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보고 싶다는 그 말도(1)
- 내 기준 너무 설렜던 작은 환 이번 팬싸 후기임ㅇㅇ
이번에 앉은 자리가 저번 서울&부산 팬싸 때랑 같은 자리였어.
애들 자리는 자기 텀블러로 찾아가더라.
다리도 긴 애들이 휘적거리면서 자기 텀블러 여깄다고 그러면서 착석하는데 귀여워서 일차로 숨짐
하, 너네도 다 핸드크림 짤 봤지? ㅅㅂ 난 거기서부터 이번 팬싸가 역대급일 거라는 촉이 왔다고ㅠㅠㅠㅠ
우래드류ㅠㅠㅠㅠㅠㅠ한덩어리냐고ㅠㅠㅠ왤케 하찮고 기엽냐..
(지환이 야무지게 핸드크림 바르는 사진)
(세빈이가 지환한테 기웃거리는 사진)
(웃으면서 막내 손에 핸드크림 짜주는 지환이 사진)
(아무렇지 않은 척 영빈이가 손 내미는 사진)
자기들끼리 막 꽁냥거리면서 핸드크림 하나에도 그렇게 기뻐한다... 누나가 핸드크림 박스로 사다줄게ㅠㅠㅠㅠ말만해 얘드라ㅠㅠㅠ
(찬이가 세빈이 옆구리 찌르는 사진)
우리 장꾸 찬이는 멤버들 사이에 자기가 빠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구?ㅋㅋㅋㅋㅋㅋㅋ세빈이가 핸드크림 꺼내서 발라주는데 이때쯤 눈치챘지.
우리 막냉이도 핸드크림 있는데 굳이 형아꺼 바른 거냐구...나주거ㅠㅠㅠㅠ찬이는 그런 막냉이꺼 굳이 뺏어서 바르곸ㅋㅋㅋㅋ 애들 주머니에 핸드크림 다 있을 것 같다.
+ 실제로 쫌 이따 작은 환이 다들 하나씩 있다고 함ㅋㅋㅋ
그리고 어떤 솜뭉치가 많이 긴장했는지 울었단 말야..ㅠ
근데 나도 그 마음 이해하거든 막 애들 앞에 서면 떨리고 긴장되고 좋은데 벅차서 어쩔 줄 모르겠고 ㅠㅠㅠㅠㅠ
우리 래블이들은 아직 애기들이라 울면 당황할 줄 알았거든.
그래서 지켜보면서 좀 조마조마했단 말이야.
근데 작은 환이 바로 옆에 스탭한테 휴지 달라 하고 자기 따라 하라고 심호흡하는 거 보여주면서 되게 능숙하게 솜뭉치 달래더라...
금방 진정시켜주고 내내 손 다독여주면서 엄청 다정하게 웃었어.
다행히 그 후로는 우는 솜뭉치 없었고 ㅠㅠㅠ 팬싸 내내 애들 엄청 기분 좋은지 틈날 때마다 마이크 들고 좌석에 말 걸어주고 막 애교 부림
아 역시 마지막은 이거지
(별 모양 핀을 달고 고개 까딱거리는 지환이 움짤)
내일 팬싸 가는 뷰어 있으면 꼭 애들 핸드크림에 대해 물어봐 줘...부탁이야..ㅠ
ㄴ 내일 팬싸 가는 운 좋은 뷰어 있으면 꼭...22
ㄴ저도 부탁드립니다요..3
ㄴㅠㅠㅠ울애기들 말랑말랑 찹쌀떡 같으면서 가끔 일케 어른스러운 모습 보이면 진짜 내가 한 마리 짐승이 될 거 같음ㅋㅋㅋㅋㅋ
ㄴ윗뷰어야 안대 지켜줘라 소중한 우리 삐약이들 ㅋㅋㅋㅋㅋㅋ
커뮤니티의 솜뭉치들은 드디어 우리 애들도 제대로 팬 사인회를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팬 사인회에 당첨되었던 솜뭉치들은 자신들이 즐겼던 행복한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빠르게 글을 올렸다.
팬싸 후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다른 솜뭉치들은 우르르 글들과 급히 보정된 사진들을 보며 다음에는 꼭 당첨되리라 다짐하곤 했다.
서로 몇 장을 샀었는지에 대해 넌지시 물으며 팬싸컷을 가늠해보는 솜뭉치들도 있었다.
애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방송으로 나오는 것들은 적어서 솜뭉치들은 조금 초조하던 참이었다.
화가 날 때쯤 되면 인터뷰가 뜨고, 또 화가 날 만하면 방송 예정이 공지로 뜨고 다시 못 견딜 만해지니까 공식 채널에 언래블 스토리가 업데이트되는 무한 루트에 빠진 것만 같았다.
- 발렌느 인터뷰 다 읽었는데 ‘인간은 단수가 아니다’이 문장 어디서 나온 거야? 경환이 인터뷰에 있는데 뭐야 글자 쪼가리 주제에 왤케 가슴에 콕 박히니 ㅠ
ㄴ그거 되게 유명한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말이야 ㅎㅎ.. 이렇게 우리 경환이랑 나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생겨 써...판타지를 좋아한다는ㅋㅋㅋㅋㅋㅋㅋ
ㄴ나 아직 잡지 안 와써ㅠㅠㅠ누가 저 인터뷰 내용 좀 스포 해줘
- 발렌느 경환이 인터뷰 내용(ㅅㅍ)
스포 싫어하는 뷰어들도 있을 것 같아서 새로 글 팠어!
요청한 뷰어 확인해줘ㅎㅎ
담당자: 곡을 쓸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어떤 것들인가요?
C.I:당연히 솜뭉치죠(이때 C.I는 인터뷰 중에 가장 따뜻하게 웃음을 지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언래블과 솜뭉치,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요.
담당자: 이번 앨범의 주제랑은 조금 다르지 않았나요?
C.I:네. 사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늘 좋은 모습만, 가장 최고의 것들만 보여주고 싶은데 분노라는 건 그러기 힘든 주제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기도 하고 산책으로 숨을 돌리기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갑자기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본 문장이 떠올랐어요.
담당자: 책을 좋아하나 봐요. 어떤 문장이었죠?
C.I: 종종 틈날 때 읽은 편이에요. ‘인간은 단수가 아니다.’라는 문장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 안에는 또 다른 제가 있고.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C.I가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그 모든 C.I는 스스로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담당자: 아…. 이렇게 1인 1 C.I가 현실이 되는 거군요.
C.I: 앗,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일단 저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마 멤버들도요(웃음)
ㄴ우리 집에도 C.I 보내주세요..... 왜 우리 집엔 경환이 없냐 ㅠㅠㅠ
ㄴ진짜 경환이 너무 다정하지 않니? 그 와중에 지적이기까지 하네ㅠ
잡지는 아예 표지에 언래블 특집이라는 문장을 넣을 만큼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체 인터뷰와 개개인의 인터뷰, 아늑한 루프탑 카페에서 웃고 있는 언래블의 다양한 모습이 실려있었다.
모두가 따뜻한 파스텔 톤의 셔츠를 입고 따뜻한 볕 아래 여유로운 미소를 하고 있기도 했고, 제공된 의상이 있었는지 몇 가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개인별로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세빈을 쫓는 경환의 모습이라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맞은편 멤버들에게 차를 따라주는 영빈의 모습 등.
그동안 쭉 보아온, 판에 박힌 인터뷰 질문이 아닌 꽤 다양한 각도에서 본듯한 질문들이 있었고, 멤버들의 대답도 새삼스럽게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모든 페이지가 끝난 후 마지막에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편집자의 짧은 코멘트가 남겨져 있었다.
[첫인상은 귀여운 어린 친구들이었고, 두 번째 인상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열정 넘치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언래블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며 느낀 소감은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작은 숲이었다.
적당한 햇볕과 물만 주어진다면 그 근방을 모두 뒤덮을 거대한 숲이 될 수 있는 그런 작은 숲.
언래블이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어졌다.]
이 모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포잉은 늘씬한 자신의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을 깨닫고 혀를 찼다.
주책맞은 몸은 가끔 정신의 지배를 벗어나 계약자의 칭찬 글을 보면 점잖지 못한 행동을 하곤 했다.
어서 자라야 할 텐데 갈 길이 구만리라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한숨을 내쉬며 보기 괜찮았던 후기와 계약자의 사진을 따로 저장하는 포잉의 손길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미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것 같았다.
포잉은 가끔 계약자가 연습에 몰두하거나 곡을 쓰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낼 때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십분 활용해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곤 했다.
수많은 소리들은 어떤 소리든 예민한 포잉의 청각을 피하지 못했고,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솔직한 향을 내뿜었다.
비틀린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계약자는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계약자와 가까운 이들은 모두 청량하고 순한 향을 품고 있었다.
간혹 작은 상처가 난 목련처럼 훤히 드러난 상처를 이기지 못해 고통스러워할지언정 그것으로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선, 커다란 나무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라 포잉은 간혹 멤버들이 저지르는 멍청한 장난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다.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니까.
대충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계약자 놈에게 돌아가 볼까 하는 타이밍에 계약자가 포잉을 찾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정말 한시도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며 포잉은 조금 우쭐한 표정으로 타박타박 지환을 찾아 걸어갔다.
* * *
힘찬은 상담 시간이 정말 괴로웠다.
도통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게 그냥 늘어놓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 ‘솔직하게’가 어디까지의 ‘솔직하게’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 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늘 따뜻하게 웃는 상담 선생님이었지만, 보통은 저런 얼굴을 한 사람이 뒤통수를 세게 친다는 걸 경험으로 배운 터라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힘찬 군, 그동안 잘 지냈어요? 잠은 잘 잤나요?”
“네. 멤버들이랑 열심히 활동했어요. 잠이야 늘 잘 자죠. 선생님은요?”
할 말이 없을 땐 받은 질문을 돌려주는 것도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이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처음처럼 마냥 대할 수 없어져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해졌다.
차라리 바라는 게 뭐냐고 묻고 싶어졌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는 요새 일이 많아서 잠을 잘 못 잤답니다. 꿈도 좀 많이 꾸는 편이라 깊게 잠들질 못해요.”
“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짧은 대화를 주고받던 힘찬은 웃고 있던 입꼬리가 축 늘어지는 걸 느꼈지만 다시 웃을 수 없었다.
웃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웃을 일이 많은 건 좋은 일이지만,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 않아도 돼요.”
“사실 선생님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우리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럴 수 있어요. 멤버들이랑은 보통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함정에 빠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힘들다는 사람 앞에서는 웃고 있을 수 없으니까 웃지 못했고, 웃지 않으니 금방 멤버들이 보고 싶어졌다.
“별 얘기 안 해요. 음… 그날 있었던 일들, 먹었던 점심이나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 뭐 이런 것들이요.”
“평소에도 대화를 많이 나누나 봐요?”
“네. 하준 형이 서로에게 서운한 걸 남기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오해를 남기지 말자고 했거든요.”
“굉장히 좋은 방법이에요. 가장 여유로운 시간에 안정적인 장소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하루를 복기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주죠. 하준 군은 훌륭한 리더네요.”
멤버들에 대한 칭찬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리액션이 커지고 말이 많아진다는 걸 힘찬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저 상담 선생님이 멤버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하준 군이 멤버들을 굉장히 잘 다독이고 이끌어가는 것 같은데 다른 멤버들은 어때요?”
“다들 똑같아요. 하준 형처럼 다들 엄청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라 멋있고, 좀 다툴 때도 있긴 한데 금방금방 화해해요.”
“다른 멤버들은 잠을 잘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던데 힘찬 군은 잘 자서 다행이에요.”
“어… 누가 잘 못 자요?”
“아, 다른 내담자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어요. 미안해요.”
조금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자신의 환자들을 걱정하는 모습이어서 순간 힘찬은 질문했던 자신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를 환자로 보고 있는 사람이라, 제대로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회사 사람들에게 말이 들어가고 자신이 언래블에서 제외되면 힘찬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겨우 찾은 자신의 자리를 다시 잃을 수는 없었다.
“다음에는 같이 그림을 그려 보려고 해요. 힘찬 군은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인가요?”
“아뇨. 그냥 뭐. 보통인 것 같아요. 아, 글씨체는 꽤 나아졌어요. 다 같이 연습했거든요, 솜뭉치들한테 보여주려고.”
“팬들도 언래블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멋진 사람들이라는 걸 아니까 더 응원하는 걸 테고요.”
단순히 잡담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두 번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눈 앞의 사람은 점점 멤버들에 대해, 자신에 대해, 그리고 언래블과 솜뭉치에 대해서도 아는 게 늘어나고 있었다.
힘찬은 그게 왠지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