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교황이다-94화 (94/225)

# 94

29. 고립되는 도시(2)

“타앗!”

가장 먼저 세은에게 도달한 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성이었다.

턱―

그러나 전력을 다해 지른 주먹이 세은의 손에 가볍게 막혔다.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도 가볍게 막히자 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진하게 서렸다.

세은은 그대로 남자의 몸을 돌려 옆에서 들어오는 발차기를 막아냈다.

“커헉!”

동료의 발차기를 맞은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세은이 그대로 남자를 앞으로 밀어버리고 몸을 돌려 뒤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터억―!

순식간에 발을 잡힌 여성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세은은 미동 없는 표정으로 그대로 여자의 축이 되는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파앗―! 팟!

동시에 양옆에서 비어 있던 세은의 몸을 노리고 공격이 들어왔다.

텅―!

그러나 어느새 발현된 신성력이 가볍게 공격을 막아냈다.

회의실은 상당히 넓어서, 세은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달려들기에 장소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세은에게 손을 대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바닥을 구르는 사람들만 하나씩 더해지고 있었다.

가볍게 모두 처리할 수 있었지만, 세은은 일부러 천천히 상대하고 있었다.

이들이 오러나 마법을 사용해서지지 않는 이상, 분명히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그리고 세은의 생각대로 시간이 지나자 오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비켜!”

협의회에서도 높은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전부 기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각 국가에서 모인 사람들답게 대부분이 오러 마스터와 6서클에 발을 걸치거나, 도달해 있었다.

여태까지는 불식간에 일어난 일인데다, 실내라는 공간에 대한 심리적 제약.

거기에 세은을 죽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이들의 실력 발휘를 막았다.

계속해서 바닥에 쓰러져서 굴욕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부상을 입혀서라도 제압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 것이었다.

화륵―

누군가가 검을 대신 해서 부서진 의자 다리를 집어 들었다.

“자, 잠깐!”

그리고 웻지가 말리기 전에 세은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세은은 코웃음을 치면서 신성의 검을 만들어 그의 공격을 쳐 냈다.

서걱―

너무나도 가볍게 의자 다리가 잘려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모든 이들의 눈에 불신이 깃들었다.

세은은 피식 웃으며 남은 한 손으로 다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명백한 도발.

도를 넘는 행동에 사람들의 표정에 다시 분노가 차올랐다.

세은이 가볍게 신성의 검을 소멸시키고는, 바닥에서 부셔진 탁자 다리를 집어 들었다.

“신성력으로 팰 수는 없으니…….”

“좋아. 너 아주 화끈한데?”

피어스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 한 번 얼마나 가나 보자고!”

피어스도 마찬가지로 탁자의 부셔진 다리를 든 채 세은에게 돌진했다.

화르륵―

방금 전의 오러보다 더 강렬한 오러가 피어스의 손에서 피어올랐다.

“피어스! 죽이지 마!”

웻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미 피어스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상황.

피어스가 전력을 다해 팔을 휘둘렀다.

쾅―!

‘쾅?’

가볍게 세은의 탁자 다리가 잘 려나갈 것을 상상했던 피어스는, 예상치 못한 반탄력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뭐, 뭐야?”

“호오. 역시 공항으로 보낸 이유가 있었네.”

세은의 신성력에도 반밖에 잘려 나가지 않은 피어스의 오러를 보며 세은이 말했다.

이 정도면 쓸 만한 전력인 것 같았다.

“좋아. 너는 합격.”

세은이 이계에서 마왕을 상대하면서 느낀 바로는,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여러 손을 당하기 힘들단 것이었다.

마왕의 권능에 저항할 수 있는 오러 마스터나 6서클 마법사들은, 동물로 따지면 개나 마찬가지였다.

그 개가 크기가 작은 강아지든, 사냥개든…… 개는 개.

모두에게 이와 발톱이 있었다.

그리고 마왕들은 곰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개는 곰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개‘들’은 곰을 이길 수 있다.

아무리 곰의 가죽이 두텁고, 공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개의 숫자가 너무 많다면 곰도 지치고 빈틈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니까.

물론 곰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 것은 당연한 일.

말레이 곰과 북극곰의 전투력이 다른 것은 명백했다.

그리고 보통 어중간한 마왕들은 상당히 능력이 뛰어난 열 명 정도의 인원들로 상대가 가능했다.

세은이 원하는 것은 딱 그 정도의 수준.

그리고 피어스는 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었다.

“뭐라는 거야, 미친놈아?”

그러나 세은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피어스가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달려들었다.

세은은 그런 피어스의 공격을 똑같이 한 번 더 받아내었다.

퍼걱―

방금 전의 충돌로 금이 갔던 탁자 다리가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고 부셔졌다.

순간 무기가 부셔서 무방비가 된 피어스의 배를 세은이 강하게 걷어찼다.

“켁!”

피어스가 강렬한 고통을 호소하며 뒤로 날아갔다.

유럽 연합에서도 가장 강한 사람 중에 하나인 피어스가 오러를 사용하고도 맥없이 다하자, 사람들 사이에 공포감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은은 또다시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세은도 마왕과 마찬가지로, 손이 하나.

피어스 정도의 실력자들이 한 번에 전 방위에서 몰아치면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같은 일행이 쓰러지더라도 끊임없이 공략을 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게 일행이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면 가장 먼저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타닥―

벌써 끝인가 생각하던 세은의 귀에 누군가 달려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앗!”

어느새 로비 웻지가 바로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세은은 팔을 휘둘러 웻지의 공격을 막아냈다.

“큭!”

웻지도 피어스와 마찬가지로, 오러와 신성력이 부딪힌 충격을 해소하느라 침음을 흘렸다.

“뭣들 합니까? 멍하니 있을 겁니까?”

웻지가 그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외쳤다.

웻지의 말에 그제야 다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오. 괜히 상석에 앉아 있던 게 아니네.”

윗지의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움직이던 사람들을 보며 세은이 말했다.

“뭐, 나야 고맙지,”

세은은 다시 전 방위를 점하고 달려들어 오는 사람들을 보며 씩 웃었다.

‘웃어?’

가장 가까이에서 세은을 보고 있던 웻지는, 세은이 웃자 불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우웅―

그리고 이내 그 불길함은 현실이 되어 웻지의 눈앞에 나타났다.

“에일린. 홀리 해머.”

족히 2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망치가 허공에서 그 위용을 드러냈다.

갑작스럽게 허공에 모습을 나타낸 거대한 하얀 망치에, 세은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이 움찔거렸다.

턱―

세은은 탁자 다리를 버리고 가볍게 해머의 손잡이를 쥐었다.

거대한 해머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세은은 해머를 허공에서 두어 번 돌렸다.

휘익―

해머가 돌아가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모두의 시선이 세은의 손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해머에 집중되었다.

몇 번 해머를 허공에서 돌린 세은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다가 해머를 내려찍었다.

쿠웅―!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회의실을 넘어 본부를 가득 채웠다.

거대한 진동이 실내의 사람들을 덮쳤다.

“으아악!”

“으앗?”

몇몇 인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강한 진동이었다.

“어디 보자. 서 있는 놈이…… 총 열세 명?”

생각보다는 적은 숫자였다.

그러나 설마 이곳에 있는 인원이 유럽의 전력을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해가 되는 쭉정이를 없애기 위해 들었던 해머를 단숨에 소멸시킨 뒤, 여전히 서 있던 자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크흡!”

우선 가장 가까이 있던 웻지가 목표였다.

웻지는 방금 전의 충격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꽤 침착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용을 써도 세은을 이길 수는 없었다.

퍽!

“허억!”

단 두 번의 부딪힘 끝에, 웻지가 세은에게 복부를 얻어맞고 허리를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새 회복해서 다시 세은에게 달려드는 피어스까지 마찬가지로 가볍게 제압한 세은은, 방금 전의 해머질로 인해 본부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느끼며 방법을 수정했다.

“어차피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뭐.”

세은은 중얼거리며 허공에 홀리 파이어를 생성했다.

괜히 잔챙이들이 우르르 한 번에 몰리면 방해만 된다.

슈욱― 슈우욱―

허공에 갑자기 화염이 타오르자 다시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오러로 생각되는 것으로 해머를 만든 것도 놀랄 지경인데, 마법까지 사용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은은 그러든지 말든지, 생성한 화염으로 무력시위를 하며 입을 열었다.

“자, 통역해.”

통역은 그때까지도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나마 각성자가 아니었으면 이미 졸도해도 한참 전에 졸도했을지도 몰랐다.

“이 정도면 실력이 증명이 됐냐고.”

마치 방금 전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매우 평화로운 말투였다.

* * *

세은은 유럽 연합의 지원을 받아 실시간으로 번역된 보고서를 받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분석을 위한 보조관이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 본부에 도착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대접.

유럽의 정세에 밝지 않던 세은을 돕기 위해 옆에서 계속 설명을 곁들이고 있었다.

“이곳은 최근에 가벼운 전염병이 돈 곳입니다.”

“어떤 전염병이?”

“콜레라입니다.”

“그럼 됐어. 다음.”

이런 식으로 여러 명의 도움을 받으면 이상한 점을 찾다보니, 순식간에 자료가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지호와 둘이서 자료를 분석하고 취합할 때와 비교해도 더 빠른 속도였다.

계속 해서 빠르게 이상한 점을 찾던 세은은, 한 보고서에서 걸리는 점을 발견했다.

“여기는 왜 그러지?”

세은의 말에 분석관이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통행량이 극단적으로 줄고, 외부 인사들의 출입을 반기지 않는다는데.”

“아, 근처에 게이트가 생긴 영향으로 판단됩니다.”

“나도 그 부분은 봤어. 그런데 왜 외부인들을 반기지 않지?”

세은의 말에 분석관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게이트가 생긴 마을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게이트의 견제를 위해 현장에 나간 각성자들의 말에 의하면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다른 지역이 게이트를 방어하는 데 더 용이해 마을은 보고서만 남기고 현장에서는 잊혀졌다.

“오히려 게이트가 발생하면 각성자들을 반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각성자들도 주민들이 퉁명스럽고 거북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나같이 서술했어.”

한둘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우연이거나 개인이 예민하게 느낀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고, 마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 날카롭게 날이 서 있던 세은은 아무래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동과 약간 차이가 있었다.

“이 지역이 원래 배척이 심한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최근에 외부인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이 있나?”

“그도 아닐 겁니다.”

“흐음…….”

세은은 일단 그 보고서를 따로 옆으로 빼냈다.

“우선 여기는 나중에 다시 보는 걸로 하고, 다른 것들 보지.”

세은은 눈에 걸리는 그 보고서를 따로 옆으로 빼놓고, 앞에 가득 쌓여 있던 다른 보고서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