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58화 (158/188)

158화

골든보이가 예고한 5월 8일.

도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듯 보였으나, 도로를 돌아다니는 차의 숫자가 30%로 줄었다.

일본 정치인들은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사람들에게 생업에 종사하라고 해놓고 본인들의 가족은 모두 대피시켰다. 돈 많은 기업인들은 없는 출장이나 공장지도를 핑계 삼아 도쿄를 떠났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가족들이 다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뒤늦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혼슈를 빠져나갔다. 돈이 있는 사람은 해외로 나갔고, 돈이 없는 사람은 가까운 큐슈로 떠났다.

5월 8일 아침도 일본 방송에서 계속해서 안전하다 떠들었다.

‘골든보이의 말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고 사이비 교주는 이런 식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확신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시기는 바랍니다.”

불쌍한 아나운서만 떠들었고 고위 방송관계자는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든 이미 도쿄를 떠났다.

하지만 거꾸로 도쿄로 들어오는 불나방이 있었다. 인생을 바꿀 한방의 특종을 노리고, 전 세계의 뉴스 카메라맨과 기자. 그리고 유투버 수백팀이 도쿄로 모여들었다.

전에 내가 만든 공고 항구 쓰나미 조회수가 무려 25억 뷰.

일본으로 원정 온 유투버는 이것과 같은 대박을 찾아 온 것이었다. 1억 뷰만 찍을 수 있다면 목숨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고 대부분 산 위나 건물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았다. 쓰나미가 와도 살 수 있는 곳에서 스타트.

골든보이가 예언했던 5월 8일이 왔고, 유투버들이 아침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방송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가장 먼저 손에 꼽는 것은 바로 '참을성'.

오전 10시쯤 되었는데,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고 짜증을 내는 유투버들이 있었다.

점심이 지나니, 골든보이 사기꾼 새끼에게 우리가 낚였다며 분노의 먹방을 했고 철수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국민은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생업 때문에 도쿄를 떠나지 못한 일반 국민들은 불안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조금은 마음을 풀고 있었다.

오후 2시 뉴스. 시청률이 높은 뉴스가 아니지만, 모든 국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어서 시청률이 무려 10%를 넘고 있었다. 평소보다 무려 10배는 높은 숫자라고 했다.

젊은 뉴스 앵커는 준비된 모든 뉴스를 전한 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마지막 멘트를 던졌다.

쿠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앵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자 아나운서가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는데, 나이든 남자 앵커가 국민들이 불안해 하니 소리 지르지 말라고 꾸중했다. 하지만 머리 위에서 갑자기 뭔가 떨어졌고 그것을 머리에 맞은 남자 앵커가 그대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방송 관계자들이 뛰어 나오며 뉴스화면이 끊어지고, 광고가 나왔다.

이제 도쿄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지진 강도 7.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도로가 갈라졌다. 벽이 무너지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일본은 지진의 나라.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나라였다. 지진을 많이 겪었던 일본 국민들은 최대한 침착해 지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지진이 잘 준비된 일본답게 바로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방송인들과 유투버들은 제법 큰 지진이 일어났으니,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몇억 뷰가 나올 그림을 찾고 있었다.

어느 정도 무너진 상점이나 찢어진 도로 위를 찍으며 놀랍다며 오버했다. 오래된 건물 중에 반파된 건물이 있었는데, 구조대보다 방송인이나 유투버들이 더 많았다. 그곳에서 오바 떨던 중국 유투버가 일본 사람에게 발길질을 당할 정도였다.

2시간이 흐르자 방송인이나 유투버들은 조금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무리 멘트를 하고 있었다.

“골든보이의 예측대로 지진이 일어났기는 했지만, 좀 오바스러운 경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입에서 비행기 표값도 안 나왔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이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지진이 일어났다.

쿠구구궁- 콰르르르르르-

카메라를 세워 놓고 혼자 이야기 하던 유투버가 그대로 땅속으로 꺼졌다. 도로가 수직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지···지진이다!!!”

카메라맨이 달려가 유투버가 사라진 땅속을 살폈는데 30m 깊이의 절벽이 만들어졌다.

“또 흔들려! 또 흔들려!!! 이거 왜 이래!!!”

이번에는 땅 표면이 웨이브를 타는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들어왔다. 땅 위에 있는 건물들도 웨이브에 들썩이며 마구 깨져나갔다. 어떤 건물은 마치 도미노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일본 58 본슈 대지진이라 불리는 거대한 재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도쿄 전체가 수직 진동으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탈출해야 해! 내가 뭐라고 했어. 이거 하지 말자고 했잖아. 골든보이 진짜라니까! 씨발 좆됐다. 씨발 완전 좆 됐어.”

카메라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 방송은 생각도 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던지지 않은 것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달리고 있던 차가 도로가 끊어진 절벽으로 떨어져 박살났다. 이어진 도로였는데 무려 30m의 절벽으로 바뀐 것이었다. 순간 12대의 차가 바닥에 떨어져 겹겹이 쌓였다.

빠아아아아앙-

갑자기 신칸센이 끊긴 철로로 달려오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 한 공장과 부딪쳤다. 그리고 큰 화재가 일어났다.

금방 엄청나게 커진 화재가 주변에 있던 건물로 번져나갔으나,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 이 상황에 소방인력이 도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다.

“흐흐흐흐흐.”

카메라맨은 정신줄을 놓고 웃음을 흘렸다. 신칸센이 탈선하여 공장을 박고 대폭발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었다.

“대박을 잡았다. 이것으로 최소 1억뷰는 그냥 먹는다.”

그러자 함께 온 유투버가 흥분하여 카메라 앞에 섰다.

“여기는 도쿄입니다. 전지전능하신 골든보이님의 말대로 도쿄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여기는 정말 아비규환이고 처절합니다. 뒤에 보이십니까? 신칸센이 탈선하여 거대한 화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투버는 한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까아아아아아-

사람들이 건물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찍다가, 아래쪽에서 이쪽으로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확인했다.

“뭐야? 뭐야? 왜 뛰어?”

카메라맨도 뭔가 싸한 기분을 느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씨발 몰라. 우리도 같이 뛰어.”

사람들이 단체로 달리기 시작하니, 유투버와 카메라맨도 사람들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유투버가 짜증내며 카메라맨에게 말했다

“왜? 왜? 왜? 무슨 일인데? 지진 끝난 거 아냐?”

“내가 알아? 일본말 한다며? 네가 물어봐.”

유투버가 간단한 일본어로 현 상황을 물었더니 욕설만 날아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쓰나미!!!”

그 소리에 카메라맨의 바닷쪽으로 시선을 주었다가 숨도 제대로 뱉지 못하고 말했다.

“쓰나미······. 쓰나미가 온다.”

거대한 파도가 도쿄를 삼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투버의 그것을 보고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씨발 좆됐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름도 모르는 산쪽을 향해서 뛰고 있었다. 몇 개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절반은 무너져 있었고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은 화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꾸역꾸역 나와 산으로 도망치고 있었는데, 바다가 도쿄를 조금씩 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20분 쯤 달렸다. 이름도 모르는 산이 코앞까지 왔다. 산 중턱에는 신사의 모습도 보였다.

“씨발. 거의 다 왔어. 힘내.”

이때 다시 한 번 강력한 지진이 몰아쳤다.

콰과과과과광-

이때 눈앞의 산 전체에 엄청난 지진 웨이브가 몰아쳤다. 산에 있는 모든 나무가 미친 듯이 뽑혀 나가고 꼭대기에 있던 타워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밟고 있던 땅이 갑자기 솟아올랐다.

“어? 어? 어? 뭐야? 산이 멀어진다.”

정말 카메라맨의 말대로 산이 멀어지고 있었다.

“뭐야? 뭐야?”

하지만 산이 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쿄의 땅들이 바둑판처럼 크게 잘라지더니 바다를 향해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얼음위의 썰매처럼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유투버는 악을 쓰며 말했다.

“산이 멀어져. 어? 어?”

“아니야. 발아래 땅이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점점 바다가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치던 사람들이 바다에 휩쓸려 사라졌다.

카메라맨은 절망적인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어떻게? 어떻게?”

“씨발. 좆됐다. 좆 됐어.”

쓰나미를 피해 높은 건물 옥상에 있던 사람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파도가 코앞까지 가까이 왔다. 성난 거대한 해일이 이쪽을 향해서 달려왔고, 그는 생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 씨발~~~~~~!!!”

곧 도쿄 판의 절반이 육지에서 떨어져 나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도쿄 상공에 있는 헬기의 숫자는 200여대. 교통사고가 날정도.

그중에 한대가 바로 KBE 헬기. 그곳에 탄 기자는 악을 쓰며 생방송을 하고 있었다.

“최소 9.0 이상의 강진으로 도쿄가 바둑판으로 갈라져서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면서 이 참상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다시 한 번 몰아친 지진으로 그대로 무너졌다.

일본의 소방헬기가 건물 위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다가갔는데, 건물이 쓰러지면서 헬기의 로프를 감아 헬기까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떨어진 헬기가 크게 폭발을 일으켰다.

KBE 기자는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보조원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에 마음이 무너진 것이었다.

마약을 먹은 것처럼 흥분한 카메라맨만 계속해서 도쿄의 아비규환을 찍고 있었다.

이때 바닷가에 있던 가스 저장소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쇼크웨이브를 터트렸고 헬기에서 오던 화면이 끊겼다.

순간 백대가 넘는 헬기가 충격파에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제주도 특별 상황실.

대통령과 장관들은 현재의 상황을 100여개의 화면을 통해 확인하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전 세계의 각종 뉴스에서 도쿄 대지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것을 경고한 내 얼굴이 자주 나왔다.

'골든보이가 예고한 대지진. 결국 도쿄를 강타.'

대통령과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화면을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하나 둘씩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경이로운 눈빛. 신을 바라보는 시선.

내가 ‘신의 사자’라고 이야기 하면, 바로 신앙 고백할 얼굴이었다.

나는 여기 있는 사람 중 가장 냉정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일은 안타깝지만 경고 할 만큼 경고했고, 나의 말을 믿고 피한 사람도 정말 많았다. 골든보이 채널에 나의 경고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말하는 댓글이 1초에 한 페이지가 생길 정도로 올라왔다.

나는 신이 아니다. 내 말을 안 믿는 놈들의 불행까지 아파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제 한국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을 걱정하기에 앞서 내 앞가림을 잘해야 했다.

제주도에도 지진 예보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주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 골든보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골든보이가 지진이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다.

나는 시계를 보고 최대한 사무적으로 말했다.

“곧 시작될 겁니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마지막 점검을 지시했는데 모든 국민의 대피가 끝났다는 보고를 했다.

정말 힘든 2주였다. 다른 항구에 있는 테트라 포트 방파제를 헬기로 가져다가 제주도에 쌓을 정도였다.

제주도 남부에 있는 국민을 한명씩 한명씩 대피시켰으며, 모든 숙박시설을 동원하여 제주도 남쪽의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돈시켰다.

제주도 남쪽의 모든 배는 북제주항으로 피신시켜 두었다. 옮길 수 있는 모든 짐은 내륙의 컨테이너에 쌓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곳도 있었다.

서귀포 호텔은 며칠 만에 바닷가에 만리장성을 쌓았는데, 컨테이너를 바닷가에 일렬로 놓은 후 엄청나게 큰 강철못을 땅에 박았다. 그리고 컨테이너 안과 밖에 콘크리트를 부어 단시간에 거대한 성벽을 만들었다.

방파제로 충분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구조 기술사의 진단도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 남쪽 수십 곳에 컨테이너 만리장성이 쌓아졌다.

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 단단하게 먹어야 합니다. 곧 시작합니다.”

다시 한 번 해일 경보 사이렌이 울렸을 때, 헬기 50여대가 제주도 하늘을 날고 있었다. 도쿄와 다른 것은 대부분 군용헬기라는 점이었다.

유투버 따위는 없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을 때, 나는 선언하듯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이제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은 나의 말에 불안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아직도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단 말인가?”

“보안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제 이야기해도 될 것 같군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나는 어느 때보다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지진이 끝나면 제주도 남쪽에 섬이 떠오를 것입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섬이 떠오른다고 했나?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인가?”

“그 섬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들 것입니다. 부탁드린 대로 해병대와 독도함이 대기하고 있죠?”

“북제주항에 대기하고 있네. 헬기를 5대나 올려놓았고, 해병대 300명이 대기하고 있지.”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세종대왕 이후로 가장 크게 대한민국의 영토를 늘린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

이때 엄청난 지진이 제주도를 강타했다.

강도 8.0

골든보이가 예고한대로 였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하게 했지만, 이곳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7분간의 흔들림.

10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으나 모든 사람이 넋이 나갈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연습하고 예고한대로 대통령은 바로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도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군인들이 바로 투입되었고 지진 피해를 살피며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제주에서 오래된 건물 몇 개가 무너지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다행히 사람들이 모두 대피하여 인명피해는 없었다.

극소수의 사람이 다쳤는데 다친 사람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때 해군 비행기가 공중에 있다가 보고를 했다.

-해일이 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대략 20분 정도 후에 제주도 남부에 도착합니다.

제주 남쪽 진앙에서 시작된 해일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해군 비행기가 해일을 실시간으로 찍고 있었다. 그렇게 높아 보이는 파도가 아니었는데, 점점 이동하며 해안가로 다가 올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모든 국민이 숨을 삼키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해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지면서 파도의 벽이 순간 높아졌다.

이제 제주도 육지에서 해일의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파도의 벽. 10층 아파트 높이로 변해 해변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오! 하나님.”

그리고 바로 해변을 덮쳤다.

쾅!!!

파도가 제주도 남쪽을 집어 삼키고, 내륙 안쪽으로 밀고 올라갔다.

검은 파도는 약한 건물을 무너트리며 거침없이 한라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래도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해일에 휩쓸린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닷가에 배도 없고, 도로에 차도 없다.

해일 대비는 비교적 성공적. 해일이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며 금방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오퍼레이터가 큰소리로 말했다.

“해일이 약해집니다. 물이 뒤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기뻐하며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크게 웃을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엄청난 생명을 구하셨습니다.”

대통령은 평소보다 더 늙어보였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모두 골든보이의 덕이지. 정말 자네를 알게 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야.”

나는 흥분된다는 얼굴로 웃었다.

“이제 진짜 일을 하러 갈까요?”

대통령은 국무총리에게 계획한대로 구조 작업을 계속해 달라고 부탁하고 헬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독도함으로 이동했다.

독도함에는 해병대 300여명이 나와 도열하며 대통령에게 예를 보였다.

“배를 남쪽으로 이동하게.”

함정은 대통령의 명령에 바로 배를 출발시켰다.

나는 배로 그곳에 갈 마음에 없었다. 너무도 늦기 때문이었다.

“제가 먼저 헬기로 출발하여 확인하고 싶습니다. 달에 첫 번째로 내린 암스트롱이 되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자네라면 그럴 자격이 있지. 예언이 맞았으면 좋겠군.”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헬기를 빌려주었다.

나는 태경이와 수행과 직원 그리고 몇몇 방송국 사람을 태우고 남쪽으로 날았다. 태경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왜 남쪽으로 날아가는지 이유도 모르고 있다.

단 20분이 지났을 때, 카메라맨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육지다!!!”

피디가 웃으면서 타박했다.

“제주도 아래 무슨 육지가 있어?”

나의 시선도 돌아갔는데, 바닷속에서 엄청난 산이 솟아 있었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나무도 없는 높은 검은 산에서 바닷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을 넘었더니 끝도 없는 땅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검은 섬은 아직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처럼 덜덜덜 떨면서 천천히 바닷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땅속에서 섬이 융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섬 전체를 돌아봅시다.”

헬기 3대가 편대를 이루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섬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태경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섬이 아닌데? 그냥 육지인데? 여기서 끝이 보이지 않아.”

해군 비행기에서 확인한 정보를 전달했다. 섬의 크기가 대략 경기도 절반의 넓이라고 했다.

이 섬은 아직 주인이 없는 상태. 섬을 정복하려면 사람이 발로 밟아야 했다

“기장님! 가장 높은 곳에 내려주세요. 태극기를 꼽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헬기는 크레인 두 줄을 내려 나와 카메라맨을 정상에 조심스럽게 내렸다. 나는 섬의 정상에서 끝도 보이지 않는 주변을 살피며 카메라를 보았다.

“대한민국 국민. 나 김성열은 이 섬을 첫 번째 발견한 사람으로 이곳을 대한민국 영토로 선언합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영토에 와 있습니다. 엄청난 크기입니다. 정상에서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입니다. 군에서 온 정보에 따르면 경기도 절반 크기 정도라고 합니다.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태극기를 구멍이 파여 있는 곳에 깊게 박았다. 그러자 힘차게 태극기가 펄럭였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지형물을 발견하면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영광을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섬의 이름을 제가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섬을 골든보이가 발견했으니까 '금도'라고 하겠습니다. 영어로는 엘도라도.”

주변을 집중해서 확인했는데 금은 보이지 않았다.

남쪽은 얕은 육지가 약간 있고 중간부터 북쪽은 아주 높은 산이었다. 아쉽게도 산이 너무도 높아 육지의 활용도가 떨어져 보였다.

나는 조금 아래로 내려가 보았는데 자동차 한대가 정도가 들어갈 바닷물이 있었고 그 곳에 수많은 물고기가 갇혀 있었다.

물속에 있었는지 산호와 해초가 보였고 말미잘도 보였다. 바윗돌에 붙어 있는 전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엄청큰 물고기가 보였는데 나는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어 거대한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육지로 밀어 올렸다. 그러자 물고기가 펄떡 뛰었다. 바로 전설의 돗돔. 거의 1.5m에 가까운 크기였다.

몇 명의 수행과 직원들이 내려와 돗돔을 크레인에 실어 올렸고, 바로 제주도로 쏘았다.

“돗돔을 금도에서 잡은 것으로 하여 어판장 경매에 올리겠습니다. 금도에서 첫 번째로 경제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이곳에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하였습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번이 등록되었고, 대한민국 지리정보원에 내용을 등록하였다.

외교부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 금섬이 우리나라의 영토라는 사실을 공표하였고, 외교부가 없는 나라에도 선포문을 보냈다.

다음 날. 금섬 앞에 독도함과 군함 몇 척이 정박해 있었다.

금섬으로 300명의 해병대가 베이스캠프를 만들었고, 지리원 사람들이 드론을 띄워서 금도의 정확한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다.

우연하게 절벽의 한쪽 면에 있는 어류 화석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헬기로 주변을 살피다가 15분쯤 떨어진 곳에서 노란색 스트림을 발견했다. 가스전도 있었다.

미 해군도 금섬에 도착하여, 이 섬이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확인했다. 이곳에 미군이 머물 수 있도록 권리를 줬기 때문에 바로 액션이 나온 것이었다.

바로 미국의 지리 시스템에 이 새로운 섬을 '금섬'으로 등록했다.

오바바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하여 말했다.

-골든보이의 스케일은 정말 따라갈 수가 없군. 신대륙을 발견했다지?

“콜럼버스 골든보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나도 자네 곁에서 운을 좀 받아야 겠어.

“금섬으로 오시면 한 1000평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별장 하나를 지어 드리지요.”

-은퇴 후 그곳에서 물고기나 잡으면 되겠군.”

오바바 대통령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