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7화 (157/188)

157화

강원도 고성의 한 야산.

버려진 지 너무도 오래되어 거의 썩어버린 차가 한 대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져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다가, 사고가 난 지 10년 만에 심마니가 발견하여 경찰서에 신고했다.

보안정보실 고 실장님이 전국의 경찰서에 황금 번호의 자동차를 발견하면 5억을 준다는 이야기를 비밀리에 전파하였다.

그리고 황금 번호를 심마니에게 신고받은 순경이 경찰서 내의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이쪽으로 연락했다.

심마니가 5억을 주냐고 몇번이나 물어봐서. 사진으로 번호판과 자동차 동영상을 확인하고 바로 1억을 쏘았다.

그랬더니 우리를 고성 야산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우리는 곧 물건을 확인하고, 심마니 3억. 순경에게 2억을 나눠주었다.

발견한 차 안에는 김준영이라는 사내가 해골이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된 표명석의 개인 비서였다.

김준영은 어렸을 때부터 표명석과 함께 자란 동네 후배였으며, 한국대 직속 후배.

20년을 따라다니며 각종 수발을 들었고, 음주운전 인명사고를 표명석이 냈는데, 본인이 한 것으로 하여 6개월의 징역을 대신 산 심복 중 심복.

하지만 돈을 잘못 전달하는 사고를 낸다.

미스터 J. 당 대표에게 돈을 건네려고 하다가 경찰들에게 쫓겨 돈을 한강에 던지게 되었다.

골든보이가 막 되었을 때, 우리가 한강의 한 섬에서 찾은 그 돈이 바로 표명석이 잃어버린 돈이었다.

표명석은 불같이 화를 내고 그를 인격적으로 모독을 했다. 전셋값을 빼서 대신 채워 놓으라며 협박까지 했다.

돈이 많으면서도 심복의 전셋값을 빼라고 한 것이었다. 그 일 때문에 김준영은 아내에게 이혼당했다.

이때 김준영은 이를 악물고 참으며 표명석의 뒤통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표명석은 어렸을 때부터 잘생긴 얼굴이라 여자가 많이 꼬였다.

그들과 육체적 사랑을 나눌 때, 항상 몰래 녹화하여 트로피처럼 저장해 놓았는데, 그것을 가지고 도망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몰래 챙긴 뒷돈을 정리해 놓은 장부도 확보했다.

비서 김준영은 USB를 돌려받고 싶으면 100억을 가지고 오라고 협박했다.

표명석은 알았다고 하면서, 주먹을 쓰는 애들을 풀어 그를 찾으러 다녔다.

김준영은 강원도 삼척에 쫓기기 시작했고 고성으로 도망치다가 자동차가 미끄러져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하지만 떨어진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의 죽음이 이제야 발견되었다.

우리는 USB 100개에 담긴 파일에서 표명석의 기행을 확인하고 잠깐 생각을 했다.

“이 변태 새끼를 어떻게 할까?”

경복이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어설프게 때리면 밤길에 짱돌 맞는다고 몇 번을 강조했냐 그냥 끝내자.”

“그래야겠지? 이런 변태 새끼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지?”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 동영상이 까지면 나라 망신이다. 국격이 바로 수직 낙하한다.”

“좋아. 까자.”

보안실 고 실장이 동영상을 해외 서버를 통해서 대량으로 풀었다. 외국에서 한국 대통령 XX 동영상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나돌아다녔다.

여성의 모든 얼굴과 목소리에 모자이크 처리하여 여성의 신원이 유출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았고 표명석이 하는 변태 같은 행동이나 말 등을 중심으로 한 짧은 짤로만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저 잘생기고 젠틀한 얼굴 뒤에 저런 변태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잘생긴 얼굴을 보고 지지했던 여자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

인수 위원회에서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발뺌하며 딥페이크에 의한 가짜 동영상이라고 했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하나도 없었다.

동영상에서 나오는 표명석의 얼굴이나 몸매는 물론, 말투나 목소리까지 완전 똑같았다.

표명석 대통령 당선인은 두문불출하며 고심을 하였지만 모든 것은 이미 늦어 있었다.

신원 미상의 사람들이 동영상 원본을 검찰청으로 보냈고, 성매매 및 성착취 음란물 제작 혐의로 고발하였다.

인수 위원회는 야당의 음모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미 같은 당 사람들도 대부분 마음을 돌렸다. 국민의 여론이 너무도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얼마 후 기업인, 정치인에게 돈을 받은 장부가 공개되면서 완벽한 치명타를 입었다. 몇몇 정치인까지 불똥이 튀어 해명하기 바빴다.

대통령 당선인은 칩거에 들어갔고, 그 때문에 자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일주일 뒤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뻔뻔하게 모든 것을 반성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검찰이 대통령 당선인을 빠르게 버렸다.

대통령 당선인을 미성년자 약취, 강간, 불법 음란물 제작으로 구속했다.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 구속이 가능했던 것.

구속 수사를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뺑소니 사고로 죽인 일까지 발각되어 같은 당에서 탈당시켰다. 인수위원회도 총사퇴했고, 내각으로 지명된 사람들도 모두 사퇴했다.

드디어 혼자 남았고. 이제서야 차기 대통령 자리를 포기했다.

갈 수 있는 곳은 교도소뿐. 존나 고독하구만.

유례없는 대통령 당선인 구속 사건으로 현 대통령인 정동일 대통령의 임기가 임시로 6개월 연장되었다.

다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했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6개월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선거만 문제가 아니라. 각 당은 새로운 대선주자를 다시 뽑아야 했기에 사실 6개월 이상 필요했다.

정동일 대통령이 화창한 봄날, 나를 청와대로 초대했다.

“골든보이와 함께 있으니, 대통령 자리를 더 해 먹는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국정원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곤란해.”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좋아. 이번 이야기는 굳이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 없겠지.”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오늘 만난 주제를 이야기했다.

“7광구에 대해서 일본 애들과 외교장관 회의를 한 것은 여전히 좋지 않나요?”

“조약 위반이니, 원유 생산량의 절반을 달라고 하고 있어. 받아 드릴 수 없는 일이지.”

“제가 새로운 가스전을 개발해 줄 수 있다고 했는데 답이 없습니까?”

자신의 임기 내에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 국내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아. 일본 경제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 이번에 개인당 GDP를 한국과 대만이 따라잡았어. 일본은 3등 국민이 된 것이야.”

“정말 그런가요?”

“일본인 3만 4천 달러일 때, 우리와 대만이 3만 5천 달러를 넘었지.”

“일본 국민이 충격을 받았겠군요.”

“그래서 일본 정치인들이 7광구를 이야기하며 한국이 일본의 돈을 빼앗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지.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웃기는 것은 그것이 먹혀.”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일본은 참으로 정치하기 쉬운 곳입니다.”

“그래서 나라가 퇴보하고 있는지 몰라. 국민이 정치인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 말이야.”

“일본에서 새로운 가스전을 개발하고 반반 먹자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세요. 그러면 파이도 커지고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은 일본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골든보이가 나쁜 놈으로 남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익이야. 한동안 협업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을 걸세.”

안 되는 일에 매달릴 필요 없다.

“그럼 한동안 신경 쓰지 말고 있어야겠군요.”

“최소 내가 있는 6개월 동안 그냥 협상하는 척만 하자고. 우리가 급한 것은 하나도 없어. 미국도 모르는 척하니 말이야.”

협상은 청와대에 맡기고 신경끄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엘도라도 그룹을 단단하게 하는 것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IH 호텔에서 엘도라도 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나도 참석했지만, 아무말도 없이 제갈 총괄 사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자주 웃음소리가 났고 사장들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었다. 회사가 잘 돌아가니, 회의가 짧고 간결하다.

부회장이 할 것은 칭찬 그리고 격려.

20년 넘게 어린 상사지만 나에게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냈고, 충분히 격려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나는 제갈 총괄 사장님에게 맡기고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눈치 없이 오래 있는 상사가 아니다.

나는 실내 체육관을 빌려서 수행과 직원들과 풋살과 족구 경기를 하였다. 상사가 되면 좋은 것이 풋살도 족구도 부동의 스트라이커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IH 호텔을 빌려서 신나게 먹고 마시고 푹 쉬었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는데 고모님이 다 알아서 룸서비스를 보내 우리는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운동으로 인한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빈방으로 들어가 그냥 누웠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편하게 깊은 잠을 자다가, 목이 말라 침대에서 일어나 호텔 냉장고에서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방안에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은 최고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신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몸이지. 하지만 신이 사람과 하나가 되면 신이 아니게 된다.”

어떤 여인이 서 있었는데, 익숙한 실루엣.

“누구세요?”

그녀가 머리를 돌렸는데 아이유였다. 잠깐 나를 보았다가, 시선을 돌려 호텔 창문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신이 아니야. 영혼과 육체를 모두 가지고 있거든. 어떻게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그러므로 불완전하다.”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꿈인가···?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유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를 것처럼 너무도 좋았다. 지난번 꿈에서 나와 얼마나 좋아했나. 하지만 그때 별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 따위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내 꿈이다. 마음대로 할 거다.

“아이유 님은 진짜인가요?”

아이유가 고개만 돌려 나를 보았다.

“이것이 현실로 느껴지나?”

나는 활짝 웃으면서 내 맘대로 했다. 꿈이니까.

“아니. 꿈일 줄 알았어. 자기야.”

아이유가 차갑게 웃었다.

“자기야?”

“내 꿈인데 뭐 어때? 우리 손 한번 잡아볼까?”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5월 8일. 극동아시아판이 움직이는 대지진이 일어난다. 일본과 제주도 남부를 흔드는 엄청난 대지진이야. 황금인은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동안 뭘 들었나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겨우 머릿속에 입력했는데 길게 한숨부터 나왔다.

“제가 무슨 재주로 사람들을 살릴 수 있습니까?”

“이번 기회에 네 말에 권위를 쌓아가라. 그것이 네가 왕이 되는 길이다.”

“왕이요?”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백성들이 따를 수 있는 권위 있는 왕이 되어야 한다.”

나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동아시아 대지진이 터지는 날. 제주도 남쪽에 너를 위한 선물을 주지.”

“선물이요?”

“섬 하나가 떠오를 것이야. 그곳에 첫 번째로 깃발을 꽂아라. 그럼 언젠가 네 왕국을 세울 수도 있을 거다.”

이때 아이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예쁘게 웃는 얼굴로 나의 볼을 톡톡 쳤다.

“프린스 골든보이. 잘해봐.”

나는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아이유가 쓰다듬었던 나의 볼을 만졌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5월 8일 극동 아시아 대지진.’

‘제주도 남쪽에 떠오르는 섬.’

너무도 확실히 들어서 귀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이틀 뒤에 일본에 있는 ‘7광구 한일 공동 개발 회의’.

갑자기 골든보이가 이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을 끌기로 약속했는데, 골든보이가 참석한다고 하니 외교부 담당자가 당황하고 있었다.

이때 한 담당자가 이쪽을 아는 척하며 다가왔는데, 평양에서 봤던 외교부 천재 형님.

“형님 이곳에서 보네요.”

“1조원씩 버는 회장님이 되었는데 말하는 것은 똑같네.”

나는 가볍게 웃었다.

“평양에서 형님 만날 때도 돈 많이 벌고 있었어요.”

천재 형님은 정색한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일본 애들을 만나서 뭐를 하려고? 저쪽은 협상할 마음이 없어. 그냥 한국 물어뜯는 모습을 일본 국민에게 보여주려 할 뿐이야. 골든보이가 보이면 더 날뛸 거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는 미개한 나라를 ‘교린’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무슨 소리야?”

“열심히 해보겠다는 소리지요.”

도쿄에서 ‘7광구 한일 공동 개발 회의’가 다시 열렸다.

나는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것과 다르게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기세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으나 다른 생각을 하는 듯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 외교부 직원이 나를 향해서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나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고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헬기를 타고 7광구를 전체를 돌았습니다. 생각한 것만큼 많은 가스 광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개발할 만한 몇 개의 보였습니다. 이런 곳을 공동 개발한다면 양국에 큰 이익이 있지 않을까요? 이것에서는 저희가 좀 손해를 보아 6:4 정도의 비율로 생산물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일본 쪽에서는 나의 말에 논리적으로 설득을 당했다. 싸우면 뭐 하나? 하나라도 같이 개발해서 석유나 가스를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오다를 받고 온 것은 일본이 한국에게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야 일본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이쪽을 압박했다. 80%의 비율로 원유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생산된 원유의 절반도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회의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 같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7광구 한일 공동 개발 회의’의 끝나고 회담의 결과를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곳.

일본 기자들은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지선 별장 대규모 살인 사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답변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관동회 놈들이 미군의 기관총을 맞고 죽은 것을 말하나?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미군에게 누가 갈 것이니 아무말도 못 할 것이라 예상하고 하는 질문.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다른 기자가 말했다.

“그 지선 별장 안에 있던 마약을 대량으로 빼돌렸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나는 마이크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7광구는 대륙붕의 법에 따라 일본의 영토임이 분명하니, 허락 없이 개발한 것에 대해 일본 국민에게 사과하실 생각이 없습니까?”

계속해서 고민하던 나는 드디어 머리를 들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영어로 이야기하자, 질문했던 기자들의 기세가 확 죽었다. 영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동시 통역사가 있어서 이어폰으로 이야기가 들어온다.

“5월 8일 동아시아 대지진이 있을 겁니다.”

나의 말에 영어를 쓰는 기자들이 입을 쩍 벌렸고, 동시 통역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동시통역했는데 곧 일본인 기자들이 입을 크게 벌렸다.

골든보이가 갑자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한 것이었다. 대략 2주 정도 남은 상황.

한 프랑스 기자가 사회자의 허락도 없이 바로 질문했다.

“일본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 예언한 것입니까?”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남쪽까지 영향이 갈 것입니다.”

꿈속의 아이유와 이야기한 날부터 동아시아 대지진의 꿈을 3일이나 꿨다. 몸무게가 3kg나 마를 정도.

나의 대답에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한국말이 유창한 한 일본 기자가 물었다.

“이번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 아닙니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 말을 무시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그대로 일본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최첨단 지진 예보 시스템으로도 2주 후의 지진을 경고할 수 없습니다. 수천 대의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골든보이를 믿으라는 말씀밖에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기자는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무책임한 발언 취소해 주세요.”

“저는 이미 궁고 항구에서 쓰나미를 예고했습니다. 그때도 제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요.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지진이 올 겁니다. 그것도 도쿄를 강타할 예정입니다. 2주의 시간이 짧을 수 있지만 잘 사용한다면 엄청난 인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많은 일본 국민을 살리고 싶습니다.”

일본 외교관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큰소리로 화를 냈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석유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골든보이가 일본 국민께 ‘골든타임’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나는 골든보이 채널에서 동아시아 대지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했다.

지각판이 움직이며 도쿄를 강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강력한 쓰나미를 예고했다. 본토에 있는 다른 지역에도 최소 7 정도의 지진이 있을 것이니 다른 3개의 섬으로 잠깐 피해 있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일본 정부는 잠시 발표를 유보하다가 골든보이를 적색분자로 등록하고,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는 방송을 했다.

나의 예고 때문에 주식값이 빠지고, 엔화가 더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경제 체력이 약해진 일본이 감당하기 버거운 충격이었다.

일본은 역시나 구린 일이 있으면 덮고 보는 것이 보통. 민도가 좋다는 이야기는 국민이 국가를 믿고 따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그 맹목적 믿음과 냉소적인 무관심이 일본을 20년 동안 조금씩 침몰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골든타임이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TV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흔들기 위해서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다고 계속 떠들었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고위층의 가족은 조금씩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비행기 예약이 끝났다. 한국이나 일본으로 가는 여객선도 금방 예약이 끝났다.

일본 총리 가족들이 미국으로 대피했다는 뉴스가 돌자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놀랍게도 주일 미군이 대피 훈련을 한다는 핑계로 본토를 버리고 괌과 오키나와 한국으로 병력을 분산배치 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미군이 대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일본 국민은 더욱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흘쯤 남겨두고 북해도나 규슈로 이동하는 본토의 국민이 엄청나게 많았다.

5월 8일에 휴가를 내는 직장인이 1/3이나 되었다. 나라의 기간망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

일본 국민이 모두 지진 예고 시스템을 바라보았지만, 시스템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은 벌써 준비하고 있었다. 정동일 대통령이 골든보이를 완전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제주도 남쪽과 전라도와 경상도의 해변에 크고 작은 해일이 올 수 있다는 예보를 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그날을 준비하자 공무원들이 따랐고, 공무원들이 따르자 기업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이 최고였다.

대피계획이 빠르게 세워졌고, 임시 거처도 바로 마련되었다.

나는 엘도라도 그룹 이름으로 이번 대피계획에 3,000억을 기부했다. 그러자 의심했던 사람들이 믿기 시작했다. 확실히 믿지 않으면 3,000억이라는 돈을 넣을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제주도 남쪽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군인들까지 투입되어 엄청난 방파제를 계속해서 쌓아 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그날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8일 그날이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