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50화 (150/275)

제150화

제150장 교국 敎國

‘이럴 수가.’

무림맹 내성의 연무장에 마련된 연회장.

상석이 아닌 아래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던 남궁정은 조금 전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칠왕의 아래라고 생각했던 매화신검이 보란 듯이 자색의 검강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런 매화신검 대협을 자신의 의형인 위극신이 단 한 수에 제압했다.

가볍게 휘둘렀던 일검.

의형이 보여 주었던 일검에 남궁정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의형 위극신.

그는 올해 스물두 살로 자신보다 두 살이 많았다.

즉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자신의 또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고수였다.

자신과 같은 또래. 그런 존재가 십대고수에 버금가는 고수의 앞에서 당당했고, 또 그런 고수를 단 일검에 제압해 버렸다.

말도 안 되는 강함.

그의 극강함에 매료된 남궁정은 흥분으로 인해 떨려 오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렇게 남궁정이 가슴을 진정시키는 동안.

“크흠. 소교주에게 급한 일이 생겨 먼저 물러나게 되었소이다. 여러 귀빈께서 양해를 해 주셨으면 좋겠소.”

헛기침을 한 번 한 천진이 상석에서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매화신검을 한 수에 제압하고 돌연 사라진 소교주.

그의 뒷수습을 하는 천진을 보며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소교주의 놀라운 신위로 인해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흥분을 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에 천진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천마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에 장로들 또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고 마인들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띠링!

뚜둥!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대화를 시작하자 악기 소리가 다시 연회장을 채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연회는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되었다.

“형님.”

연회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남궁정.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왔구나.”

기회가 없어서 천마신교의 인물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남궁정.

그는 자신을 찾아온 의제, 왕일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잠깐 나가시지요.”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마주 미소를 지은 왕일.

그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가볍게 말하자 남궁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왕일의 뒤를 따라나섰다.

잠시 후.

“후아…….”

연회장에서 벗어난 왕일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파의 인물이면서 마도의 인물로 참가를 했고 연회장에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계속 머리를 굴렸기 때문에 상당히 답답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틈에서 벗어나자마자 홀가분함을 느낀 왕일은 깊게 숨을 내쉬었고 그런 왕일의 모습에 남궁정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천의 이야기는 들었다. 네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사천당가의 봉문과 천마신교와의 관계.

위마참군의 협행과 무협공자의 정체 등.

그 모든 것이 왕일의 작품인 것을 아는 남궁정이 그를 치하하자 왕일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형님은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잘 먹었으니 좋아질 수밖에.”

남궁영이 실종되고.

위극신과 왕일을 만나고 나서 남궁정의 인생은 변했다.

옛날에는 그저 감정 없는 인형처럼 살아왔다면 지금은 스스로 노력하는 삶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식성도 좋아졌고 그로 인해 볼살이 조금 붙어 날카롭고 차가웠던 인상이 제법 보기 좋은 인상이 되었다.

“왕일!”

그때.

그런 두 명의 뒤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태를 갓 벗은 미공자.

바로 위천이었다.

왕일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연회장을 나온 위천은 왕일의 모습이 보이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스윽.

왕일의 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처음 보는 사내.

남궁정을 보며 위천이 물었고 남궁정은 살짝 고개를 숙여 포권을 취했다.

“천마신교의 이공자를 뵙소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정이라 하오.”

“남궁정?”

“그렇소.”

위천의 입에서 나온 반가운 음성.

그 음성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덥석!

“반가워요 형!”

해맑은 위천이 남궁정의 손을 덥석 잡고는 형이라 칭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런 위천의 행동에 당황한 남궁정.

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위천을 바라보았다.

‘반응하지 못했다…….’

자신의 손을 잡은 위천의 손속.

그것을 알지 못했고 또 반응하지 못했다.

그에 남궁정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자신은 정파 제일의 후기지수라 불렸다.

하지만 무림에 나서고 만난 자신의 또래들은 모두가 강했다.

자신이 초라해질 정도로 말이다.

위천의 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에 남궁정은 위천의 반가운 인사에도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에 위천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남궁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죄송합니다…….”

“응?”

갑작스러운 위천의 사과.

그 사과에 남궁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그의 인사를 받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

“초면에 친한 척해서 죄송해요……. 저는 너무 반가워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꿍얼거리는 위천의 모습에 남궁정은 양심이 찔리는 것을 느꼈다.

“죄송해요 남궁 형…… 아니, 소협.”

“편하게 불러 주십시오.”

시무룩한 표정으로 호칭을 고치는 위천의 모습에 남궁정은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너무나도 시무룩한 위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그를 위로하기 위해 대답했던 것이다.

그에 위천이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요 형?”

“예, 그러시오.”

“형도 말 편하게 하세요!”

남궁정의 대답에 위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남궁정은 흠칫했다.

천마의 아들에게 말을 놓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던 것이다.

그런 남궁정의 마음을 알았을까?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소교주를 의형으로 모셔 놓고, 이공자를 왜 동생으로 못 둡니까? 편하게 생각해요.”

“허어…….”

왕일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남궁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왕일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묘하게 설득되는 왕일의 말에 남궁정은 고개를 돌렸고 이내, 위천의 맑은 두 눈동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기대감으로 인해 초롱초롱한 위천의 두 눈빛.

그 두 눈빛에 결국.

“알겠다.”

남궁정은 항복하고 말았다.

그렇게 위천은 자연스럽게 위극신의 의형제들 사이로 녹아들었다.

“그나저나 형님은 어디 간 것일까요?”

그렇게 서열을 정리하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 남궁정을 향해 왕일이 물었다.

그에 남궁정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구나.”

자기도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왕일과 남궁정이 고민 어린 표정을 짓자 위천이 그런 둘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형님이라면 술 마시러 가지 않았을까요?”

“음?”

“헐.”

위천의 입에서 나온 해맑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말에 남궁정은 흠칫했고 왕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위천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의형이라면 응당 술을 마시러 갔을 터.

“나갑시다.”

“그래.”

“헤헤.”

무림맹 내에서는 연회장 말고는 술을 마실 곳이 없으니 저잣거리에 나섰을 것이다.

그에 왕일이 앞장섰고 그 뒤로 남궁정과 위천이 따라나섰다.

그렇게 세 명이 사라지고 잠시 후.

“아씨…… 어디 간 거야.”

갑자기 사라진 위천과 왕일의 행방에 서둘러 밖으로 나온 마독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 * *

“뭔 소리야.”

주윤문의 입에서 나온 무림의 멸망.

그 말에 나는 내 귀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무림을 없앨 생각이야.”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주윤문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저잣거리를 바라보았다.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과 무인들.

허리에 칼을 찬 무인들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는?”

“황권을 위협하니까.”

“어떤 부분에서?”

황권을 위협한다는 주윤문의 대답.

그에 나는 상세한 대답을 요구했다.

그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휘성의 패자라고 하면 남궁세가. 하남은 소림이고, 호북이면 무당. 섬서는 화산이며 개봉은 개방이야.”

“…….”

“하남의 일반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디 가는 줄 알아?”

주윤문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답을 모르냐고?

아니,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주윤문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소림으로 가지. 관부는 찾아오지도 않아.”

“…….”

“이 나라의 주인은 나야. 내 백성이 억울하게 죽어도 무림과 관의 불가침 조약으로 인해 무림 일은 무림에 맡기지.”

“…….”

“웃기지 않아? 내 백성이 죽었어. 내 백성을 죽인 것도 내 백성인데…… 그 벌을 내가 안 주고 무림인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 그러면 황제는 뭐지?”

“윤문.”

점점 격해지는 주윤문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진정하라는 듯 낮은 어조로 그를 불렀다.

그에 주윤문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신경질적으로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정이의 가문, 남궁세가는 스스로 안휘성의 주인이라고 칭하고 다녀.”

“…….”

“웃기지. 안휘성의 주인은 나야. 감숙성도 호북성도, 하남도 주인은 다 나야. 근데 무림인들은 스스로가 그곳의 주인이라고 해.”

“…….”

할 말이 없었다.

주윤문의 말이 맞았다.

무림은 대명 제국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황제의 입김이 닿지 않는 그런 세상.

명 제국을 품고 있는 황제의 눈에는 확실히 꼴 보기 싫을 수가 있었다.

그에 내가 가만히 있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로의 이득과 권세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칼을 휘두르는 인물들이 무림인들이야. 그리고 죄 없이 죽어 나가고 피해를 보는 것은 나의 백성들이고.”

“…….”

“나를 존중하지 않는 무림. 그러면서 나의 백성들을 위협하는 무림. 그런 무림을 내가 가만히 두어야 할까?”

주윤문.

그가 진정으로 궁금하다는 듯 의문 가득한 물음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술만 기울일 뿐이었다.

그에.

피식.

주윤문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극신.”

“그래.”

주윤문의 부름에 나는 조금은 힘없는 어조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주윤문은 고개를 돌려 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나를 도와줘. 나를 도와줘서 무림의 세계를 없애고 백성들이 보다 안락하고 위험 없는 세상에 살게 하자.”

“…….”

“아까 이야기했듯 천마신교 너희들을 신강의 왕으로 추대할게. 천마신교의 왕국, 아니 교국 敎國 좋잖아.”

“…….”

“너는 교왕 敎王이 되는 거야.”

주윤문의 입에서 나온 달콤한 말.

악마가 속삭이듯 나의 귀를 간질이는 주윤문의 달콤한 말에 나는 주윤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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