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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72화 (172/200)

제172화

이물질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검은 공간.

“…….”

“…….”

석찬과 G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굳이 여기서 해야 되겠어?”

석찬의 물음에 G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지금 당신이 하려는 일은 이 탑에 퍼지면 안 되는 일이에요.”

“이 공간을 사용하면 더 빨리 들키지 않나?”

“의심을 사긴 하겠죠. 하지만, 남들 다 보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100배 낫습니다.”

그들은 옆에 잘 뉘어둔 마이클의 시체 위로 떠 오른 보석 세 개를 집어 들었다.

“이겁니까?”

“그래.”

석찬은 보석 세 개를 보고 침을 삼켰다.

‘이거를 다 모은다면 라우르도…’

모든 힘을 되찾고 진정한 투신이 된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긴장이 됐다.

“빨리해 보십시오. 투신의 재림이라니. 이건 꼭 봐야 해.”

어린아이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G가 흥분해 날뛰기 일보 직전.

꿀꺽-

석찬이 보석 세 개를 동시에 집어삼켰다. 그 순간.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

[투신의 선택을 받아, 차기 투신 후보가 된 당신. 모든 시련을 통과하여 진정한 투신이 되자!]

[내용: 라우르의 영혼 조각 획득 (6/6)]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투신이 되기 위한 시련 퀘스트가 클리어되고, 석찬의 시야가 암전했다.

* * *

라우르의 영혼 조각을 얻을 때마다 들어오던 그의 심상 공간. 하지만 이번은 이전들과 무언가 달랐다.

‘라우르의 시점이 아니다.’

그렇다. 지금껏 거쳐 온 기억은 전부 라우르의 시점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지금 것은 아니었다.

석찬은 라우르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거대한 떡대와 남자답게 생긴 얼굴. 유령 상태일 때보다 조금 더 살이 찌고, 근육이 붙은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백발이 아니라 녹발이라는 점 정도?

기억은 라우르가 처음 신계에 올라온 시점으로 향했다.

유일한 인간 출신이라는 점 때문일까?

‘인간? 왜 인간이….’

‘그분은 어떤 생각이신 거야?’

신은 물론, 천사들에게조차 찬밥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라우르는 실력으로 증명했다.

콰직.

백작급 악마의 목을 가져왔을 때, 신들은 놀랐지만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백작급 따위를 못 잡는 신이 어디 있다고….’

우지끈.

허나 후작급, 공작급, 마지막으로 마계의 대공까지 잡아내자, 그 콧대 높은 신들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 따위가!’

뭐, 인정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지만, 라우르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후 기억은 빠르게 흘러, 조금은 완숙한 기운을 풍기는 라우르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어딜 가는 거지?’

씩씩거리며 새하얀 복도를 걷는 라우르, 거대한 문 앞에 도착한 그가 문을 박차며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신의 체통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언행이었다. 하지만, 문을 지키고 있던 여러 명의 천사장도, 심지어 여덟 장의 날개를 지닌 대천사도 그를 막지 못했다.

“야!”

콰광!

문이 박살 나며 그 뒤에 지어진 거대한 공동이 드러났다.

“이 새끼들…!”

라우르의 시선이 20개의 옥좌에 앉아 있던 남녀들을 향했다.

그중 한가운데, 가장 높은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라우르여.”

“무슨 일이냐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묻는 겁니까?”

무척이나 화가 났는지, 시작부터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낸 그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설마, ‘탑’ 때문인가?”

“!!!!!!”

그 말에, 석찬이 두 눈을 부릅떴다.

탑.

자신들을 불러들인 장소이자, 수천 년간 존재해 왔다는 미지의 건축물. 지금껏 라우르나 에피르에게 그 정체에 대해 수없이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단 두 가지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굳이 알려고 하지 마라.’

십 년이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탑의 존재. 그것이 지금 풀리려 하고 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회상 속 라우르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뭐? 인간을 위해 탑을 지어? 개소리하고 있네, 지 밥그릇 챙기느라 바쁜 새끼들이.”

여기까지는 라우르가 말한 것과 동일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 라우르가 다시 상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악마 새끼들이랑 싸우는 데 굳이 인간들을 끌어들여야 했습니까?”

‘응?’

악마. 석찬은 물론 탑에 어느 정도 짬밥이 찬 사람들은 전부 아는 종족이었다.

그들은 천계와 대립하며 과거 거대한 전쟁을 일으켰을 정도로 숙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엘리자베스와 에피르의 사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 인간을 끌어들이는 것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저 미친 것은 뭡니까, 대체?”

수정구 안에 떠 있는 한 물체를 보며, 라우르가 소리쳤다.

‘저건….’

그것은 둥근 외형의 거대한 탑이었다. 아직 완공되지 않았는지 천사들이 열심히 벽돌을 나르고 마법을 부여하고 있었지만, 분명 튜토리얼 지대에서 본 탑이 맞았다.

상석의 남자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어쨌다는 거지?”

“백번, 천 번 양보해서 인간을 끌어들이는 건 넘어가더라도, 그런데 저런 곳에 가두고 키운다고요? 제정신입니까?”

“하.”

콧방귀를 뀐 남자가 말했다.

“가두고 키운다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

그가 몸을 일으켰다. 라우르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큰 키 때문에 내려다보는 구도가 완성되었다.

“잘 듣게, 라우르여.”

팟-

그의 눈앞에 한창 시공이 진행 중인 탑이 들어왔다. 조금은 작은 듯한 외형에 마법을 부여하자, 광활한 대지가 형성되고 마을이 생겨났다.

“이건 가두는 것이 아니네. 일종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지.”

“기회?”

“악마와의 혈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회.”

그렇게 말하며, 수정구의 장면이 전한되었다. 수정구는 수많은 악마를 비췄다.

‘저것들은….’

최하급부터 최상급, 심지어 귀족급까지, 족히 만 마리는 넘는 듯한 악마들 가운데,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보였다.

‘엘리.’

또한, 7년 전 자신을 죽음 앞까지 몰고 간 마계의 최강자, 대공 벨리아스까지 있었다.

“이 녀석들과 싸우는 데 마력도 없이 덤벼들었다간 1초, 아니 0.1초도 안 돼서 죽겠지.”

“그걸 말이라고….”

“마력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네. 체계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인간은 금방 악마에게 죽음을 맞이할 거야. 난, 그들에게 허무하게 죽지 않을 기회를 주는 거고.”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었다. 마력을 알기 전의 석찬은 약했다.

물론, 마력이 없는 자 중에서는 강한 축에 속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력의 세계에서 마력 없이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만약 마력을 부여받지 못하고 탑을 올랐으면….’

100%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우르는 고개를 저었다.

“젠장, 애초에 천계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한 싸움입니다. 굳이 인간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잖습니까!”

“강한 인간이 있다면 더욱 쉬운 싸움이 될 것이다. 천계의 손실도 더 적을 것이고, 그렇다면 추후의 전쟁에도 분명한 이득이 될 터.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

“인간 출신인 자네가 화를 내는 것은 내 이해하네. 하지만, 전쟁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을 끝으로, 남자는 옥좌로 돌아가 앉았다. 그 주변에 있는 신들이 라우르를 비웃기 시작했다.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녀석, 생각이란 것을 못 하나?”

“절대신께 대들다니, 미친 녀석이로구나.”

‘절대신?’

방금 전 남자를 지칭하는 말인가 보다.

그때, 4번째로 높은 옥좌에 앉아 있던 흑발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여간, 이래서 인간은 안 돼.”

빠직.

공개적으로 인간을 무시하는 말에, 라우르는 물론 상황을 지켜보던 석찬까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그만하게, 파괴신. 라우르 앞에서 그게 무슨 망언인가.”

“아니, 절대신께서도 너무하셨습니다. 그저 무력이 강하다고 인간 따위를 신의 자리에…”

탕!

눈이 뒤집힌 라우르가 도약했다. 순식간에 파괴신이라는 남자 앞에 도달한 그가 파괴신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으려고 했다.

그때.

쿵!

주먹이 닿기 직전, 무언가에 튕겨난 라우르가 바닥을 굴렀다.

“큭…”

눈을 질끈 감았던 파괴신도 살짝 실눈을 뜨더니 눈을 끔뻑였다.

“두 사람 다 그만.”

라우르를 날려 보낸 장본인. 절대신, 최강신 등으로 불리는 남자, 고든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쿠구궁.

그러자, 공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간 내 모든 신조차 몸을 떨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다.

턱.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일어난 라우르가 고든에게 말했다.

“저 새끼가 먼저 시작한 겁니다.”

팡!

그리고, 압박을 떨쳐낸 그가 재차 파괴신에게 도약했다.

“그만두지…”

다시금 그를 튕겨 내려고 신력을 운용한 고든. 하지만,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이까짓 거!”

콰직.

고든의 신력으로 만들어진 반사 장막을 가볍게 박살 내는 라우르.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든과 석찬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게 무슨….’

그저 장막을 파괴한 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지금 라우르가 벌인 짓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기술을 중화해 없애버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화를 위한 테크닉은 기본이요, 상대방과 같은 기술 또한 시전할 줄 알아야 한다.

“라우르 자네, 언제부터 이것을…”

“그깟 거, 한 번만 보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가 재차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무뢰배가, 저리 가지 못해!”

파괴신이 몸을 떨며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의 자안이 빛나며 지팡이에서 보랏빛 화염이 일었다.

후웅!

그러나 풍압만으로 간단히 불길을 제압한 라우르가 파괴신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겨눴다.

“어금니 꽉 깨물어라.”

“으힉!”

그 순간.

“멈춰라!”

동시에, 모두가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쓰러졌다. 그것은 라우르도 마찬가지였다.

“라우르.”

그에게 다가온 고든이 말했다.

“우선 미안하네. 내가 아랫사람 교육을 잘못 했어.”

쿵.

파괴신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자네도 너무했네.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

“같은 편? 저 새끼가 한 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그를 보며 고든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잠시 머리나 식히고 있게나.”

“뭣…”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라우르가 잠들었다. 그것을 보며, 석찬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시절을 라우르를 한 번에 제압한다고?’

절대신이라고 했던가? 어떤 자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음?’

고든과 눈이 마주친 석찬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는 멍하니 석찬이 있는 쪽을 응시했다.

‘뭐야, 설마 내가 보이는 건가?’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하늘이 맑은 것을 보니 산보나 나가야겠습니다.”

그제야 석찬은 자신이 있는 위치 뒤편에 난 거대한 창문을 확인했다.

‘후우… 식겁했네.’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신들과 절대신을 보며, 석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다시금 그가 있는 방향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짓는 절대신을.

“누군지 몰라도, 그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입술을 작게 웅얼거리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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