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149화 (149/225)

# 149

41. 패배(3)

쿵―!

모락스가 제른을 몰아 붙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제른은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익숙하지 않은 왼손이 모락스의 공격을 전부 받아내지 못한 것.

많은 충격을 받아 제른의 왼팔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제른!”

헤이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계속해서 치유를 하고는 있었지만, 치유를 받는 만큼 부상이 생기니 크게 소용이 없었다.

헤이런의 외침을 들은 세은의 시선이 다시 모락스 쪽으로 향했다.

“어딜 한눈을 팔고 있는 거냐!”

그러나 잠시라도 시선을 돌리면 마르바스의 강공이 세은에게로 쏟아졌다.

“후우.”

마르바스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다.

괜히 마계 서열 5위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슬아슬하게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간간히 반격까지 하니 세은으로서도 힘든 상황.

그러나 제른이 죽으면 헤이런도 죽는다.

결국 자신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세은은 모락스를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하압!”

세은의 손에 들려 있던 신성의 검이 하얀 꼬리를 남기며 빠르게 모락스에게로 날아갔다.

제른을 처리하는 데 전념하던 모락스가 뒤에서 날아온 세은의 검에 그대로 옆구리를 관통당했다.

“꾸어어억!”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받은 공격이라 모락스는 더욱 고통에 찬 굉음을 질렀다.

거기에 아까 전에 세은의 방패에 당한 자리에 그대로 검이 박힌 상황.

상처를 입은 곳에 공격을 받으니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감히 무기를 버리다니!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마르바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손에 방패 밖에 남지 않은 세은은 마르바스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할 뿐 반격이 불가능했다.

마르바스는 세은이 신성의 검을 다시 만들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몰아붙였다.

“푸르릉…….”

아직 세은의 공격에 당한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락스.

제른은 그 틈을 타 헤이런의 근처로 몸을 피했다.

우우웅―

헤이런이 다급히 제른의 몸을 치유했다.

모락스가 다시 움직이기 전에 제른고 함께 처단해야 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모락스는 더 이상 움직일 만한 여력이 없는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꽈악.

전력을 다한 헤이런의 치유로 부상을 모두 치료한 제른이 아까 날아갔던 자신의 검을 찾아 들었다.

모락스는 여전히 고통에 가득 찬, 그러나 오연한 자세로 제른과 헤이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마계의 주구여.”

“…….”

그러나 모락스 역시 그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여전히 공중에서 마법진을 발동하고 있는 바싸고.

그렇지 않아도 방금 바싸고와 두 눈이 마주쳤다.

상대가 바싸고의 존재감을 잊고 있던 지금, 그가 도움을 준다면 순식간에 둘을 처리할 수가 있었다.

바싸고를 믿고 있던 모락스는, 일부러 더욱 제른과 헤이런을 유인하기 위해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여야 의심 없이 공격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틈을 타 공중에서 바싸고의 공격이 쏟아지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미 헤이런과 제른도 지친 것이 두 눈에 훤히 보이는 상태.

타다닷―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던 제른이, 속도를 올려 모락스에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제른의 검이 빠르고 묵직하게 모락스에게 휘둘러졌다.

‘자, 지금!’

“……?”

모락스는 갑자기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신성력이 가득한 제른의 검이 자신의 목을 절반 넘게 파고 들어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어째서……?”

“여신의 이름으로.”

제른은 왼손으로 성호를 그었다.

그러나 모락스의 시선은 그런 제른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힘겹게 공중으로 올라간 모락스의 시선이 바싸고와 마주쳤다.

잘 가게.

싱긋 웃는 바싸고의 입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대체…… 왜……?”

바싸고가 일부러 자신을 돕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모락스가 바싸고의 대답을 듣기도 전, 성호를 모두 그은 제른이 그대로 모락스의 목을 참수했다.

퍼억.

몸과 완전히 분리된 모락스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허억. 허억. 성공이다.”

“잘했네. 제른!”

이윽고 머리를 잃은 모락스의 커다란 몸이 바닥으로 향했다.

짝짝짝.

“잘했어. 아주 잘했어.”

“응?”

공중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제야 제른과 헤이런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늘에서는 바싸고가 천천히 박수를 치며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주 완벽한 상황이야. 부족한 마기의 충전. 그리고 적들의 신성력 소모까지 말이야. 역시 모락스. 그 역할을 충분히 했군.”

“그게 무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바싸고의 말에 제른과 헤이런의 얼굴에 의문이 깃들었다.

키이잉―

그러나 바싸고의 대답 대신, 마법진이 바른의 사체에서 마기와 생기를 흡수하는 일을 시작했다.

괜히 마왕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모였던 마기만큼의 마기가 마법진을 통해 바싸고와 마르바스에게 공급되고 있었다.

“크허헝!”

마르바스는 몸을 가득 채우는 마기에 커다란 포효를 내지르며 더욱 세은을 몰아붙였다.

“큭!”

콰앙―!

세은의 방패를 내려치던 마르바스의 공격에 커다란 폭음이 울렸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괴력!

팟―

이어지는 공격에 세은의 팔에 진한 혈선이 한 줄 그어졌다.

방금 전보다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진 마르바스의 공격이었다.

갑자기 상대의 실력이 두 수는 늘어난 것 같은 상황에 세은은 쉬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더욱더 궁지에 몰렸다.

“성하!”

제른과 헤이런이 세은을 돕기 위해 마르바스에게 달려들었다.

바싸고는 그 모습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았다.

중간에 급격한 마기의 부족으로 인해 마법진의 발동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상황.

거기에 마기가 회복된 마르바스라면 어느 정도 버텨줄 것이 분명했다.

쉐엑―

제른의 검이 마르바스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딜!”

마르바스가 제른의 검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우우웅―

그러나 그로 인해 세은을 압박하던 마르바스의 공격이 지체되었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타 세은의 손에 다시 신성의 검이 생성되었다.

“후우.”

타닷―

세은이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마르바스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제른 역시 그런 세은과 보조를 맞춰 마르바스의 뒤를 노렸다.

처음과는 달리 마르바스가 혼자가 되어버린 상황.

그러나 신성력의 부족을 보이는 셋을 상대하기에 충전된 마기가 충분했다.

“여신의 가호!”

헤이런의 신성력이 세은과 제른에게 새로운 버프를 선사했다.

방어형 신성 마법인 여신의 가호 때문에 자잘한 공격은 무시하고 공격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헤이런의 신성력은 완전히 고갈.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세은과 제른은 전심전력으로 마르바스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세은의 검에서 신성의 검기가 쏘아졌다.

곧바로 지체하지 않고 검을 종으로 휘둘러 한 번에 두 명이 공격하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크헝!”

그러나 마르바스는 포효를 내지르며 순식간에 세은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더불어 반격까지 하려던 찰나.

“하앗!”

이번에는 제른의 공격이 뒤에서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쾅―!

다급히 몸을 비틀어 그런 제른의 공격을 상쇄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세은의 공격이 파고들었다.

쩡―!

“웃!”

잠시의 틈도 없는 합공에 마르바스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냈다.

전심전력을 다하는 만큼 세은의 공격이 점점 빠르고 묵직해지고 있었다.

위에 바싸고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헤이런처럼 모든 신성력을 소모할 수는 없는 상태.

그러나 처음 헤이런이 회복을 시켜준 만큼의 여력은 아직 세은에게 남아 있었다.

세은이 강력한 공격에 일순 당황한 마르바스.

그러나 곧바로 제른의 공격이 짓쳐들어서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없었다.

제른의 공격은 세은의 공격처럼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부상을 당할 수 있을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쩡―!

세은의 공격이 점점 강해졌다.

이제 시간은 세은의 편이 아니었다.

흐름을 잡았을 때 확실히 끝을 봐야만 했다.

세은의 검이 마르바스의 급소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쉐엑―

세은의 검이 마르바스의 목을 노리고 날아 들어갔다.

세은의 검이 마르바스의 복부를 노리고 찔렀다.

오직 급소만 노리는 일격필살의 공격.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빈틈은 제른이 메워 주고 있었다.

세은은 오로지 공격.

공격에 전념했다.

그로 인해 생기는 빈틈이 상당했지만, 마르바스는 제른을 견제하느라 검을 뻗어낼 수가 없었다.

쾅―!

또다시 세은의 강격과 마르바스의 강격이 부딪히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졌다.

조금의 호흡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끝나 버릴 것 같은 매서운 공방.

그 모습은 마치 합을 잘 맞춘 한편의 연극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군. 시렌이여.”

마르바스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제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건 마르바스도 마찬가지.

오히려 마기를 충전 받은 그가 더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애초에 바싸고가 아니었으면 승부는 결정이 나도 한참 전에 결정이 났을 것이 분명.

이런 자를 혼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웠다.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아무리 적이지만 말이야.”

“닥쳐.”

쾅―!

여전히 여유로운 마르바스의 말에 세은이 검을 휘둘러 그의 입을 막았다.

충돌로 인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마르바스의 눈은 순간 하늘로 향해 바싸고와 마주쳤다.

그와 눈이 마주친 바싸고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

부웅―

마르바스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러 세은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아쉽지만 내 역할을 여기서 끝이군.”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잠깐 호흡을 고른 세은이 다시 마르바스에게 달려들려고 한 그때였다.

키이이잉―

마법진이 발동되는 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마기가 느껴졌다.

“이, 이건?”

제른은 재빨리 지쳐서 쓰러져 있던 헤이런의 곁으로 다가갔다.

세은은 몇 발 앞으로 나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르바스, 여태까지 수고했네.”

“자네야말로.”

바싸고와 마르바스가 훈훈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건 또 뭔 개수작들이야?”

방금 전까지의 혈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둘의 대화에 세은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최대한 회복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우웅―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도 않는 성물이 능력이 느껴졌다.

성물은 주인인 세은을 도와 신성력과 몸의 회복을 촉진하고 있었다.

“오랜 악연을 여기서 끊지. 시렌이여.”

철컥.

무엇인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피해!”

그리고 느껴지는 불안한 느낌.

세은은 재빨리 제른과 헤이런을 최대한 멀리 밀쳐냈다.

나무에 부딪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콰콰카카캉!

그러나 둘을 밖으로 밀쳐낸 세은이 몸을 날리기도 전에, 순식간에 세은의 주변으로 마기의 장벽이 세워졌다.

“그럼 그동안 즐거웠네, 행복한 죽음 되게.”

화악―!

바싸고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의 손이 아래로 휘둘러졌다.

동시에 막대한 마기의 장벽이 세은을 삼키기 위해 쏟아져 내려갔다.

“성하!”

그 어마어마한 장면에 헤이런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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