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경복이의 손에는 바닷속에서 뽑아 든, 묵직한 금장시계가 들려 있었다.
“찾았다!”
“뭐야? 금시계야?”
“제법 묵직한데?”
“조용히 차로 가자!”
우리는 경복이를 연예인처럼 경호하며 차로 돌아왔다.
태경이가 진짜 롤렉스 시계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아저씨 풍의 금장시계였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롤렉스라고?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천만원도 넘는 것이었다.
“이런 게 천만원이야?”
“원래 남자 시계는 메이커로 넘어가면 비싸.”
“아무리 롤렉스라도 시계침이 가지도 않고 기스도 많으니 절반 값도 못 받겠다.”
경복이도 롤렉스를 만지며 활짝 웃었다.
“어쨌든 굶지는 않겠다.”
한 건 했다는 안도감이 들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면서 배가 고팠다.
“일단 저녁부터 먹자. 배고프다.”
우리는 가까운 횟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회를 걸신들린 것처럼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허름하고 손님도 별로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물회 중에 가장 맛있었다.
다 먹고 한잔 마시는 달달구리 커피.
이것이 행복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니 온몸이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며 잠이 쏟아졌다.
새벽같이 일어나 강원도까지 왔고 도착하자마자 금을 찾았다.
오늘은 너무 오바하여 강행군을 했다.
“완전 피곤하다. 좀 쉬자.”
태경이가 모텔을 ‘거기 어때’로 예약했는데 이곳에서 15분 거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들어가는 길에 소주랑 간식 좀 사가지고 들어가자.”
이때 자동차 라디오에서 속초 연쇄 살인마 관련 뉴스가 나왔다.
태경이가 뉴스를 듣고 놀라며 말했다.
“속초면 이 근처 아니야? 꺼림칙한데?”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기서 속초까지 존나 멀어. 걱정하지마. 그리고 우리 운전병이 군바리인데 뭐가 걱정이냐?”
경복이가 어두운 시골 밤길을 운전하며 말했다.
“깜깜해서 잘 안 보여.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조용해 봐.”
차는 완전히 깜깜한 시골길 달리고 있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에 의존하여 겨우 앞으로 갈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금방 모텔이 나왔다.
밤이라 잘 모르겠지만 낮에 보면 큰 저수지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TV를 보면서 소주를 마셨다.
물회집에서 광어회를 떠왔는데 술이 달달하게 잘 넘어갔다.
그랬더니 금방 술이 떨어졌다.
태경이는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오는 길에 편의점이나 슈퍼 봤냐?”
“내일 일하려면 그만 먹고 자자.”
“각 1병씩만 더하고 자자. 동해안 첫날인데, 너무 아쉽다.”
운전했던 경복이는 살짝 머리를 기울였다.
“글쎄. 오늘 길에 슈퍼 하나를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방은 모텔 12층에 있었기에 창문을 열면 꽤 멀리까지 보였다.
나는 창문을 열고 편의점의 불빛을 멀리서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모텔 바로 아래,
어둠 속에서 흐릿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저기 빛이 난다.”
“어디? 슈퍼가 보여?”
“아니 모텔 바로 아래서 빛이 나는데?”
“모텔 아래서 빛이 난다고? 그럼 설마···.”
“빙고~”
경복이가 써치를 나에게 넘겼고 나는 빛이 나오는 곳을 비췄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모텔 옆 텃밭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금빛이 확실하게 보였다.
“저기 금이 있어. 확실하다.”
“밝아? 왕건이야?”
“아니 그냥 그래. 금반지나 금귀걸이 정도 되지 않을까?”
이제 밝기만 보고 어느 정도 사이즈의 금인지 아는 수준이 되었다.
태경이가 다급하게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찾자.”
나는 겁먹은 태경이를 놀리고 싶어졌다.
“왜 깜깜해서 겁나냐?”
“뉴스 못 봤어? 밖에 연쇄 살인마가 돌아다닌다고 하잖아.”
속초와 강릉은 멀다.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자고 있는 동안 새벽 산책 나온 사람이 금반지 집어 가면 어쩔래? 그리고 우리는 UDT 군바리 있잖아. 귀신 잡는 해병대! 아무 걱정 하지마.”
경복이가 와락 인상을 쓰며 말했다.
“기분 나쁘게 왜 해병대야? 난 UDT라고!”
“뭐가 아직도 기분 나빠? 제대하면 다 아저씨지.”
“나 아저씨 아니거든? 저번에 1학년 신입생이 오빠라고 불렀다.”
나는 혀를 차며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알았어. 오빠~. 나랑 지금 당장 금 캐러 가자. 오빠~”
인상을 쓰던 경복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씨발년아. 가자!! 1돈이면 14만원이야. 그 돈이 장난이야? 당장 가자.”
경복이는 어느새 모종삽과 휴대용 써치 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태경이가 욕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모텔 밖으로 나왔다.
막상 나오니 텃밭에 각종 채소가 자라고 있어 빛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 방향을 알고 있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원주에서 군 생활을 한 나는 깜깜한 밤이 두렵지 않았다.
철책선은 이것보다 2배는 더 깜깜했다.
그리고 그때는 혼자 다녔고 지금은 셋이나 있으니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빛이 나는 곳을 발견했다.
“야 서치 꺼! 잘 안 보인다.”
빛이 나는 곳으로 걸어가서, 다시 서치를 켰다.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은 마늘밭이었다.
밭농사를 짓던 할머니의 쌍가락지가 빠졌을까?
혹시 할아버지의 유품은 아니겠지?
그럼 챙기기 좀 찝찝한데···.
경복이가 주변 마늘밭을 살피며 물었다.
“여기야?”
“어. 여기 있어.”
나는 태경이에게서 모종삽을 받아 마늘밭을 조심스럽게 파기 시작했다.
!!!!!
그러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찌었다.
“으악~~~!!”
마늘밭에서 금반지를 낀 여자 손이 튀어나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모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놀란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금반지를 낀 여자 손···. 우리가 본 것이 그거 맞지?”
경복이도 놀란 얼굴이 되어서 말했다.
“그 연쇄 살인범. 그놈이 숨긴 시체 아니야?”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떠올랐다.
<<명성 있는 황금인이 되어라.>>
<<특별미션: 황금의 눈으로 연쇄 살인범을 체포하라.>>
뭐···뭐라고?
나 같은 소시민에게 연쇄 살인범을 체포하라는 것이 말이 돼?
<<특별미션에 성공할 때까지 ‘황금을 보는 눈’ 능력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연쇄 살인범을 나보고 어쩌라구.”
경복이와 태경이는 나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우리가 그 개새끼를 반드시 잡아야 해.”
“어떤 개새끼?”
“당연히 연쇄 살인마 개새끼지!”
태경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리가 왜 연쇄 살인마를 잡아?”
“그럴 일이 있어!”
“뭐가 그럴 일이 있어?”
“아··· 일단 경찰서에 신고부터 하자.”
경찰서에 신고하기 무섭게 험악하게 생긴 형사 2명이 밀어닥쳤다.
며칠 밤을 집에 들어가지 못해 그런지 몸에서 땀 냄새와 담배 냄새가 강하게 났다.
우리는 형사를 시체가 있는 마늘밭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땅속에 묻혀 있는 금반지 낀 손을 확인했다.
으···씨발.
원래 신고 10건 중 9건은 허위 신고여서 형사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있다가 시체를 보더니 기겁하며 다른 형사와 경찰을 불렀다.
그래서 곧 모텔에 경찰차 5대가 밀어닥쳤고 국과수 차도 도착했다.
경찰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발견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거짓말 마스터 이자, 우리 공식 대변인인 태경이가 말했다.
광어회를 먹다가 술이 떨어져서 고기와 술을 더 사 오기로 했는데, 깻잎 냄새가 진하게 나서 야채를 서리하기 위해서 밭으로 들어갔다가 시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오. 그럴듯한데?
그래도 모종삽으로 땅을 파낸 것이 있어서 우리는 의심하는 형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각성자라 금이 보인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 형사가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때 한 형사가 강하게 소리쳤다.
“지문 떴다! 가자!”
그 소리에 모든 형사들이 1분 사이에 전부 사라졌다.
나는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연쇄 살인범이 잡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뉴스를 듣는 즉시 미션창을 불러 확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 연쇄 살인범을 잡으라는 특별미션이 살아 있었다.
범인이 잡혔는데, 왜 미션이 살아 있지?
의문에 사로잡혔지만 일단 정암 해수욕장으로 갔다.
하지만 탐지 범위가 크게 줄어서 그런지 온종일 돌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하루를 완전히 허탕 치고 나서, 특별미션이 떠서 연쇄 살인마를 잡기 전까지 능력치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둘에게 말했다.
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복이는 왜 빨리 말을 하지 않았냐며 버럭 화를 냈다.
“빨리 이야기했어야지. 오늘 하루 힘만 빼고 공쳤잖아.”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연쇄 살인범을 잡자고 어떻게 이야기하냐?”
“돈이 몇백씩 와따가따 하는데 살인범이 대수냐?”
이 반응은 뭐지? 목숨이 와따가따 하는 것은 생각 안하나?
“이 새끼는 돈 때문에 뵈는 게 없네.”
경복이는 눈을 부릅뜨며 이를 악물었다.
“나 돈 버는 거 막는 새끼는!! 누구든 용서 없어!”
그래. 좋아. 이렇게 나와주면 땡큐지.
“그렇다면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해 보자.”
첫 번째 질문, 범인이 잡혔는데 왜 미션이 끝나지 않는가?
답은 간단했다. 잡힌 범인은 범인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두 번째 질문, 우리가 어떻게 범인을 잡을 것인가?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범죄 장소에 직접 가 보기로 했다.
혹시 이번 모텔 텃밭처럼 뭔가 발견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는 뉴스를 검색하여 살인이 일어난 지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3일째. 소당 호수.
7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 아니었다면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는 조금 지친 얼굴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어?!”
나는 몸을 멈춰 세웠다.
“빛이다!”
내가 빛을 봤다고 하자 둘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뭐가 있어?”
“물속에 빛이 있다.”
“큰 거야?”
“아니 반지? 귀걸이? 정도?”
경복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말했다.
“일단 장비 챙겨 올까?”
이때 근처 별장에서 한 젊은 사내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들 누구야? 여기서 뭐해?”
흔하게 볼 수 있는 뿔테 안경의 마른 체구의 사내였다.
나는 순간 수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호수를 보고 있는데 화를 낼까? 여기는 그냥 산책길인데.
순간 나의 뇌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설마. 이놈이?
나는 그 마른 사내에게 다가가 눈을 크게 뜨며 미끼를 던져봤다.
“저기 호수 안에 뭔가 있어서요. 확실히 뭔가 있네요.”
그렇게 이야기하자 마른 체구의 사내가 급격하게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뭐···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호수 안에 뭐가 있다고요.”
“니들··· 뭐야?”
나도 모르게 다시 한발 앞으로 걸어가 그의 눈을 보며 도발했다.
“호수에 뭐가 있는 거를 아는 사람이지. 아마도 네 놈이 숨겨 놓은 시체라던가.”
그러자 젊은 사내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어? 네놈 맞구나.
나는 확신하며 말했다.
“안 잡힐 줄 알았어?”
젊은 사내는 순간 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씨발!! 짭새 새끼!!”
나는 휴대용 써치를 던져서 그놈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췄다.
퍽!
젊은 연쇄 살인범은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잡으며 비틀거렸다.
이때 경복이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칼을 쥐고 있는 그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상대를 쓰러트렸다.
나도 앞으로 달려가 칼을 쥐고 있는 손을 발로 밟았다.
그러자 그놈은 비명과 함께 칼을 놓쳤다.
우리는 그놈의 위에 올라타서 무릎으로 눌렀다.
하지만 끝까지 발광하자, 우리는 그놈의 얼굴을 두들겨 팼다.
씨발놈아! 이건 정당방위다!
감히 괴산고 공식 1짱을 습격하고 무사할 줄 알았냐?
“가만히 있어!”
“힘 빼 씨발놈아.”
이때 태경이가 눈치껏 차 트렁크에 있던 로프를 가지고 왔다.
그러자 경복이가 긴급포박 매듭으로 이놈을 꽁꽁 묶었다.
군대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쓸모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나는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미션창!”
<특별미션: 연쇄 살인범을 체포하라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곧 웃는 얼굴로 보상을 골랐다.
“탐지 범위 확대!! 탐지 범위 확대!!”
내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가 사라졌다.
경복이와 태경이가 내 눈이 빛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말했다.
“야! 너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어.”
“저 새끼가 그 살인범 맞아! 그래서 미션에 성공했다. 그리고 보상으로 탐지 범위는 더 늘어났다.”
경복이가 머리를 끄덕이며 젊은 사내의 머리를 땅으로 눌렀다.
“이 개새끼가 그 연쇄 살인마 맞다는 말이지.”
그 이야기를 하자 태경이가 밧줄 하나를 더 가지고 왔다.
“하나 더 묶어. 불안하다.”
우리는 태경이를 뭐라 하지 않고 그놈을 완전히 미라처럼 묶어버렸다. 그리고 입도 묶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경복이에게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물속에 들어갔다 와야겠다. 아무래도 증거가 나올 것 같아.”
“증거? 설마 시체?”
“아니라고 말 못 하겠다.”
“아이 씨발··· 어쩔 수 없네. 어디 있어?”
“딱 호수 속으로 8발 앞에 있다. 그곳에 빛이 있다.”
경복이는 장비를 챙겨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마늘밭처럼 물속에도 시체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밤에는 발렌타인 18살 준비해라.”
“그래 뒤질 때까지 마시자.”
“당장 한 모금 마시고, 들어가고 싶다.”
경복이는 장비를 차고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강하게 소리 질렀다.
“아! 씨발 좆같네!!!”
욕을 강하게 쏟아내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간 지 5분도 되지 않아서 물속에서 큰 여행용 가방을 꺼내 올렸다.
“이거··· 맞냐?”
나는 인상을 쓰며 머리를 끄덕였다. 가방 안에서 금빛이 흐르고 있었다.
“맞다. 가방 안에서 약하게 빛이 난다.”
“그럼 니가 문 열어봐.”
“내가?”
연쇄 살인마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뭐가 나와도 나올 분위기였다.
태경이를 바라보자 그놈은 토할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나 보지마. 구역질 날 것 같아.”
나도 하늘에 고함을 몇 번 지르고 욕을 막 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고 이를 악다물었다.
“아~~~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씨발!!!”
그리고 여행용 가방을 살짝 열었다.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예상한 대로 한 여인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감지 못한 눈동자가 보였다.
우리는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태경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119··· 119···”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 119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안내원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경찰서로 연결시켜줬다.
확인하고 넘어가자면,
범죄 신고는 112.
우리의 신고에도 강릉경찰서는 이미 연쇄 살인마를 잡고 있다며 장난 전화로 치부했다.
나는 경찰이 전화를 끊자 분노했다.
“아니 이 씨발놈들이!”
“왜?”
“장난 전화로 받아들이는데?”
“뭐야? 민중의 지팡이로 뒤지게 패 버릴까 보다! 다시 전화해!”
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거래처가 여러 곳이면 당연히 고향물건을 사는 법이다.
“그럼. 지인 찬스 어때?”
“지인 찬스?”
“우리 괴산서 송 서장님 말이야.”
나는 당장 괴산 경찰서로 전화하여 아버지 친구인 송 서장님과 통화했다.
“서장님! 승진하고 싶지 않아요?”
-성열이? 너 무슨 사고 쳤냐?
“서장님! 이번에는 승진해서 높은 사람 돼야지요!”
-네가 대통령이냐? 승진시켜주게.
대답도 하지 않고 카톡에 시체사진, 칼 사진, 꽁꽁 묶인 범인 사진, 호수 사진, 위치 정보 사진 등을 올렸다.
“괴산의 아들인 나를 믿습니까?”
송 서장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이번 강릉 연쇄 살인범을 때려잡았어요!”
-뭐? 뭘 때려잡아?
“강릉 연쇄 살인범을 잡았다고요!”
-너 장난이면 뒤진다?
나는 더욱 펄펄 뛰면서 전화기에 소리쳤다.
“살인 사건이 장난이에요? 그리고 장난칠 게 따로 있지! 눈앞에 시체가 있다고요! 시체가!!!!”
-이거 진짜지? 정말이지?
나는 영상통화로 바꿔서 시체를 한번 보여주었다.
“안 올 거면 말아요. 그냥 서울 놈들 받아먹으라고 서울청에다가 전화할 거예요.”
송 서장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아니야! 하지 마! 내가 후딱 간다! 딱 기다리고 있어!
괴산 경찰서 송 서장과 순경들은 괴산부터 강원도 이곳까지의 거리를, 단 2시간 30분 만에 주파했다.
과속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레이싱 선수처럼 달려온 것이었다.
자네 F1 해볼 생각 없나?
그날 저녁에 엉뚱한 사람을 연쇄 살인범으로 몰았고 진짜 진범을 잡았다는 뉴스가 났다.
정의는 구현되었고 내 능력은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다음 날부터 넓어진 탐지 범위를 이용 동해안 해수욕장을 모두 돌았다.
해수욕장 16곳을 돌았고 손에 쥔 것은 짭짤했다.
동해안을 따라 쭉 내려가 부산 해운대에 갔고 다시 해운대 금은방 아주머니를 찾았다.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면서 반가워했는데,
갑자기 연쇄 살인범을 잡은 용사라며 신문을 보여줬다.
우리 얼굴이 신문 기사에 제법 크게 나와 있었다.
나는 놀라며 말했다.
“와! 우리 얼굴이 신문에 나왔다.”
아주머니가 박카스를 손수 따주며 말했다.
“신문에 난 것도 몰랐어?”
“우리야 돈 버느냐고 몰랐지.”
우리는 그동안 모은 금반지, 금귀걸이, 금시계, 금목걸이, 금팔찌 등을 쏟아냈다.
아줌마는 그것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양이 많은데?”
태경이는 정색하며 말했다.
“많아서 못 먹겠다는 말인가?”
“무슨 소리야. 배가 터져도 먹어야지.”
“짜장면이나 시켜줘.”
짜장면과 탕수육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아주머니가 모든 금을 감정하고 말했다.
“큰 것으로 3장 반. 내일까지 준비해 줄게.”
“OK”
다음 날. 전과 마찬가지로 14장으로 계산하여 3500만원을 챙겼다.
바로 1000만원씩 나누어 주고 남은 500만원은 경복이에게 공금으로 넘겼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뉴스와 신문을 본 아버지는 자랑스럽다며 나를 안았다.
하지만 엄마는 뒤질 뻔했다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어머니! 난 용감한 시민이라고요.
대한민국 의인(義人)
여동생은 중요한 서신을 전달한다며 나에게 10만원을 뜯어갔다.
그래 이년아, 먹고 떨어져라.
근데 중요한 서신이 뭐지?
서신은 우리 괴산 대학교 교수님이 직접 보낸 편지였다.
너무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너를 제적처리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금을 찾는다고 개학을 했는데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술 좋아하시니 로열샬룻. 그런 것으로 퉁 쳐볼까?
순간 기발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점심시간 전에 바로 경찰서로 찾아가, 송 서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바로 따졌다.
“서장님. 너무 하십니다! 제 덕에 속초 연쇄 살인마를 잡아서 일 계급 특진은 떼 놓은 당상인데. 이번 쾌거의 일등 공신인 저를 이렇게 모른 척하는 겁니까?”
송 서장은 활짝 웃으면서 다가왔다.
“우리 용감한 괴산 시민 아닌가? 어서 와. 와서 커피나 한잔해.”
“식사하셨습니까?”
“아직 식사 전이지. 내가 맛있는 것 사줄까?”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속이 든든해야 괴산의 평화를 지키지요. 점심 같이 먹어요.”
나는 중국집에 전화하여 비싼 요리를 마구 시켰고 내가 계산했다.
부탁할 사람이 접대하는 것이 만고의 이치였다.
서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깐풍기를 입에 넣고 말했다.
“왜 네가 밥을 사? 내가 사야 하는 거 아냐?”
“당연히 부탁할 것이 있으니까 그러죠.”
송 서장님은 호기롭게 말했다.
“내가 당연히 들어주지! 뭔 데 그래?”
“어려운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열심히 접대한 결과.
괴산대학교 정문에 연쇄 살인마를 잡은 의인 플래카드가 딱 붙었다.
그리고 보너스로 대학 총장 앞으로 경찰서에서 감사장이 날아왔다.
연쇄 살인마를 잡은 의인 김성열을 배출한 괴산 대학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어깨가 쫙 펴졌다.
쿵쿵쿵.
걸음걸이도 담대하였다.
나는 당당하게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대한민국 용감한 의인義人 행차시다. 모두 머리를 조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