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4화 (14/188)

14화.

괴산대 이준석 교수가 서울대 조교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 학생이 발견했잖소. 그런데 그냥 나가라니?”

서울대 조교는 정색하며 말했다.

“우리 구역입니다. 이준석 교수님. 저희와 합의 한 내용이지 않습니까?”

윤 PD의 카메라가 나를 찍으며 물었다.

“골든보이님 어떻게 할까요?”

“서울대 분들이 공부는 잘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것은 경우가 좀 없는 것 같네요.”

“싸울까요?”

나는 손까지 흔들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싸움이라니. 야만인~

“다 큰 성인이 무슨 싸움을 합니까.”

“그럼요?”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교통사고 나도, 서로 보험사만 부르지 촌스럽게 욕이나 몸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찌하시려고요? 그냥 물러가시려고요?”

“당연히. 이쪽 싸움 전문가를 모셔야지요.”

나는 괴산대 총장님께 전화하여 방금 있었던 사실을 알려 드렸다.

그랬더니 앞뒤 가리지 않고 이쪽으로 달려온다고 하셨다.

흐흐흐. 돈 냄새를 맡았군.

편경이라는 저 악기는 고려 시대의 독자성을 알려주는 유물이라고 하니 국보나 보물이 될 확률이 있었다.

국보급 문화재 발견 보상비 10%에서 1%를 총장님이 받기로 하셨다.

총장님의 전투력 상승!!

박력 있는 목소리.

- 내가 금방 가겠네.

내가 직접 싸울 이유가 없었다.

사실 발굴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모두 담았으니, 싸울 필요도 없다.

서울대 놈들이 그냥 우기는 것이다.

나머지는 총장님께 맡기면 충분했다.

총장님 파이팅~

이때 서울대 윤준서 교수님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땅속에 그것이 있는지를 알았나?”

전에 말씀드렸는데, 귓등으로 들으셨구만···.

“땅속 물건을 찾는 능력이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듣기는 들었지···.”

하지만 100% 믿지는 않았겠지···.

뭐 이해합니다.

나의 얼굴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더 이상 교수님의 믿음이 필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윤 교수의 표정이 금방 다급해졌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는 저희 대학 총장님과 이야기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우리는 오피스텔로 돌아왔고,

사흘 동안 윤 PD가 집에도 가지 않고 편집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강화도 해변에서 황금 사과폰을 줍는 것이 1부.

발굴현장에서 증광사 종을 설명하고 편경을 발굴해 내는 것이 2부.

각 12분짜리 영상이었는데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괜찮은데? 재미있어.”

“괜찮지?”

“그런데 ‘2억 황금 사과폰 줍줍’ ‘10분 안에 국보 발굴로 인생역전’은 좀 유치하지 않나? 아무리 유투뷰지만 제목이 좀 그래.”

“모르는 소리. 이 정도 어그로 끄는 제목 아니면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열어 보지도 않아.”

“그런가?”

“이 전문가님이 그러면 그런 거야.”

다음 날 골든 보이 유투뷰 콘텐츠가 올라갔다.

타이밍 맞게, 편경에 대한 뉴스가 나왔고

뉴스를 타고 ‘골든 보이’ 콘텐츠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골든 보이 콘텐츠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며칠 뒤부터 ‘발굴의 진위 논란’으로 게시판이 시끄러웠다.

- 누가 봐도 주작 아니냐?

- 딱 팠는데 국보가 튀어나오는 것이 말이 돼?

- 황금 사과폰을 물속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는 것은 주작이 확실하게 보인다.

- 이런 것은 해방 전에 하던 약팔이다. 이런 거 믿는 흑우 없제?

- 이 사람이 증광사 종을 발견한 사람이니 그 종도 땅속에 미리 넣어 둔 건가???

- 그럼 지난번 북한잠수정하고 간첩들도 세트이고 연기자야???

- 딴 건 몰라도 최소 사과폰은 주작이 확실해.

주작 논란은 커졌고 그에 따라 어그로에 끌린 신규 구독자의 숫자도 많아졌다.

그래서 다시 논란이 더 강하게 일어났다.

콘텐츠는 ‘어그로’를 제대로 끌며,

며칠 만에 구독자 3천 명에 50만 뷰를 찍었다.

윤 PD는 내용은 관심 없고, 오로지 숫자만 보았다.

욕해 주는 독자도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욕하는데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변태 새끼. 나중에 걸쭉하게 욕 잘하는 여자 소개해 주지.

큰손 욕쟁이 아지매 어때?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전화번호가 떴다.

엄마는 유투뷰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가 좀 바쁘다고 했지만 닥치고 집에 돌아오라는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호적에서 뽑아 버리겠다는 무서운 멘트를 날렸다.

나는 이미 엄마에게 평생 가스라이팅 당한 몸.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소리를 빽 하고 질렀다.

“뭐 하는데 이제 집으로 기어들어 와?”

“뉴스에서 보신 큰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남자가 큰일 하다 보면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지요.”

크크크. 대부분 술 먹다가, 잠자다가 못 받았지.

앞으로 시정하겠습니다. 어무이~

“아무리 그래도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 아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여동생도 한마디 옆에서 거들었다.

“저희는 오빠 없는데요? 누구세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금융치료였다.

주머니에 현금 봉투를 흔들면서 말했다.

“나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용돈을 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여동생이 없었네.”

여동생이 빠르게 달려와 현금 봉투를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나는 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누구신데 이러십니까?”

“얼만데?”

“300”

“진짜?”

“두툼한 것 안 보여?”

“카톡으로 찐한 찬양 멘트 보내줄게. 어서 줘.”

“이따 원고지 확인해 보겠어.”

여동생에게 용돈을 주자 환호성이 터졌다.

엄마에게도 거액의 계좌 이체 확인증을 줬더니 눈이 크게 커졌다.’

“진짜? 이만큼을 보냈다고?”

“확인해 보세요.”

나는 평생 처음 ‘효자’라는 말을 들었다.

내 통장이 뚱뚱했기에 건축업자를 불러서 오래된 한우 축사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고

밀린 사료값을 싹 갚았다.

그리고 방치되어 있던 고장 난 농기계를 모두 수리 보냈다.

미뤄 두었던 일을 모두 해결하자 목욕탕에서 깨끗하게 때를 밀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 별말씀 없이 고모가 보내준 BMW를 닦고 또 닦았다.

아버지. 차 빵구나요~

그날 저녁 태경이와 경복이가 찾아왔다.

‘골든 보이’ 채널 유투뷰 독자가 6천이 넘었지만 ‘사기’로 신고가 엄청나게 들어왔다고 했다.

재수 없으면 채널이 일시 정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 유투뷰로 양지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데 도움을 안 주네.

어둠의 도굴꾼으로 확 전직해 버릴까?

내가 금을 보는 것이, 그렇게 믿기 힘든 일이야?

사실 의심스럽게 생각할 여지가 많기는 하지만···.

손 씻고 새사람 되게, 여러분이 좀 도와주라.

그래서 나는 일단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골든보이 채널을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다들 한마디씩 했다.

“저 문화재는 묻어 놓은 거지?”

“아들. 저 물건은 진짜 보물 아니지? 훼이크지?”

“오빠. 너무 짜고 쳤다. 요즘 촌사람들도 이런 것은 안 속아.”

가족들마저 믿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보고 믿으라고 한 것은 무리였나.

그날 밤. 나는 애들과 만나서 바로 다음 콘텐츠를 찍기로 했다.

전에 이야기 한 대로 백제금동대향로가 나온 부여로 출발했다.

산삼이 나온 곳 근처에 산삼밭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대향로가 발굴된 장소 근처를 돌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 산삼밭은 어떻게 된 거야?

몇 시간 동안 주변을 돌았을 때 박물관 메인 도로 아래에서 빛을 하나를 봤다.

하지만 포장된 아스팔트 아래여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주 작은 빛이라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아마도 작은 귀걸이 정도?

아쉬운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지도에 체크만 해 놓았다.

일단 부여에 있는 주요 유적지를 돌았다.

2개의 빛을 보았지만 아주 작고 희미한 빛이었다.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허가 없이 땅을 팔 수 없었다.

유적지 땅을 함부로 팠다가 바로 경찰서로 끌려갈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유적지를 버리고 마을이나 강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온종일, 지도를 체크하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사흘이나 부여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쳤다.

빌어먹을 산삼밭.

야 윤 PD를 산삼밭에 묻자.

이 구라쟁이 새끼.

저녁이 되었고 피곤한 몸을 쉬기 위해 한 콘도로 들어갔다.

다들 강행군에 지쳤는지 저녁밥을 먹고 샤워를 끝내기 무섭게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무알코올 딥슬립.

일찍 잤더니 모두 새벽에 일어났고

일어난 김에 오늘의 스케줄을 이야기했다.

윤태경은 관광지에 몰래 들어가 땅을 파 보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전국적으로 개념 없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한번 뉴스에 무개념으로 찍히면 평생 간다.

지금까지 평지를 뒤졌으니,

‘산’으로 가보자는 경복이의 말은 본능적으로 너무도 싫었다.

아···. 산은 극혐.

올라갔다가 내려올 거 왜 감?

하지만 몇 개의 산성과 오래된 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산을 타기로 했다.

첫날은 부여에서 가장 유명한 부소산을 올랐다.

부소산은 낙화암 등이 있는 관광지로,

이미 관광지 내 여러 곳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주 작은 빛을 보았지만, 아스팔트 도로 아래였다.

그래서 역시나 지도에 표시만 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부여의 금성산이라는 곳을 오르기 시작했다.

백제의 금성산성이 있었던 곳으로 그다지 험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보물이 보이지 않았지만, 욕심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싫어하겠지.

우리는 산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골랐다.

조금은 험하고 힘들지만 이미 확인할 길을 다시 갈 이유는 없었다.

내려가는 길에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쏴아아아아아-

“비 온다~~!!”

“저기 집 있다!! 저쪽으로 가자!!”

우리는 비를 피해야 했기에, 산 아래 버려진 폐가로 들어갔다.

멀리 대단지 아파트가 보이는, 산 중턱의 폐가였다.

버려진 지 아주 오래된 것 같았다.

태경이는 납량 특집 방송에 쓸 수 있다며 주변을 찍고 다녔다.

나는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윤 PD놈을 보면서 툇마루에 앉아 초코바와 생수를 마셨다.

야!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마라.

배 꺼진다.

이때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나와 경복이는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치고 바로 태경이가 있었던 곳으로 달려갔다.

“괜찮냐?”

“돌뿌리에 걸려서 넘어졌어.”

“어? 무릎에서 피나는데?”

“카메라는 괜찮나?”

윤태경은 자신의 몸보다 카메라가 망가졌을까 그 걱정만 하고 있었다.

경복이는 배낭에서 응급 상자를 꺼내 피가 나고 있는 윤태경의 무릎을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걸음마를 마스터 못 했냐?”

“계속 허탕치니, 귀신이라도 찍으려다 그런 거 아니냐?”

나는 태경이에게 카메라를 받아 주변을 찍으며 카메라의 상태를 살폈다. 온전히 잘 녹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카메라는 별문제 없는 것 같다.”

이때 내 눈에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응?”

여기서 50M쯤 떨어진 다른 폐가 마당에서 빛이 나는 것이 보였다.

“빛이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나의 고함에 펄쩍 뛸 정도로 놀라며 눈이 커졌다.

“뭐라고? 빛이 보여?”

“금색 빛이야. 그것도 밝아!”

나는 다급하게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더 깊은 폐가 쪽으로 달려갔다.

폐가 마당과 비닐하우스 사이의 버려진 밭 아래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당당히 서서 말했다.

“여기다. 여기서 빛이 난다.”

“확실해?”

“내가 또 검증해야 하냐?”

경복이가 활짝 웃었다.

내 입에서 ‘빛이다!’ 이 말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내가 골든보이님을 의심할 리가 있나. 없는 물건도 반드시 나와야지.”

태경이가 우비를 감은 카메라를 켜며 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골든보이님 오늘은 어딘가요?”

“여기는···. 충남 부여 금성산성 아래의 폐가로 보입니다.”

“여기에 뭔가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이곳에 뭔가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습니다.”

“요즘 문화재를 땅속에 묻고 그것을 발굴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알고 계신가요?”

“게시판을 봐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반응입니다.”

“해명하겠습니까?”

“무슨 해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지금부터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세요. 직접 우리 콘텐츠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세요.”

“그렇습니다. 우리 골든보이는 여러분의 검증을 환영합니다.”

“다음 발굴에서는 구독자분 중 추첨하여 함께 발굴하는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골든보이님 말씀 들으셨지요? 참가 메일을 보내주시면 함께 발굴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어느 분이 참여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일단 오늘 발굴할 물건은 어디 있나요?”

“카메라로 주변을 찍어 주세요. 땅을 파 놓은 흔적이 있나요?”

카메라가 주변 땅을 쭉 찍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있나요?”

“제가 지금 서 있는 곳부터 20걸음 안에 있습니다.”

“20걸음 안이요?”

카메라가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으나 땅이 파진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글쎄요. 제 눈으로는 파 놓은 자리는 보이지 않네요.”

“우리끼리 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오니 전문가분을 모셔 볼까요?”

“전문가분이요?”

“서울대 윤 교수님과 괴산대 이 교수님을 모시고 함께 발굴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요.”

카메라가 내려가고 태경이가 물었다.

“서울대 윤 교수님도 부르려고?”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오실까?”

“유물이라고 하면 제사상도 엎고 뛰어올걸?”

새로운 문화재 발굴현장에 있는데 올 것인가를 물었더니,

두 교수님 모두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오겠다고 약속했다.

놀랍게도 괴산대 이 교수님이 단 2시간 만에 총알택시를 타고 부여까지 도착했다.

이 장면은 스틸컷으로 교수님의 간략한 이력과 프로필을 넣어 처리했다.

이곳에는 이미 베이스캠프가 마련되어 있었다.

교수님이 오고 있는 동안 각종 발굴 장비를 발굴 지점에 정리해 놓았다.

게다가 조명, 식수, 식량을 산 아래 큰 마트에서 사와,

3박 4일은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 정도 준비해 놓았다.

나는 먼저 괴산대 이 교수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자가 도움을 청하면 당연히 와 보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지요.”

“그렇습니다. 스승님을 뵈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어디가 발굴현장인가요?”

“교수님이 보기에 어디가 발굴현장인 것 같나요?”

교수님이 주변을 살피고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조금도 감이 오지 않는군요.”

교수님이 갑자기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가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있어?”

“골든보이 채널을 사기꾼으로 신고하는 사람이 많아서, 교수님하고 함께 발굴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모셨습니다.”

“신고하는 사람이 있어?”

“사기 콘텐츠로 신고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방금 교수님도 정말 있냐고 물어봤으니 일반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뭐가 있어도 있으니까. 일단 믿는 척해주세요.”

“그 정도 연기는 할 수 있다. 하하하”

“앞으로 골든보이 채널에 고정 출현하셔야죠.”

“고정 출현?”

“왜요. 하기 싫으세요?”

“흐흐흐 마지막 확인했을 때 구독자가 5천도 넘었더라.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지.”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교수님은 방송용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했다.

“우리 골든보이 채널의 대표 서포터로써 이 자리에 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오늘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우리가 발굴할 곳은 어디인가요?”

“바로 이곳입니다.”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였다. 카메라가 비췄으나 이미 파 놓은 흔적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다.

교수는 순간 당황했다가 다시 방송용 얼굴이 되었다.

“골든보이가 있다고 했으니, 있겠지요?”

“파 놓은 흔적이 있나요?”

손으로 땅을 만져보고 삽으로 깊게 넣었는데 삽이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절대 미리 파 놓은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수님의 지휘 아래 비를 맞으면서 내가 결정한 땅을 파기 시작했다.

1M 정도 파 내려갔을 때 우물 형태의 돌이 나왔다.

“우물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교수님은 비와 땀에 젖었으나 아직 흥분 상태였다.

“아직도 빛이나?”

나는 우물 돌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분명 빛이 밝아지고 있었다.

아주 선명하게.

“더 밝아졌어요. 곧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았어!!”

교수님의 삽질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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