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11/12/13번 폐금광의 가장 깊은 곳에 황금 씨앗을 심었다.
400억에 가까운 현금을 동원하기 어려우니 금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이었다.
노천 금 폐광의 가장 깊은 곳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것 농부의 마음인가? 고놈 참 잘 익었다.
포크레인을 타고 있는 태경이가 나의 오더를 기다리며 물었다.
“수확해?”
“페인트칠해 놓은 땅의 왕 고구마 빼고, 잔챙이 고구마를 찾아줘.”
“오케이~”
태경이는 포크레인과 혼연일체가 되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낸 흙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랬더니 흙 사이로 금 조각이 우수수 쏟아졌다.
“고구마다!!”
“와~ 개수가 솔찬한데?”
“와 굵기도 굵어.”
“씨발 풍년이다.”
수십 개의 금 조각 중에 가장 큰 조각을 손으로 뽑아 들었다. 주먹보다 큰 것으로 보아 5억도 넘어 보였다.
우리는 뒤집어 놓은 밭에서 고구마를 줍듯이 금조각을 챙기기 시작했다.
말이 부스러기지. 3천만원에서 1억 5천 사이의 금덩이들이 쭉쭉 뽑혀 나왔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있었으나 우리는 자주 봐서 그런지 그냥 감자 고구마 캐는 느낌이었다.
“부스러기인데도 씨알도 이렇게 좋은데. 가운데 왕건이는 얼마나 큰 거야?”
나는 길고 굵은 금덩이 하나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내 물건 만큼, 클 모양이다.”
경복이가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야 번데기 흔들지 마. 먼지 난다.”
나는 코웃음 치고 말했다.
“새끼 질투하기는···. 우리 셋 중에 내 것이 일 등이야. 그것은 부동의 팩트지.”
경복이의 눈이 가늘어지며 웃음기가 보였다.
“본 것이 있는데. 어디서 까불어. 쪼꼬만게.”
“쪼꼬만게? 쪼꼬만게? 나는 평생 그런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야.”
“흐흐흐 사이즈는 ‘상대적인’ 거다.”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양심적으로 나보다 작으면 ‘둘’하면서 내 ‘왼쪽’으로 와서 서라. 주님이 다 내려다보고 있다. 거짓말하는 어린이에게 산타가 선물 안 주는 거 알지?”
경복이는 왼쪽이 아니라. 과감하게 ‘오른쪽’에 섰다.
“하나!!!”
나는 눈을 번쩍 크게 떴다.
“미쳤냐?”
이것은 질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가지고 와!”
“꼭 그렇게 해야 해?”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허허허 구라치다가 걸리면 잘리는 거(?) 안 배웠냐? ‘내 물건이 더 ‘크다’에 내 통장하고 내 물건을 건다.”
경복이도 강하게 받아쳤다.
“이 시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괴산의 메인 탱커가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후달리냐?”
“후달려? 오냐 허허허허허. 나도 내 통장하고 내 물건을 건다.”
나는 여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까 보까?”
이때 태경이가 가장 ‘오른쪽’에 서더니 한마디 했다.
“도토리 키 제기하냐?”
경복이가 버럭 화를 냈다.
“넌 씨발! 왼쪽 끝에 찌그러져 있어. 거기서 숨도 쉬지 마.”
태경이는 우리 둘을 비웃으며 말했다.
“너희 것은 오줌 싸는 기능 밖에 안 쓰잖아. 이 형님 것은 ‘버라이어티’하게 쓰인다.”
나와 경복이가 눈을 강하게 맞추고 순간 합심했다.
“구라치다 걸리면 자르는 것 맞지?”
“당장 자르자.”
이때 마틴이 다가왔다.
“보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우리 셋은 마틴 것을 슬쩍(?) 봤는데, 전투력이 급격하게 하강하였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와~ 씨발. 아나콘다 아니냐?”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허리에 둘둘 감고 다니는 것 아냐?”
나는 경복이를 노려보았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
경복이는 태경이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하나님도 피곤해서 대충 일을 마무리 한 날이 있는 모양이지.”
우리가 하는 짓을 인상 쓰며 바라보고 있던 이 교수님이 다가왔다.
“김 대표. 아니. 김성열 너 이럴 거야? 손님도 계시는데?”
“아··· 죄송합니다. 교수님. 너무나 중요한 서열 정리가 있어서요.”
“양 회장이 보고 있다.”
“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이제는 ‘메인’ 고구마만 남아 있었다. 나는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금줄기를 눈으로 확인해 볼까?”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실망하지 않겠지?”
“호주에 작은 것이 있었냐? 다 크다.”
“대충 얼마나 큰데?”
나는 슬쩍 마틴 형님(?)을 보고 말했다.
“마틴 대위 것만 해.”
“와 씨발. 존나 크네.”
우리 셋은 잠깐 마틴 앞에서 몸가짐을 조심히 했다.
나는 황금빛이 강하게 보이는 곳에 페인트를 꺼내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왕 고구마 상처 나지 않게, 조심히 해서 작업해라.”
태경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괴산 맥가이버에게 잔소리하는 거야? 첫사랑 빤스 벗기듯이 조심이 진행할게.”
나는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옛날에 내 첫사랑 은숙이 좋아했지?”
“닥쳐! 씨발놈아. 아니거든?”
이이그 찐따 새끼.
태경이가 얼굴이 붉어져서 포크레인으로 내가 페인트를 칠해 놓은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을 2m 깊게 팠다.
5분 작업하니 거대한 금줄기가 떨어졌다.
“왕 고구마가 떨어졌다! 기다려!”
나는 쇠사슬로 제법 큰 크기의 흙더미를 둘둘 감아서 포크레인에 연결했다. 아직 흙덩어리일 뿐 조금도 금처럼 보이지 않았다.
포크레인이 그 흙덩어리를 번쩍 들어서 양 회장이 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나는 흙덩이를 만지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다.
“회장님의 금이 여기 있습니다.”
“이 흙덩이가 금이란 말이오?”
“바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비키세요.”
오른쪽에 소방차같이 생긴 급수차가 있었다.
나는 차에서 호수를 뽑아 들었고 세차하는 수준의 강한 물줄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금덩이에 붙어 있는 흙이 시원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겨우 5분 만에 쌀가마니 크기의 자연 금덩이가 흙덩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양 회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게 다 금이란 말인가?”
“회장님의 금입니다. 이것을 팔아서 회장님의 계좌에 넣을 겁니다.”
이때 헬기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다가왔다. 호주 제일 경매 회사인 데이먼&테론의 길버트 경매사와 수행원들이었다.
내가 연락하여 부르자 빠르게 달려왔다.
길버트는 거대한 금덩이를 보며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또 엄청난 것을 찾으셨군요.”
“제가 찾은 것은 맞지만, 주인은 제가 아니라 여기 계신 신사분이십니다.”
길버트가 동양식으로 두원 양 회장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멋진 물건을 소유할 기회를 얻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나는 양회장의 손을 잡고 금덩이 앞으로 끌고 왔다.
“이 금이 바로 회장님의 것입니다. 만져 보세요.”
“물건을 만지면서 가슴 뛰는 것은 오랜만이군.”
“하하하하. 고구마가 아주 잘 익었습니다.”
이때 뒤에 있던 양회장의 변호사가 말했다.
“겉만 금일 수 있습니다.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경복이에게 말했다.
“금이 속까지 잘 익었는지 확실하게 보여 드려라.”
“OK.”
경복이가 망치로 튀어나온 부분을 내리쳤다. 그러자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옆에 있는 길버트의 표정은 경복이가 사람을 때려죽인 것을 본 얼굴이었다. 이런 예술 작품을 망치로 때리다니. 야만인.
나는 그 조각을 들어서 양 회장에게 보여주었다.
“보세요. 알이 꽉 찼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경복이에게 한마디 더 했다.
“수박도 안을 보고 사는데. 백억도 넘는 수박이라면, 당연히 안을 봐야지. 안까지 까드려.”
경복이는 이제 정을 꺼내서 금덩이 가운데 박고 강하게 내려쳤다.
금은 약한 금속이기에, 망치를 내려치는 대로 정이 쭉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을 뽑자 안까지 금이 꽉 차인 것이 보였다.
“보이죠? 안까지 잘 익었습니다. 아주 꿀이네요. 꿀이야. 지금 좀 먹게 좀 썰어드릴까?”
망치와 정으로 금덩이를 내려치자 길버트는 예수가 못을 박는 모습을 본 것처럼 인상을 쓰며 하느님을 외쳤다.
길버트 씨. 이것은 그냥 금속이야. 너무 감정 이입하면 내가 부담스럽잖아.
나는 길버트에게 가볍게 물었다.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얼마나 받습니까?”
포크레인에 있는 저울로 무게를 확인하고 말했다.
“상처만 없었으면 더 많은 돈을 받았겠지만. 금 무게만 따져도 150억 정도는 충분히 받겠습니다.”
오호라 강호동급은 나왔네.
양 회장이 서울에서 데리고 온 변호사가 길버트에게 호주 비밀 계좌 정보를 넘겨주었다.
“여기 계좌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나는 양 회장을 보며 말했다.
“이 금을 여기 있는 길버트 경매사가 팔아 계좌에 돈을 넣을 드릴 것입니다.”
“우리 받은 돈은 400억인데, 이 금은 일단 150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군요. 나머지는 어디 있습니까?”
아까 뽑은 수십 개의 금조각을 가방에 담아서 길버트 경매사에게 넘겼다.
“이 정도면 대충 50억은 충분히 넘을 겁니다. 나머지 200억만 보내면 되겠지요?”
나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양 회장에게 말했다.
“호주에는 금이 많습니다. 다음 금이 있는 곳으로 넘어가지요.”
우리는 헬기로 20분쯤을 날아서 12번 폐금광으로 넘어갔다. 제일 금이 많이 생산되었던 곳이라 들었는데 역시나 멀리서 봐도 금빛이 아주 밝았다.
고도가 내려가자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놀랍게도 거대한 금빛이 2개나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쌍란~ 아니 너구리 하나에 다시마 두 개인가?
오늘 행운으로 가득하군. 역시 난 골든보이야.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양 회장을 낚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판을 깔렸고 손님도 왔고. 기술만 들어가면 된다.
그럼 일단 정신없이 만들어야 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골든 샤워 타임을 가져 볼까요?”
“골든 샤워?”
일단 작업을 치려면 호구의 정신을 혼미하게 해야 한다.
나는 2천만 원짜리 금조각을 땅에 쭉 뽑았다.
“요즘 마틴이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하나.”
마틴 대위는 머리를 살짝 숙이고 금덩이를 받았다. 무표정한 척했지만,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마틴은. 생각보다 귀여워.
나는 다른 금덩이를 하나를 쭉 뽑았다.
“길버트 씨도 앞으로 고생해야 하니까 하나.”
길버트는 놀란 얼굴로 금을 받았다.
“저도 주는 것입니까? 감사합니다. 리처드 씨.”
경복이도 하나.
태경이도 하나.
우리 이 교수님도 하나.
맥스먼도 하나.
회장님의 변호사도 하나.
양 회장님은 아주 큰 것으로 하나.
회장님 것은 딱 봐도 1억5천은 넘을 것이었다.
좋아. 미끼는 다 뿌렸다.
나는 양 회장에게 낚시 미끼를 던져보았다.
“나머지를 돈으로 받을래요? 아니면 이곳에 있는 금덩이를 그대로 챙기실래요?”
금 하나는 진짜 크고. 하나는 좀 길고 작다.
금을 가진다고 하면 작은 것을 주면 된다. 돈을 챙기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고.
양 회장의 얼굴에는 욕심이 가득하다. 미끼를 물것 같았다.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한 양 회장은 나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현금으로 받겠소.”
아~ 안 넘어오네. 아깝다.
태경이가 포크레인을 움직여 엄청나게 거대한 금덩이를 꺼냈다. 강호동보다 2배는 되어 보이는 금덩이였다.
와 엄청나다. 최소 300억~400억 이상.
조금 전 폐금광에서 보았던 금덩이보다 훨씬 컸다.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양회장을 바라보았다.
“문자 그대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셨네요.”
봐봐~ 속 쓰리지? 회장님이 실수한 거야.
양회장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혈압으로 쓰러지는 거 아냐?
그것을 본 양 회장 변호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는 양 회장을 놀리듯 말했다.
“감이 떨어지신 모양입니다. 사업은 그만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길버트가 알아서 금을 팔아 400억을 양회장의 계좌로 넣고 그 이상이 되는 금액은 내 개인 계좌로 넣어 줄 것이었다.
양 회장은 길버트의 헬기에 금덩이 2개를 싣고 시드니로 사라졌다.
나는 낚시에 실패한 강태공의 마음으로 나머지 작은 금을 캐기 시작했다.
이번 금은 위아래로 긴 모양이었다.
따블 강호동보다 작아서, 별 감흥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캐내고 쭉 뽑아낸 후 고압의 물을 뿌려 흙을 털어냈다.
흠···
뭔가 금 모양이 이상하다.
우리 셋은 요상한(?) 모양의 금을 같이 노려보고 있었다.
셋의 공통적인 의견은 사람같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 모양의 금이었다.
태경이가 내가 금덩이에 이름을 붙여 준 것처럼 한마디 했다.
“이 금덩이의 제목은 ‘월요일 출근길.’”
우리는 낮게 웃었다.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변비 1주일”
크크크 씨발 놈들. 금 가격을 똥값으로 만들려고 하네.
“좀 예술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으로 가자.”
태경이가 한마디 더 했다.
“어젯밤 술집에서 긁은 카드 값.”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어젯밤 술에 취해 쫑낸 여친에게 전화.”
크크크 씨발 놈들 도움이 안 된다.
나는 개나 소나 다 아는 작품 뭉크의 ‘절규’가 생각났다. 그래서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 인간'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고통스러워하고 공허해 하는 인간을 나타내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 예술 작품’이었다.
한마디로 ‘엄청난’ 돈이 될 놈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양 회장이 이것을 골랐으면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허허허허. 역시 골든보이에게 행운이 있군.
태경이가 사람 모양의 금덩이를 보며 말했다.
“이거, 보면 볼수록 기묘하게 생겼다.”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뭔가 예술적으로 느낌이 빡 오지 않냐?”
“이런 거 집에 두면 3대가 재수 없을 느낌?”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나라 미술 교육이 이래서 문제야. 작품 해석이 너무 ‘샤머니즘’ 적이잖아.”
“만원 지하철에서 급똥마려운 사람 어때? 해석이 파격적이고 직설적이면서 좋네.”
“이게 얼마짜리인데 고~따구로 표현하냐?”
“저울에 올려 보자. 근수나 확인하게”
나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예술 작품을 지금 무게로 평가하겠다는 말이야?”
“금을 무게로 평가하지. 뭐로 평가해?”
“너랑 ‘예술’을 논하는 내가 미친놈이다.”
이제 진정한 예술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뉴욕 크리스티 워렌 경매사의 메신저에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 인간' 사진을 100장 찍어서 보냈다.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내는 김에 동영상도 하나 찍어 보냈다.
아무 말 없이 '절규하는 황금 인간'을 보고 있던 이 교수님께 물었다.
“교수님. 이 황금 덩이는 예술적인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나도 예술과 거리가 멀지만, 내가 부자라면 이런 것쯤 하나 집에다가 세워 놓고 싶을 것 같다. 돈 자랑하기 아주 좋은 아이템이야.”
나는 영월 광산에서 데리고 온 채굴팀을 데리고 와서 11번 12번 폐금광의 찌꺼기(?) 금을 캐라고 지시했다. 금덩이를 캔 곳에서 50m 범위 안에 금이 상당히 있었다.
이때 뉴욕 크리스티 워렌 경매사의 전화가 왔다.
“에드워드 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워렌 씨. 멋진 작품을 잘 보셨습니까?”
워렌은 덤덤한 척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구의 작품입니까?”
‘황금 씨앗으로 만들었어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작가입니다.”
“엄청난 것을 발견하셨군요.”
“크리스티에 경매를 맡겨 볼까 합니다.”
나의 말에 워렌의 호흡이 빨라졌다. 엄청난 수수료가 머릿속에서 찍히고 있었다.
“현명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신경 써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서 뉴욕에서 사람이 오나요?”
“아니요. 아닙니다. 호주에 믿을만한 운송팀이 있습니다. 지금 바로 그들을 보내겠습니다.”
“계약서부터 보내주세요.”
“지난번에 확인했던 통상 계약서를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시드니 사무실의 닉슨 재무 이사와 그리고 안 부를까 하다가 길버트 경매사도 다시 불렀다. 역시 인생은 안전빵이 최고다.
크리스티에서 온 계약서를 온라인 서명으로 마무리했다.
길버트가 크리스티 호송팀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그의 눈에도 이것은 엄청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작품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 인간’
그래 내가 예술적인 센스가 있다니까?
완전 무장한 사내 10명이 도착했고 그들은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 인간'을 잘 포장하여 무장 수송 트럭이 실었다.
그리고 작품을 바로 뉴욕으로 날려 보냈다.
㈜엘도라도 사무실은 활기가 넘쳤다.
본격적으로 C-4 광산에서 금이 넘어와 매출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바쁜 사람은 날카로운 눈매의 감사님이었다.
우리는 마치 학생지도 선생님 앞에 선 느낌이었다. 왠지 잘못을 이야기하고 엎드려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C-4 황금 광산과 B-5 구리 광산을 오가며 철저하게 장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사무실에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우리 맥스먼 기장님뿐이었다.
저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독서.
어디라도 헬기를 타고 가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
헬기 타고 목욕탕이라도 다녀와야 하나? 아 호주에는 목욕탕이 없지.
마트라도 다녀올까?
항공유가 아깝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쓸데없는 기름 낭비라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태경이가 와서 물었다.
“13번 폐금광 황금 씨앗은 어쩌려고? 이대로 버려둬도 되나?”
우리는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3개의 황금 씨앗을 심었다.
2개는 채굴했고, 13번 폐금광 씨앗만 아직 남아 있었다.
“CCTV 달아 놓았지?”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어.”
“그럼 되었어. 3일이면 대충 떨림이 멈추는데, 길게 두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몇백억짜리 금을 그냥 방치하는 깡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그냥. 실험해 보는 거지.”
태경이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너처럼 미친놈이 아니라. 그런 실험은 못 하겠다.”
“너 옛날에, 전기 실험한다고 돼지고기에다 전깃줄을 둘둘 말아서 코드 꼽았다가 헛간을 홀랑 불태워 먹었잖아.”
태경이는 눈을 부릅떴다.
“야!!! 씨발 그것은 영원히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
“그 실험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호주 일을 마무리 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바로 두원 솔라로 들어갔다.
두원 솔라의 연구소에 펄벅 박사가 출근하여 연구를 시작했는데, 원래 있던 연구원 대부분이 도망쳐서 쓸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 중국으로 연구원들이 도망쳤다고 했지? 민족 반역자 새끼들. 다 총살해야 한다.
펄벅 교수가 연구를 빠르게 진행하라면 쓸만한 연구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쓸만한 연구원이라··· 아!! 회사를 매각하려 했던. 유버 케미컬.
거기 사장이 서울대인가. 하버드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나는 펄벅 교수님과 함께 유버 케미컬로 넘어갔다.
유버 케미컬에서는 회사가 매각되지 않은 것을 두고 내홍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가 유버 케미컬에 약속도 잡지 않고 들어오자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두원 솔라와 계약을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장과 책임 연구 이사를 보고 말했다.
“나 말고. 여기 있는 펄벅 교수님께 유버 케미컬의 기술력에 관해서 설명하세요.”
나한테 설명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한글과 숫자와 영어가 암호처럼 나열된 것.
이게 다 뭔 소리냐?
사장은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듯 열과 성의를 다해서 나에게 설명했으나···. 아저씨. 내가 아니라 펄벅 교수에게 설명하라고요.
나를 제발 보지마. 내가 뭘 알아서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구요.
이때 유버 케미컬 상무가 미국 출신이라 영어로 설명하니 펄벅 교수가 영어로 이야기했고, 사장도 유창한 영어로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대화는 토익 750점으로 비벼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영어와 과학이 함께 만나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나는 눈치를 보고 한 타임 늦게 웃으면서, 몇 마디 던질 뿐이었다.
that's great!
oh. good idea.
really?
...
대한민국 영어&과학 교육, 다 좆 까라고 그래.
펄벅 교수가 나를 보며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 우리 펄벅 교수가 필요하면 사줘야지.
이번에 따불 강호동도 나왔고 황금 인간도 나왔다. 자금 상황은 그린 라이트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여유 자금으로 유버 케미컬 계좌에 170억을 넣었다.
그리고 서 상무님 불러서 계약서를 확인한 후 바로 인수했다. 사장과 책임연구원이 퇴사하지 않고 함께 연구하는 조건이었다. 유버 케미컬은 셀 설계 연구소를 중점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두원 솔라에서는 잉곳과 웨이퍼 그리고 셀 생산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기로 했다.
이 두 회사를 이끌 사장으로 펄벅 교수를 앉혔다.
그러자 그는 신나는 얼굴로 말했다.
“천사님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것이 떠올라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돈 부었으면 내가 바로 엔젤이 맞다.
“가장 빨리 제품화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36%와 59%의 효율을 가지는 셀이 완성 직전입니다. 그중 36% 셀이라면 다음 주까지 완료할 수 있습니다.”
와 혁명적이다. 현재 최고 성능인 24%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 정도 연구라면 태양광 발전 시장을 다 쓸어 먹겠는데?
이때 호주에서 이 교수님의 전화가 왔다.
“김 대표~ 경매가 마무리되었고 매각 대금이 양 회장 계좌로 들어갔어. 이제 두원 솔라는 자네 거야.”
이 순간 품속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원 솔라를 소유하라는 미션에 성공해서 황금 나침반이 충전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펄벅 교수는 깜짝 놀라며 나를 향해 엎드려 머리를 숙였다.
“아~ 천사님~”
경배하라~ 내 너희에게 황금을 내릴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