상당한 거리로 날아간 탓에 헤이런을 도울 수가 없었다.

“흐읍…….”

헤이런은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모락스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예상하며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했다.

쾅!

이윽고 강렬한 폭음이 들렸다.

제른은 모락스의 후속 공격에서 헤이런을 보호하기 위해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쉐엑―

폭발의 여파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모락스의 그림자로 제른의 검이 휘둘러졌다.

텅―

뿌연 먼지 속이었지만, 모락스는 제른의 검을 쉽게 쳐 냈다.

우우웅―

그리고 바로 옆에서 신성력이 운용되는 소리가 들렸다.

“추기경님!”

“에일린, 홀리 웨이브!”

화악―

세은이 자주 사용하는 신성 마법이 헤이런의 손에서 펼쳐졌다.

세은의 마법보다는 그 범위가 작았지만, 잠시 모락스를 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무사하셨군요!”

먼지 속에서 나타난 헤이런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멀쩡했다.

방금 전에 모락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모습이었다.

“성하께서 도와주셨네.”

헤이런의 말에 제른의 시선이 순간 세은에게로 향했다.

제른의 외침에 헤이런이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챈 세은이 신성 마법을 날려 헤이런을 구하고는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기세를 타는 일대일 싸움인 만큼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

그러나 멀쩡한 마르바스를 상대하면서 그런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제른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헤이런은 감탄을 내뱉는 제른을 보고 말했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눈앞의 마왕을 처리하고 성하를 도와야 해.”

“알겠습니다!”

선수필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른이 모락스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제른의 검이 횡으로 강하게 바람을 갈랐다.

“푸릉!”

그러나 아슬아슬한 차이로 모락스가 제른의 공격을 피해냈다.

오히려 피하는 중간중간 그에게 반격을 날리는 힘을 보여주는 모락스였다.

그러나 이렇게 비슷한 입장에서 손속을 교환하는 것 자체가 모락스에게는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키잉―!

또다시 모락스가 마기를 이용해 제른의 안면에 마법을 날렸다.

“홀리 쉴드!”

그러나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헤이런의 발 빠른 대처로 또 다시 마기가 흩어졌다.

“차앗!”

처음과는 달리 충격에 대비하고 있던 제른은, 곧바로 기합을 내지르며 공격을 이어 나갔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제른의 검이 집요하게 모락스의 급소만 노리고 쏟아져 나갔다.

워낙 모락스의 방어가 두터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모락스에게는 충분한 위협이었다.

파앙―

그리고 순식간에 헤이런의 신성 마법이 모락스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다.

‘겨우 이딴 놈들에게!’

푸르르.

모락스의 코에서 강한 콧김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부상을 입고, 세은을 상대하느라 마기가 부족한 상태라지만 고작 인간 두 명과 이 정도로 대등하게 싸우는 꼴이라니.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모락스는 정신을 집중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던 제른의 공격을 피하는 데 전념했다.

전투는 기세, 곧 흐름.

화가 나지만 지금은 제른의 흐름.

자신에게 흐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리고 그 기다림은 당연히 효과가 있었다.

모락스는 제른의 모든 공격이 끝나서 한 호흡 비게 되는 그 틈을 노리고 뛰쳐나갔다.

키이잉―

또다시 모락스의 뿔에서 마기가 비명을 질렀다.

“하! 또 그 공격인가?”

제른이 코웃음을 터트리며 마기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팟!

그러나 모락스의 목적은 애초부터 제른이 아니었다.

바로 뒤에서 제른을 돕고 자신을 방해하는 헤이런.

헤이런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기의 구를 보고 다급하게 방어막을 전개했다.

콰앙―!

또다시 강렬한 폭발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제른은 다급히 헤이런을 돕기 위해 몸을 날리려고 했다.

“커헉?”

그러나 제른은 오히려 원래 목표는 제른이었다는 듯이 헤이런을 향해 가려는 제른을 공격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의 공격에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긴 했지만 이미 강한 충격을 받은 상황.

제른이 모락스의 일격을 맞고 몸의 중심을 잃었다.

마지막에 살기를 느끼지 못하고 검을 들어 모락스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면 즉사가 분명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공격을 막은 탓에 제른의 내부는 진탕되고, 오른손에도 금이 가고 말았다.

덕분에 모락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가 없었다.

다급히 왼손으로 검을 바꿔 들었지만, 당연히 오른손만큼의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푸르릉!”

그때부터 모락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충격에서 회복한 헤이런이 다급히 제른을 도우려 했지만, 모락스는 오른손을 치유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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