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7화 (7/188)

7화

캠리 자동차 트렁크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땅속의 금은 보았지만, 자동차 안의 금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 못 했다.

이런 것도 되는구나···.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키를 돌려서 트렁크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었다.

짜잔~

응?

트렁크 안에는 먼지와 거미줄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어? 왜 아무것도 없지?

경복이가 트렁크 안을 샅샅이 살피며 말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당황했으나,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또 의심한다. 이 형이 있다고 하면 있는 거야. 교회도 나가는 놈이 왜 나를 못 믿냐?”

“요즘 틈만 나면, 주님하고 맞다이 들어가려고 하네.”

아직도 트렁크 바닥이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면 트렁크 바닥 아래 숨어 있는 것이다.

뭘 숨겨 놓은 거지?

다시 어깨에 힘을 주었다.

“내가 너한테 십일조를 달라고 했냐? 착한 일을 하라고 했냐? 내가 더 낫지.”

“신성 모독으로 화형 시켜 줄까??”

순수한 무신론자인 태경이가 나를 보았다.

“경복이 말 신경 쓰지 마. 네가 있다면 있는 거야. 그런데 어디 있어? 왜 금이 안 보여?”

“아직 트렁크가 빛이 나고 있어. 그렇다면···.”

“빛은 나는데···. 금이 없어? 능력이 오작동하는 건가?”

“오작동 아니고.”

이때 경복이가 그랜저 뒤에서 공구 상자를 가져와 망치와 정을 꺼내 들었다.

“지난번 영화 보니까 트렁크 바닥에 마약을 넣어서 밀수하더라, 한번 까보자. 어때?”

그래. 내가 생각한 것도 그거야.

당연히 까봐야지.

“좋아. 과감하게 까보자.”

경복이가 정으로 트렁크 바닥 곳곳을 구멍 뚫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딘가 걸리는 곳이 나왔다.

그래서 정을 빼고 구멍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어? 진짜 뭐가 있다. 돈인가?”

나도 구멍으로 무엇이 들었나 확인을 했다.

금이 아니라, 지폐 다발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 돈은 아니었다.

“돈인데? 좀 이상하게 생겼다.”

태경이까지 돈을 확인하고 이야기했다.

“엔화인데? 일본돈.”

엔화?

“일단 뚜껑마저 따자. 엔화를 벌면 애국자다.”

경복이는 통조림 뚜껑 열 듯, 트렁크 바닥을 조금씩 까나가기 시작했다.

절반쯤 열었을 때, 틈 사이로 금도 보였다.

“야! 진짜 금도 있다!!!”

나는 거만한 표정으로 경복이에게 말했다.

“내가 메시아다. 씨발놈아. 이제부터 나를 경배해라.”

“아- 사탄 새끼.”

“닥쳐. 돈 주는 사람이 하느님이야!”

우리는 돌아가며 망치질을 했다.

태경이가 손을 다치며 살짝 피를 보았지만 웃을 터트렸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상태.

마린이 스팀팩을 맞은 얼굴이다.

그렇게 30분 동안, 망치로 정을 두들겨 트렁크 바닥을 뜯어냈다.

그러자 1kg이라 쓰여 있는 금괴 여러 개와. 1만 엔권 뭉치가 바닥에 깔린 것이 보였다.

그리고 대량의 카지노 칩도 보였다.

진짜 많은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순간 손이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금괴가 여러 개였고 엔화도 정말 많았다.

태경이가 살짝 쫀 얼굴로 말했다.

“이것을 진짜 우리가 가져도 되나?”

나는 금괴를 집어 들고 살폈다.

“당연히 챙겨야지.”

“한 번에 삼키기 좀 크지 않냐?”

“대 일본제국 반자이~하면서 일본 대사관에 돌려줄까?”

“먹고 탈 날까 그러는 거지. 혹시 야쿠자 돈일 수 있잖아.”

“부산에서 마피아 돈도 먹었는데. 야쿠자 돈을 왜 못 먹냐? 지금 러시아 마피아 비하하냐?”

“무슨 소리야. 둘 다 훌륭하신 형님들이지.”

나는 내 손에 있는 캠리 차 열쇠를 보여주었다.

“이 캠리는 누가 샀냐? 바로 이 형님 샀다. 그럼, 여기에 있는 물건은 누구 거냐?”

“당연히···. 너 꺼지.”

“그렇다면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이겠지? 그러니까 쫄지 말고. 챙겨.”

그제야 태경이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오- 총대 메는 모습 아름답고 좋네.”

“총대는 내가 딱 잡고 있으니까. 물건이나 그랜저로 옮겨.”

이제서야 애들은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그랜저 뒷좌석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금과 돈을 확인했다.

금괴는 1kg 10개 4억쯤 되었고

엔화는 1만엔 2000장 2억원이 살짝 넘었다.

카지노 칩은 일본 최대 카지노인,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것이었다.

1만엔 칩으로 1000개. 1억원 정도의 값어치였다.

총 7억.

생각지도 못한 큰돈이 들어왔다.

이때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아 깜짝이야!!

엄마의 전화였다.

수화기에서 톡 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어···. 큰일 하고 있었어요.”

방금 7억을 벌었다고 하면 안 믿겠지?

-설마 사고 치거나,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

사고라니요. 돈을 벌었다니까.

“아무 일 없이 잘 쉬고 있습니다. 김 여사님.”

-그러니까 때 되면 먼저 연락해. 맨날 엄마가 먼저 연락해야겠니?

“아 엄마는 명품백 같은 것 있어?”

-돈이 있으면 다 네 똥구멍으로 들어갔는데 명품백이 있겠냐?”

나는 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엄마에게 500만원을 보냈다.

“내가 방금 엄마 계좌로 500만원 보냈어.”

-500만원? 그게 무슨 돈이야?”

“한강에 금이 널렸어. 서울놈들은 다 부자라. 금딱지를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 것 같아. 금반지랑 금목걸이 왕창 주웠어.

-뭔가 불안한데?

“내 말을 못 믿어? 그럼 다시 내 계좌로 보내.”

엄마는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들의 성의를, 엄마가 무시하면 안 되지.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계셔~”

-지금 엄마가 무슨 상황을 걱정하는지, 설명 안 해도 알지?

“엄마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연쇄살인마를 때려잡은 사람들이야. 옆에 태경이도 있고 경복이도 있어.”

-그래도 빨리 내려와. 눈으로 봐야지 안심이 될 것 같다.

“나는 아빠 엄마가 걱정돼요. 특히 차 조심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전에 뺑소니로 할머니와 큰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었다.

몇 마디 서로를 걱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태경이가 금과 엔화를 보며 말했다.

“이 어마어마한 사이즈를 어찌 정리할 거야?”

우리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했으나, 고모의 얼굴만 떠올랐다.

경복이가 헛기침하였다.

“당장 해결할 사람은 고모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제 갔는데 또 가는 것은 좀 그런데?”

“그럼 어떻게 하지?”

잠깐 생각하다가, 웃으면서 둘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고모님을 저녁 초대하자. ‘돈지랄 하고 싶은 날 가는 맛집’으로 검색해보자.”

“돈지랄 하는 맛집이라···. 확 땡기는데?”

바로 우리는 핸드폰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사람당 80만 원쯤 하는 한남동 한정식 4인을 예약했다.

‘푸아그라’ ‘송로버섯구이’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메뉴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고모에게 전화하여 저녁 약속을 잡았다.

고모는 다른 약속이 있었으나 ‘주식문제’라고 이야기하자 만사를 제쳐 두고 온다고 하였다.

우리가 먼저 VIP룸에 들어가 고모를 기다렸다.

이렇게 비싼 집을 선택한 것은, 고모님에게 강한 임펙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고모님도 여기는 처음 오는 집이라고 했다.

“너희들이 이런 곳도 알아?”

“중요하신 분을 모실 수 있는, 이런 곳 하나쯤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의 대답에 고모는 낮게 웃었다.

“립서비스가 좋네.”

“진심입니다.”

“그래. 좋아. 오늘은 식사도, 할 이야기도 기대해 볼까?”

“식사 전에 주식 이야기부터 하시지요. 그래야 밥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좋은 생각이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식사를 제대로 즐길 수 없지.”

테이블에 놓은 시원한 냉차를 쭉 마시고 고모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4% 주식은 엄청난 금액입니다. 하지만 비상장이라 쉽게 팔 수가 없지요.”

고모는 눈을 번쩍 떴다.

“내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장외보다 훨씬 비싸게, 조건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안전입니다. 회장님의 사모님께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이런 때 우리가 고모님께 주식을 팔면, 유일한 무기를 버리는 셈입니다.”

고모는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신경 써줄 수 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주식이 없는 우리 가족에게 고모님이 관심을 얼마나 둘까요? 오늘처럼 만나주기는 할까요?”

“관심을 가지겠다고 해도 믿지 않겠지?”

“안타깝게도, 말로 한 약속을 믿기 힘든 각박한 세상이지요.”

“다행히 바보는 아니구나.”

“그래도 고모님이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진심을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고모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할까 합니다.”

“선물이라··· 기대해도 되나?”

“아버지의 주식 4%를 드릴 수 없으나 위임장은 드릴 수 있습니다.”

위임장.

주주 총회에서 주식을 고모님께 넘겨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받고 싶은 선물이다.”

“위임장을 고모님께 넘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신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일신상의 문제가 생기면 위임장은 효력이 없어지는 내용으로 말이지요.”

“일신상의 문제라···.”

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마도 교통사고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나는 금괴와 엔화가 가득 들어있는 007 가방을 탁자 위로 올렸다.

금괴 4억원 어치와 엔화 2억원을 바로 보여주었다.

“저희는 비자금을 조성 중입니다. 돈이 사람을 가장 잘 지켜 주지요. 그래서 가장 비밀을 잘 지켜 줄 곳에서 현금을 만들려고 합니다.”

가방 안의 금을 손으로 만지던 고모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것도 회장님이···. 금과 엔화를 주셨니?”

“글쎄요. 저는 아버지의 대리인일 뿐입니다.”

“막내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신경 좀 써 주세요. 우리 가족은 고모님이 확실한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고모는 태경이와 경복이를 보며 말했다.

“네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니?”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차가운 녹차를 스스로 따라 마시고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고모님이 사람을 사서 저를 납치할 수 있지요. 그리고 부모님께 주식을 내놓으라고 협박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속초 연쇄살인마를 잡은 친구들이 곁에 있으면 좀 든든할 수 있겠네요.”

고모는 정색하고 손까지 흔들면서 말했다.

“땀 냄새나고 피 보는 것은 딱 질색이야. 그런 것은 내 스타일 아니다.”

“고모님과 신용이 쌓여,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되려면··· 일단, 이 금괴와 엔화를 정리해서 계좌에 넣어야겠구나.”

나, 경복이, 태경이 계좌 번호를 고모님께 넘겼다.

“이곳에 분산하여 넣으면 됩니다.”

고모는 두 친구의 계좌가 막내의 비자금 계좌라고 생각하였다.

보통 가족 계좌까지 조사하지, 아들의 친구 계좌까지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4%의 위임장은 언제 받을 수 있지?”

“고모님이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하면 드리겠습니다.”

고모의 눈이 살짝 찡그려졌으나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플랜을 준비해 보지.”

“기대하겠습니다.”

“우리 조카가 4%의 위임장을 가져오면, 깜짝 놀랄 정도의 선물을 해줄게.”

고모는 외제차 한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웬만한 숫자로 안 놀랍니다. 고모님.”

고모는 핸드폰을 꺼내 내가 준 쪽지에 쓰여 있는 대로 바로 입금했다.

내 계좌 5억.

경복이 2억.

태경이 2억.

원래 4,1,1 총 6억이었는데.

고모가 3억을 더 넣은 것이었다.

“이 정도라면 너희 가족을 지켜 주는 돈에 조금은 힘을 보탰다.”

“감사합니다.”

“위임장을 가지고 오면, 확실히 감사하게 만들어 주지.”

선물을 받았으면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방 속에서 일본 파라다이스 카지노 칩을 고모에게 넘겼다.

고모 집에서 하루 묵을 때, 고모가 일본 카지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저도 약소하지만, 일본 여행을 즐기신다기에 선물을 준비해 봤습니다.”

카지노 칩을 확인한 고모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런 선물이 나올 것이라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파라다이스 칩이네?”

“행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이때 조심스럽게 식사를 넣어도 되겠냐는,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머리를 끄덕였다.

중요한 이야기는 대충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최고급 음식들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자주 보았던 음식도 있었고 처음 보는 생소한 음식도 있었다.

대부분 맛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우리는 고모님께 머리 숙여 인사드리고 헤어졌다.

고모님이 차를 타고 사라지자 태경이가 호들갑 떨며 말했다.

“야! 핸드폰 문자로 2억이 입금 되었다고 찍혀 있다.”

경복이도 자신의 문자를 보고 말했다.

“어? 나도 2억이 찍혀 있는데?”

나는 손을 벌려 예수님처럼 말했다.

“어린 양들아~ 네 인생의 플랜을 나에게 통째로 넘길지어다.”

“이거 진짜 내 돈이냐?”

“보이스 피싱이겠냐?”

태경이는 또 스팀팩 맞은 얼굴이 되었다.

“낙장불입. 나중에 달라고 하지 마라. 차라리 내 배를 째라.”

경복이도 모바일 뱅킹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이 돈, 내가 가져도 되냐?”

“안된다고 하면 돌려줄 거냐?”

“크크크. 씨발 나도 못 주지. 게다가 아까 캠리 트렁크 절반은 내가 깠다.”

내가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크게 한번 웃어 볼까?”

우리는 미친놈들처럼 웃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봤다.

통장 빵빵한 사람 첨 봐요?

이제 시작이었다. 아직 땅속에 금은 많고 그냥 캐내기만 하면 되었다.

5억? 씨발 돈도 아니다.

능력을 얻고 난 후부터 돈에 대한 감각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몇억 정도의 돈은 손만 뻗으면 언제든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게다가 뭔가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확신 들었다.

황금인의 운명 같은···.

이때 괴산 대학교 담임 이준석 교수님의 전화가 울렸다.

배고프면 밥 사주고, 술 고프면 술 사주고.

그렇게~~ 수업에 빠지고 시험을 개판 쳤어도, 졸업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준,

마더 테레사 같은 분이었다.

할렐루야~~

“충성! 안녕하십니까? 방금 교수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입만 열면 자동으로 거짓말이 나오는구나.”

“오해 십니다. 교수님.”

“이제 총장하고 SNS 맞팔하더니, 나는 이제 보이지도 않지? 연락도 없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서울에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올라왔습니다.”

교수님의 혀를 찼다.

“서울에서 사고 치고 다니냐? 어머니께서 불안하다고 너희들을 챙겨 내려와 달라고 하셨다. 내가 이 나이에 보모 노릇까지 해야겠냐?”

“어머니께서 교수님께 전화하셨어요?”

“못된 짓거리 하고 다니는 것 아닌가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뭐 하고 다니길래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냐?”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그냥 소소하게. 연쇄살인범 잡기?”

“제자야. 헛소리하지 말고 이쪽으로 넘어와라. 안 넘어오면 이번에 졸업은 안 하는 것으로 알겠다.”

헉. 죽어도 일 년 더 공부하고 싶지 않다.

물론 공부는 안 했지만···.

“존경하는 교수님 왜 그런 무서운 협박을 하십니까?”

“여기로 넘어와서 술이나 마시자. 우리 애들 30명쯤 있다. 연쇄살인마를 때려잡은 자랑스러운 선배가 이런 곳에 와야 하지 않겠냐?”

“아. MT 오셨나요?”

교수님이 애들을 데리고 사학과 MT를 간 모양이었다.

“그래 유치원 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뭐 갈 수 있지만 4학년이 가면, 냄새 나는 노인네 왔다고 다들 안 좋아할 텐데요.”

“핏덩어리들이랑 어울릴 생각하지 말고. 나랑 마셔. 나랑.”

나는 핸드폰에 거수경례했다.

“충성! 알겠습니다. 어디 계십니까?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강화도 청소년 수련관이다.”

태경이도 경복이도 교수님이랑 스피커 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들었지? 강화도로 가자. 통장이 뚱뚱한 위대한 선배의 모습을 새내기들에게 보여줘야지.”

나는 마트에서 거침없이 한우 300만 원어치를 싹쓸이했다.

몇억을 받았더니 이제 겁 없이 지갑이 열렸다.

나는 한우 산타클로스가 되어 강화도에 도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