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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65화 (65/188)

65화

두원 솔라를 소유하는 계약이 확정되자마자, 황금 나침반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침반에서 나오는 빛이 아주 강렬하여 온몸에서 빛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고 펄벅 교수는 또 내 발아래 엎드렸다.

“천사님~ 당신을 믿습니다.”

그것 첨 부담스럽네.

하지만 펄벅 교수가 진심으로 감동하고 있어서 한마디 해줘야 했다.

“그대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펄벅 교수.”

이렇게 말하고 나니, 너무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 기적을 봤다며 감동하고 있는 펄벅 교수를 뒤하고 나는 빠르게 도망쳤다.

그리고 바로 경복이에게 전화했다.

“야! 나침반 불 들어왔다. 인천 송도, 두원 솔라 앞으로 날라와.”

경복이는 미션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 두원 솔라를 먹었다고, 불이 들어온 거야?”

“따블 강호동 금 팔아서, 양 회장 계좌에 400억을 입금했으니 그렇다고 봐야지.”

“두원 먹은 것 축하한다.”

나는 낮게 웃었다.

“너무 문어발식 확장인가?”

“문어발식 연애도 아닌데 뭐 어때?”

“오. 문어발식 연애, 매우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은데,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경복이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어장 관리나 당하지 마. 병신아.”

“알았다. 새끼야. 빨리 날아와라.”

“오케이. 금방 워프한다.”

아 뚜벅이 신세. 내 링컨은 철원에서 불타는 지뢰밭을 뚫다가 고장 났다.

그래도 링컨 덕분에 산불도 끄고, 철원 미륵 대불을 발견하고, 철원 5 땅굴도 발견했으니 자신의 몫을 다했다.

경복이와 태경이가 그랜저를 타고 도착했다.

나를 보자마자 창문을 열고 경복이가 외쳤다.

“야! 나침반 어디를 가리켜?”

나는 조수석에 타며 다시 한번 나침반을 확인했다.

“동동남 쪽으로 18밖에 안 돼.”

태경이가 눈을 크게 떴다.

“가까운데? 한 시간도 안 걸리겠어.”

“동동남이면 서울 아닌가?”

태경이가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기대되는데? 조선왕조의 숨겨진 보물 창고 같은 것은 어때?”

경복이는 심각하게 말했다.

“6·25 때 북한군이 한국은행을 털어 가다가 미군 폭격에 버려진 금괴가 더 좋다.”

나는 운전 보조석에 앉으면서 말했다.

“시끄럽고. 빨리 가서 눈으로 확인하자.”

헬기로 갔으면 한 15분이면 갔겠으나 차로 가니 시간이 한~~~참 걸렸다.

빌어먹을 트래픽 쨈~~~ 서울에서 차를 끌고 나가면 도대체 언제 도착할지 하늘만 알고 있었다.

트레일러끼리 추돌사고로 길이 너무 막혔다. 한 10km 가는데 한 시간.

호주에 있는 맥스먼에게 당장 전화하여 헬기를 가지고 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흠··· 서울은 어디에 헬기를 파킹 하지?

다음에는 그냥 지하철을 타자.

사람들은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했지만. 우리 같은 시골 사람에게는 지하철은 신기한 볼거리였다.

지난번 2호선을 타고 한강의 한 다리를 건널 때 보았던 한강의 웅장한 모습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한강에, 우리는 그 어떤 것보다 감동하였다.

그래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사라고 하는 것이었구나. 온종일 한강만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때 운전을 하던 경복이가 소리쳤다.

“지금 2야! 금방 1 된다.”

강남역에서 수서 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야! 1이야. 1이야!!”

나는 온몸을 긴장하며 눈을 크게 떴다.

“주차장을 찾아 파킹해!”

우리는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한 시간에 만원이라는 이야기에 멱살을 잡으려고 했으나, 황금 나침반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우리는 황금 나침반을 들고 강남 바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엄청난 미인들이 즐비했으나, 돈에 미쳐서 나침반만 보고 있었다.

경복이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소리를 질렀다.

“0이야! 제로!!!”

우리는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냥 강남의 빌딩 숲, 먹자골목?

눈을 부릅떴지만, 황금빛도 푸른빛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빛도 보이지 않는데?”

경복이가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골목을 돌았는데 바늘이 확 바뀌었다.

“여기야! 여기!”

나는 주변을 살피고 어리둥절했다.

“여기? 여기도 뭐가 없는데? 빛도 없고.”

확 바뀐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었더니, 딱 만난 것은 여성용 쥬얼리를 파는 노점상 아저씨였다.

“나침반이 이 리어카를 가리킨다.”

나는 전에 나침반이 펄벅 교수를 가리켰던 것이 떠올라 물었다.

“설마··· 이 리어카 아저씨를?”

하지만 리어카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자리를 떠났는데 나침반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이 아저씨는 아니고, 이 액세서리 안에 있는 뭔가야.”

나는 수 천개 되는 액세서리 중 몇 개를 들어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것 중 하나라고?”

“그런 것 같아. 이 많은 것 중에 어떻게 찾지?”

나침반이 다시 쇳덩이로 바뀌며 꺼졌다.

쥬얼리 리어카 아저씨가 인상을 쓰며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할 때, 내가 지갑을 꺼내 들었다.

“여기 있는 쥬얼리 몽땅 얼마에요?”

아저씨가 놀라며 물었다.

“여기 있는 것 전부요?”

“혹시 모르니까 리어카까지 전부다.”

“리어카까지요?”

“시간 없으니까 빨리 불러요.”

“600만원요. 아니. 700만원.”

품속에서 5만원 짜리 100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카드를 내밀었다.

“나머지는 카드로 끊어줘요.”

아저씨는 놀란 얼굴로 나에게 500만원을 받고 카드로 200만원을 더 끊었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이미 박스를 꺼내 액세서리를 마구 담고 있었다.

쥬얼리 아저씨는 몇 번이나 머리를 숙여 보이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우리는 쥬얼리를 한 박스에 가득 담고 하나씩 확인했다.

황금 나침반이 가리켰던 보물은, 이 중에 하나.

우리는 쥬얼리를 검사하는 사람처럼 살폈으나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태경이는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뭐가 진짜야?”

생각 하나가 스치고 간 경복이는 근처 화단을 삽으로 팠다. 그리고 그곳에 쥬얼리를 왕창 집어넣었다.

“보여?”

“뭐가?”

“빛이 보이냐고.”

“안 보이는데?”

좀 이상했지만, 경복이가 하는 짓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절반쯤 검사했을 때 드디어 빛이 보였다.

“어? 빛이다!”

나는 손으로 흙을 파고 아주 작은 귀걸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다. 이 귀걸이야!”

비닐 포장을 뜯어서 귀걸이를 만지니 만족스러운 고양감이 밀려왔다.

“이것이 확실하다.”

기뻐하는 것은 잠시. 어떻게 쓰는 거지?

남자 셋은 여자 귀걸이를 하나를 들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보물 귀걸이를 들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경복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이 귀걸이는 매뉴얼 없냐?”

미션창을 불렀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 힌트도 없다. 이 불친절한 시스템!!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흠. 귀걸이니까. 일단 귀걸이를 해야겠지?”

경복이가 인상 쓰며 말했다.

“양아치처럼, 남자가 귀걸이를 한다고?”

지금 양아치가 되는 것이 대수인가? 이 젊은 꼰대 새끼!

“황금 나침반이 알려줘서 나온 건데, 코걸이라도 해야지!! 이 배부른 새끼야!”

경복이가 한발 뒤로 물러나더니 웃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할 것도 아닌데. 괜히 흥분했다. 쏘리. 우리 골든보이님께서 할 거잖아.”

생각해 보니 나도 귀걸이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자네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나?”

태경이는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슈퍼 히어로?”

“하늘을 막 날아다니는 거지.”

“귀걸이를 하면 날아다닌대?”

나는 얼버무리며 말했다.

“어.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뭐 말이 그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일단 귀를 뚫어서 귀걸이 해보고 무슨 능력이 생기는지 봐 보자.”

“귀를 뚫었는데, 능력이 안 생기면?”

“그럼··· 코를 뚫어보자.”

“그래도 안 생기면?”

“그래도 능력이 안 생기면···. 혓바닥? 아니면 배꼽?”

태경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안 해! 씨발 놈아.”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능력이 안 생기면 거시기에 딱 박아 줄게. 아마 놀라운 힘이 생길 거야.”

태경이는 눈을 크게 떴다.

“내 소중이는 안돼!”

경복이가 흥분하며 말했다.

“시술 하나로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캡틴 변강쇠!, 아이언 거시기!!, 헐크 가루지기!!! 바로 인생에 ‘꽃길’이 펼쳐지는 거다. 모든 남자의 우상이 될 수 있어!”

나도 한마디 했다.

“남자들의 우상이 아니고. 여자들의 원하는 ‘우상’ 아니냐?”

태경이가 버럭 화를 냈다.

“개새끼야. 네가 해.”

경복이는 코웃음 치며 이야기했다.

“야! 나는 지금도 충분해.”

“뭐래~ 3초 발사 로켓이”

“하하하 넌 불발탄이잖아.”

태경이가 나의 손에 귀걸이를 올려놓았다.

“야! 골든보이 이거 네가 해.”

나는 와락 인상을 썼으나 입을 열지 못했다.

아 씨발. 내가 귀걸이를 할 줄이야. 괴산에서 남자가 귀걸이 하고 다니면 읍내 뒷골목에서 시비 털린다.

이 본능적 거부감.

그래도 이 귀걸이······ 황금 씨앗 급 보물일 수 있다.

나는 귀걸이를 들고 귀걸이 파는 곳으로 가서 귀를 뚫어 달라고 했다.

경복이랑 태경이는 한발 뒤에서 비웃고 있었다.

빡! 귓볼이 뚫렸다.

아~~씨발. 아다 따이는 느낌. 기분 좆같네.

기분이 아주 별로다. 하지만 태경이와 경복이는 무슨 능력이 있는지 궁금한 듯, 다급하게 나의 귀에 귀걸이를 걸었다.

살살 집어넣어. 씨발놈들아.

아주 작고 아무 장식도 없는 동그란 황금 귀걸이를 귀에 찼다.

다행히 아주 작은 귀걸이였으니까 망정이지. 큰 귀걸이였으면 절대 차지 못했을 것이었다.

어쨌든 귀걸이를 찼다. 뭔가 변화가 있나? 잠시 기다렸지만 뭔가 변화된 느낌이 없었다.

뭐지? 주문이라도 외워야 하나?

곧 경복이와 태경이의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기분이 좋아?”

“혹시 내일의 주가가 보여?”

“아니면 이번 주 로또 번호 어때? 그걸 수 있다.”

“만지면 황금으로 변화시키는 능력 어때?”

태경이는 먹던 과자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설마 하며 받았다.

빈 봉투였다.

나는 냅다 태경이의 얼굴에 봉투를 던졌다.

“쓰레기 주지 마! 이 인간쓰레기야.”

태경이와 경복이가 낮게 웃었다.

“마이다스 손처럼 아무거나 금으로 바뀌면 좋은데 고생도 안하고.”

나는 짜증 내며 말했다.

“네 똘똘이부터 황금으로 만들어서 ‘똑’ 떼어 낼 거야.”

태경이가 한발 물러섰다.

“내 것은 황금보다 더 소중해. 안돼.”

경복이의 질문이 쏟아졌다.

“우리나라 다음 대통령은 누구야? 주변에 있는 거 아니야?”

“UFO는 어디 있어?”

“아이유가 사귀는 남자 있어?”

태경이도 질문을 쏟아냈다.

“어디 아파트값이 올라?”

“100배 오를 주식 종목 10개만 읊어봐.”

“내일 상한가 하나면 말해봐.”

내가 짜증 나는 얼굴로 말했다.

“귀걸이에서 아무말도 안 들려. 뭔가 말해주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경복이가 김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럼 뭐에 쓰는 물건이야?”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튀어 나왔다.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걸?”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감이 딱 왔다. 상대를 움직이는 절대명령 귀걸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이 있었다.

“진짜?”

“야! 황금 나침반이 장난이야? 그 정도는 당연히 돼야지!”

“나도 뭔가 느낌이 오긴 왔어.”

“저기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에게 커피 마시자고 말 걸어봐.”

나는 살짝 인상을 썼지만, 뭔가 기대하고 있었다. 절대명령 귀걸이. 내가 진정 원했던 보물 그 자체다.

“진짜 해?”

“그래 맞아 개새끼야! 자신감을 가져!”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괴산 남아의 깡을 보여줘.”

나는 쭈뼛쭈뼛 망설이다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강남 미인에게 말했다.

“저기 시간 있으면 커피라도···.”

강남 미인은 와락 인상을 쓰며 짜증을 냈다.

“뭐래···. 꺼져.”

뭐? 절대명령 반지? 하렘을 만들어, 자식 손자 100명을 만드는 상상을 했던, 내가 병신이었다.

내가 분노한 호랑이처럼 태경이를 노려보았다.

“씨발놈들아! 일로와 다 뒤졌어.”

그러자 둘은 놀리는 눈이 되어 웃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 역시 까이는 것은 챔피언이다.”

“너의 끊임 없는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현하는 바이다. 하하하하”

나는 태경이의 옆구리에 펀치를 날렸다.

“절대명령 귀걸이? 뒤지고 싶냐?”

태경이는 맞으면서도 웃었다.

“크크크. 믿은 놈이 미친놈이지.”

느낌상 보물을 맞는 것 같은데,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것저것 해보다가 끝내 포기하고, 근처에서 국밥이나 한 그릇 먹기로 했다.

배가 부르면 여유로워 지면서 행복하다.

든든한 기분으로 나왔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할아버지가 있는 현산 병원.

아~ 할아버지의 병원 근처구나. 나는 품속에 있는 작은 상자를 만졌다.

수류석으로 산불을 끄고 얻은 아이템. ‘진생 심향환.’ 이 환약은 생명을 연장한다고 했다.

일주일 뒤부터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받은 지 1주일은 충분히 넘었다.

“미안한데. 나 할아버지 뵙고 와야겠다.”

“아. 회장님?”

“그래.”

둘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며 차에 탔다.

“우리가 병풍 해줄 테니까. 같이 가자.”

나는 현산 VIP 병동으로 갔다.

이제 경호원은 한 명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 상태이었다. 인생무상. 이미 반쯤 시체가 된 회장님을 경호원이 지키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좌에서 내려온 왕은 외로운 법이었다.

인화 그룹 사장단 중 하나인 나는 신분을 밝히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들어갔다. 옛날과 완전히 다르다. 경호원이 공손하게 머리까지 숙여 보였다.

나는 담당 의사와 잠깐 이야기하고 할아버지의 병실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정말 ‘살아있는 시체’였다. 인공심폐 장치와 각종 약물로 겨우 살아있는 느낌.

어떻게 보면 이대로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호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쭉 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무지막지하게 열심히 공부하며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동생 가율이가 백화점에서 실수한 이야기 등을 웃으면서 했다.

나중에는 황금 나침반, 황금 씨앗, 황금을 보는 눈도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하고 일어나기 전에 품속에서 진생 심향환을 꺼내 들었다.

이것을 드리고 싶었으나 순간 참으로 난감했다.

할아버지가 동그란 알약인 진생 심향환을 씹어서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환을 물에 녹여서 입에 흘러 넣어 줘야 하나?

이때 엄지손톱만 한 진생 심향환이 갑자기 가루로 변하더니 할아버지의 얼굴에 날아가 확 뿌려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지? 망한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사용된 것인가?

나는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상상했지만, 할아버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때 할아버지의 머리에 숫자가 하나 보였다.

‘0%’

다음은 1%....2%....3%로 올라가는 것인가?

이때 기계에서 갑자기 높은 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왔다.

나는 의사들에 의해서 밖으로 쫓겨났다.

혹시 진생 심향환 때문에 몸이 나빠지신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보았을 때 머리에 숫자가 1%로 바뀌어 있었다.

100%가 되었을 때 번쩍 일어나는 할아버지를 상상했다.

회사로 돌아와서도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병원에 전화 해보았는데, 의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고비는 또 넘겼다고 했다.

다음 날.

회사로 출근했을 때. 보안과 고 과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인화 솔라의 보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두원 솔라와 유버 케미컬이 하나가 되어 이제 인화 솔라로 탄생하였다.

회사 안에 역시나 기생충이 있었다.

고 과장은 심각하게 말했다.

“어떤 세력이 펄벅 교수의 연구 자료를 노리고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기존 직원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버가 아닌 노트북 하드 안에 들어 있던 자료를 오프라인으로 뽑아 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입니까?”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펄벅 교수님께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당장 펄벅 교수를 만나러 갔다.

펄벅 교수는 자신의 연구 자료가 들어 있던 노트북을 해킹당한 것을 알았지만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효율 36%의 태양광 셀 설계도를 가지고 갔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서 버려뒀더니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군요.”

36%이면 기존 태양광 셀보다 50% 정도 더 뛰어난 태양광 셀을 만든 것인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요?

펄벅 교수는 가벼운 얼굴로 말했다.

“다른 것들은 잘 보관되어 있고,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잠깐 생각하던 나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효율성이 59%인가? 하는 셀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다음 것은 얼마라고 했죠?”

“최근에 천사님을 보고 생각난 것이 있어서, 최종 64%의 효율을 가지는 셀이 개발 완료 직전 상태에 있습니다. 대략 3주 안에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펄벅 교수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천사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태양 플라스마 발전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64%짜리도 어찌 보면 별 것 아닙니다.”

자신감 멋져~

라면을 하나 도둑맞았는데. 배달한 짜장면이 도착했고. 호텔 뷔페 상품권을 보너스로 받은 느낌?

도둑맞았지만. 아~ 뭔가 여유롭다.

누구에게 기술을 도둑맞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도둑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화 케미컬과 LD 케미컬의 사업 기술 제휴.

큰아버지의 인화 케미컬이 LD와 손을 잡고 36%의 차세대 태양광 전지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양사가 1조 원에 가까운 투자 비용을 집어넣기로 했다.

그것을 펄벅 교수에게 말했더니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36% 태양광 전지와 64%의 태양광 전지. 어떤 것을 사겠습니까? 게다가 64% 더 쌉니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는데 상대 회사가 전국에 공중전화 수만 대를 설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36%짜리는 번개에 약합니다. 번개 한 번이면 셀이 모두 박살 나며 날카로운 칼날을 멀리 뿌려서 사람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막는 코팅 기술은 훔쳐 가지 못했더군요.”

“그렇다는 의미는.”

“지금 투자는, 1조 원을 땅에 뿌리는 일이 될 겁니다. 36% 셀과 64% 셀···. 시장이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요?”

펄벅 교수는 크게 웃다가 나를 보며 물었다.

“상대가 폭탄을 훔쳐 갔습니다. 언제 폭탄을 터트릴까요? 천사님.”

이때 큰아버지의 아들이자 나의 사촌 형 김상진에게 전화가 왔다.

저번에 해저 보물선으로 작전주를 하다가 탈탈 털린 불쌍한 우리 형.

고 과장의 이야기로는 이번 해킹 사건의 중심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해킹한 자료로 LD와 태양광 발전 사업 제휴를 맺어서 큰아버지에게 다시 신임을 얻었다고 했다.

인화 쪽의 투자가 5000억이라고?

우리 형님. 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겠군.

형님의 이름이 뜬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형님. 형이 들고 간 거. 그거 ‘폭탄’이래. 알아?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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