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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1화 (151/275)

제151화

제151장 뭐가 문제야? 何問題

“뭐……?”

정신을 차리란 나의 말.

그 말에 주윤문이 움찔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움찔함을 지나 점점 일그러지는 주윤문의 표정.

그 표정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신 차리라고.”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라고 말이다.

녀석의 되물음에도 나의 대답이 똑같음에 기분이 상했을까?

와락!

주윤문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옆에 있던 술병을 들었다.

그러고는 주윤문의 빈 잔에 술을 한 잔 더 따라 주었다.

쪼르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는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주윤문.

어서 말하라는 듯한 녀석의 강한 눈빛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윤문의 잔과, 그리고 나의 잔에까지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술병을 옆에 내려놓았다.

“윤문.”

“말해.”

나의 부름에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주윤문.

처음 들어 보는 녀석의 싸늘한 어조에 나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나라고 편치 않았다.

친한 벗에게 몹쓸 소리를 해야 하니 나 또한 가슴이 아프고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꼭 이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것이 벗인 주윤문을 위한 길일 테니 말이다.

그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남의 백성들이 억울한 일이 생기면 왜 소림에 가는지는 생각 안 해 봤어?”

“지금 관부가 무능하다고 말하는 건가?”

나의 물음에 주윤문이 싸늘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주윤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무능한 게 아니야.”

“그럼?”

“썩은 거지.”

“극신, 아무리 네가 나의 벗…….”

“윤문.”

녀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는 녀석을 부르며 말을 끊었다.

그에 주윤문은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명 제국은 넓어. 미치도록 말이야. 그러다 보니 황제 한 명이서 제국을 다스리기는 어려워. 그렇기에 선대 황제는 번왕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지. 물론 다른 자식들에게도 직위를 주어 권력을 지키려는 목적도 있었겠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넓은 영토를 다스리기 어렵기 때문에 번왕 제도를 만든 것이야. 그나마 자식들이 믿을 만하니 말이야.”

“…….”

“각 성의 고위 간부들은 모두 소속 성의 영토를 지닌 번왕과 엮여 있어. 토끼인 그들에게 있어서 저 멀리 있는 호랑이가 무서울까? 아니면 바로 옆에 있는 여우가 무서울까?”

“호가호위 狐假虎威.”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

라는 사자성어를 입 밖으로 내뱉은 주윤문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저 말을 마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각 번왕들은 각자의 영토에 맞는 특산물을 독점하고 많은 이득을 취해. 그러기 위해서 각 성의 고위 관료들의 뒤를 봐주고 있고 말이야.”

“…….”

“고위 관료들의 잘못? 그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 그것은 너에게 보고조차 올라가지 않아. 번왕들이 각자 알아서 하니까 말이야.”

스윽.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윤문이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이 되는 자신이 상당히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가 이 넓은 제국을 다스리기는 어려워. 그렇다 보니 번왕들은 계속 호랑이 노릇을 하고 있고.”

“그런 번왕과 간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바로 무림 武林이다?”

“그래, 맞아.”

역시 녀석은 똑똑했다.

나의 말에 곧바로 본질을 파악한 주윤문이 말했고 나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의 긍정에 주윤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이야. 네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너의 제국에는 무림이라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

쪼르르.

다시 아무런 말도 없는 녀석을 보며 나는 술병을 들어 잔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병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야, 솔직히 말이다.”

“……?”

나의 입에서 나온 웃음기 어린 말.

갑작스러운 그 말투에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의문 어린 표정으로 말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네 벗이야.”

“뭐?”

나의 말에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주윤문.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천마고, 할아버지가 무림맹주야. 장인어른이 사황성주고.”

“…….”

“뭐가 문제야? 무림이 황제의 말 안 들어? 그럼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 테니까.”

“…….”

녀석의 벙 찐 모습.

재밌었다.

생각지도 못한 나의 말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윤문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 잘해라.”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일행들.

남궁정과 왕일, 그리고 위천을 보며 내가 말하자 녀석 또한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주윤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생각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

“생각 정리를 마치면. 다시 와라. 그때 내 약혼녀와 동생도 소개시켜 줄 테니까.”

“그래.”

웃음기 어린 나의 말에 결국 녀석은 피식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고 이내.

“그대도 나중에 다시 보자고.”

주윤문의 뒤.

꽤 수준급인 은신술이었지만 나에게는 전부 보였다.

저번, 마사의 처소 앞에서 만났던 익숙한 기운.

그 기운의 주인에게 나는 반갑게 말을 건네었다.

그러고는.

“간다.”

“그래, 조만간 보자.”

“알겠다.”

녀석과 인사를 나누었다.

* * *

“어디 가냐.”

“형님!”

나의 부름과 동시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는 두 명과 살짝 미소를 짓는 한 명.

왕일과 위천, 그리고 남궁정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 찾으러 나왔냐?”

“예! 형님이라면 왠지 밖에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똑똑하다.”

나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위천을 보며 나는 녀석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형님, 저도 이제 열여덟입니다.”

“어쭈?”

그런 나의 행동에 짐짓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하는 위천.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녀석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더 쓰다듬어 주세요.”

“녀석.”

장난스레 대답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잘 지냈냐?”

“네, 형님. 형님은 별일 없으셨지요?”

남궁정을 보며 물었다.

나의 물음에 녀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굴 많이 좋아졌다? 살도 쪘네?”

살이 쪄서 날카로웠던 인상은 조금 부드러워졌으며, 늘 냉막했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어려져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일게 했다.

그런 녀석의 변화에 내가 신기하다는 어조로 묻자 녀석이 어색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보기 흉한가요……?”

아무래도 살이 쪘다는 나의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했나 보다.

그런 녀석의 물음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와락!

녀석의 목을 팔로 가볍게 조았다.

“보기 좋다는 뜻이지 이 자식아!”

“컥! 이것 좀…….”

격한 나의 반응에 당황해하며 나의 팔을 두들기는 남궁정.

그런 남궁정의 행동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힘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자! 형이 술 사 줄게!”

“커헉! 형님!”

“예! 갑시다!”

남궁정의 목을 조르며 내가 앞장섰고 왕일과 위천이 괴로운 소리를 내는 남궁정을 무시하며 나를 따랐다.

녀석들.

이 형이 맛난 거 사 줄게.

* * *

“송구합니다.”

좀 전과 같은 지붕 위.

저 멀리 익숙한 의제들과 웃고 있는 위극신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주윤문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옆에 놓여 있던 술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가볍게 기울여 입술을 축인 다음 입을 열었다.

“되었다. 녀석은 절대의 경지에 들어섰다. 녀석의 앞에서 은신은 하나 마나겠지. 당연한 것이었으니 예를 거두거라.”

주윤문의 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구하는 혈영에게 주윤문이 명을 내렸다.

예를 거두라는 명을 말이다.

그에 혈영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오늘 따라 작아 보이는 주윤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혈영.”

“예, 폐하.”

그렇게 말이 없기를 잠시.

술잔을 다 비운 주윤문이 혈영을 불렀고 혈영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나의 벗은 무림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예, 폐하.”

“그리고 나의 신하들은 무림이 필요 없다고 하지.”

“예.”

조금 전.

주윤문과 위극신의 대화를 모두 들은 혈영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무림을 멸하기 위해 키워졌다.”

“예.”

무림을 멸하기 위해 자질이 뛰어난 고아들을 모아 무공의 파훼법과 무공 수련을 해 온 멸살단 滅殺團.

어린 시절부터 무림 멸망 하나만을 목표로 하고 달려온 그들의 수장인 혈영은 주윤문의 말에 긍정으로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벗의 말을 들으면 너는 어떨 것 같으냐?”

무림의 멸망.

그것 하나만 보고 달려온 혈영이었다.

그런 혈영에게 주윤문이 목표를 부정하는 결과에 대한 것을 물었고 혈영은.

“상관없습니다.”

일 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 혈영의 대답에 주윤문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혈영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상관이 없다?”

“예.”

되묻는 주윤문의 행동에도 혈영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했다.

그에 주윤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구나.”

“폐하.”

“그래.”

황제의 질문을 제법 자연스럽게 넘어간 혈영의 행동을 칭찬한 주윤문.

그가 혈영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혈영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폐하는 저희들의 주군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폐하의 신하입니다.”

“…….”

“폐하는 저희에게 절대 다치지 않게 할 것이라 하였으며, 과분하게도 큰 보상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랬지.”

얼마 전.

혈영에게 다치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윤문이 미소를 지었다.

그에 혈영이 고개를 들어 주윤문을 바라보았다.

“그에 저희 또한 폐하를 절대 다치지 않게 할 것이며, 폐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

“폐하는 저희에게 신하로서 대우를 해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폐하를 주군으로서 모시는 것뿐. 신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그러니 저는, 아니 저희 멸살단은 괜찮습니다. 폐하의 생각대로 하시옵소서.”

마지막 말을 마친 혈영은 대전에서 신하들이 황제에게 부탁할 때나 할 법한 예를 갖추었다.

생각지도 못한 혈영의 진심 어린 대답.

그 대답에 주윤문은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따르고 있었고 그만큼 예를 갖추어 준다.

이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단 말인가?

그에 생각을 마친 주윤문은 혈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복면을 벗게.”

혈영이 쓰고 있는 검은색의 복면을 벗으라 명하였다.

그에 혈영이 움찔했다.

어린 시절, 황제를 위하여 수련을 받아 온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였다.

그렇기에 늘 복면을 착용해왔고, 스스로의 얼굴을 그 누구에게도 보인적이 없다.

그렇기에 복면을 벗는 다는 것은 어색했지만, 그 명을 내리는 존재는 바로 황제. 다름 아닌 자신의 주군이다.

그렇기에 잠시 울찔한 혈영이었지만 곧 조금의 망설임도 없으 복면을 벗었다.

스윽.

혈영이 복면을 벗자 보였다.

삼십 대 초반의 깔끔한 인상의 미남자가 말이다.

그런 혈영의 모습에 주윤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잘생겼군.”

“황공하옵니다.”

“그래.”

혈영의 대답에 주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저 멀리 사라지는 자신의 벗과 의제들을 바라보았다.

“혈영.”

“예 폐하.”

“이제는 복면을 쓰지 말고, 나의 옆에서 당당하게 함께 다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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