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나는 우물 돌 위에서,
발아래 황금색 빛을 보고 있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금방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태경이의 카메라가 내가 밟고 있는 땅을 자세하게 찍었다.
“우물 안에 뭔가 있다는 말이지요?”
“확실히 뭔가 있습니다.”
비가 와서 젖은 땅이 비교적 쉽게 파였다.
보통 발굴현장에서는 뭐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조심스럽게 파서 내려간다.
채굴하다가 유물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디쯤 물건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곡괭이까지 이용하여 땅을 파 내려갔다.
포크레인이 간절했으나 방송용으로 쓰기에는 손으로 파는 것이 더 그럴듯했기 때문에 중장비는 부르지 않았다.
빛이 더욱 확실하게 밝아졌다.
이때 서울대 윤 교수님의 벤츠 SUV가 도착했다.
윤 교수님의 도착도 한 컷으로 처리하여 아래 프로필을 넣었다.
“골든보이 채널에 출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윤 교수는 나의 인사를 받기 무섭게, 바로 우물 속의 발굴 장소를 확인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또 있는 것인가?”
“있다고 믿어서 오신 것 아닙니까?”
윤 교수는 잠깐 말이 없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무런 표시도 없던 땅에서 편경을 찾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본 것이 있으니··· 믿을 수밖에.”
나는 낮게 웃으며 윤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그냥 믿어 보세요.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요.”
윤 교수는 얼굴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쓸어내렸다.
“머리는 믿지 못하는데··· 마음은 믿고 있어. 그래서 좀 혼란스럽군.”
나는 윤 교수님께 활짝 웃어 보였다.
“인생이라는 것이, 늘 새로운 경험의 연속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인가?”
“100%”
윤 교수는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발굴장에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다니··· 부럽군.”
“이번 콘텐츠에 윤 교수님도 적극적으로 출연했으면 좋겠습니다.”
윤 교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참가비 정도는 내야지.”
“골든보이 채널을 보셨겠지만. 이 발굴을 사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대신하여 철저하게 검증해 주시면 됩니다.”
윤 교수는 진실로 골든보이를 철저히 검증해 보고 싶었다. 그래야 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원한다면 아주 철저하게 검증해 해주지. 아주 확실하게 말이야.”
카메라가 다시 돌아가자 교수님은 바로 대외용 얼굴로 바뀌었다.
“서울대 사학과 교수 윤준서입니다. 오늘은 골든보이님이 진행하는 발굴에 대한 검증을 맡았습니다. 여러분들을 대신하여 하나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이번 발굴에 대해 검증을 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발굴에 참여하면 자동으로 검증이 되겠지요. 발굴 만 900회 이상 진행했습니다. 만에 하나 혹시 꾸며진 발굴지라면 제 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발굴과 검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겠네요?”
“당장. 시작합시다.”
윤 교수님까지 참여하여 발굴이 시작되었다.
곡괭이와 삽으로 파는 것을 보고 유물이 파손될 수 있다고 윤 교수가 뭐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140cm 아래 유물이 있다고 구체적인 숫자를 이야기하니,
윤 교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곳은 그가 쌓아 온 발굴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윤 교수가 발굴현장을 보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말했다.
“이 땅 주인은 누구인가? 발굴 허락은 받았나?”
“아까 동사무소 가서 확인했는데, 집주인이 행방불명 되었다고 하네요. 버려진 지 15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
“어차피 여기서 나온 유물을 바로 문화재청에 신고할 생각입니다. 유물 보상금이 나오면 땅 주인과 반으로 나눌 것입니다. 그것이 깔끔하지요.”
“어둠의 루트로 돌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처음부터 깨끗하게 나가기로 했습니다.”
발굴한 물건을 몰래 판매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당장은 그것이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 확실했다.
큰아버지나 고모가 도굴죄로 나를 협박하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으로 꼬투리 잡혀서, 바로 꼬봉이 되는 것이었다.
으··· 무서워.
그러니 처음부터 깨끗하게 가는 것이 어깨 펴고 사는 길이다.
“제가 원하는 것은 발굴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 것입니다. 돈 같은 것은, 일하다 보면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지요.”
재벌집 손자의 입에서 나올만한 멘트였다.
그래서 윤 교수님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회장님의 손자인 자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이때 우물 속에 빛이 확 밝아졌다. 그래서 나는 다급하게 뛰어가서 외쳤다.
“그만! 그만! 이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경복이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왜 보여?”
“거의 다 왔어.”
윤태경이가 카메라를 내리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강하게 말했다.
“여기는 골든보이 채널입니다. 골든보이의 발굴 실력이 교수님과 비교하면 부족하겠지만 그가 발견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들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주인 잔치에 객이 나설 수 없지.”
카메라가 이제 우물 속을 자세히 찍기 시작했고
‘골든 보이’인 나는 양 교수님의 코치를 들으며 조금씩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마치 수술을 하는 의사처럼 땅을 조심스럽게 파자 양옆에서 교수님들이 현재의 땅 상태에 어울리는 망치나 삽 붓 등을 넘겨줬다.
내가 집도의이고, 양 교수님이 ‘세컨’이나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이제 금방, 얼굴이 보일 겁니다.”
!!!
드디어 땅속에서 진흙 범벅인 상자가 보였다.
벽돌보다 조금 더 큰 크기였다.
물과 붓을 사용하여 겉에 붙은 진흙을 닦아내니,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옥갑 상자가 나왔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었다.
“보셨나요? 정말 보물이 나왔습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입만 벌리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교수님. 보물을 직접 보시지요.”
양 교수님들, 두 분이 장갑을 끼고, 황금 옥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겉에 음각된 한자가 보였는데, 두 분은 몇 번이나 심각한 말투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조심스럽게 윤준서 교수님께 물었다.
“그 황금 상자는 어떤 것입니까?”
“겉에 음각된 내용으로는 백제의 탄생설화가 적혀 있는 옥함입니다.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귀중한 물건을 넣어 두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귀중한 물건을 넣어 두었을 것이라고?
그럼 지금도 들어있나?
“그럼 옥함 안에, 지금도 뭔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윤 교수님은 옥함의 무게를 느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뭐라 확답 드릴 수 없지만,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옥함도 보물인데, 보물 안에 다른 보물이 들어있다는 말인가?
미녀와 결혼했는데, 돈까지 많은 느낌.
내가 직접 열고 싶었으나 이것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교수님이 열어 보지요. 다들 궁금해하실 겁니다.”
윤 교수님이 살짝 상자를 흔들었는데, 확실하게 뭔가 느껴졌다.
30분 동안, 상자를 살피다가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옥으로 만들어진 고정핀을 뽑았다.
그랬더니 옥함이 움찔 움직였다.
윤 교수님은 마른 침을 삼키고 옥함을 열려다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를 바라보았다.
“골든보이 채널에 초대됐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선물 상자를 당연히 주인이 열어야겠지요?”
나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았다면, 그냥 열었을 것이다.
내가 교수님의 눈빛을 받고 있을 때, 태경이도 카메라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 골든보이가 열어야 그림이 나와.”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라텍스 고무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옥함을 열었다.
안은 진흙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옥함의 절반 크기의 돌덩이가 들어있었다.
그 돌덩이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어 물과 붓으로 씻어냈다.
와··· 이 아름다운 것은 뭐지?
주먹보다 더 큰, 옥으로 만든 도장이 나왔다.
상단은 붉은 옥을 깎아 만든 거북이 손잡이가 보였고
아래쪽은 청옥으로 만들어진 네모반듯한 도장이 있었다.
바로 백제의 왕이 쓰던 옥새(玉璽)였다.
‘하늘이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린다’라는 한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두 교수님은 백제 옥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괴산대 이 교수님께 옥새를 먼저 넘겨드리려 했는데 서울대 윤 교수님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옥새를 빼앗아 들었다.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린다’라는 내용을 보아 백제의 대외관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고구려뿐이 아니라 백제도 천하의 세계관을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엄청난 보물입니다. 삼국시대 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물건일 수 있겠습니다.”
나는 우물 아래서 푸른색 빛을 더 보았다.
“아래 뭐가 더 있습니다.”
윤 교수는 경악하며 말했다.
“아래 뭐가 더 있다고?”
“그렇습니다.”
윤 교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확실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군.”
이제는 두 교수님이 직접 내려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파지 않았는데 여인으로 보이는 뼈와 금귀걸이 금목걸이 같은 장신구가 나왔다.
그러자 더욱 조심스럽게 파 내려갔는데 신분을 나타내는 옥패가 나왔다.
옥패에는 ‘서진 궁주 여희’라고 쓰여 있었다.
태경이의 카메라가 옥패와 유골을 찍으며 이준석 교수님을 향했다.
“교수님. 궁주면 공주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왕이 딸을 사랑하여 따로 궁을 지어주면 궁주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주가 왜 왕의 옥새를 가지고 우물에 묻혀 있을까요?”
“글쎄요. 조사를 좀 더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카메라가 꺼지며 태경이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공주도 있고 옥새도 있으니까 괜찮은 스토리를 만들어봐. 알았어?”
“이야기를 만들라고?”
“우리는 방송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그럴듯한 이야기 만들어봐.”
“어려운데?”
“1분 줄 테니 빨리 만들어.”
1분을 빠르게 흘러갔다.
역사학적으로 상상을 통해서 가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설을 통해서 연구하고
연구를 통해서 진실로 다가가는 것이
바로 고고학.
그래도 그런 것이 얼렁뚱땅 나오냐?
태경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대사 준비됐지?”
“나보고 어쩌라고?”
“옛날에 학교 땡땡이치고 선생님께 썰 풀던 능력을 발휘해봐. 쓰러진 할머니를 병원에 모신, 구라를 듣고 나는 울 뻔했다.”
꼭 여기서 말해야 해?
씨봉세리야!!
다시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서 나를 향했다.
“골든보이님. 궁주라면 공주가 확실한데. 그분께서 왜 이런 우물에 묻혀 계셨을까요?”
나는 그 당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각종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며 순간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계백 장군의 결사대가 전멸하고 당나라의 대군이 왕도로 밀려들었습니다. 사비 도성은 약탈당했고 불에 탔지요. 왕은 궁주에게 자신의 옥새를 주고 근왕군을 모으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습니다. 남쪽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일단 백제 병사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금성산성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당나라군에게 포위되어 공격당하게 되었고 옥새가 당나라군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우물에 빠져 자결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부여의 마지막 날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네요. 좀 더 연구하여 백제의 마지막 공주인 여희 궁주님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가 진행된다면 분명 그분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카메라가 다시 백제왕의 옥새를 향했다.
“이번에 발굴한 보물도 의심하는 분이 있겠지요?”
“당연히 계시겠지요? 의심은 당연합니다.”
“골든보이님께서는 구독자분들의 의심은 어떻게 해소할 생각입니까?”
“일단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진품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에 신고하여 국가의 공인도 받을 생각입니다.”
“국가 공인이라··· 그것 좋은 생각입니다.”
카메라가 이동하여 한참 발굴하는 서울대 윤 교수님을 향했다.
“교수님. 방금 발굴한 백제 옥새가 가품이 확률이 있습니까?”
윤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보물이 가품이라면, 제가 교수직을 때려치우겠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수백억짜리 국보를 땅에 묻고 발굴하여 국가에 헌납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가에서 훈장을 줘야 합니다.”
뭐 수백억짜리?
아··· 씨발··· 어둠의 루트로 가야 하나?
아. 갑자기 도굴 마렵네···.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겨우 구독자 몇 명 늘리겠다고 국보를 나라에 헌납하는 바보가 없겠지요.”
4시간이 지나자 서울대 사학과 학생들이 도착했고
7시간이 지났을 때 괴산대 사학과 학생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타 대학에서도 3팀이나 도착하여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발굴현장의 스케일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경찰도 왔고 부여시청과 문화재청에서도 담당자가 도착했다.
가까운 콘도는 모두 발굴 관련 인원으로 만실이 될 정도였다.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유물들이 쏟아졌다.
내가 빠지자 괴산대만 유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준석 교수님께 다가가, 어젯밤에 본 푸른색 빛이 나는 곳을 은근히 알려 주었다.
자리를 옮긴 괴산대는 당나라와 백제군 갑옷, 그리고 칼과 창 같은 무기를 다수 발굴했다.
또한 무려 20명도 넘는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기사를 쏟아냈다.
‘백제의 한이 서려 있는 옥새 발견.’
‘백제 최후의 날을 간직한 보물’
‘백제 마지막 공주의 최후’
우리는 지금까지 찍은 내용을 전력으로 편집하여 유투뷰에 올렸다.
기사가 나올 때 콘텐츠가 올라가야 약발이 받는다.
역시나 기사를 타고 골든보이 채널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백제 마지막 공주 여희가 품은 보물’이라는 콘텐츠는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단 며칠 사이에 300만 뷰를 찍는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
게다가 구독자가 1만을 돌파하여 2만에 가까워졌다.
윤태경은 감동하여 울 것 같은 표정이었으나
나는 별 감흥이 없었기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었다.
거액의 광고료가 입금되어야 감동이 올 것 같았다.
며칠 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나온 결과, 백제의 옥새는 1500년~2000년 전 물건임이 밝혀졌다.
이렇게 옥새는 진품으로 추정되었다.
서울대 윤준서 교수와 괴산대 이준석 교수님 또한 6개 대학의 고고학 교수 그리고 문화재청의 전문가가 모여 옥함과 백제 옥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진품임이 공인되었다.
백제 옥새가 진품인 것을 축하하며 이 교수님이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러자 서울대 윤 교수님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맥주와 소주 1000병을 쏟아 놓았다.
그렇게 전국 대학 발굴팀의 축제가 진행되었다.
밤이 깊어졌을 때, 서울대 윤 교수님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우리 서울 대학교를 포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네를 포기하지 않았네. 반드시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아. 이 양반 술 많이 취했네.
취했으면 그냥 자지.
“저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지만··· 진짜 포기했습니다.”
“나는 절대 포기 못 해. 절대.”
“말씀이라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태어나서 요즘처럼 신나는 때가 없었다. 증광사 대종, 은입사 금동물병, 고려 편경, 백제 옥새까지 오늘을 위해서 내가 교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네. 이런 기회를 준 자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저도 교수님께서 함께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낯 간지럽게 왜 그래. 진짜.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우리 학교에 입학시킬 것이야. 그렇게 알고 있게.”
교육부에서 조사가 들어 와서 안 된다며?
“교수님의 경력에 누가 될까 걱정됩니다.”
“내 능력을 이번 기회에 지켜봐. 6개월이라고 말했지?”
“네. 그렇습니다.”
윤 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보다 더 빨리 입학시켜 주지.”
아 진짜야? 술주정이야?
희망 고문하려고 하는 것인가?
시간이 남아 있어, 미션은 그대로였다.
“그것이 가능할까요?”
“내 술이나 한잔 받아.”
나는 교수님이 맥주잔에 가득 따라주는 소주를 마셨다.
뭐야? 같이 죽자는 거야?
그럼 혼자 죽을 수 없지.
그렇게 5잔을 서로 주고받고 교수님과 나, 둘 다 기절했다.
그렇게 금성산성 발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울대의 장점.
서울대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대답 대부분은, 바로 ‘인맥’이었다.
잘 나가는 CEO 중 50%는 서울대라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검찰, 법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서울대 선후배가 없는 곳이 없었다.
그래. 너희들끼리 다 해 먹어라.
윤 교수는 청와대 비서관인 서울대 후배에게 전화하여 20~30대 젊은 인재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골든보이를 알고 있나?”
“저도 백제 옥새 뉴스를 보고, 골든보이 유투뷰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쉬워지겠군.”
그리고 그들의 통화는 계속되었다.
며칠 뒤, 나는 윤 교수님이 만나자고 한 별다방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어서 오게. 김 군.”
처음 보는 날카로운 눈빛의 사내가 교수님 옆에 앉아 있었다.
“소개하지. 이 사람은 청와대 서진택 의전비서관일세.”
“네? 청와대요?”
내가 청와대 사람을 만날 이유가 있었나?
윤 교수님의 표정을 밝은 것으로 보아, 나쁜 일을 아닌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