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2화 (152/275)

제152화

제152장 태진 太進 (1)

와아아아!!

호북 무한에 위치한 무림맹.

그곳의 외성에 위치한 거대한 연무장의 주변에는 수많은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좌석 모두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가득 차 있었다.

족히 수만 명은 되어 보이는 엄청난 인파임에도 불구하고 연무장에 마련된 좌석은 그런 인파들을 전부 수용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런 거대한 연무장 정중앙에는 무대를 임의로 여섯 개로 나누어 놓았고, 수많은 참가자들이 그곳에서 서로의 무공을 겨누며 승리를 챙기고 있었다.

정마대회 正魔大會, 또는 마정대회 魔正大會라 불리는 이 비무대회의 규칙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우선 각 지역에서부터 올라온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본선에 오를 참가자를 선출한다.

무림의 역사에 남을 대회이기 때문일까?

지원자의 수는 예상한 것을 웃돌 정도로 엄청났다.

그렇기에 무림맹에서는 우선 신분이 확실한 인물들로 일차 선발을 하였다.

삼류무사는 물론, 이름 없는 자에게 무공을 전수받은 존재까지 모두 말이다.

또한, 호패가 없거나 외국의 인물 또한 모두 걸러 내었다.

그리고 개방과 하오문의 도움을 받아 예선에 참가하기로 한 인원들의 뒷조사를 모두 시행했다.

정마대회, 또는 마정대회는 무림 역사상 큰 획을 그을 일이며, 다시없을 거대한 대회였다.

그러다 보니 무림맹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일차적인 선발 이후.

삼 일 동안 한 번에 여섯 개의 시합을 진행하여 예순네 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시합을 진행한다.

평균적으로 약 일다경(15분)에 여섯 개의 시합이 치러지므로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상황.

그 예선전을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개중에는 부푼 꿈을 안고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지켜보는 아이도 있었으며 자신의 형제, 아들, 딸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과 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스승들까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올라와 예선전의 관람석에 자리했고 또 각자의 사람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로 가득 찬 관람석 중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정중앙의 상단.

그곳에 마련된 귀빈석에 앉은 나는 따분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기하지 않냐고?

개뿔, 본교에도 사람 많았다.

그리고 단합력 하면 본교가 최고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그랬다.

사람들의 힘찬 응원 소리가 가슴을 울리지 않냐고?

뭔 소리인가, 그냥 시끄럽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대련하는 무인들이 보기 좋지 않냐고?

솔직히 가소로웠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나쁜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도 알지만…… 그래도 지루한 것을 어쩌겠는가?

“하암…….”

예선전이라 그런지 수준 또한 상당히 낮았기에 나는 올라오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결국 토해 내고 말았다.

그에, 나의 옆에 앉아 있던 서은설이 나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아얏.”

“집중해.”

솔직히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는 짐짓 엄살을 떨며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엄살에 그녀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어쩜, 저런 모습도 아름다운지.

“헤헤.”

나도 모르게 빙구처럼 웃고 말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웃겼을까?

“호호.”

나의 대각선 앞에서 천마와 나란히 앉아 있던 어머니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에.

피식.

천마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한심한 놈을 바라보는 듯한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그에 나는 울컥했지만 애써 울컥한 감정을 진정시켰다.

아직은 아니라며 말이다.

솔직히 천마에게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천마는 패배와 동시에 천마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

그는 곧 신이기에 패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회까닥 돌아서 천마에게 덤벼든다면?

‘오우, 싫다.’

내가 천마가 되어야 한다.

아직 나는 젊다.

서은설과 무림행을 빙자한 여행을 즐겨야 하며 각 명소의 술을 즐겨야 한다. 그렇기에 아직 안 된다.

그렇게 속으로 자위를 하며 화를 가라앉힌 나는 서은설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정말 안 나가도 되겠어?”

“응.”

마정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서은설.

이립이 되지 않은 후기지수인 데다가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우승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황성의 명예도 오를 것이고 서은설 또한 유명해질 것.

모든 무림인들이 기대하는 별호를 얻게 될지도 몰랐다.

그에 나는 그녀에게 참가를 권유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왜냐?

“나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아.”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푸른 눈과 다른 사람들과 다른 외모로 주목을 받아 왔던 서은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오.”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오르고 있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의 편의로 예선을 치르지 않아도 본선에 진출이 가능했지만 기특하게도 위천은 거절했다.

그에 본교의 모든 무인들이 위천과 함께 예선을 치르고 있었다.

바로 저 아래에서 말이다.

모두 이립이 넘은 광랑대의 대원들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흑천단의 단원들 중 이립이 되지 않은, 후기지수들의 나이로 인정을 받은 단원들 모두가 참여했다.

물론 아직까지 패배한 인물은 없었고 말이다.

아무튼, 위천이 무대 위에 오르자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세를 앞으로 기울였다.

“짜식, 긴장 제대로 했네.”

무대 위에 올라 길게 심호흡을 내뱉는 위천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그러게, 네 동생이 아닌 것 같아.”

옆에 있던 서은설이 동조하며 대답했다.

“저게 저 나이대의 모습이지.”

나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서은설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받아쳤다.

그에 나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제가 비정상인가요?”

“앞에 보렴.”

쩝.

받아 주지 않는다.

나의 농을 어머니는 칼같이 잘라 냈고 그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무대 위에 집중했다.

부웅!

“호오.”

짜식.

무대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마자 보이는 광경.

위천의 상대로 보이던 거대한 덩치가 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위천.

저 소년미 少年美 뿜뿜한 녀석은 어울리지 않게 두 주먹을 사용하는 권사이다.

저보다 두 배나 더 큰 덩치를 한 주먹에 날려 보내는 위천의 모습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이공자께서도 상당히 강하시구려.”

그런 나를 향해 웃으며 다가온 노인.

운월이 말하자 함께 다가온 중년 사내, 적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교주의 동생입니다. 당연히 강하겠지요.”

“껄껄. 역시, 귀교는 대단합니다.”

간첩일까?

대놓고 천마신교를 칭찬하는 두 명의 장로를 보며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교주.-

그렇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때.

나는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전음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무림맹의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청수 진인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또다시 전음이 들려왔다.

-대사형의 제자가 마정대회에 참가하였소.-

-그렇군요.-

신선도인 神仙道人 청학.

무당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무맥 武脈 과 도맥 道脈 중 도를 수양하고 명망이 드높았던 선배이자 나의 두 눈앞에서 우화등선을 했던 그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궁금했다.

우화등선을 하는 그 순간까지 그를 붙잡고 있던 제자라는 존재가 말이다.

-저기 두 번째 무대에 오르는 아이요.-

그런 나를 향해 청수 진인의 전음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고,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가장 끝 쪽에서 두 번째.

긴장 어린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갓 소년의 태를 벗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대사형의 이야기를 해 주시겠소? 유품 또한 전해 주셨으면 하오.-

-알겠습니다.-

그런 나를 향해 청수 진인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부탁을 수락했다.

그러고는.

“흐음…….”

묘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아이.

신선도인 청학의 제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 *

“반갑습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오른 무당파의 태진.

그는 자신의 맞은편에 당당히 서 있는 사내를 향해 정중히 예를 취하였다.

명문가의 제자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태진의 인사.

그 인사에 상대가 허리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푸하하! 어린 샌님이 등장하셨구만!”

태진의 예의 바른 인사에도 불구하고 무례한 행동과 언사를 보여 주는 상대.

그런 상대의 모습에 태진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비무에 임하기 전 스스로의 소개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인 것을. 어찌 그 예를 차리지 않는단 말이오?”

“쿠쿡, 샌님 같은 발언을 내뱉는구만그래.”

태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례한 행동과 언사를 내뱉는 상대.

그런 상대의 모습에 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승에게 이러한 기본적인 것조차 배우지 못하다니. 그대의 행동이 스승을 욕먹이는 것임을 어찌 모르오?”

“뭐라?”

“그대의 행동을 보니 스승 또한 어떠한 인물인지 알 것 같소. 그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겠지.”

콰앙!

태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상대가 강하게 발을 구르며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그러고는 죽일 듯한 눈빛으로 태진을 바라보았다.

“민규다.”

“민규라…….”

“스승은 거령도 巨靈刀라 불리는 분이다.”

거령도 巨靈刀 송학.

정사 중간의 인물이며 거대한 도를 귀신처럼 다루는 초절정고수이다.

민규의 입에서 나온 꽤 거물의 이름.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태진은 움찔하지 않았다.

그저.

“거령도 선배는 별로 존중받지 못할 무인이겠군.”

여전히 싸늘한 어조로 신랄하게 상대를 비판할 뿐이었다.

그런 태진의 언행에 민규는 콧김을 내뱉었고.

이내.

타앗!

그대로 태진에게 달려들었다.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어 거대한 도를 목검 휘두르듯 가볍게 휘두르는 민규.

그런 민규의 도를 보며 태진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챙!

민규의 거대한 도에 겁도 없이 얇은 검을 가져다 대었다.

그런 태진의 행동에 민규는 피식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스윽!

“!!”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거대한 힘으로 태진의 검을 찍어 눌러 제압하려 했던 민규.

그의 도가 검과 부딪치는 순간 앞으로 쏠리더니 그 힘에 의하여 자신의 상체 또한 앞으로 기울어지고 만 것이다.

탓!

퍽!

“크윽!”

민규의 상체가 앞으로 쏠리자 빈틈이 생겨났고 태진은 고민도 하지 않고 그 빈틈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태극장 太極掌.

무당파의 삼대제자들이 배우는 기초 무공 중 하나였다.

내공이 담겨 있지 않은 투로만 흉내 낸 태극장.

그런 태극장에 민규는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태진을 바라보았다.

“네놈…….”

내공을 실어 공격을 하였다면 태진은 보다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태진은 그러지 않았다.

여유를 부리듯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민규를 밀어내기만 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태진의 행동과, 그 행동을 한 태진이 어리다는 것을 인지한 민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고, 이내 그 부끄러움은.

“크아아!”

폭발적인 분노로 변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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