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좌초한 북한 잠수함이 멀리 보이는 해변.
이곳에서 ‘골든보이’ 콘텐츠의 인트로를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바닷가 바닷물 속에 있는, 제법 밝은 빛을 향해서 걸어갔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태경이는 정말 놀란 표정이 되었다.
“또 빛을 보셨다고요?”
“저도 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뭔지는 모르고, ‘뭐가 있다.’ 정도만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수경을 쓰고 빛이 나는 곳을 보았으나, 깊은 곳이라 겁이 나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카메라를 보면서 무섭다는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깊은 곳에서 빛이 나고 있네요.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마추어가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전문가분을 모셔야겠습니다.”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경복이를 비췄다.
“UDT 출신의 전문가분이 계시니 우리는 조용히 기다려 볼까요?”
멍하니 있다가 경복이가 놀라며 물었다.
“나도 출현해?”
“그럼 내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자살하는 것 찍을래?”
“아···. 그러네. 인간 드럼통을 물속에 넣을 수 없지.”
“여기서 물속으로 한 30걸음 앞에 있어.”
“오케이”
금방 수영복을 입은 경복이가 수경을 쓰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분도 되지 않아 뭔가를 가지고 올라왔다.
핸드폰 방수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사과폰이었다. 특이한 것은 핸드폰이 순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경복이가 이것을 주고 다급하게 화면에서 사라졌다. 방송이 아직 어색한 모양이었다.
나는 황금 사과폰을 보며 태경이에게 말했다.
“금으로 만들어진 사과폰은 처음 보는군요. 윤 PD님”
잠깐 검색한 태경이가 놀라며 말했다.
“이것은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골드폰이네요. 2억 원쯤 하는 엄청난 놈입니다.”
“2억원이요? 와~ 대한민국에는 정말 위대하신 분이 많습니다.”
“전원이 들어오는지 확인해 볼까요?”
태경이는 방수 케이스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원을 켰다. 그랬더니 전원이 들어오다가 다시 꺼졌다.
그래서 휴대용 배터리에 연결하여 다시 켰더니 전원이 들어왔다.
이상한 점은 바탕 화면에 있는 글자가 대부분 중국어였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중국분이 잃어버린 물건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이네요. 혹시나 방송에 내보낼 때는 모자이크 처리하겠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니 부유해 보이는 중국인 가족 4명이 웃고 떠들면서 이곳을 배경으로 동영상을 찍은 장면이 나왔다.
“중국인분들이 이곳에 놀러 왔다가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다른 분들의 추억을 우리가 허락도 없이 보면 안 되니까 그만 보겠습니다.”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2억짜리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중국 지인을 만들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화해볼까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핸드폰 찾아 줬는데 욕하지 않겠죠? 전화해보죠.”
우리는 연락처 1번으로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갔고 스피커 모드로 돌려서 상대가 받기를 기다렸다.
곧 누군가 전화를 받았는데, 한 중년 여인이 중국말로 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I found your golden phone in 강화도 코리아 OK? Did you lose your phone?”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상대는 중국말로만 뭐라고 해서 대화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가 그냥 끊어서 우리는 조금 당황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향해서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아. 우리가 중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관계로 그냥 경찰서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북한잠수정 승조원에게 총격받고 도망친 강화도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해변에서 주운 황금 사과폰과 금장식들을 신고했다.
온 김에 같이 배달 요리를 시켜 같이 점심도 먹고 인터뷰도 했지만
다 편집하고 신고했다는 한 장면만 들어갔다.
‘강화도 XX경찰서’라는 자막 한 개만 들어갔는데,
경찰서는 한 달 동안 황금폰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전화에 시달렸다고 했다.
경찰서에 금을 주워서 신고하면 싫어한다는 사실 확인.
다음 장소는 증광사 발굴터로 이동했다.
관계자가 아니면 대종에 접근도 할 수 없었지만
내가 바로 그 관계자네?
바로 접근.
나는 이준석 교수님께 증광사 대종 인터뷰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자신도 유투뷰 콘텐츠에 꼭 참여해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교수님도 인싸 기질이 있다니까.
순간 꽃단장을 하고 나온 교수님은 카메라 앞에 섰다.
오. 꾸미니까 나름 꽃 중년이시네.
교수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몽골군의 침입에 강화도로 천도한 최고 권력자 최우는 몽골군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팔만대장경 조판 사업이었지요. 하지만 몇십 년이 걸리는 대사업이었습니다. 당장 몽골군은 수백 척의 배와 수군을 만들어 강화도를 위협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이 증광사 종이었습니다.”
“증광사의 종으로 몽골군을 막으려 했다는 말씀입니까?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몽골군의 함대가 강화도 해협을 건너려고 할 때 증광사 종을 치자 부처님의 힘으로 엄청난 파도가 치며 몽골함대를 침몰시켰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아마 고려 수군과 몽골 수군이 싸울 때 증광사 종을 쳐서 사기를 올리지 않았나 예상합니다.”
태경이가 교수님께 물었다.
“고려 수군이 들었다는 증광사 종소리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아쉽지만 일단 정밀 구조 진단을 받아야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교수님.”
“아마 머지않은 시간 안에 조사를 끝내고, 세계 최강 몽골군을 물리친 증광사 대종 종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커트~
교수님은 자신의 찍힌 화면보고 만족했다.
그래서 앞으로 설명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갑자기 태경이의 카메라가 훅 들어왔다.
“이 종을 처음 어떻게 발견하게 되셨습니까? 골든보이님?”
“아. 솔직히 말해야 하겠죠?”
“그럼요. 독자분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죠. 요즘 거짓말하면 금방 들통납니다. 수백 명이 검증하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술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술기운에 뭔가 보여서 땅을 파기 시작했거든요.”
나는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손으로 보여 주었다.
“그때 손으로 땅을 파서 생긴 상처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골든보이님이 삽자루를 품에 안고 종 앞에서 주무시고 있는 모습을 제가 발견하기는 했죠.”
“땅속에 뭔가가 있으면 그것이 내 눈에 보입니다. 보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지요.”
“쉽게 믿기 어렵군요.”
“저도 제 눈을 믿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다만. 이 콘텐츠를 계속 보신다면 우리 모두 저를 믿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태경이가 카메라 전원을 내리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신 있지? 이제 시작이야.”
“나만 믿어.”
다시 카메라가 돌아갔다.
“골든보이님은 증광사 종을 발견하여 포상금을 받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받으실 것 같은가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국보급 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니 엄청난 금액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구체적인 금액을 이야기해주세요.”
“증광사 종의 값어치를 상징적인 숫자로 이야기하여 100억으로 잡는다면, 10%인 10억 정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0억이요?”
“최소지요. 국보급 문화재는 돈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번 쏘신가요?”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3년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일단 기다려 보세요.”
“아. 굶어 죽을 수 있겠네요.”
카메라가 내려갔다.
“이것으로 마무리할까?”
“시간이 좀 있으니까 서울대 발굴터로 가는 것은 어때?”
“서울대 놈들은 어떻게 발굴하는지 카메라에 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 서울대 윤 교수와 사이가 애매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윤 교수님이랑 할 이야기도 있고 말이야.”
“맞다. 서울대 입학은 물 건너갔으니 청동 반가사유상도 돌려받아야지.”
“순순히 돌려줄까?”
“발굴 동영상 찍어 놓은 것도 있고. 어디서 발굴했는지 위치도 우리만 알고 있지.”
나는 자신감 있는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돌격이다!”
우리는 서울대 윤 교수를 찾아갔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했다. 청동 반가사유상과 회장님이 준 지원금을 토해 놔야 할 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윤 교수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다가가 말했다.
“증광사 서울대 발굴현장에 대해서 인터뷰 한번 하시지요. 유투뷰에 올릴 겁니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조교가 우리를 막았다. 윤 교수는 카메라를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섰다. 조금이라도 나에게 잘 보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윤 교수님이 서울대 발굴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윤 교수님의 얼굴로 시작하여 발굴현장을 찍기 시작했다.
서울대 전용 포크레인까지 보였다.
역시 서울대는 클래스가 다르군.
포크레인이 증광사 집터로 예상되는 지점을 어느 정도 파내면,
사학과 학생들이 달려들어 일일이 간단한 도구와 손으로 확인했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엄청난 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땅속이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조심스럽게 발굴하는 것이 지표 조사의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서울대 발굴현장 설명을 마무리한 윤 교수는 카메라가 꺼지자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 이야기 좀 하지.”
드디어 협상 시작.
“그러실까요. 교수님.”
이제 서울대 윤 교수님이 나의 입학에 더 적극적이었다.
“정말 입학을 포기할 것인가? 시간의 여유만 가지면 입학할 수 있어.”
“제가 말씀드린 그 날짜 안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교수님.”
“다시 한번 방법을 찾아보자니까.”
“서울대는 포기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이에 있었던 계약은 어찌할까요? 제가 계약금으로 드린 것이 있는데 말이지요.”
서울대 윤 교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받은 청동 반가사유상도 회장님이 준 지원금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쪽에서 다시 이야기하지.”
“아닙니다. 이번 건은 제 욕심입니다. 제가 들어가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 아닌가?”
“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교수님.”
“알았으니까.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윤 교수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차로 가려고 했다.
이때 포크레인 기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교수님! C-1 구역 작업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어디를 할까요?”
땅에는 박아 놓은 줄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고 구역마다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윤 교수는 귀찮았는지 박 조교에게 시선을 주고 말했다.
“일단 C-3부터 진행해. 집터가 있을 확률이 높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나도 C-3 구역을 바라보았다.
“어?!”
그곳에서 20M 떨어진 H구역에서 빛이 희미하게 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빛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나를 보며 물었다.
“어디 가나?”
내가 뭔가를 보면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태경이가 빠르게 따라붙어 물었다.
“봤어?”
“어.”
“무슨 색이야?”
“파란색.”
“오. 좋아.”
태경이가 카메라를 켜고 다시 찍기 시작했다.
“골드 보이님. 뭔가 보셨나요?”
“···뭔가 보았습니다.”
“무엇을 보셨나요? 혹시 보물인가요?”
“보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뭔가 있습니다.”
“어디에 있나요?”
나는 갑자기 멈춰 서서 땅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 아래.”
“이 아래 뭔가 있다는 말씀이죠?”
“네. 뭔가 있어요.”
서울대 윤 교수가 의아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포크레인 기사를 불러 주십시오.”
“무슨 일인데?”
“이 아래 뭔가 있습니다.”
윤 교수는 살짝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 아래 뭔가가 있다고? 그것을 어떻게 알아?”
“그것은 설명이 안 되지요. 그냥··· 믿음의 문제입니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포크레인 기사의 운전석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강하게 말했다.
“저기 교수님 있는 곳 보이죠? H구역 그곳부터 시작하죠.”
“당신은 누군데요?”
“내가 말한 곳을 파봐요. 그곳만 파면 바로 퇴근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사가 교수님에게 큰소리로 가부를 묻자 윤 교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미세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포크레인이 H구역으로 넘어와 내가 발자국 낸 곳을 파기 시작했다.
포크레인 기사는 발굴작업을 많이 해 본 듯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세로 3m 폭 1m를 조금씩 깊게 파기 시작했다.
이때 발굴현장을 총지휘하는 서울대 박 조교가 큰 소리로 말했다.
“C부터 파야지. 왜 H부터 파요?”
“오다 받았으니까 파지.”
“오다요? 누구 오다요?”
마침 내가 포크레인 기사님께 좀 더 깊게 파라고 이야기하자 조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당신 누군데 여기서 이래?”
나는 귀찮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아래 뭐가 있으니까 한발 물러나 계세요.”
“아래 뭐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당신 누구야?”
“귀찮게 하지 말고 한발 물러나 있어요.”
자신이 무시당하자 더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복이가 조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증광사 종을 저놈이 발견했어. 그니까 형도 모르면 가만히 있어.”
조교는 경복이의 손을 털어내며 말했다.
“넌 또 뭐야?”
“저기 서울대 교수님도 가만히 있잖아. 그러니까 형님도 걸리적거리지 말고 조용히 있어.”
조교는 그제야 윤준서 교수를 발견하고 다가가 조심스럽게 몇 마디를 물었으나 교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도 인상 쓰며 그냥 지켜만 보았다.
내 목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파란색 빛이 이제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만! 그만! Stop!”
나는 작은 삽과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찍기 시작했다.
“골든보이님. 뭐가 있나요?”
“네. 이 아래 뭔가 있습니다.”
“뭐가 있는데요?”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메라는 땀을 흘리며 땅을 파고 있는 나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있다!”
땅속에서 검은 뭔가가 나왔다.
붓으로 털어내며 확인하니 금속 덩어리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괴산대 이준석 교수님이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쪽으로 왔다가,
내가 뭔가 발굴하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달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청동 같은 금속 조각이 나왔습니다. 이것 한번 보십시오.”
이준석 교수님은 내가 준 청동 덩어리를 받아 들었다.
“흠···.”
“도끼인가요? 아니면 농사 기구?”
“그것은 아닌 것 같은데?”
교수님도 청동 조각에 붙은 흙을 손으로 털며 한참을 살폈으나 아직 무엇에 쓰인 물건인지 감이 오지 않는 얼굴이었다.
“당장은 모르겠는데?”
“아래 더 있습니다. 그것까지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있어?”
나의 발밑에는 아직 빛이 가득했다.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팠더니, 거의 똑같은 모양의 금속 덩어리가 또 나왔다.
서로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였다.
계속 땅을 파 내려갔고 같은 모양의 금속 7개쯤을 찾아냈을 때,
이 교수님은 작은 망치로 금속을 통통통 쳐 보고 표정이 확 밝아졌다.
이때 카메라가 들어오며 물었다.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교수님?”
“아···. 아무래도 편경인 것 같습니다.”
“편경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요?”
“왕궁 실로폰 같은 것이라 이야기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아···. 실로폰이요. 이것을 치면 소리가 나는 것인가요?”
교수님이 작은 망치로 금속 덩어리를 살살 치자 생각보다 밝은 소리가 났다.
“들렸나요?”
“생각보다 맑은소리가 나네요.”
나는 땅을 계속 팠고 편경으로 짐작한 금속 24개나 찾아냈다. 그러자 더 이상 빛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이준석 교수님은 바닥에 늘어서 있는 편경 24개를 보며 살짝 흥분하여 말했다.
“편경은 송나라에서 수입한 악기로 종묘제례악에 쓰는 악기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모든 편경은 16개를 기본으로 하지요. 하지만 지금 보는 편경은 무려 24개입니다. 이것은 고려가 독자적인 음악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사실로 연구된다면 교과서는 물론이고 기존에 쓰인 논문들은 모두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준석 교수의 눈길이 나에게 와서 닿았다.
“골든보이가 엄청난 것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서울대 조교가 달려와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만 남고 모두 나가주세요. 이곳은 서울대 발굴 구역입니다.”
아. 이 형님 털도 안 뽑고 날로 먹으려고 하네.
“우리 형님도 임꺽정 스타일이시다···. 날강도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