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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잠재력 무한-152화 (152/200)

제152화

나무 거인이 등장했을 당시, 렐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았다.

스윽.

랜스에게 배운 대로, 화살을 활시위에 걸은 뒤, 천천히 마력을 주입한다. 은빛 화살촉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후우…”

정신을 집중할수록, 화살촉의 빛이 더욱 진해졌다.

이미 그것만 해도 강대한 기운이었지만, 렐은 방심하지 않았다.

‘조금 더.’

화살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마력을 쏟아부은 렐이 나무 거인을 조준했다.

“구어어…”

몸집은 거대하지만, 스피드는 그리 빠른 것 같지 않았다.

‘정중앙에 조준.’

그녀의 눈길이 나무 거인의 가슴 중앙을 향했다.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슬며시 놓았다.

피융-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화살이 나무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쾅!

거대한 폭발이 나무 거인의 눈을 가렸다. 아직 녀석이 멀쩡하다는 것을 깨달은 렐은 재차 화살을 메겼다.

그리고 다시금 녀석의 가슴팍을 조준했다.

피융- 쾅!

조금 전 폭발이 일었던 자리에 다시금 화살이 꽂혔다. 이번 폭발은 조금 전 폭발보다 더 컸고, 나무 거인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불타기 시작했다.

나무로 이루어진 몸체 덕분에 불은 금세 여기저기 옮겨붙기 시작했다.

“구어어!”

불타는 몸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불을 끄려는 나무 거인. 하지만 사람들도 바보처럼 그걸 지켜보고 있지만 않았다.

“지금이 기회다.”

“가라, 가! 움직임을 봉쇄해!”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나무 거인을 공격했지만, 폭발 화살을 두 번이나 거뜬히 버텨냈던 몸은 여전히 단단했고 대부분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깡!

마치 묵직한 쇳덩이를 때리는 감각에 무투가들은 당황했고, 검사나 궁수 들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녀석의 모습에 당황했다.

“구어!”

그러는 사이에 나무 거인의 몸에 붙어 있던 불이 전부 소화되고 녀석의 반격이 시작됐다.

쿵!

나무 거인이 바닥을 내리찍자, 지면이 요동치더니 쩌적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쿵!

한 번 더 발을 구르자, 갈라진 땅 아래로부터 거대한 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몇몇 사람이 거대 줄기에 붙잡혀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꽈드득.

이내, 줄기들은 붙잡은 사람의 몸을 쥐어짜듯 비틀기 시작했다.

“끄아악!”

“커억!”

사람들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몇몇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휙.

나무 거인의 손짓에 줄기는 힘없이 흔들리는 시체들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다시금 남은 사람들에게 쇄도했다.

“피해!”

쾅!

나무줄기 하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촤작!

줄기에서 솟아나는 날카로운 가시들. 그것은 다른 줄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구어어…”

푸북. 푹!

나무 거인의 손짓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희생된다.

“뭐야, 저거.”

“저걸 어떻게 뚫으란 거야?”

압도적인 무력, 게다가 지금까지 전혀 본 적 없는 패턴을 가진 몬스터에 사람들은 좌절했다. 그럼에도 그 사이에서 묵묵히 할 일을 행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죽기 싫으면!”

“베리어 스킬이 있는 놈들은 빨리 써라! 광역 방어 스킬 있는 놈들은 다른 새끼들도 보호해주고!”

몇몇 리더십 있는 강자는 사람들을 통솔하며 할 일을 묵묵히 해냈다. 그중에는 석찬과 렐도 있었으니.

“렐, 보조해줘.”

“맡겨주세요!”

렐이 활시위에 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메겼다. 그것을 본 석찬이 나무 거인에게 돌진했다.

“구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듯 나무줄기를 뻗어대는 녀석.

그 순간, 렐이 화살을 쏘았다.

피융!

각각 무시무시한 마력을 담은 화살들이 석찬을 향해 쏘아지는 나무줄기들을 정확히 요격해냈다.

콰과광!

물론 강도가 강도인지라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주기에는 충분했고, 석찬은 약해진 줄기를 박살 내며 나무 거인에게 달려갔다.

“이만 나와라.”

석찬의 주먹에 강마력이 둘렸다. 일반 마력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었고, 이는 명확한 결과로 이어졌다.

쾅!

강렬한 폭발과 함께 나무 거인의 팔 하나가 날아갔다.

“구에에!”

“귀 아프다, 이놈아.”

석찬은 이어서 녀석의 다리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쓰러지는 녀석.

푹! 푹!

때에 맞춰 날아온 렐의 화살에 나무 거인의 두 눈이 꿰뚫렸다.

“궤에엑!”

콰직!

목을 내려치니, 더 이상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수십이 달려들어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던 녀석이 고작 1분 남짓한 시간에 공략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내보였다.

“뭐야, 저 사람? 어떻게 저 괴물을 저렇게 쉽게?”

“굉장해. 저건 마치 작년의 그 사람들 같잖아?”

“저 정도면 최소 80층은 갔을 텐데… 왜 세계수 타기에 참여한 거지?”

대부분이 석찬의 무위에 경외를 보냈고, 질투심을 내보이는 이들도 몇 있었지만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다.

[세계수의 수호자, 엔트 가디언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때, 나무 거인의 시체를 뒤지는 석찬 앞에 오랜만에 레벨 업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훈련을 하는 동안은 레벨을 올릴 수단이 없었으니, 7년 만에 들어보는 레벨 업 알림이었다.

[이름 : 강석찬]

[레벨 : 265]

[HP : 96600/96600]

[MP : 21060/21060]

[힘 : 670 + 201]

[민첩 : 675 + 202.5]

[체력 : 690 + 276]

[내구 : 690 + 276]

[마력 : 810 + 243]

[잔여 포인트 : 10]

[잠재력 : 무한]

상태창을 열어보니 오랜만에 얻은 잔여 포인트가 보였다.

레벨은 70층에 오른 자치고는 굉장히 낮았다. 보통 70층의 사람들의 레벨이 300에서 400레벨 내외로 포진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석찬은 수준 미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탯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추가 스탯을 포함한다면 모든 스탯이 900을 넘었고, 마력은 무려 1,000을 넘어섰다.

‘처음 마력이 천을 넘었을 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지.’

다른 스탯과는 다르게 마력은 수련으로 수치를 올릴 수가 있었고, 스탯이 1,000을 넘어서는 순간, 석찬은 마력량이 족히 두 배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는 듯 MP창에 나타났다.

원래 마력 1당 MP가 10이 올랐는데 정확히 두 배가 늘어 있었다.

‘뭐, 나한테는 상관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수치가 크면 기분이 좋은 법이다.

스탯 확인이 끝난 후, 석찬은 여러 사람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까딱했다간 죽을 뻔했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엄청나게 강하시던데, 혹시 주력 스킬을 여쭤봐도 될까요?”

사람들은 감사를 표하면서도 석찬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왔다.

강함의 비결이나 동료가 있는지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그의 이름을 묻는 이들도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솔직히 조금 고민됐다. 활동에 공백이 생긴 지 7년이 지났지만, 한때 탑에 큰 파장을 불러온 석찬은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간간히 회자되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정체를 밝힌다면.’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꽤나 큰 주목을 받을 것은 확신했다.

[그건 너무 간 거 같은데. 이런 걸 보고 진현이 녀석이 뭐라고 한다고 했는데, 김치 뭐였지. 나이를 먹으니까 기억이 안 나네.]

아무래도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석찬의 심경도 변화했다.

‘그래, 7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알아보겠어.’

고민을 털어낸 석찬이 이름을 물은 남자에게 말했다.

“강석찬. 제 이름입니다.”

“예?”

그런데, 남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강…석찬? 강?”

“왜 그러시는…”

“팬입니다!”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남자.

그 외침이 어찌나 컸는지 피해를 수습하는 자들도 하나둘 석찬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팬?”

“누구?”

“이런 곳에서 뵐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올킬러 님, 저는 헤일리라고 합니다. 예전부터 당신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지도 모르는지, 남자는 해맑게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더욱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게다가.

“올킬러라고?”

“진짜냐? 몇 년 전에 사라졌다며.”

“아냐. 50층 때 인상착의랑 비슷한 거 같은데. 흑발에 흑안. 흰색 건틀릿. 건틀릿은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으음…’

등골이 싸해졌다.

‘뭔가 굉장히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석찬은 이 예감이 틀리길 바랐다. 하지만 나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진짜 올킬러예요?”

“대박. 예전 동료들은 어디 있어요?”

“은발의 천사님께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수십 명의 장정이 석찬에게 달려들었다. 인간들로 이루어진 파도를 보며 라우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큭큭, 고생해라. 나는 세계수나 한 바퀴 돌고 오련다.]

‘라우르? 어디 가요? 라우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옆에 꼭 붙어 있던 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력을 펼쳐보니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렐의 마력이 포착되었다.

‘아니. 나 혼자 어떻게 감당하라고?’

하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진 상태.

이후, 석찬은 무려 5시간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다.

* * *

84층.

이곳의 땅은 매우 붉었다.

여기저기 갈라진 틈 사이로 용암이 펄펄 끓는다. 간간히 폭발하는 화산에서 거대한 암석이 날아온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네 남녀가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크롸아아!”

거대한 날개를 쫙 펼치고 입에서는 불을 뿜어내는 녀석은, 드래곤이었다.

최강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드래곤을 향해 달려드는 사내들.

선두로 나선 외팔의 사내가 검을 휘두르자 드래곤의 날개가 잘려 나갔다.

콰과광!

곧이어 달려든 사내가 드래곤을 찜질하기 시작했다. 그의 묵빛 건틀릿이 붉게 물들어가는 와중, 뒤에서는 은발의 여인이 쏘아내는 빛의 화살과 여러 마법이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내고 대미지를 입힌다.

그리고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와중 붉은 머리의 여인은 태연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몇 시간에 걸친 사투가 끝난 후, 드디어 거대한 몸뚱이가 바닥을 누웠다.

“으아아!”

그 모습에 건틀릿을 벗으며 마찬가지로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사내, 진현은 드래곤의 사체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쉽게 드래곤을 잡다니. 대박인데, 우리?”

그 말에 은발의 여인, 이브가 그에게 다가와 치료 마법을 걸어주었다.

“또 실력이 향상되셨던데. 대단하세요.”

“에이, 이브 너만큼은 아니지. 저 아재도 그렇고.”

“난 아재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외팔의 사내, 천무진이 명상 도중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여인, 엘리자베스는 얼마 남지 않은 홍차를 들이켜려고 했다. 그때.

우웅.

그녀의 품 안에서 무언가가 진동했다. 통신 수정구였다. 발신자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 로베르트였다.

“이놈이 왜?”

즐거운 티타임을 방해받아 약간의 짜증이 섞인 채, 그녀는 연락을 받았다.

[누님!]

“왜.”

[누님, 화나신 일 있으십니까? 말투가…]

“닥치고 용건만.”

[옙… 다름이 아니라.]

금세 쭈그린 로베르트가 엘리자베스에게 며칠 전 있었던 특별한 일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그녀의 표정이 짜증에서 점점 기쁨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어떻게, 마음에 드시는…]

“땡큐. 고맙다, 동생! 나 지금 당장 내려갈 테니까, 끊어!”

[예? 누님? 누님??]

일방적으로 통신을 차단한 엘리자베스가 빨리 채비했다.

“엥? 어디 가세요?”

그 모습에 다른 파티원들이 의문을 표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엘리자베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려가자. 드디어 오셨대.”

그 말에 파티원들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진짜요?”

“응. 내 동생이 봤대. 얘기도 나눴고.”

“그럼 당장 내려가죠!”

이후로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빠르게 드래곤의 시신을 챙기고, 네 사람은 층 이동 명령어를 읊었다.

“층 이동, 70층.”

목적지는 당연히 70층. 옛 동료가 머무는 층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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