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으하하.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나는 빛을 바라보며 미친 사람처럼 서강대교로 달려갔다.
서강대교 아래 밤섬에서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나를 굽어살피고 있는 ‘신’은 존재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저번에 욕해서 죄송해요~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알삿라말라이쿰.
빛은 곧 금이고, 금은 곧 돈이다.
서울 썅년들에게 뻑치기 당한, 우리는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서강대교 위에 밤섬을 내려다보았다.
강변 죽은 나무 아래, 물속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보며 애가 탔으나 당장 내려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상용 사다리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내려가지?
이때 경복이가 차를 끌고 와 트렁크에서 로프를 꺼내 들었다.
“빛이 나는 곳은 어디야?”
나는 손가락으로 빛나는 곳을 가리며 말했다.
“저기 백로가 앉아 있는 나무 보여?”
“어. 보여.”
“그 아래 가지치기해서 나뭇가지가 왕창 쌓여 있는 곳 있지?”
경복이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백로 있는 나무 아래, 나뭇가지 쌓아 놓은 곳. 그래. 보인다.”
“그 나뭇가지 아래 물속에 있는 것 같아.”
“좋아. 확인.”
경복이는 잠수복으로 갈아입은 후 로프를 타고 밤섬에 자연스럽게 착지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내가 가리킨 곳으로 갔다.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어! 거기 맞아!”
경복이는 머리를 끄덕이고 거침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몇 번이나 들어갔지만 쉽게 뭔가를 찾지 못했다.
나는 당장 내려가 직접 뒤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20번쯤 들어갔던 경복이가 검은색 007가방을 하나 집어 들었다.
가방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이거냐?”
“그래! 그거 맞아!!”
경복이는 먼저 밧줄에 가방을 묶어 위로 올리고, 자신도 밧줄을 타고 다리 위로 올라왔다.
이 졸라 멋있는 군바리 새끼.
남자에게 뽀뽀하고 싶은 마음에 들게 하다니.
분하다~
우리는 경찰이 오기 전에 다급하게 007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떴다.
“야! 튀어!”
그리고 그 비싼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주차료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오는가를 살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 가방 열어봐.”
007가방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손으로 열 수 있는 가방이 아니었다.
가방에는 5자리 숫자의 비밀번호가 있었다.
00000
11111
22222
33333
12345
···.
5자리 번호를 맞춘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경복이는 차 뒤에서 공구 상자를 뒤지더니 망치, 드라이버, 쇠톱, 철 커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공구를 이용하여 검은 가방을 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넘는 사투 끝에 가방을 반쯤 부숴 열렸다.
후두두두두-
갑자기 만원짜리 신권 뭉치가 쏟아졌다.
그것을 보고 우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미어캣처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주차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돈을 보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둘에게 말했다.
“일단. 얼마인가 확인해봐.”
“어? 그래. 그래야지.”
가방 안에는 만원 신권 뭉치와 새끼손가락 크기의 금괴 10개가 보였다.
둘은 만원권 개수를 세었고 나는 금을 확인했다.
이제는 차에 가지고 다니는 저울을 이용하여 금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금만 1억 원이다.”
태경이가 현금을 모두 세고 말했다.
“현금은 딱 8천만 원이다.”
이때 태경이가 현금 사이에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존경을 담아 Mr. J님께’
경복이가 물었다.
“Mr·J가 누구지?”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007가방 안에 거액의 현금과 금. 그리고 쪽지에 쓰여 있는 Mr. J.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소품이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Mr·J에게 뇌물을 보냈는데 배달 사고가 난 모양이야.”
몰래 뇌물을 전달해야 했는데. 누군가가 따라와 어쩔 수 없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한강으로 가방을 던진다는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뇌물? 그럴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먹어도 되나? 나중에 된통 설사하는 거 아냐?”
태경이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어디 지하실로 끌려가서 피똥 쌀 때까지 처맞는 것은 아니겠지?”
“연쇄살인마도 잡은 놈들이 왜 이렇게 쫄아? 그리고 이 뇌물을 준비한 놈들에게 이 정도는 큰돈이 아닐 수 있어.”
“···정말 그럴까?”
“그놈들 입장에서 우리가 경찰서에 신고하여 그 돈이 매스컴을 타는 것을 더 두려워할 수 있어. 그러니 조용히 먹어 주는 것이 Mr. J님을 도와주는 일이다.”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 씨발 설득되었어. 멘트가 그럴 싸 한데?”
“그리고 앞으로 계속 금을 발견할 것인데. 그때마다 신고할래?”
“그래 맞다. 고귀하신 Mr. J님을 난처하게 할 수 없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먹자.”
태경이는 만원 신권의 냄새를 맡으며 웃었다.
“사랑해요. Mr. J님!!”
우리는 일단 현금 8천만원에서 2000만원씩 나누어 가지고 남은 2000만원은 공금으로 경복이에게 넘겼다.
경복이가 금토막을 하나 들고 말했다.
“이 금은 어쩔꺼야? 다시 해운대로 가야 하나?”
아~ 1억이라. 너무 덩치가 크다.
“이 정도라면 해운대 이모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리고 부산은 멀기도 하고.”
금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봤으나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해운대로 가야 하나?
종로금방으로 가보자는 말이 나왔으나 1억원어치 금을 팔려면 어디서 금을 왔는지 증명해야 했다.
아!!! 갑자기 번쩍 생각나는 얼굴이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큰고모의 명함을 꺼내 들었다.
고모는 증명할 필요 없이 금을 팔 수 있는 상대였다.
고모에게 당장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 씨발년들!!! 내 핸드폰!! 병신같이 꽃뱀에게 털렸지?
우리는 차를 몰고 가장 가까이 보이는 핸드폰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최신 핸드폰 3대를 현금으로 바로 개통했다.
오~~ 꿈에도 그리던 갤록시 최신형.
태경이는 사과.
경복이는 노트.
다들 새로운 애인을 만난 것처럼 핸드폰을 만지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개통을 하려면 1시간 정도 걸려서 동사무소에서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분증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가지고 있는 현금을 모두 계좌에 넣었다.
몇천만원의 잔액이 찍혀 있는 통장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거면 롯데리아 한우 버거 세트를 몇 번 먹을 수 있냐?”
태경이는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흘렸다.
“보고만 있어도 이미 먹은 것 같다.”
다시 대리점으로 돌아왔을 때 전화기가 개통되었고 나는 고모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저녁때 고모님의 집에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고모님의 집 주소를 문자로 받았다.
한남 리버뷰 팬텀.
검색해보니 한강이 한눈에 보인다는 한남동 최고급 빌라였다.
경복이가 나와 태경이의 옷차림을 살피더니 말했다.
“그 복장으로 가면 구걸하러 들어가는 줄 알고 씨큐리티 아저씨가 막을 것 같은데?”
나는 정색했다. 군바리 주제에 어디서 외모 지적질이야.
지가 제일 구리면서. 거울 없냐?
나는 세상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셋 중에, 경복이. 바로 네가 가장 구리게 생겼다. 물론 내가 제일 멋있고.”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
“안 꾸며서 그렇지 내가 꾸미면, 서울 놈들 뺨친다니까.”
“촌내 난다고 어디 가서 뺨이나 맞지 말고 다녀.”
나는 돈이 가득 들어있는 공금 현금 카드를 엑스칼리버처럼 뽑아 들었다.
돈이 있으니 나는 겁나는 것이 없었다.
“우리도 서울 놈들처럼 존나 멋있게 꾸며 볼까?”
“야! 우리가 꾸민다고 되겠냐?”
이 패배주의자 새끼들.
이번 기회에 정신머리를 개조 해주지.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일단 가까운 사우나로 들어가 때 빼고 광내기 시작했다.
그 비싸다는 10만 원짜리 때밀이 서비스도 받았다.
온몸에서 때국수가 뿜어져 나와 창피했다.
그래도 우리는 막 태어난 아기 피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가까운 백화점의 한 양복 매장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보더니 종업원이 인상을 쓰려고 했다.
그래서 은행에 들렀다가 공금으로 현금 2천만 원을 찾았다.
“또 인상 쓰면 얼굴에 돈을 던져 버리자.”
우리는 당당히 백화점에서 가장 큰 양복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00만원을 현금으로 올려놓고 우리 3명에게 각자 맞는 양복 와이셔츠, 구두는 물론이고 양말과 팬티까지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돈을 보더니 직원들이 모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나의 씀씀이를 보고 눈이 커졌다.
“미쳤어?”
“닥쳐! 그냥 돈 많은 척해.”
우리는 왕대접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받아 보았다.
나는 애플 망고라는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고, 그것으로 만든 과일주스를 처음 먹어 보았다.
놀란 표정을 짓고 싶지 않았지만.
역시 서울은 어메이징 하다.
서울 놈들. 이렇게 맛있는 것을 혼자 먹고 있었다니···
한 시간 동안 수선을 떨며 몇 번이나 양복을 바꾸어 입었고 우리는 각자 몸에 착 붙는 양복을 빼입었다.
누가 봐도 서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울을 보니 뭔가 괴산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이놈의 괴산의 냄새가 어디서 나는 거지?
조금은 친해진 점원이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머리를 손질하고 손에 있는 전자시계를 바꾸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에게 다시 1000만원을 꺼냈다.
백화점 미용실을 예약하고 쓸만한 시계 3개도 사 오라고 했다.
우리는 시간이 없었다.
어느덧 고모와 만날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화점 안에 있는 고승철 헤어숍에서 원장급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고 간단하게 피부 관리도 받았다.
아~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
너무 좋아~ 이대로 죽고 싶다.
이때 점원이 우리의 양복색에 맞춘 300만 원짜리 시계 3개를 나누어 주었다.
전자시계와 달리 뭔가 사람을 럭셔리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계로 보였다.
나는 고생한 점원에게 남은 돈 50만원을 팁으로 주었다.
서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보답이랄까?
그랬더니 점원 아가씨가 화룡점정으로 각자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뿌려주었다.
이것으로 우리의 몸에서 괴산을 뽑아냈다.
이제 전투 준비는 끝났다.
고모와 한판 승부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백화점 지하로 가서 우리차 구형 액센트를 보았다.
우리 같은 완벽한 서울 사람이 타기에 너무 시골 냄새가 나는 차였다.
그래서 내일 중고차를 함께 보러 가기로 이야기했다.
우리는 시골차(?)를 몰고 한남동 고모집으로 향했다.
고모집은 마치 중세의 성같이,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저택이었다.
전화하니 차고가 열리고 안으로 차를 대라고 했다.
차가 10대는 들어갈 거 같은, 으리으리한 차고 안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있었다.
이런 곳에 시골 차를 주차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고모가 현관에 나와서 우리를 맞았는데, 깔끔해진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몰라보겠구나.”
“고모님을 뵌다고 해서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왔습니다.”
우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모님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유럽의 귀족들이 이런 곳에서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녁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우리는 한 20명은 앉을 것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들어오기 전에 아무리 맛이 있어도 허겁지겁 먹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건만···.
TV에서 본 랍스터 회와 T본 스테이크를 보고 정신줄을 놓았다.
아 씨발~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뇌는 그만 먹고 우아하게 앉아 있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입과 손은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계속 입속에 음식을 집어넣었다.
개 꿀맛~
본능이 이성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배부르게 저녁밥을 먹고 고모님이 직접 만든 핸드 드립 커피까지 마셨다.
그리고 몇 가지 잡담을 하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고모님께 팔 물건이 있어서 왔어요.”
고모는 살짝 놀란 얼굴이 되어서 말했다.
“팔 물건?”
“그렇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려고 왔습니다.”
“의외인데? 그냥 용돈 받으러 온 거 아니었니?”
“용돈은 저도 충분히 있습니다.”
고모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옥장판을 생각하며 말했다.
“나를 실망시킬 물건이라도 처음이니까 사주지.”
품속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금토막 들이 들어있는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열었다.
고모는 갑자기 내 품속에서 금이 나오자 놀란 얼굴이 되었다.
상당한 양의 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금을 나에게 판다고?”
“고모와 저 사이에 신뢰가 없으니 작은 거래부터 시작하여 믿음이라는 것을 쌓아 나가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고모는 보석함을 뒤지더니 시금석에 금토막 끝을 살짝 갈고 시금액을 집어넣어 금함량을 확인했다.
“진짜 순금이구나.”
“제가 고모님을 속이려고 하겠습니까?”
“이 금은 어디서 났어?”
“당연히 아버지의 금고에서 가지고 온 것이지요. 한강에서 주워 왔겠습니까?”
나도 거짓말 마스터가 되고 있었다.
한강에서 주워 왔잖아~
이것은 다 태경이 영향이다~
“막내가 금이 있었어?”
“왜 금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시죠?”
고모는 부하들을 보내서 막내의 괴산 생활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은행 잔고도 없으며 은행 대출만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자식들이 뭘 조사한 거야?
말문이 막힌 고모님 앞에서 금토막을 만지며 말했다.
“제가 왜 고모님께 이 금을 왜 가지고 왔을까요?”
“금값을 가장 잘 쳐줄 사람에게 찾아온 것 아닐까?”
나는 고모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금토막을 탁자 위에 세웠다.
“싼값에 주식을 먹으려 생각하지 마시라고 이 금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너무 거지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어서 좀 그랬습니다.”
“아···. 내 눈빛이 그랬나?”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가족이니까 이 금을 50% DC 된 가격으로 드리지요.”
“반값으로 말이냐?”
“조카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고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돈을 3백만 원쯤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카가 금을 절반값이 준다고 하고 있었다.
대충 계산해도 5천만 원은 싸게 주는 것이었다.
“내가 막내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 많구나.”
“이미 조사는 해 보셨겠지만, 아버지를 보이는 그대로 믿으시면 아니 됩니다. 할아버지께서 주식만 주셨을까요?”
사실 주식만 주셨습니다.
센스 있게 현금도 주면 얼마나 좋아.
고모는 내 말을 듣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간에 뭔가 더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아···. 그런가.”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 자고 가도 돼요? 대금은 내일 받을게요.”
“좋아. 게스트 룸을 준비해 놓지.”
“피곤해서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우리는 2층 게스트룸에서 킹사이즈 침대를 온몸으로 느끼며 최신형 핸드폰을 주무르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다.
잠자기 전에 ‘미션창’을 불렀다.
007 가방에서 나온 금 덕에 미션은 성공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탐지 범위 확대’를 외쳤다.
그리고 ‘더 많은 금을 찾으라는 미션’을 받았다.
아침으로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전복죽과 고급 한정식집에서 볼만한 진미들이 가득 올라왔다.
품위 있게 먹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건만 역시나 정신없이 아침상을 비웠다.
간장게장은 정말 반칙이었다.
밥 3그릇이 순간 사라졌다.
고모는 아침에는 입맛이 없다며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가 숭늉을 마시고 있을 때 고모가 현금 카드 하나를 나에게 넘겼다.
“1억 5천까지 쓸 수 있는 카드다.
계좌는 뒤에 쓰여있다. 쓰기 편할 거야.”
금값이 1억 원이었는데 5천만 원이나 더 넣은 것이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모님.”
“첫 번째 거래이고 ‘가족’이니 당연히 신경 써야지.”
고모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의 주식이었다.
그래서 나를 아버지의 대리인 정도로 생각하고 대접하고 있었다.
“배고프면 또 찾아오너라.”
“다음에 찾아올 때는 선물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고모는 선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4%의 주식’으로 생각하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고모집을 뒤로하고 바로 중고차 판매장을 향했다.
이제 시골차(?) 그만 타자~
처음에는 K5 or 소나타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점점 커져 지금은 K7 or 그랜저로 넘어왔다.
계속 이야기하면 BMW or 벤츠로 넘어갈 기세였다.
우리는 중고차 판매장을 여섯 군데나 돌았다.
세 명이 다 같이 마음에 드는 중고차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7번째 중고차 판매장을 가자 좀 지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웬만하면 고르자고 의견을 맞췄다.
하지만 딜러가 딱 봐도 양아치였다.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비싸게 후려쳐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야~ 거르자. 여기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으며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어깨들이 다가왔다.
우리도 어깨에 힘을 주었다.
이 새끼들이 전설의 괴산 일진을 뭐로 보고 인상 쓰는 거지?
괴산의 개깡을 함 보여줘?
이때 어깨 중 하나가 우리를 알아보고 말했다.
“어? 그 춘천 연쇄살인마를 잡은 그 양반들인데?”
춘천 아니고! 강릉 아니고! 속초!! 속초 연쇄살인마~
우리가 바로 춘천(?) 연쇄살인마를 때려잡은 사람들이라 이거야.
몸에 문신 몇 개 한 거로 쫄지 않아.
대한민국 의인(?)들을 알아본 후로는 어깨들이 머리를 숙이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더니 알짜배기를 준다며 한 창고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최신형 그랜저를 소개해 줬는데 딱 봐도 쓸만한 놈이었다.
아는 사람에게 주려고 따로 빼놓은 물건이라고 말했다.
태경이가 차를 한참 살피더니 나에게 물었다.
“어때? 나는 마음에 든다. 이 가격에 이 정도 물건은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다른 차를 보고 있었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옛날 구형 캠리였다.
태경이는 캠리를 바라보는 나를 보며 인상을 썼다.
“이 매국노 새끼야. 지금, 이 시국에 일본차가 웬 말이야? 쳐다보지도 마!”
“나는 이 차로 결정했다.”
“딱 봐도 차가 썩었잖아. 왜 우리가 일본 쓰레기를 사야 해!”
나는 딜러에게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이 차는 얼마인가요?”
“아···. 300만 주고 가져가십시오. 아니. 250만에 가져가세요. 훌륭한 일을 하신 분이니까 제가 싸게 드리는 것입니다.”
태경이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먼지. 이런 차를 250만 원에 판다고요?”
“일제라 아마도··· 튼튼할 겁니다.”
“아마도?”
“200만원 드리지요.”
나는 품속에서 200만원을 꺼내 딜러에게 넘겨줬다.
그러자 경복이가 악을 쓰며 말했다.
“이 그랜저를 봐. 섹시하게 잘 빠진 거 안 보여? 어디서 왜놈 차를 산다는 망발을 해.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쪽바리 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야!!!”
나는 그랜저를 잠깐 보고 말했다.
“저것도 사. 됐지?”
경복이와 태경이는 눈을 부릅떴다가 금방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존나 남자다운 새끼. 멘트 멋진 거 봐라. 반하겠다.”
태경이도 웃었다.
“내가 키스해줄까?”
구형 캠리는 얼마나 오래 처박혀 있었는지 자동차 정비 기술자가 부품을 5개나 갈고 나서야 겨우 시동이 걸렸다.
자동차 정비사는 이따위 똥차를 사지 말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차는 내꺼다.
우리가 타고 온 구형 엑센트는 바로 팔아버렸다.
경복이는 젊음을 함께 보낸 엑센트를 보며 슬퍼할 줄 알았지만
새로운 애마~ 섹시한 그랜저만 바라보았다.
그랜저 너 가져~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캠리를 타고 운전하여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경인 아라뱃길 산책로에 주차했다.
그러자 그랜저에 탄 둘은 캠리 뒤에 멈춰 섰다.
나는 캠리의 트렁크에 키를 꽂으며 둘에게 말했다.
“차 트렁크에서 빛이 난다.”
“뭐라고?”
“캠리 차 트렁크에서 빛난다고.”
“어? 그 말은···.”
“트렁크에 금이 있다는 말이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