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슬금슬금 톱질하세~’
우리는 박을 타는 흥부 부부처럼 공구상자의 자물쇠를 돌아가면서 내려쳤다.
잘못 쳐서, 손에 피가 나기도 했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피가 나도 이상하게 웃음만 나네.
헤헤헤헤헤헤.
빡!
내가 강하게 내려쳤을 때, 녹슨 자물쇠가 멀리 떨어져 나갔다.
“···열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흥부 가족처럼 목을 쭉 빼고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순간 억눌렀던 환호성이 터졌다.
“있다! 있어! 진짜 있어!!”
상자 안에서 새끼손가락만 한 금토막 5개가 들어있었다.
“이런 것을 금괴라고 하나?”
태경이가 금토막 하나를 집어 들어 무게를 느껴 보았다.
“20돈은 충분히 넘겠는데?”
그럼 20돈 5개면··· 100돈?
14만원 곱하기 100돈 하면···.
“···1400만원”
태경이가 살짝 쫀 얼굴로 말했다.
“이거··· 진짜 먹어도 되냐?”
“안에 뭔가 또 있어.”
경복이가 공구상자 안에 꽁꽁 쌓여 있는 비닐을 뜯었다.
그러자 비닐 안에서 처음 보는 모양의 지폐가 쏟아졌다.
“이건 어느 나라 돈이냐?”
앞에는 1000이라 쓰여 있었고 뒷장에는 어디서 많이 본 건물이 있었다.
글자는 알파벳이었지만 영어는 아니었다.
태경이가 지폐를 한참 살피다가 눈을 크게 떴다.
“크렘린 궁전이다! 그럼 러시아 돈인데?”
웬 러시아 돈?
“왜 상자에서 소련 돈이 나와?”
“내가 어떻게 알아?”
러시아 돈이면 ‘루블’.
세어 보니 1000루블짜리가 150장 들어있었다.
“1루블에 얼마야?”
핸드폰으로 검색한 태경이가 말했다.
“20원? 그러면···. 대충 300만원 정도 되나?”
“오~ 생각보다 짭짤한데?”
경복이는 빈 상자를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무거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공구 상자 바닥에서 묵직한 금속이 느껴졌다.
“상자 안에 뭔가 더 있어.”
“뭐가 있는데?”
“뭔가를 바닥에 숨겨 놓은 것 같다.”
경복이는 태경이에게 모종삽을 받아 공구상자의 가장자리를 내려쳤다.
그러자 바닥이 깨졌다.
“보여? 뭔데? 뭔데?”
우리는 상자 바닥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공구 상자의 바닥에는 권총이 들어있었다.
순간 몸이 굳었다.
“···그거 진짜야? ···장난감 아니냐?”
태경이가 손으로 집으려고 하자 경복이가 손을 쳐서 못 만지게 했다.
“지문 찍지 마! 혹시 몰라.”
태경이도 화들짝 놀라 머리를 끄덕였다.
“어? 아! 그래.”
경복이가 차 안에서 휴지 몇 장을 뽑더니 권총을 들어 보았다.
이 묵직한 느낌, 실제 권총이 확실했다.
“러시아제 토카레프야.”
“토카레프? 이게 왜 여기 들어있어?”
“러시아 마피아 애들이 금괴나 총기 밀수한다는 뉴스를 봤던 것 같다.”
태경이가 극히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이거 먹었다가 러시아 마피아 애들에게 걸려서 물속에 수장되는 거 아니야?”
새가슴 새끼. 쓸데없는 걱정을 하네.
“우리 태경이는 배가 불러서 안 먹는다고 하니, 내가 다 먹어야겠다.”
경복이도 토카레프 권총을 한참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권총이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다 썩었다. 그렇다면 이 물건이 사라진 지 몇 년 흘렀다는 말이지. 그 시간이면 주인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나는 확신하며 말했다.
“그 바위 사이에 끼어 있었던 것은 용왕님도 몰랐어.”
경복이가 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먹을 거지?”
“당연히 먹어야지.”
“마피아 것일 수 있잖아.”
“우리가 러시아랑 엮일 일이 있겠냐?”
“그래 씨발! 돈이 무섭지. 마피아가 대수냐?”
태경이도 돌아가는 눈치를 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그래 좋아! 우리가 언제 마피아 돈 써보겠냐! 먹자!”
나는 낮게 웃으며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겁나서 안 먹는다며?”
“생각해보니 영양실조로 뒤질 판인데 마피아가 문제야? 저승사자 노잣돈이라도 챙겨야지.”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 총은 어쩔까?”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돈 안 되는 쓰레기는 버리자. 영화 보니까 몇 조각으로 분리하던데? 너도 할 수 있냐?”
잠깐 권총을 살피던 경복이가 말했다.
“뭐 권총들이 다 비슷비슷하니까 할 수 있겠지?”
경복이가 조금 힘을 쓰자 녹슬어서 뻑뻑한 권총이 권총 상단부, 스프링, 권총 손잡이, 탄창으로 분리했다.
나는 그 중 스프링을 광안리 바다를 향해 던졌다.
“스프링 뺐으니까 이것은 이제 금속 쓰레기야. 일단 태종대로 가자”
“태종대는 왜?”
“증거 인멸하러 가야지”
우리는 태종대 전망대로 올라갔다.
절벽에서 권총 부품들을 하나씩 쥐고 바다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홀가분한 표정이 되었다.
“마피아는 빠이빠이다.”
경복이가 살짝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어쩔 거야?”
“금을 챙겼으면 팔아야지. 어제 해운대 금은방으로 가자.”
“그래. 그 집이라면 길게 설명할 필요 없겠지.”
우리는 차를 몰고 해운대 금방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우리를 알아보고 활짝 웃었다.
“표정을 보니, 오늘도 수확이 있는 모양이네.”
태경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누님 주려고 왕건이 챙겨왔지.”
“왕건이?”
“목이 칼칼하네. 손님이 오면 바카스부터 나와야지”
“박카스? 그래 알았어. 기다려.”
태경이는 바카스를 입에 물고 손가락만 한 금토막 5개를 내밀었다.
“엄청나지?”
아주머니는 금토막을 보더니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밀수 물건 아니야? 러시아나 중국 애들이 몸속에 숨겨 들어오는 그 모양인데?”
“그게 뭐가 중요해? 앞에 있는 고기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중요하지”
아주머니는 우리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물었다.
“···설마 경찰은 아니지?”
“우리가 짭새처럼 보여? 그리고 맞다고 하면 안 살 거야?”
아주머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인건비가 남으면 사야지. 고기 먹은 지 오래됐거든.”
“그런데 왜 인건비 이야기가 나와? 쇼부는 어제 봤잖아.”
“이 정도 싸이즈면 최소 큰 거로 15장은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은 현금이 없네.”
큰 거로 15장? 1500만원?
러시아 만세. 마피아 만세.
내가 한발 나서며 바람을 잡았다.
“지난번과 같이 14개, 아니면 다른 데 갈래. 남포동에 뚫어 놓은 곳이 있어.”
남포동에 가 본 적도 없다.
부산도 처음 와 봤다.
일단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막 질렀다.
아주머니가 인상을 쓰고 말했다.
“엄살이 아니라, 복어 먹을 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큰 것은 인건비가 더 들어가.”
“14장. 무조건 14장.”
“사람이 왜 이렇게 유도리가 없어?”
“우리는 일절 빠꾸 없습니다.”
아줌마는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다음번에 물건 챙기면, 또 올 거지?”
“오늘도 왔잖아. 단골 가게로.”
“좋아. 약값하고 인건비 빼서 12장.”
“약값은 누님이 내고 13장.”
아줌마는 그제야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금 토막을 만지다가 말했다.
“오늘은 돈이 준비 안 됐으니까. 내일 오후 1시에 와. 25돈, 5개, 총 125돈”
태경이는 계산을 이미 끝내고 말했다.
“총 1625만원. 바카스 값으로 25만원 띠어서 16장만 준비해줘.”
“노쇼하면 경찰에 밀수꾼이라고 신고할 거야. 알아서 해.”
“알았어. 걱정 마. 짜장면 먹으러 올게. 그리고 누님이나 내일 가서 죽는소리하지마.”
우리는 금을 챙겨서 모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늘 마시는 술도 먹지 않았다.
마피아가 쳐들어올 수 있다는 농담을 태경이가 했기 때문이었다.
경복이가 오바 떨지 말라고 했지만,
복도에서 발소리가 나면 다들 하는 일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개 같은 마피아.
꿈에서 나오는 거 아냐?
아침에 되었다.
엄청 배가 고팠는데도 모텔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
마피아가 배달부로 변장할 수 있다고 하여 배달도 시키지 않았다.
영화에서 배달부로 변장한 암살자를 본 적이 있었다.
서로 ‘쫄보’라고 비웃으면서도 끝내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아- 배고파.
이럴 줄 알았으면 편의점에서 사발면이라도 사 올걸.
그래서 1시까지 쫄쫄 굶다가 시간이 되어서 해운대 금은방으로 갔다.
그리고 아줌마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 짜장면 곱빼기 3그릇!! 군만두 써비스!”
너무 배가 고파서 금덩이를 아줌마에게 던지고 우리는 짜장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짜장면이 도착하자 마치 3일을 굶은 사람처럼 면발을 흡입했다.
아줌마는 혀를 차며 말했다.
“누가 굶겼어?”
태경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피아 놈들의 공격을 대비했지.”
“대한민국에 마피아가 어디 있어?”
“아줌마. 이쪽 세계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아줌마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으로 미친놈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5만원권으로 1600만원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혀를 찼다.
“마피아 걱정하지 말고 밥이나 먹고 다녀.”
배가 부르니 조금 창피하다.
태경이가 앉은 자리에서 1600만원을 다 확인하여 나에게 넘겼다.
나는 그 자리에서 400만원씩 나누었다.
“각자 400씩 쓰고 남은 400만원은 다음 경비로 쓴다. 경비는 경복이 네가 가지고 있어.”
경복이는 조금 귀찮은 얼굴이었지만 머리를 끄덕였다.
“OK. 접수.”
그리고 바로 눈에 보이는 우리은행으로 들어가 러시아 돈을 넘겼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며 어쩌지 하면서 여러 가지 대답을 준비했다.
러시아 말도 공부했다.
안녕하세요는 ‘즈드랏스부이쪠’
감사합니다는 ‘스빠씨바’
하지만 우리은행 아가씨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이 아가씨! 블라디보스토크 여름 날씨 정도는 물어볼 수 있잖아.
그래도 현금 310만이 딱 떨어졌다.
“이것도 경복이 니가 가지고 있어. 우리 군자금이다.”
“왜 귀찮게 나에게 맡겨?”
“그럼 태경이에게 맡길래?”
경복이는 나와 태경이를 몇 번 보다가 말했다.
“그래 지나가는 북한 간첩을 믿지.”
“나도 나를 못 믿어서 너 주는 거야.”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다시 추가된 부재중 전화의 숫자를 확인했다.
“엄마한테 부재중 전화가 50통쯤 왔다.”
“할 만큼 했다. 마당에 묻히기 전에 집에 가자.”
태경이가 아쉬운 얼굴로 해운대를 바라보았다.
“그럼. 괴산 가기 전에 대도시 먹물이나 먹을까?”
그래서 우리는 부산에서 마지막 사치를 즐기기로 했다.
스벅에서 아이스커피를 사서, 버거킹에서 킹와퍼와 함께 먹었다.
이런 것이 플렉스인가?
괴산에서 먹을 수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차가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다들 주머니에 400만원을 느끼고 있는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미친놈처럼 실실 웃으면서 잠도 자지 않았다.
으이그. 미친놈들.
드디어 나의 고향. 마이 홈타운.
괴산에 도착했다.
400만원이 품속에 있으니, 이런 것을 금의환향이라 해야 하나?
보통 때 같으면 도둑처럼 몰래 집으로 들어갔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대문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엄마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분노에 찬 얼굴로 뛰어나왔다.
“너 정신이 있어 없어? 도대체 뭐하다가 온 거야? 그리고 왜 전화 안 받아?”
나는 분노에 찬 김 여사를 보며 말했다.
“그동안 우리 김 여사 고생이 많았어. 얼마 안 되지만 살림에 보태 써.”
품속에서 3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는 봉투 속에 돈을 보더니 놀라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역시 분노에는 금융치료가 즉빵이다.
“이게 웬 돈이야?”
“아들이 고생해서 번 돈이지.”
“지금까지 일하다 온 거야?”
“빡시게 일하고 왔지. 그래서 온몸이 피곤해.”
엄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뭐로 번 돈이야? 사실대로 말해봐.”
“엄마. 남의 영업비밀을 함부로 물어보는 것 아니야.”
이때 여동생이 가율이가 튀어나왔다.
“아이구- 이 화상아. 어디서 사고 치다 왔냐?”
나는 5만원짜리 4개를 흔들었다.
“큰일 하고 돌아온 오라버니의 명을 받들겠느냐?”
그러자 동생이 현금을 살쾡이 같이 가로채며 말했다.
“뭐 시키려고?”
“고기 사와.”
“정육점까지 너무 멀어.”
내가 5만원짜리 10개를 흔들었다.
“생각해보니 한우 키우는 집안이 왜 한우를 못 먹지? 무슨 맛인지 알고나 길러야 하지 않겠냐?”
“우리 오라버니가 10년 만에 처음 옳은 말을 했네.”
여동생 가율이는 내 손의 5만원짜리를 챙겨 넣었다.
“오라비 시장하시다. 언능 다녀와라.”
여동생은 엄마가 뭐라고 하는데도 스쿠터를 타고 나갔다.
저년. 저거 면허도 없는 것이 겁대가리도 없이. 쯔쯔쯔.
동생이 정육점에 다녀오는 동안 엄마의 추궁은 계속되었다.
나는 누워서 TV를 보면서 말했다.
“무슨 대답을 해도 내 말을 안 믿을 테니까 대변인 부를게.”
태경이와 경복이를 집으로 불렀다.
귀찮아하는 목소리였지만 ‘한우’라는 말에 군말 없이 와서 고기를 축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어찌 돈 벌었는지 물었고 태경이가 증거물인 금속탐지기를 보여주면서 엄마에게 잘 꾸며진 거짓말을 했다.
사실. 태경이도 각성자네. 상태창이네. 이런 말을 어머니께 할 수 없었다.
나는 구운 고기를 태경이의 앞 접시에 올려놓았다.
이 새끼 거짓말은 진짜 아카데미 급이다.
나도 믿을 뻔했다.
엄마는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으나 이미 나에게 3백만원을 받았으니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잔소리는 잊지 않았다.
“너 대학교 4학년이야. 뭐 해 먹고살 거야?”
“내가 뭘 잘하는지 드디어 깨달았어.”
“설마 금 찾는 것은 아니겠지?
역시 귀신이다. 내 마음을 다 읽어.
“그···. 그런 것은 아니고.”
우리는 내방으로 도망쳐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해수욕장에서 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동해안 쪽 해변을 돌기로 했다.
해수욕장 하면 동해안 아닌가?
모래사장에서 금괴를 마구 캐내는 상상을 했다.
애들이 돌아가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처음 보았던 미션창이 떠올랐다.
미션이 금을 얼마 이상 획득하는 것 아니었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고 창문 커튼을 쳤다.
그리고 떨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태창? 아니 미션창?”
그 말이 하기 무섭게 눈앞에 미션창이 떴다.
<<황금인이 되어라. 기본 미션 중>>
<<황금 40g 채굴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을 선택하세요>>
<<황금 탐지 범위 확대 / 황금 탐지 깊이 확대 / 탐지 종목 증가>>
보상이라.
아직은 탐지 범위 확대가 우선이겠지?
“황금 탐지 범위 확대.”
그 순간 내 눈동자가 순간 황금색으로 번쩍였다.
기분이 확 좋았다.
범위가 넓어졌으므로 금을 발견할 확률이 올라갔다.
내일 동해안에 가서, 엄청난 보물들을 싹 쓸어보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탐지 범위 확대!!”
“탐지 범위 확대!!”
엄마가 자다 말고 뛰어나와 나의 등짝을 내리쳤다.
“술 마셨으면 좀 조용히 자!! 동네 챙피해!”
등짝을 맞고도 엄마를 꽉 안았다.
“기다려 김 여사. 내가 호강시켜 줄게.”
“제발~~ 네 앞가림만 해. 그럼 내가 무슨 걱정이 있겠냐?”
“김 여사님. 어디에 돈 쓸 것인지 계획이나 세워 둬”
“취했으면 들어가서 잠이나 자!”
다음날 새벽.
나와 태경이는 경복이 차를 타고 동해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하루 쉴 법도 했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명언이 있다.
오늘 밤에 금을 보는 능력이 없어질 수 있지 않은가?
능력이 있을 때 금 반 돈이라도 챙겨야 했다.
점심쯤 우리는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명파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곳부터 출발하여 남쪽으로 쭉 내려가서 부산 해운대에 도착하는 코스를 짰다.
도착하자마자 밝은 금빛이 보였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미션창이 떴다.
<<황금인이 되어라. 기본 미션 중>>
<<황금을 보는 눈으로 금 100g을 채굴하세요.>>
나는 빛을 따라 걸어가, 해변에 있는 나무뿌리 아래서 금반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헤헤헤 첫 수확이다.”
우리는 흥분된 마음으로 명파 해수욕장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작은 귀걸이 하나 집어 들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실망하지 않고 마차진, 거진, 반암 해수욕장을 살피며 남쪽으로 내려갔다.
실망스럽게도 3곳에서 아주 오래된 금반지 하나만 챙길 수 있었다.
아마도 금속탐지기를 가진 사람이 이미 해변을 샅샅이 훑은 것처럼 보였다.
태경이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남해안을 돌아볼 것을 그랬나?”
“실망하지마. 괜찮아. 오늘은 일단 송지호 해수욕장까지만 돌아보자.”
우리는 해가 지려고 할 때 송지호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활짝 웃었다.
“빛이 보인다!!”
그리고 미친 듯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빛만 보고 물속으로 들어가다가 발이 닿지 않는 곳을 디뎌서 물을 먹었다.
“어프~ 살려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지만 겨우 경복이가 나를 끄집어 올렸다.
“이 미친놈아. 누가 함부로 자살하래? 금은 누가 찾으라고!”
“씨발!! 물귀신 될 뻔했다.”
“그렇게 죽을 거면, 금은 찾고 죽어!!!”
숨을 몰아쉬면서도 나의 시선은 빛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 있어. 여기서 10걸음 아래”
“10걸음?”
UDT 출신 경복이는 수경을 쓰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5~6번 정도 맨손으로 나오던 경복이가 드디어 뭔가를 꺼내 들더니 밖으로 나왔다.
“이거냐?”